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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 건보공단 고객센터 파업 지지 청년노동자 선언 공동 제안자 한국지엠 하청노동자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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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김요한 조회 4,098회 2021-07-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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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629명의 청년 노동자가 연서명한 청년 노동자의 이름으로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선언문이 721일 발표되었다. 선언문은 <가자! 노동해방> 온라인신문에 올라온 다음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언문에 연서명한 청년 노동자들은 허울뿐인 공정 넘어 불평등 해소로!”, “노동자 차별이 불공정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공정한 사회라는 파업 지지 한줄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노해투는 위 선언문의 공동 제안자 중 한 명인 한국지엠 하청노동자 김태훈 동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태훈 동지는 청년으로서 꼽는 이 시대의 진정한 문제는 자본주의라며, 비정규직을 만들고 청년들을 서로 적대하게 만든 정부와 자본에 진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쟁과 차별에 반대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더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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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고객센터 파업 지지 청년 노동자 선언의 공동 제안자인 김태훈 동지


우선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쟁취 투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에 위치한 한국지엠이라는 자동차 공장 회사 내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어요. 김태훈입니다. 현재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에서 대의원 역할을 맡아 활동하고 있고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기사로 처음 접했습니다. 원주에 있는 건보공단본사 앞에서 파업출정 결의대회가 있을 때 지회 조합원분들과 함께 참여했었습니다. 엄청 더운 날씨임에도 조합원분들이 땡볕을 참아가며 목소리 높이시는데 그 열기에 압도되더라고요. 그동안 쌓인 분노가 엄청나구나, 피부로 느꼈습니다. “직접고용 쟁취구호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데 일전에 톨게이트 동지들의 투쟁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 투쟁 뭔가 거대한 판이 만들어질 것 같다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기간제 교사 정교사 전환,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의 사안에서도 공정성 훼손을 명분으로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논리가 득세했죠. 차별을 옹호하는 이들은 특히 청년들의 박탈감을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오히려 그런 얘기들 때문에 박탈감을 더 느껴요.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는 게 역차별이라고 얘기하는데, 아무런 기회도 얻지 못하고 사회적 패자로 낙인찍힌 채 기본적인 노동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비정규직 노동자거든요? 이런 사람들이 목소리 높이기 시작하면 아주 이기적이고 떼쓰는 집단으로 규정하죠.

 

자신들은 열심히 공부했고 아주 공정하게 경기를 치른 거처럼 얘기하는 것도 참 화가 나고요. 그 판 자체가 잘못됐고,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을 좀 했으면 해요. 제 삶을 돌아보더라도 기회가 과연 공정하게 주어져왔나 의문이 들거든요.

 

학교 졸업하고 취업하기 위해서 수년 동안 고생고생해서 정규직으로 입사하고 그런 분들 노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그 취업 준비조차 할 수 없어서 가족 챙겨야 하고 생계압박으로 내몰려 일자리를 바로 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싫어도 비정규직, 기간제, 파견 일자리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 사람들에게는 이 사회가 과연 기회조차 줬는가 묻고 싶어요.

 

왜 이렇게 정규직-비정규직이 나뉘어 있는지, 이것이 과연 공정한 게 맞는지를 먼저 묻는 게 순서 아닐까요.

 

선언문에서도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기회의 평등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더라고요. 선언에 참여한 청년 노동자들이나 주변 동료들의 실제 삶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제 친한 친구들 돌아보면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든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항상 돈 얘기로 끝나요. 이 돈 받고서 이렇게까지 일해야 하냐면서 회사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하는데, 이야기 끝은 항상 돈 없는데 어쩌나로 끝나고요. 최저임금 받는 친구들 삶은 참 똑같은 거 같고 왜들 이리도 비슷하게 사는지 실소가 나오더라고요.

 

현장도 마찬가지에요. 대학은커녕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전선에 뛰어든 동료들이 많아요. 최저시급으로 정말 안 먹고 안 쓰고 그렇게 모아나가요. 이마저도 결혼하신 형님들은 저축은 꿈도 못 꿔요. 바로 옆에서 일하는 형님이 자녀가 5명이에요. 식비로 100만 원 가량 나가고 대출금 갚으려고 50만 원을 넣어요. 나머지 핸드폰비, 공과금 그렇게 내는데 이것도 못 낼 때가 많아서 한 달 건너뛰고 그 다음 달에 내고. 그냥 빚내서 살아간다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청년 노동자든 아니든 처지는 다르지 않아요. 그저 노동자일 뿐인 거예요. 힘들게 일하지만 그만큼의 대우는 받지 못하는 삶인 거죠.

