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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에서 마침내 실현된 ‘광주형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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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471회 2018-05-2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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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금호타이어지회

 

윤장현 광주시장은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매각되자 바로 이것이 광주형 일자리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금호타이어에서 실현됐다는 광주형 일자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너무나 비참한 패배 

 

3월 31일 금호타이어지회는 중국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데 동의했다. 더블스타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장은 고작 3년만, 주식처분 기한은 고작 5년만 약속하고 투자금액 6,463억 원이라는 헐값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했다. 

 

노동자들의 희생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하다. 경영정상화 노사특별합의서에 나온 것만 봐도 상여금 250% 반납, 휴무 40일(무급휴일 20일, 통상임금 50% 지급 휴무 20일), 각종 복지 축소, 단체협약 개악 등 비참한 패배다. 이미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2009년 워크아웃 시작될 때 임금이 40% 삭감됐고, 아직 100% 복원이 안 된 상태다. 10년 동안 임금도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3개월 동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회사가 가져가는 돈만 1년에 600억 원이 넘는다. 

 

여기에 생산성 4.5% 향상까지 포함돼 있다. 사측은 저조 성형기라는 명목 아래 노동자들이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조차 빼앗고 있다. 노동강도도 훨씬 높아진다. 또한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임금체계 개선(상여금 350% 일당화), 산재, 퇴직연금 인출, 단협 개악 등의 후속과정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합의서 유효기간에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생산활동에 방해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상의 무쟁의 선언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 저조 성형기: 라인마다 성형기가 있다.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빨리 일한다. 그래서 작업 목표를 일찍 달성하면 기계 불가동 시간이 늘어난다. 사측은 이것을 저조 성형기라 부른다.

 

이 비참한 패배가 광주형 일자리?

 

윤장현 광주시장은 <광주시민께 드리는 글>에서 이런 노동자의 비참한 패배를 광주형 일자리라고 했다. “노사민정 대타협이 일자리를 지켰고, 인간의 존엄, 가정공동체,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지켜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광주정신이며, 노동자가 살고 기업이 사는 광주형 일자리입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가 바로 이런 댓글을 달았다. “3년 뒤 일자리가 사라지는 사건에 일조하셨네요. 감축드리오, 일자리 없애는 시장님!” “멀쩡한 일자리 3년짜리로 만드는 시장은 앞으로 없겠지요!”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방안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강조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노동계는 임금과 노동유연화를 받아들여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애초에 광주시는 현대기아차 같은 국내 완성차공장을 지역에 유치해 기존 완성차공장 정규직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연봉 4,000만 원)을 받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윤장현은 아직 실체가 없는 완성차공장 유치 대신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을 광주형 일자리라고 치켜세웠다. 

 

워크아웃 기간의 임금삭감에 이어 이번 임금동결, 상여금 삭감 등으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연봉은 4,000만 원 대에 근접했다. 저들의 목표는 달성됐다! 거기에다 생산성 향상, 근무제도 개편 등 노동유연화까지 자본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 

 

노사민정 대타협? 합의안 내용은 노동자들의 일방적 참패다. 노동자들이 얻은 게 과연 무엇인가? 3년간의 고용보장? 앞의 합의내용을 보라! 3년 동안 살아도 산 게 아닌 고용보장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거의 모든 것을 내줬다. 그런데 정부와 광주시는 이걸 대타협이라 부른다. 노사민정 대타협은 노동자의 일방적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협박이었을 뿐이다. 

 

산업은행은 노동조합에게 3월 30일까지 자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며 협박했고, 더블스타와 MOU 체결을 하면서 노동3권 중 노동조합의 기본권인 ‘쟁의권 포기’를 노조의 사전 동의도 없이 집어넣었다. 문재인도 직접 나섰다. 문재인은 3월 말 “금호타이어 문제는 정치적 논리로 풀지 않겠다. 다음 주 월요일 되면 채권이 돌아오고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불가피하게 30~40%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압박했다. 여기에 타협이 어디 있는가? 

