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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하후상박 원칙의 핵심 - 미조직 조직화와 계급적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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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승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 조회 7,123회 2018-05-0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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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마지막 날 월차를 쓰고, 서울에서 개최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과 연대임금 실현이라는 토론회에 참석했다. 노사정위(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최하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과 기아차지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하는 토론회라 꼭 가보고 싶었다. 관에서 하는 토론회인데도 아는 사람들이 많아 시민단체 토론회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친밀했던 4시간의 토론을 보며 느꼈던 하후상박 연대임금의 고민을 적어보고자 한다.

 

하후상박은 언제나 올바를까?

 

금속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제조업 연계사슬 최상위 3개사(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와 그 외 사업장을 1군과 2군으로 구분하고 임금인상 요구에 차이를 뒀다. 1군은 그 차액만큼을 도급단가에 보장하기 위한 투쟁도 책임져야 한다.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임금격차를 민주노조가 앞장서 개선하기 위해 하후상박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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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후상박(下厚上薄)아랫사람에게 후하고 윗사람에게 박한 일을 말한다. , 저임금 노동자는 많이 올리고, 고임금 노동자는 적게(?) 올리자는 취지다. 하지만 하후상박이 전체 노동자계급에게 재앙이 아닌 임금정책의 원칙이 되려면 전체 노동분배율()이 늘어 상향평준화될 때 만이다. 그래야 일부 노동자들만 적용받던 정상 임금수준이 보편화돼, 상향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하후상박 연대임금?

 

금속노조는 2018년 투쟁방침에서 기업별로 임금격차가 심하게 벌어져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당장 하후상박 임금인상을 실현하기는 어려우며, 통일요구에 따라 산별임금체계를 만들어가는 것과 함께 몇 년에 걸쳐 상향평준화를 이루어가는 목표 하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금속노조 임금인상 요구를 내용적으로 해석하면 금속노조 전 사업장 7.4% 인상이다. 이 중 1(기아, 지엠, 현대)5.3%를 올리고, 2.1%부품사 및 비정규직 노동자 임률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인상률 차이가 이뤄지려면 기준점이 되는 1군 교섭이 먼저 마무리되거나, 또는 1군 합의의 최소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1군 외 사업장이 가이드라인 기준에서 2.1% 이상의 임금 타결을 쟁취해야 한다. 하지만 그간 임단투의 경험은 2군의 요구안 쟁취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현대차 임단투가 마무리돼야 계열사를 비롯한 주요 사업장 임단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와 같은 재벌 대기업을 전면에 내세워 고임금론을 확산하고, 정부 차원의 임금동결 정책을 현대차그룹 가이드라인으로 변형 적용시키며, 현대자동차 타결액이 100이라면, 중소기업 80, 비정규직 70으로 임금격차는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조합도 없는 90%의 전 산업 노동자들에게 전개되고 있음.(2018430, 현대차지부장 하부영, <하도급거래 질서 확립과 연대임금 실현>)

 

현실에서 기아차도 현대차보다 높은 임금인상 타결을 할 수 없는데, 현대차 타결 이후 부품사에서 현대차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금타결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자본의 강요로 부품사 임단투를 먼저 마무리 짓고, 방침에 따라 완성차 지부가 낮은 인상률로 타결할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구체적 투쟁계획, 즉 투쟁력이 높은 노조들이 앞에서 치고 나가면서 미조직이나 투쟁력이 낮은 노조들을 견인해 상향평준화를 이뤄 나가는 투쟁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1군과 2군의 임금인상 요구를 차등 확정한 것은 전체 자본의 총 인건비 증가율을 낮추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자본과 정권이 이미 위축된 금속노조를 향해 정규직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오류를 반복하는 금속노조

 

현재 금속노조 중앙교섭은 재벌 자본이 빠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교섭에 참여했던 주요 자본(1차 밴드 주요기업)을 강제할 힘도 상실하면서 산업 전체의 대표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금속노조 조직력이 약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다단계 착취구조를 강화하지 못하면 경쟁성을 상실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취약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기업 간 임금격차 발생의 근본이유와 해결방안에는 침묵하며, 과거 묻지마 산별노조 전환과 같이 산별협상과 산별임금체계라는 형식만능주의를 또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과정 없는 형식만능주의는 과거 역사가 증명했듯 투쟁력과 교섭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지금의 기업별 임금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노사와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별임금체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것은 우선 우리 사회 양극화와 노동자계급의 격차가 심각할 뿐 아니라 기업별 임금체계조차 자본에 의해 각개격파되고 있기 때문임.(2018312, <금속노조 2018년 투쟁방침>)

 

더 기가 막힌 것은, 자본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를 완성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얼마나 자본과 타협적 관계를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자본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투쟁으로 돌파해 왔던 금속노조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양보를 통한 제도인정이 갖는 폐해가 무엇인지 확인해 왔기 때문이다.

 

한편 재벌 대기업 사용자는 어차피 중앙교섭이든 노사공동위든 거부할 것이므로 오히려 정부에게 산별교섭 법제화를 요구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음. 하지만 정부로서도 민간자본을 강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 스스로 노사관계를 얼마나 진전시키느냐가 관건.(2018312, <금속노조 2018년 투쟁방침>)

 

결론적으로 금속노조 연대임금은 그 취지와 무관하게 전체 노동자의 상향평준화보다 하향평준화를 낳고, 오히려 자본가는 독점이 강화돼 경쟁력을 회복하고 이윤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중앙교섭도 체결하지 못했고, 다른 무엇보다 자본을 압박하는 투쟁력을 키우지도 못한 채 산별협약과 산별임금체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더 많은 양보를 수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노총이 민주노총, 전교조 합법화와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시간제, 파견법을 맞교환했듯이.

