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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파 지상중계] 제1회 '부동산투기 때려잡기' | 3부 '사상 최대 금융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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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 조회 17,784회 2021-07-0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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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슈파 지상중계 1회 ‘부동산투기 때려잡기’, 3부 ‘사상 최대 금융투기’ 편이다. 유튜브 ‘가자! 노동해방’에 채널에 게시된 3부 영상은 <여기>에서 시청할 수 있다. 이미지가 많아 모바일 기기로 기사를 열람하는 경우 이미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새로고침' 또는 '다시보기' 메뉴를 이용하면 된다. 


금융투기는 금융화라는 더 큰 그림의 일부입니다. 그럼 금융화가 뭘까요? 간단히 말해서, 자본가들이 착취를 통한 이윤확보와 별도로 금융수탈에도 몰두하는 것입니다. 

 

금융화의 흐름 속에서 자본가들은 부동산투기나 주식투기 같은 금융투기를 광범하게 일으킵니다. 그에 따라 거대한 금융거품이 조성되지요. 그런데 이렇게 거대한 금융거품이 조성되는 과정은 동시에 빈부격차가 아주 극대화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금융자산 가격이 폭등한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부를 노동자민중에게서 수탈해 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실물경제와 괴리된 금융거품은 필연적으로 터집니다. 금융거품의 파열은 수많은 금융기관을 파산위기로 내몰고요. 결국 공황을 불러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탄으로 내모는 것이지요.

 

그런데 금융화로 거의 사망할 뻔했던 자본주의가 달리 살아남을 방도가 없어 더 거대한 금융화로 무작정 달려 나가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자본주의가 자신의 운명뿐만 아니라 인류의 운명까지 송두리째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는 거죠.

 

결론부터 압축해서 말씀드렸는데요, 차근차근 풀어서 다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 착취와 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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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착취와 수탈이라는 개념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착취가 다른 이에게 노동을 시키면서 그 성과물을 빼앗는 것이라면, 수탈은 그냥 다른 이의 소유물을 빼앗는 겁니다.

 

착취의 전형적 형태는 자본가가 노동자의 잉여노동, 즉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겁니다. 수탈의 전형적 형태는 조폭의 강탈, 식민지 약탈, 금융수탈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착취에는 노동의 지속성을 보장해야 하는 한계선이 내재해 있습니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해서는 일단 노동자가 먹고 살 수는 있게 해줘야 하는 거죠.

 

반면 수탈에는 그런 한계선이 없습니다. 수탈은 무제한적 속성을 갖기 때문에 종종 피수탈자를 완전히 파멸시키곤 합니다. 그런데 피수탈자가 파멸하면 더 이상 수탈이 불가능해진 수탈자 또한 파멸하고 맙니다. 그래서 수탈은 피수탈자와 수탈자 모두를 파멸로 내모는 속성이 있습니다.

 

<2> 자본주의 초창기 영국과 스페인의 운명

 

자본주의 초창기 영국과 스페인의 엇갈린 운명은 착취와 수탈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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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를 거치면서 먼저 세계의 패권을 쥔 나라는 스페인이었습니다. 스페인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을 식민지로 구축합니다.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되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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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페인은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선주민을 철저히 약탈하고 학살했습니다. 스페인은 16세기에서 17세기까지 라틴 아메리카에서 엄청난 양의 금과 은을 약탈했는데요.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요, 그 시절 스페인이 전 세계 총 금은 생산량의 80% 이상을 소유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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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라틴 아메리카를 약탈하는 동안 선주민 90%가 전쟁, 광산노동, 전염병 등으로 학살당했다고 하는데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몰살시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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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과 은으로 넘쳐나던 스페인은 얼마 못 가서 오히려 경제가 파탄 나고 맙니다. 금과 은이 넘쳐나니까 외국에서 다 수입을 하게 되면서 국내 산업화의 싹이 제거됐고요. 금과 은이 넘쳐나니까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습니다. 그런 가운데 라틴 아메리카에서 들여오던 은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약탈의 끝이죠. 은으로 돌아가던 스페인 경제도 결정적으로 몰락합니다. 한때 세계를 지배하던 스페인은 급격히 유럽의 후진국으로 밀려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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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스페인의 뒤를 이어 패권국가로 올라서는데요. 그 중심에는 면직물공업을 비롯한 산업혁명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착취에 집중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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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식민지 경영도 스페인처럼 약탈에만 집중하지 않고 원료공급과 상품판매 기지로 식민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물론 영국 또한 식민지에서 엄청난 약탈을 자행했지만, 착취를 중심에 두고 그렇게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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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국은 이른바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하면서 초창기 자본주의를 지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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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이런 길을 가는 데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상가는 아담 스미스였습니다. 아담 스미스는 1776년 국부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국가의 부란 금·은이 아니라 노동으로 만들어낸 모든 생산물이다.”