 

노동자들은 싸울 의지가 없었는가?

 

누구도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뭉쳐 있었다. 예전 워크아웃 기간에는 투쟁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마이너스통장까지 마련하면서 투쟁을 각오한 노동자들이 꽤 많았다. 파업 참여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정부와 자본의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3월 30일 파업 참여율은 95%가 넘었다.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도 몸을 사리지 않고 투쟁했다. 그런데 지도부는 전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노·사·정·채(채권단) 4자 회담을 열어 합의하는 기만적인 모습을 보였다.

 

많은 조합원들이 법정관리를 각오하고 있었다. 부도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작년 인수시도 실패 후 다시 인수를 시도한 더블스타는 먹튀할 게 분명했고 조합원들은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본색을 드러내면서 정부에 대한 환상과 미련도 옅어지고 있었다. 법정관리 가서 더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대안을 찾자고 생각했던 조합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힘을 믿지 못했다. 조합원들의 힘을 믿고 투쟁을 확대하려면 모든 정보와 교섭 내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조합원토론을 거쳐 투쟁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지도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도부는 작년 10월 산업은행장 이동걸을 만나 “국내 건실한 기업으로 매각하겠다”는 비공개 합의를 했고, 이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상황이 바뀌자 이 사실을 나중에 알렸다. 산업은행은 지도부가 더블스타와 비공개로 만났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조삼수 대표지회장은 인수하겠다는 국내기업이 있다고 했지만 인수기업과 이 말을 전달해준 유력정치인이 누군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먹튀 우려 때문에 해외매각을 반대했지만, 자본의 본질상 국내자본도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기 때문에 노동자는 국내자본과도 투쟁해야 한다. 그런데 지도부는 국내자본에 의한 인수 자체에만 매달렸고 심지어 어떤 기업이 인수하려고 했는지도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기아차노조 위원장을 지내다가 2014년 광주시 산하 사회통합추진단 단장을 맡았고 올해 초 광주시 경제부시장으로 출세한 박병규는 금호타이어에 살다시피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박병규와 광주시가 무엇을 얘기했는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도부는 정부, 산업은행, 광주시, 더블스타의 포위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해외매각 여부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미실시 약속까지 어기며 찬반투표를 붙였다. 지도부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더블스타 매각 찬성률은 60%를 겨우 넘겼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대의원 92명 중 48명이 집행부 총사퇴에 서명했고, 탄핵발의안 현장서명에 과반수 조합원이 서명했다. 5월 17~18일 진행된 집행부 탄핵 찬반투표에서 찬성은 48.8%였다. 무당파 대의원과 일부 현장조직은 탄핵해도 대안세력이 없다는 이유로 탄핵 부결운동에 나섰다. 비록 탄핵 가결은 되지 않았지만 이번 해외매각과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노사특별합의서, 임단협 합의서에 대한 규약을 어기면서 직권조인하다시피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노사특별합의서 무효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투쟁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쉴 틈 없이 자본의 공격이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보한다고 노동자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기간에 수많은 양보를 했지만 회사는 정상화되자마자 노동자에게 더 많은 양보를 요구했다. 

 

이제 진정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노사민정 대타협은 노동자투쟁에 족쇄를 채우고 노동자에게 비참한 패배를 강요하는 협박일 뿐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의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아 자본의 배를 채우려는 노림수다. 노사민정 대타협과 광주형 일자리에 속지 말자. 자본과 정부의 책임을 정면으로 물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대담한 단결투쟁을 조직하자.

 

문재인 정부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본가정부다. 한국GM, STX, 성동조선에서 자본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하면서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금호타이에서는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빠르게 노동자의 투쟁대열과 투쟁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또 다른 비참한 패배를 막을 수 있고, 자본의 이윤보다 천만 배 소중한 노동자 생존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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