 

하후상박 요구(설계)로 임금격차 해소될까?

 

현실이 이러한데도 정권과 언론 그리고 일부 자본은 금속노조 하후상박 임금요구를 칭송한다. 노동조합의 새로운 변화로 자동차산업의 새 길을 열었다고 한다. 이들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대임금의 장밋빛 환상은 노동조합의 전폭적인 양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자본주의의 취약성이라는 현실의 벽에 좌초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선임연구원은 대기업 노조 양보론을 노골적으로 제기했다.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투쟁의 낙수효과가 사라진 현실에서, 노동분배율(총액임금)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연대임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대공장은 물가상승분인 3%, 1차 밴드 6%, 2차 밴드 10% 인상해, 향후 10년 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100:80:60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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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이미 대공장 노동자까지 총액임금이 줄고 있고, 중소영세사업장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양보로 한국 자본주의가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자본과 정권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법제화했음에도 휴일근무할증 중복적용을 폐기했고, 최저임금을 16.4% 올리고 최저임금 산입 수당을 확대하려 한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지불능력이 없는 자본이 줄도산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취약성으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사회적 대화의 핵심이 총액임금 수준에서 임금동결 또는 삭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인 상황에서, 정부와 자본에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으로 하후상박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금속노조의 과제여야 한다.

 

상향평준화되는 하후상박을 위하여

 

더 확장된 총액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배치하지 않은 채 형식적 요구안, 양보교섭을 전제로 한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를 성과물로 포장하려 한다면, 2018년 임금인상투쟁에서 대기업 노조의 고립은 더 강화될 것이다. 경제위기 시기에 안일한 연대임금 제기로 예년보다 더 낮은 수준의 대공장 타결, 그보다 더 낮은 1차 하청 임금, 형편없는 2차 하청 임금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지부는 당면한 고립과 분할지배의 벽을 돌파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주체로서 노동조합의 위상 복원, 강화 연대임금 실현을 위한 정권과 자본의 호응 및 법제도 개선 노력 추동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지향하는 산별 임금체계 완성 등으로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민주노조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하후상박 연대임금 쟁취를 주장했다.

 

맞다. 이러한 취지의 하후상박 원칙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실현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노조가입 여부보다 사업체 내 노조 유무가 임금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노조가 합의하면 비조합원도 동일한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도 1987~2016년에 걸쳐 노조가 임금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 지난 30년 동안 노조의 임금평준화 효과가 미미한 시기는 2008~13년에 한정되며 최근 임금분배 개선효과가 회복되고 있고 노조의 임금효과는 중간 임금분위에서 가장 높고 2010년대 들어 노조 존재보다는 노조 가입이 임금분산을 줄이는 효과 사업체 간 임금분산을 줄이는 효과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사라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제대로 된 투쟁이 조직된다면 노동자의 피를 짜내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의 살을 도려내며 노동자의 상향평준화를 이룰 수 있다.

 

(1)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확대를 위해 금속노조가 앞장서야 한다

 

2007년 비정규직 개악법안 시행과 2010년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도입 등 노조탄압으로 노동조합 조직력이 약화된 것이 임금격차 확대의 주요원인이다. 반면 2011년부터 조직 노동자(조합원)가 확대되면서 최근 임금격차가 회복되고 있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은 복수노조로 노조 임단협의 보편적 효과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래프 1, 표 1 참조)

 

이는 민주노총 조합원 증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조합원 숫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촛불항쟁 전후 정규직 노동자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도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 노동조합 가입과 투쟁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결과 노동분배율(총액임금)이 확대, 개선되고 있다. (그래프 2, 표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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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속노조는 계급적 연대를 실현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이 대부분의 대공장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한 시점임을 상기한다면, 임금격차 원인을 기업별 노조체계가 아니라 산별노조 이후 오히려 계급적 연대의식이 약화되고, 대공장 중심으로 산별노조가 관료화되면서 조합주의 경향이 강화된 데에서 찾아야 한다.

 

아직까지 의결기관을 통하지 않아도 가능한 판매연대노조 가입은 승인되지 않았다. 이제는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가 위원장을 폭행하고, 금속노조 중앙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비판을 주저하고 있다. 또 한국지엠을 비롯한 구조조정 사업장에서 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 비정규직 해고에도 침묵하고 있다. 당연히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연대임금을 미적용하는 지회도 강제할 수 없다.

 

내부가 연대를 포기했는데, 연대임금 실현이 가능하겠는가? 금속노조 내부의 연대부터, 사업장 안팎의 연대부터 시작해서 전 계급적 연대로 확대할 때 상향평준화되는 연대임금 원칙이 만들어질 것이다.

 

(3)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에서 상향평준화를 위한 투쟁이 전개될 수 있게 강제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1군과 2군의 요구안 차이가 아니라 임금인상 묶음 요구로 제시한 최초 납품단가 보장, 일률적용 노사합동 조사 등을 현실화하기 위한 투쟁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현대차지부는 하후상박 연대임금 실현을 위해 <2018년 현대자동차지부 하후상박 연대임금 특별요구 방향>을 제출했다. 현대차지부와 같이 모든 단위사업장에 위와 같은 요구 제출을 강제하고, 각 사업장 투쟁기조로 확정하게 만들 때 상향평준화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4) 정치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하후상박이 상향평준화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관문이 되기 위해서는 착취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한계자본 퇴출 등)를 국가가 책임지게 만들어야 한다. 금속노조 협약을 보편적으로 적용받기 위해서는 협약에 대한 구속력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금속노조 소속 모든 사업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 또는 사내비정규직 하후상박 임금인상 관철 등의 요구를 1차적으로 배치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납품단가 보장을 위한 정치투쟁(공동투쟁기구 구성과 공동파업)을 전면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는 재벌(대자본)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치총파업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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