 

아담 스미스는 금은을 늘리는 데 신경 쓰지 말고 더 많은 노동생산물을 만드는 데 집중하라고 했습니다. 그건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 것이었지만, 자본가들에게 금은을 얻기 위한 수탈에 빠지지 말고 노동자의 노동을 조직해서 그 성과물을 착취하라는 가르침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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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국을 중심으로 틀이 잡혀간 초창기 자본주의는 착취를 찬양하고 수탈을 경멸했습니다. 조금 다르게 표현해 보자면 근면 성실을 찬양하고 불로소득을 경멸했습니다.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에서 진보적 역할을 수행하던 시절이었죠.

 

<3> 식민지 약탈과 금융수탈

 

하지만 이후 자본주의 역사에서 수탈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첫째, 자본가들의 끝없는 탐욕 때문입니다. 착취만으로는 자본가들의 탐욕을 다 채울 수 없었고요. 자본가들은 기회만 있다면 착취와 수탈을 병행하고자 했습니다.

 

둘째, 자본주의가 전개될수록 착취의 결과가 부실해졌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경향을 역사적으로 보여왔습니다. 이것은 일찍이 마르크스가 예견한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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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steban Ezequiel Maito, 2014, The historical transience of capital

 

이 표는 아르헨티나의 에스떼반 에쎄끼엘 마이또라는 분이 1869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웨덴, 네덜란드 여섯 개 나라의 이윤율 평균치를 실제로 계산한 겁니다. 이걸 보면 1870년 무렵 40%대에서 출발했던 이윤율이 하락을 거듭해서 2010년 무렵에는 10%대까지 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윤율이 꾸준히 하락하다 보니, 자본가들은 착취가 이전보다 원활하지 않을 때마다 수탈로 이를 보충하고자 했습니다. 때로는 본말이 전도돼서 수탈이 착취보다 우위에 서기도 했고요.

 

그러면 자본주의 역사를 거치면서 수탈은 주로 어떤 형태로 이뤄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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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식민지를 약탈하는 게 수탈의 주된 형태였습니다.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식민지를 점령하고 경쟁적인 약탈에 나섰습니다. 물론 강대국들은 식민지에 상당한 자본을 투입하면서 착취를 위해 활용하기도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식민지배에는 늘 약탈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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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약탈은 식민지 노동자민중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겼고 분노를 불러일으켰죠. 그러다가 1917년 러시아혁명을 계기로 전 세계 식민지에 민족해방운동이 거센 들불처럼 번져 나갔고, 결국 2차 대전 이후 속속 독립을 실현하게 됩니다. 수탈의 주된 형태로 기능했던 식민지 약탈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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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약탈에 문제가 생기자 자본가들은 수탈의 주된 형태를 금융수탈로 바꿉니다. 금융수탈은 두 가지 방식을 취하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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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부동산 같은 자산을 빌려주고 그 사용료를 뜯어내는 방식입니다. 임대료에 의한 수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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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부동산을 비롯한 금융자산의 가격을 왕창 끌어올려 자산소유자들에게 부를 대폭 이전시키는 방식입니다. 부동산투기를 비롯한 금융투기에 의한 수탈이죠.