 

한정된 자원을 나누려면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선언문에서 청년들을 취업문 앞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경쟁하도록 내몬 정부와 자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던데, 피 터지는 경쟁과 그에 따른 차별을 없애기 위해 시급히 필요한 사회적 조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얼핏 보면 경쟁을 해 이기면 승자가 가져가고, 뭔가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이거든요? 근데 왜 그 자원은 하필 그 정도로 한정돼 있는 걸까질문을 던져봤으면 해요. 경제가 힘들다는데 그 와중에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1,000조 원을 넘어섰어요. 노동자는 쥐어 짜이고 더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데 자본은 배를 불리면서 하는 말이 나눌 파이가 없대요. 이게 말이 되나 싶어요.

 

그러니 우선 이렇게 쌓인 부를 이 사회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생각해요. ‘한정된 자원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빼앗기는 자원을 다시 빼앗아오자고 해야 하고, 그것이 우선 필요한 사회적 조치라고 생각해요. 흔히 재벌의 곳간을 털자라는 말을 하던데 그게 정말 중요한 거죠.

 

또 무엇보다 결국 비정규직 제도의 문제라 생각하거든요. 그 제도 때문에 취준생 청년들은 비정규직 삶을 피하고 싶어서, 패배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취업문 앞에서 발악을 할 수밖에 없어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짓밟고 올라가야 한다고 내면화되는 거고요.

 

그러니 던져야 할 질문은 비정규직 제도를 누가 만들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범인은 분명하다는 거예요. 정부와 자본의 합작품이고 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오로지 이윤의 논리로 사람을 나누고 괴롭히고 서로 반목하게 만들었잖아요?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와야 하고 그것이 현재 가장 시급한 사회적 조치라고 생각해요.

 

노해투 역시 비정규직 문제를 빼고서는 공정을 운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언문에서도 청년층의 다수가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로 살고 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누군가는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고 얘기를 하며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노조의 힘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더라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노조가 살아야 청년이 살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얼마 전 최저임금이 조금 오른 걸 볼까요? 2022년부터 9,160원으로 결정됐어요. 이전부터 1만 원을 주장했는데 턱없이 모자라죠. 근데 경영계는 너무 많다고 주장해요. 노조가 없었다면 이마저도 오르지 않고 동결했겠죠.

 

뿐만 아니라 청년 노동자의 죽음도 끊이지 않았어요. 구의역 스크린 도어에서, 태안 화력발전소 컨베이어에서, 얼마 전에는 평택항 컨테이너에 깔린 이선호 님까지.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죽어 가는데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었고 개입했기에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 문제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갔던 것이거든요.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외마디 비명도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져갔을 청년들이었을 거예요.

 

민주노총이 아직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노동조합만큼 목소리 높이고 저항하고 우리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조직은 없다 생각하거든요. 청년이 살기 위해서 노조가 죽어야 한다 말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라는 거죠.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운동 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청년 노동자들과 같이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과 제대로 연대하는 분위기가 살아나야 할 거고요. 그렇게 노동조합이 더 큰 힘을 갖고 커져서 청년들에게 평등과 연대의 삶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수 있다면 지금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걸 테니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청년층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가장 크게 느끼는 시대의 문제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청년으로서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당연히 자본주의예요. 자본주의는 청년을 나누고, 남녀를 갈등하게 만들고 세대 간 서로 반목하게 만들어요.

 

사실 청년들은 피부로 느끼거든요. 태어난 죄밖에 없는데 왜 내가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만 받고 힘든 노동을 견디며 살아야 하나? 그러면서도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이 사회가 잘못된 거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떠올라요. 내 책임이 아닌데 왜 자꾸 청년을, 우리 세대를 호명해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가? 이 사회는 왜 청년을 지옥고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가? 물론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길들이게도 만들어요. 체념하고 좌절하면서 그 분노를 우리끼리 겨누게끔 하는 거죠.

 

저는 결국 자본주의가 이러한 모든 갈등의 근원인 것이고, 비정규직 제도도 그 위에 피라미드처럼 세워져 있다고 봐요. 결국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자본주의가 아닌가 싶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선언에 참여한 청년 노동자들과 후속 사업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동 제안자로 함께해주신 분들과 이 사회의 공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기고 글을 작성하려고 해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연대할 예정이고요. 또 정당한 파업에 의문을 던지면서 비방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올 텐데 그때마다 열심히 이런 목소리도 있다면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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