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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지부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보여주는 것 - 비판을 넘어 행동하는 대안만이 희망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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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관 조회 5,331회 2018-05-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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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윤율을 높이며 정기선 3대 경영세습 여건을 조성하려는 자본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인력구조조정은 마치 망나니가 휘두르는 칼과 같다. 지난 4월 자본가 망나니들은 노동자들을 향해 칼바람을 일으켰다. 조기정년퇴직과 희망퇴직을 가장한 정리해고 칼날을 맞고 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속절없이 조선소를 떠났다.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단결투쟁으로 망나니들이 휘두르는 피 묻는 칼을 동강내지 않는 한, 자본의 칼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력구조조정 칼바람에 맞선 쟁의행위 찬반투표

 

현대중공업 자본은 20171229일 기본급 동결, 상여금 25% 월할, 유휴인력에 대한 직무교육과 유급휴직 등을 관철시켰다. 201815일에는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에서 현대중공업과 동일하게 단체협약을 개악했다.

 

4월 한 달 동안 3,000여 명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겠다며 조기정년퇴직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인력구조조정 칼바람이 휘몰아치던 420일 자본은 기본급 동결, 경영정상화 시까지 기본급 20% 반납, 단체협약 32개 조항 개악을 제시했다.

 

이런 엄혹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지부는 424~2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427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재적 12,122명 중 6,917(재적 대비 57%)이 투표했고, 6,266(90.6%, 재적 대비 51.7%)가 파업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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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지난 3년 투쟁에서 누적된 산물

 

2018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나타난 특징은 과거에 비해 재적 대비 기권율(43%)이 높다는 점과 찬성률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민주노조가 들어선 후 2014년에 치러진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비교해 볼 때, 2018년 쟁의행위에 찬성한 조합원이 약 4천여 명 줄어들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른 요인들이 있겠지만, 주요한 이유는 지난 3년간 추진된 인력구조조정으로 조선소에서 쫓겨난 인원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2016년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10,115(66%)이 투표에 참가해 재적 대비 9,189(59.9%)이 찬성했다. 그런데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8.2% 떨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떤 조합원들은 어용세력이 조직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보이콧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좀 더 진정성 있는 자세로 살펴보면, 2017년 임금과 단체협약, 2018년 조기정년퇴직과 희망퇴직 공격, 임금과 단체협약 개악 등 지부 집행부의 무기력한 대응에 절망한 조합원들의 불신과 패배주의가 작동했다고 분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여기서 조합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사측의 강요는 없었다. 조합원들의 판단이다. 파업에 반대하는 정서도 있을 것이다. 2016~17년 임금과 단체협약 결과로 나타난 집행부에 대한 실망감이다. 부결 이후 잠정합의안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찬성한 조합원들도 많이 있다.”

 

현장에서는 대부분 투표에 참여했다고 본다. 찬성률이 높은 이유는 사무직 중 일부가 희망퇴직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사무직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있는 부서에서는 거의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과반을 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50대 후반은 반대표를 던졌다. 희망퇴직했는데 업체 3년 계약을 보장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안 한 것 같다. 20~30대 후반은 상여금 분할에 형님들이 찬성했다고 형님들 당해보라면서 투표 안 한 조합원들도 있다. 40대가 투표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20~30대처럼 이직이 가능하지 않고, 50대처럼 희망퇴직도 할 수 없어서 일단 지부장 믿어보고 해보자며 투표했다.”

 

이번 투표결과에 대해 조합원들은 다양한 분석과 판단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현대중공업지부의 투쟁전망 부재, 조합원의 단결이완 등으로 조합원들의 자신감과 투지를 갉아먹어 온 게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이것은 몇 차례 진행된 현대중공업 앞 연대집회 조합원 참여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연대한 노동자들은 중공업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하는데 조합원들이 퇴근하고 참여하지 않는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깊이 새겨볼 얘기다.

 

현대중공업 한 조합원은 집회 참여도가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하며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노조가 힘이 없어서 회사 편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눈치를 보고 있다. 대의원이 됐을 때 나의 경험으로 보면, 부서장이 현장에 감시하러 왔을 때 현장에서 나가라고 싸움을 한 적이 있다. 그 이후 조합원들의 집회 참여도가 매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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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민주노총 울산본부

 

희망은 사라진 것일까?