 

금융수탈의 중심은 금융투기입니다. 자산가격이 폭등할 때 임대료도 덩달아 폭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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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융투기는 수탈이 갖는 파멸적 성격을 폭발적으로 드러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금융투기는 거대한 금융거품을 조성하고 빈부격차를 극대화합니다. 결국 금융투기가 만들어 낸 광란의 시대는 충격적인 공황과 함께 막을 내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탄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4> 1930년대 대공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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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역사에서 금융투기의 충격적인 결과가 처음으로 전 세계를 뒤흔든 사건은 1929년에 일어났습니다. 19291029일 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갑자기 대폭락했는데요. 이때부터 1932년 여름까지 하락을 거듭합니다. 결국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3년 사이에 386에서 41까지 떨어졌는데요, 거의 10분의 1로 쪼그라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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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대공황으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파탄 났는데요. 1930년대 대공황은 지금까지 자본주의 역사에서 최악의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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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에서 1932년 사이에 산업생산이 미국 46%, 독일 41%, 세계 38% 후퇴했습니다. 무역은 더 심한데요. 미국 70%, 독일 61%, 세계 66% 후퇴했습니다. 실업률도 엄청나게 치솟았는데요. 미국 25%, 독일 35%, 영국 22%의 최대 실업률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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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29년 대폭락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주가가 끝없이 올라가니까 그냥 거기에 취해서 모든 것이 너무 잘 나간다고만 생각했죠. 실제로는 이미 경제가 엉망이 돼 있었는데, 주식시장 거품 때문에 못 본 거죠. 나중에 미국 사람들은 이 시기를 광란의 1920년대라고 부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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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기의 파멸적 귀결을 확인하게 되자,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을 수습하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 상당한 규제를 도입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금지인데요. 간단히 말해서 예금을 취급하는 상업은행이 주식투자에 관여할 수 없게 만든 것이죠. 그리고 이런 규제는 1990년대 후반까지 60년 이상 계속됐습니다.

 

<5>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금융화

 

자본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한 대량파괴, 대량학살에 힘입어 간신히 대공황을 탈출하고 한동안 호시절을 보냅니다. 그러나 다시 1970년대에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게 되는데요. 그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 전반의 이윤율 하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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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경제위기를 수습하면서 자본가들이 들고 나온 게 이른바 신자유주의였죠. 노동유연화, 사유화, 규제완화, 자본가감세. 1980년대 이후 전 세계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공격해 이윤을 만회하는 신자유주의 공세를 전면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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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ichael Roberts, 2015, A world rate of profit (G20)

 

한마디로 세계적인 수준에서 착취를 강화하는 것이었는데요. 신자유주의는 이윤율 회복에 일정한 효과가 있었지만 이내 한계에 봉착합니다. 신자유주의 자체에 내장된 모순 때문인데요.

 

개별 기업 단위에서 자본가가 노동자를 공격해서 이윤을 늘릴수록, 사회 전체적으로는 노동자의 구매력이 떨어져서 생산과 소비의 간격이 더 벌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상품이 안 팔리니까 전체 자본가의 이윤은 오히려 줄어들게 돼 있었던 거죠.

 

자본가들은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화와 금융화를 추가로 들고 나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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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고 고분고분한 노동자를 찾아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공장을 이동시키는 생산의 세계화, 국가 간 무역장벽을 제거해 세계를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통합시키는 시장의 세계화. 세계화는 신자유주의 공세와 결합해서 자본가들이 착취를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줍니다.

 

그러나 체제 전반의 이윤율이 워낙 낮아졌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늘린 이윤만으로는 자본가들의 탐욕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금융화를 함께 추진하게 된 거죠. 착취를 통한 이윤확보와 별도로 자본가들이 금융수탈에도 몰두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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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금융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1930년대 대공황 때 도입했던 금융규제를 1999년에 확 풀어버리는데요. 대표적으로 상업은행과 보험사, 투자은행 사이의 겸업금지 조항을 없애 버립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이제 노동자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안전자산이어야 할 예금과 연금보험까지도 위험천만한 주식시장에 마구잡이로 투입할 수 있게 됐다는 거죠. 그만큼 주식시장은 맹렬히 타오를 수 있게 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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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미국 자본가들의 금융화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데요.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 지엠은 자회사 지맥을 통해서 금융투기에 나섰는데요. 매년 지맥이 금융투기를 해서 벌어들인 수익이, 자동차 천만대를 생산 판매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능가하게 됩니다. 그러자 지엠은 지맥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면서 소형차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멀쩡한 공장들을 폐쇄시켜 버리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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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omas Philippon, 2008, The Evolution of the US Financial Industry from 1860 to 2007

