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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박’은 노동자에게도 대박일까? - 남북경협 재개 이후 다가올 노동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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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현대차 아산공장 노동자 조회 6,093회 2018-05-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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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노컷뉴스


불과 몇 년 전 박근혜가 ‘통일대박’을 내세울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것의 실현 가능성에 많은 물음표를 던졌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개성공단은 폐쇄됐고, 남북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그런데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기점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이후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협상의 세부내용을 둘러싸고 지배자들 간의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이다. 예컨대 최근 북한의 남북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 통보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한반도 정세가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경색됐지만, 향후 추진될 정치, 외교, 군사 분야 협력은 물론 무엇보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장밋빛 환상에 손을 뻗는 노동자들


아이러니하지만 박근혜의 통일대박론은 문재인 정부에서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자본가계급이다. 경총, 대한상의 등 자본가단체와 각종 연구기관들은 남북경협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다. 철도, 전력, 전기, 시멘트 등 소위 남북경협주는 벌써부터 호황을 누린다. 


물론 일각에서는 북한의 부족한 인프라, 막대한 자금 조달문제 때문에 남북경협에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포화상태인 과잉자본과 지속적인 이윤율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다수 자본가들에게 남북경협은 현재의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손경식 경총회장은 “남북경협 재개를 저성장, 고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경의선, 동해선 등 철도복원사업이 최우선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철도 노동자의 관심은 조금 더 각별하다. 최근 여러 언론에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는 현직 철도 기관사인 박흥수 조합원은 5월 10일자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평화와 공존, 번영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을 극찬했다. 


그는 “남북 철도 연결은 한국의 철도산업을 발전시키는 전기가 된다”며, “수주량 부족으로 정체 상태에 빠진 철도차량제작 분야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는 경원선 복원을 목표로 침목을 마련하기 위한 1만 원 모금행사를 열었는데, 조합원 1,400명 전원이 기금을 납부했다. 자본가들의 ‘번영’ 프로그램에 노동자들이 발 벗고 나선 격인데,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평화가 밥이고 일자리”라며 이런 모금행사에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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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벌어진 ‘1인 1만원 1백만원 모집’ 서명운동(사진_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


청년실업, 비정규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남북경협을 계기로 경제가 살아난다면 노동자의 삶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 듯하다. 남북경협은 과연 자본가와 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번영’을 가져다줄까?


자본가에겐 장밋빛, 노동자에겐…


남북경협에 기대를 거는 노동자의 이런 희망과는 정반대로, 자본가계급의 계획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이윤논리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향후 남북경협을 전망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례를 다룬 아래의 기사는 자본가계급의 의중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준다. 


“베트남이 삼성전자의 생산기지가 된 이유는 비교적 가까운 데다가 시차가 거의 없어 한국 본사와 업무하는 데 용이하고,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공산당 1당 독재다 보니 노사분규를 국가가 막아 준다는 점이 기업으로선 매력적으로 볼 수 있다.”(5월 8일자 <비즈한국>)


얼마 전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북한 노동자를 이를 테면 “노조 없는  대한민국 노동력”이라고 칭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래전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 LG 자본은 투자의 최우선 조건으로 노동자의 단결투쟁 무력화를 꼽았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한국 자본가들에게도 안성맞춤인 것이다. 게다가 지리적, 언어적 이점 외에 인건비도 더 낮기 때문에, 베트남에 비해서도 더 이상적인 투자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한국 자본가들이 북한으로 생산기지 일부를 옮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고용불안에 직면하게 된다. 


정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산업현장 인력난이 한층 심화되는 상황에서 질 좋은 북한 노동력은 중소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서 이재원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현재 산업현장 인력수요가 110만 명 정도인데 이중 50%인 55만 명의 북한 근로자만이라도 채용한다면 인력수급이 원활해질 것”이라며 “55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연간 3,000만 원 연봉을 받고 이중 2,000만 원을 고향으로 송금할 경우 연간 100억 달러 정도가 북한에 들어가는 만큼 현지 경제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연봉 4,000만 원짜리 정규직)를 추진하면서 노동자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재촉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추가로 필요한 산업현장 일자리를 연봉 3,000만 원짜리로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7,530원 인상안조차 격렬하게 반대한 중소기업 자본가들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과연 이 정도 연봉이라도 지급할지는 의문이다. 만약 이런 일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억제되면서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 압박이 거세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장밋빛보다 붉은 노동자 단결투쟁의 전망


번영을 약속한 판문점 선언의 화려한 미사여구 이면에는 이렇게 소름끼칠 정도로 악랄한 지배계급의 착취강화 계획이 숨어 있다. 마치 개별사업장에서 자본가들이 입으로는 노사상생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슬그머니 임금 동결,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 확대를 추진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다. 노사상생은 언제나 노동자의 희생과 자본가의 번영을 뜻했다.


남북경협이 낳을 ‘번영’도 마찬가지 아닐까. 자본가들, 지배자들은 벌써부터 계산서를 뽑아들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처지는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 압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 노동자들이 저들의 번영을 위한 인간재료로 소모될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운동이 그런 지배계급의 하향평준화 계획에 환상을 품고 자본가들과 나란히 서서 번영을 합창할 순 없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남북 노동자 민중을 기만하고, 억압하며, 착취해 온 지배자들의 동맹으로는 결코 평화와 번영을 이룰 수 없다. 노동자가 저 지배자동맹의 하위파트너를 자처하는 건 스스로 노리개가 되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와 번영은 남북 노동자계급의 단결에 의해서만 시작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정치, 사회, 경제적 사건들에 대해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남북한 자유왕래를 통한 남북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촉진하는 것이다. 아울러 사실상 완전한 무권리 상태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지배자들이 강요하는 노동자의 분열과 경쟁논리를 깨는 데, 그리고 한국 노동자들의 권리를 사수하는 데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노조 결성과 집회, 언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남북 노동자의 단결투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한반도에서 다가올 미래가 자본가들의 천국이 될지, 노동자계급의 해방세상이 될지는 오직 계급투쟁의 결과에 달려 있다. 이 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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