 

과연 현대중공업 현장을 휘감고 있는 문제가 무엇일까? 바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전망 부재다. 기나긴 인력구조조정 터널을 지나면서 노동자들은 앞이 보이지 않아 고통스럽다. 무너진 현장의 단결력을 복원, 강화하고 조합원들이 자신감 있게 싸울 수 있는 투쟁전망을 세우는 게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아직 절망하기엔 이르다. 2018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6,266(51%)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물론 찬성표가 곧바로 행동과 직결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6,000명 넘는 조합원들이 자본의 인력구조조정을 막는 대안을 단결투쟁과 파업에서 찾으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조합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지부가 소극적이다. 대의원들도 공부하지 않고 적극적이지 않다. 어떤 간부는 핵심사업부를 장악해 파업하는 방향으로 파업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걸 얘기한 적이 있다.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지부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서는 거다. 조합원들은 지부장이 행동할 때 지지할 거고 참여하겠다고 한다. 대안은 지부에서 만들어야 한다. 대의원 몇 명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실제 지부에 올라가서 얘기해도 수용하지 않는다. 지부를 비판하면 어용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뭔가 해보려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한다. 지부 앞에 500, 1,000명 모여서 항의하고 투쟁하자고 호소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지부의 희생이 필요하다. 지부장이 책임지겠다, 빵에 가겠다고 말만 한다. 우리는 특성상 희망퇴직 칼이 강하게 들어왔다. 싸워야 한다고 하면 조합원들은 희망퇴직 안 쓴다. 조합원들은 싸우라고 대의원 뽑아줬는데, 안 싸운다는 불만도 있다. 그런데 대의원들이 지부에 실망해 손 놓고 있다. 찬반투표 등 중요한 시기에 대의원과 소위원이 활동을 안 하려고 한다.”

 

나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선배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정규직이 결의해 끝까지 가는 거다. 오랜 기간 파업하면 결국 하청 노동자가 일을 해도 공장은 설 수밖에 없다. 하청들의 항의도 있을 것인데, 또 하나가 필요하다. 11노조 건설이다. 물론 오래 걸릴 거다. 당장 하청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규직들이 노조로 단결해 함께 싸우자고 호소하며 조직화까지 이어간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도부 비판을 넘어서 행동하는 대안으로 전진해야

 

이처럼 조합원들은 저마다 투쟁의 전망과 대안을 갖고 있다. 아마도 조합원 숫자만큼 기발한 의견도 많을 것이다. 지금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물들이고 있는 건 현장에 동력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냐”, “현장은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자본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장 활동가와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구속을 각오하고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조합원들이 싸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 적극적인 활동가들은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세워보려고 발로 뛰지만, 조합원들을 정문 앞 집회에 조직하기도 힘들어 고통 받고 있다. 이 정도 상황이면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도부에서 대의원까지, 소위원에서 현장 조합원까지 모두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모두가 미궁에 빠진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소리친들, ‘지도부가 투쟁을 결단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들 투쟁의 전망과 대안은 솟아나지 않는다. 노조 간부와 현장 조합원들은 서로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서로가 책임을 전가하는 삭막한 분위기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지금 현대중공업투쟁은 바닥을 찍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이 퍼부어지는 무차별 공격으로 조합원들의 분노와 고통이 마음 속 깊이 축적된 상황에서는, 아무리 작은 저항이라도 결연하게 진행되면 투쟁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작은 투쟁의 흐름을 보다 넓게 현장 곳곳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면, 투쟁의 활로가 열릴 수 있다. 먼저 실천하는 현장 활동가의 피땀으로 조합원들의 투지를 되살려 저항을 만드는 과정에서 투쟁의 전망과 대안은 자라날 것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노동자들의 강력한 단결투쟁과 파업으로 자본을 굴복시켜 모두의 생존권과 민주노조를 사수하고자 한다면, 전투적 현장 활동가들의 분투가 필수적이다. 역사가 거듭 증명하듯, ‘세상의 모든 변화는 소수의 노력과 투쟁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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