 

이 그래프는 미국 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데요. 1930년대 대공황 때 금융규제로 축소됐던 금융업의 비중이 1990년 쯤 회복됐고요, 이후 훨씬 더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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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acromon, 2011, America’s FIRE Economy

 

또 이 그래프는 미국 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하고 비교한 건데요. 과거에는 제조업이 금융업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지만, 1980년대에 역전됐고, 1990년대 이후 점점 거꾸로 격차가 벌어진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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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ttps://inequality.org/facts/income-inequality/


그런데 금융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금융화의 과정은 동시에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금융투기가 만들어내는 자산가격 상승, 즉 금융거품 때문에 부가 급격히 소수 부자들에게 이동하기 때문이죠.

 

이 그래프는 미국 전체 국민소득에서 상위 1%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금융화의 흐름과 연결해서 보여주는데요. 금융화가 진전될수록 상위 1%의 소득 비중도 함께 늘어난 것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금융화는 주식시장에서 먼저 불이 붙었는데요.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 IT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폭등했죠. 이른바 닷컴버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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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Thechartstore.com (1925년 이후 뉴욕증시 + 1985년 이후 나스닥)


이 그래프는 미국의 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을 보여주는데요. 닷컴버블이 이전에 비해 얼마나 큰 거품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929년 최고점보다도 두 배 이상 치솟았으니까요.

 

닷컴버블은 2000년에 터집니다. IT산업이 모여 있던 나스닥 시장의 주가가 대폭락하죠. 그러자 부동산시장으로 금융화의 불이 옮겨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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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hiller, Robert J., 2008, Subprime Solution: How Today's Global Financial Crisis Happened, and What to Do about It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미국 역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대규모로 묻지마 대출을 해주게 되죠.

 

No Income, No Job, no Assets. 소득이 없고, 직업이 없고, 재산이 없어도 집만 산다면 대출을 해주겠다, 이른바 닌자(NINJA) 대출입니다.

 

은행은 뭘 믿고 대출을 해줬을까요?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니까 집을 담보로 잡은 뒤에 압류해서 팔면 오히려 이득이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집값은 정점에 이른 뒤 폭락하기 시작했고, 은행들은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됩니다. 이른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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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부동산 거품마저 터지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거대 금융기관들이 파산 위기로 내몰리는데요. 대규모의 부동산 부실채권이 신종 파생상품이 되어 모든 금융기관 속으로 퍼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거대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파산 행렬을 이어가다가 마침내 한꺼번에 다 파산할 지경에 내몰린 것이 바로 20089월 미국발 금융위기였습니다.

 

<6> 2008년 금융위기와 대불황

 

2008년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사건이었습니다. 만일 가만 놔뒀다면, 다시 말해서 시장에 그냥 다 맡겨 놨다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기관이 모조리 파산하는 사태로 이어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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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면 정말 자본주의가 그 길로 끝장이 났겠죠. 결국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 각국의 국가가 전면적으로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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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RED 


먼저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서 금융기관을 살리고 경기부양에 나섰죠. 이 그래프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2008년 이후 5년 동안 가파르게 증가한 것을 보여주는데요.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을 위해 엄청난 재정을 투입한 결과였습니다.

 

지난해에도 미국 국가부채가 아주 가파르게 증가한 게 보이는데요. 아시다시피 코로나 때문이죠. 그건 이따가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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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RED 


다음으로 미국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내걸고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을 폅니다. 이 그래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은행간 콜금리를 보여주는데요. 은행들이 서로 단기자금을 융통할 때 적용하는 콜금리는 시장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죠.

