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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터뷰 | 미얀마항쟁의 전면에 나선 청년, 여성, 노동자 - ‘행동하는미얀마청년연대’ 활동가 슌레이으예이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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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홍희자, 오연홍 조회 3,959회 2021-06-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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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5개월차에 들어선 미얀마항쟁. 사망자는 840여 명에 이른다. 총칼을 앞세운 유혈진압으로 초기에 비해 시위 규모가 줄었지만, 지금도 대도시와 지방 곳곳에서 투쟁이 계속된다. 기층에서 싸우는 청년과 노동자들은 쿠데타 세력에 맞선 항쟁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국은 미얀마항쟁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 목소리가 가장 강하게 터져나온 나라이지만, 이번 투쟁의 배경과 성격에 대해선 여전히 시각 차이가 나타난다. 4월에 게재한 미얀마 이주 노동자 얀쩌모 씨와의 인터뷰에 이어서, ‘행동하는미얀마청년연대슌 씨와의 인터뷰를 게재한다. 미얀마 청년과 노동자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바라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인터뷰는 529일 이뤄졌다. 2회로 나눠 게재한다.

 

 1부 미얀마항쟁의 전면에 나선 청년, 여성, 노동자

 


이번 투쟁에서 다른 누구보다 청년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두드러진다. 그 배경이 무엇일까?

 

2010년대쯤부터 미얀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외로 유학 가는 게 쉬워지고 어떤 꿈을 꾸든 그걸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쿠데타가 일어난 순간부터 청년들은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됐다고 느꼈다.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아닐까.

 

1988년 등 과거에 투쟁을 거친 기성세대와 지금의 청년들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

 

88투쟁에도 당시의 청년학생들이 앞장섰다. 청년이 앞서 싸우는 건 언제나 같은 것 같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겁이 많아진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 40대가 넘으면 하고 싶은 걸 어느 정도 이룬 나이여서 목숨 걸고 싸우려는 생각을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성세대라고 다 그렇진 않다. 요즘 우리를 Z세대라고 하는데, 지금 Z세대만 싸우는 건 아니다. 여러 세대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다 함께 싸운다.

 

다른 게 있다면,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과거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겁이 없는 게 맞다. 민주주의의 맛을 조금 느끼며 살았고, 그래서 쿠데타를 용납할 순 없다고 결심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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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간에도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투쟁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할 수 있을까?

 

청년들이 다 재벌이 아니다. 대부분 노동자가 될 텐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1년을 잃어버린 데다 쿠데타까지 일어났다.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게끔, 그것만 바라고 있다.

 

예전엔 나도, 친구들도 정치에 크게 관심 없었다. 군부가 뭘 하는지 아예 신경 끄고 살았다. 예전에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이 있었는데 왜 하는지 관심이 없었고, 조용히 살 수 있는데 계속 싸우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쿠데타 일어나고 나서 정치에 관심 갖게 되고 군부가 어떤 짓을 하는지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됐다. 학생들 스스로 학생회를 건설하고, 학교를 다시 열겠다는 군부에 맞서 집에서만 공부하고 학교로 다시 안 가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CDM(시민불복종운동)을 계속 하고 있다. 서로 힘을 주고받으며 나아가는 모습이 나 스스로도 자랑스럽고, 마음이 불안하지만 좋았다.

 

미얀마 청년들은 주로 개인으로 투쟁에 참여하나? 아니면 학생회, 노동조합, 지역모임 같은 조직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가?

 

대학교마다 학생회가 열렸다. 졸업해야 하는 사람들이 학교 안 나가고 있었는데 누군가 한 명이 학교 나간다고 하면 안 된다고, 가지 말라고 설득한다. 군부에 이로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모두에게 알리는 일도 한다. 학생회가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청년들 속에서 기성세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적 리더가 탄생할 가능성도 보인다

 

새로운 리더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대가 바뀔수록 시선도 많이 바뀔 것이다. 우리 세대에 맞는, 시선을 높여주는 리더가 나와야 좋은 나라로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엄청 기대 많이 하고 있다. 쿠데타 상황 끝난 다음엔 새로운 리더가 나와야 한다. 정치에 대해서도 깊이 알고 소수민족 문제도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한 명의 어깨에 다 짊어지는 건 무리고 청년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미얀마 여성의 열악한 사회적 처지를 표현한 속담(‘남자는 많이 배웠을 때 아름답고 여자는 아이를 낳을 때 아름답다’)을 들은 적 있다. 실제로 오늘날 미얀마 사회에서 여성의 처지는 어떤가?