 

1955년부터 2007년까지 콜금리 평균이 5.73%였고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은 4.18%였습니다. 그런데 2008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은 0.69%였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 또는 제로금리 정책이 과거하고 비교할 때 얼마나 예외적인 조치인가를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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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orld Bank


그렇게 해서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까지 12년이 흘렀는데요. 그 기간 동안 세계 경제는 미약한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2008년 이후 2019년까지 12년 동안 세계경제성장률 평균은 2.5%인데요, 이는 1961년부터 2007년까지 성장률 평균 3.7%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것입니다. 가까운 시기인 1995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을 잡더라도 3.4%니까 차이가 뚜렷하죠.

 

특히 주목할 점은 각국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재정을 투입하고 사상 유례 없는 초저금리 양적완화 정책을 폈는데도 이 정도 성장밖에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2008년 이후 12년은 한마디로 대불황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실물경제가 침체와 저성장에 갇힌 것과 달리, 금융시장은 대불황 시기에도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하자마자 금융투기가 다시 맹렬하게 전개됐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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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orld Bank / Bloomberg

 

이 그래프는 2003년 이후 최근까지 세계 주식 시가총액을 세계 총GDP와 비교한 겁니다. 2007년에 세계 총GDP를 넘어섰던 시가총액이 2008년에 아주 급격히 하락한 게 보이시죠? 하지만 이후 주식가격은 빠르게 회복됐고요. 2013년 말에 2007년 전고점을 넘어선 뒤에도 질주를 거듭했죠. 그리고 지난해 코로나 거품이 덧붙여지기 이전에 이미 2017년 말과 2019년 말에 세계 주식 시가총액이 세계 총GDP를 넘어서는 지점까지 솟구쳤었죠.

 

코로나 거품이 덧붙여지기 이전에 이미 세계 주식시장에 엄청난 거품이 조성된 건데요. 절대적 기준으로는 2007년보다 훨씬 더 큰 거품이고요, GDP와 비교하는 상대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2007년에 맞먹는 거품이 코로나 거품이 덧붙여지기 이전에 이미 세계 주식시장에 조성됐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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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RED

 

대불황 시기에 주식시장만 거대한 거품이 조성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부동산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특히 2008년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였던 미국 부동산시장에서조차 2008년 이전을 훨씬 넘어서는 엄청난 거품이 대불황 시기에 조성됐습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미국 부동산 가격은 20072월 정점에 이르렀다가 폭락을 시작했는데요. 그게 미국 역사에서 얼마나 예외적인 가격폭등이었는지 아까 그래프로 보셨죠? 그런데 20122월 바닥을 찍은 미국 부동산 가격은 다시 상승을 시작했고요. 201611월에 2007년 전고점을 넘어서고도 질주를 계속합니다.

 

2007년 이상의 부동산 거품이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건데요.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거품이 시작되기 이전에도 이미 2007년보다 훨씬 더 높은 지점까지 거품이 조성돼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2부에서 보았던 미국의 노숙자 대학생 문제가 바로 이런 완전히 미쳐버린 부동산 가격 폭등, 부동산투기의 결과였던 거죠.

 

그런데 이처럼 대불황 시기에 엄청난 금융거품이 조성된 데는 금융투기를 부추기고 지원하는 국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는데요. 나라마다 여러 가지 법과 제도가 작용했지만, 경제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가 핵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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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문제는 아까 살펴봤고요. 이 그래프는 양적완화와 주가흐름을 비교해서 보여줍니다. 양적완화라는 게 뭐냐면 중앙은행이 국채나 담보증권 같은 걸 은행들한테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현금을 푸는 건데요. 미국에서 1, 2, 3차에 걸쳐 총 4조 달러의 양적완화가 시행됐죠.

 

그런데 그래프를 보면 양적완화가 시행될 때마다 매번 주가가 쭉쭉 견인돼서 올라갔던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각국이 초저금리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는 건 말이죠, 간단히 말해서, 사실상 무이자나 다름없는 돈을 얼마든지 대줄 테니까, 그 돈으로 금융투기를 마음껏 펼치라고 경제정책을 폈다는 겁니다.

 

초저금리 양적완화가 실물경제는 살리지 못하고 금융거품만 키웠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맞는 얘기죠.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책이 실패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애초 의도대로 됐다라고 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초저금리와 양적완화가 금융거품만 키운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조건에서, 다시 말해 착취를 통해 얻는 이윤이 부실한 상황에서, 자본가들이 금융거품을 통한 금융수탈로 탐욕을 채우도록 도와준 것이죠. 그런 점에서 각국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할 때 목표로 내세웠던 경기부양, 사실은 금융투기부양을 뜻했다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7> 사상 최대의 코로나 거품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져서,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위기 국면을 만들어 냈는데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대공황으로 빠져드는 걸 막으려고 불과 몇 달 만에 대불황 12년 동안 퍼부은 금액에 맞먹는 엄청난 돈을 재정확장과 금융지원으로 퍼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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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MF

 

IMF가 올해 4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각국 정부의 재정확장이 약 10조 달러, 중앙은행의 금융지원이 약 6조 달러, 합쳐서 약 16조 달러를 썼는데요, 이게 세계 총GDP 대비 15.3%에 이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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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임금이 줄고 장사가 안 되는 사람들, 그러다 보니 심지어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돈을 얼마든지 써야죠. 문제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퍼부은 저 어마어마한 돈 가운데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는 돈이 과연 얼마나 될 거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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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부분이 자본가들을 구제하고 그들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건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바 아닙니까? 자본가들의 이윤이 줄어든 만큼 금융투기를 더 부채질하려고 막대한 금액을 퍼붓는 거고요. 대표적인 게 국채만이 아니라 회사채 그것도 투기등급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하는 확대된 양적완화가 이번에 등장한 거죠. 제로금리도 다시 등장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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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각국이 자본가들을 위해서 퍼부은 어마어마한 자금은 고스란히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서, 투기의 광풍을 불러일으키는 실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상 최대 규모의 코로나 거품이 조성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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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RED (전 산업 주가 총합산) 


이것은 미국의 주식 시가총액을 GDP하고 비교한 그래프인데요. GDP하고 비교하는 상대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2013년에 이미 2007년을 넘어섰고요. 2019년 말에 250%를 넘어설 정도로 솟구쳤다가, 코로나 거품이 덧붙은 2020년 말에는 무려 300%까지 넘어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년에는 이보다 더 솟구치고 있는 상황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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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예탁결제원 / 국가통계포털


이 그래프는 한국의 주식 시가총액을 GDP하고 비교한 건데요.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2020년에 GDP 대비 30% 이상 시가총액이 늘어날 정도로 코로나 거품이 크게 덧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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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 각국의 부동산 가격도 엄청나게 폭등했는데요. 미국에서는 코로나 시기 집값 상승률이 2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요. 독일에서는 이전 3~4년 동안 5~60% 올랐던 집값이 코로나 시기에만 3~40% 상승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도 코로나 시기 서너 달 만에 그전 5년치 집값이 상승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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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전 세계에서 치솟는 집값 때문에 패닉바잉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는데요.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게 지금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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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코로나 시기는 전 세계 실물경제가 심각하게 후퇴한 시간 아닙니까? 그런 상황에서 자산가격만 저렇게 부풀어 올랐으니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거품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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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은 꺼져봐야 거품인 걸 안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런데 사상 최대로 부풀어 오른 이번 코로나 거품은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너무 엄청나서 자본가들조차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 코로나 거품에 이르기까지 금융투기의 역사를 압축해서 살펴봤는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까요? 대불황 시기에 쌓아 올린 엄청난 거품에다가 코로나 거품까지 덧붙어 사상 최대 규모로 부풀어 오른 이 어마어마한 금융거품은 어떻게 될까요?

 

금융거품이야 머지않아 필연적으로 터지겠죠? 그건 분명한데요, 그럼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리고 우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어지는 4부에서 앞으로의 사태를 전망하고 결론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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