 

미얀마 사회는 솔직히 여성이 남성보다 낮다는 인식이 있다. 나도 전에 길 가다가 성희롱을 많이 당해봤다. 요즘은 여성들이 자기 권리를 얘기하면서 많이 바뀌긴 했다.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인간이므로 인권이 있다는 인식이 많아졌다. 예전보다는 미얀마 여성들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내가 여자라고 날 낮게 보나하는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이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보여주려 하고, 실제 보여주고 있다.

 

쿠데타에 맞선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여성에 대한 사회의 시선에 변화가 있는 건가?

 

쿠데타 일어나기 전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쿠데타가 일어나자 여성도 신체적으로 남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할 수 있는 만큼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위에 나온다. 만델리에서 돌아가신 분은 나보다 어리다. 태권도를 배웠다고 하더라. 여자도 강하다는 생각으로 시위에 나왔을 것이다. ‘나도 너희(남자)처럼 싸울 수 있다는 생각. 미스미얀마가 군사훈련에 참여한 보도가 나왔는데 그런 여자들도 있다. 시위하다가 사람이 많이 죽으니까 여성도 총을 드는 것이다. 여성도 남성과 생각이 같다면 행동도 같이할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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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여성이 유학 가는 거나 외국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어려웠다. 2010년 이후엔 인터넷이 발전해 외국과 소통하면서 세계적으로 여성의 삶이 어떤지 알게 됐고, ‘외국 여자들은 안 그런데 우리만 여전히 이렇게 (차별받으며) 사는구나를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 이런 상황에 온 것이다. 지금도 군인들이 길 가는 여성에게 성희롱을 엄청나게 한다고 들었다. 친구 중에서도 끔찍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여성의 권리가 발전해가는 상황이었는데 쿠데타 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여성과 국민 모두에게 안 좋다.

 

지금 당장엔 쿠데타 세력을 물리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이겠지만, 이번 투쟁을 거치면서 특히 여성의 처지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나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가?

 

쿠데타를 물리치더라도 많은 과제가 우리에게 남는다. 정치, 여성 문제 등. 한국도 인권을 잘 이해하는 나라지만 여전히 여성차별이 남아있듯이, 미얀마에서 이런 차별을 최대한 없애도록 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그나마 젊은 남성 사이에 여성차별은 안 된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있다. 지방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도시에서는 여성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여성은 만만하게 대해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남성들이 스스로 하고 이런 게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니까, 적어도 우리 세대에는 차차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쿠데타에 맞선 항쟁 초기부터 노동자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미얀마에서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성장해왔나?

 

어쩌면 지금이 제일 성장하고 있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공무원, 노동자가 모두 파업하고 있으니까. 2015년 즈음에 노동자들의 투쟁이 많이 있었다. 어제 페이스북에서 어떤 미얀마 사람의 글을 봤는데, 그 당시 노동자투쟁이 많았고 그걸 통해 NLD(아웅산수치의 민족민주동맹)가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걸 알아챘어야 했는데 그때 우리가 몰랐다는 내용이었다. 그제서야 나도 깨닫게 됐다.

 

1988년에는 학생 중심으로, 2007년에는 스님들 중심으로, 한 부문이나 한 지역에서만 시위를 했다. 지금 쿠데타 상황에서는 노동자, 학생, 종교집단 모두 연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운동만큼 성장한 운동은 없었다고 본다. 예전엔 노동자들이 임금 문제로 싸운다고만 생각했지 정치적인 것으로 노조가 운동하는지 잘 몰랐다. 지금은 그렇게 싸우는 노동자들에 대한 시선도 바뀌는 시점이다. 노동자의 인권도 중요하고 따라서 우리도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NLD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몇 년간 노동자들의 처지가 나아졌는가?

 

위에서 말했듯 NLD 정부 들어와서도 노동자들이 불만이 많았다. NLD가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 안 해줬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 투쟁 이전부터 노동자들과 교류하던 학생운동에 대해 알고 있나?

 

잘 모른다. 지금은 적이 엄청 힘이 세니까 다 같이 연대하고 있는데 이후엔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일어날 것 같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세력이 많기 때문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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