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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밝혀진 세브란스병원의 노조파괴,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노조파괴 고발 긴급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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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민 조회 3,965회 2021-06-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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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일 연세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61일 오후 5,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빨간 낚시의자가 줄줄이 깔렸다.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농성할 때 사용하던 것이다. 이날 1시간가량 세브란스병원 비정규직 노조파괴에 항의하는 모임이 주최한 긴급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세브란스병원분회 조합원들과 연세대 비정규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연세대 문과대 자치언론 문우, 사회과학대 학생회, 이화여대 노학연대모임인 노동자와 함께하는 초록빛깔 벗들: 바위등이 참석했다. 연세대학교에서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최저수업시수 보장과 임금인상을 걸고 투쟁 중인 한국어학당 강사노동조합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삼성을 벤치마킹한 세브란스병원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20166월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자,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 태가비엠은 노조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공모해 갖가지 비열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 현장관리자를 앞세워 조합원들을 협박, 회유하며 100여 명의 집단탈퇴서를 받아냈다. 탈퇴서 앞면에는 연세 세브란스 태가비엠이란 문구가 버젓이 적혀있다. 증언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그 문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재촉에 따라 서명을 했다.

 

또한 민주노조 출범식 당일, 노동자들이 퇴근 후 출범식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모든 노동자를 불러모아 간담회를 실시했다. 노조 활동가가 출입해 대화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 보안요원들을 청소노동자 휴게실 앞에 세웠다. 감시, 미행, 유인물 탈취, 폭행 등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

 

2016~17년 청소노동자 채용면접 과정에서 신체검사를 핑계로 면접자를 한국노총 지부장에게 인계했다. 용역업체 사무실 바로 옆 공간이 한국노총 사무실이었다. 입사면접을 보러온 노동자에게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버린 자식이 된다. 한국노총에 가입해라는 얘길 대놓고 했다. 그때 망설이는 사람은 불합격됐다. 그렇게 130명이 가입했던 민주노총 조합원을 19명까지 줄이고, 복수노조를 안착시켰다. 이는 복수노조를 설립해 교섭권을 뺏는, 삼성을 비롯한 여러 자본이 흔히 행하는 수법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표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불이익 처분이 계속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만 힘든 근무지로 보내거나 유동근무로 배치하는 업무배정의 불이익이 잇따랐다. 유동은 퇴사 등으로 빈자리가 생긴 보직으로 가서 일하는 것으로,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하기에 가장 힘든 일에 속한다. 이전까지는 새로 입사한 사람이 유동근무를 하다가 경력이 쌓이면 다른 보직으로 옮겨갔으나, 오랫동안 근무해온 노동자를 민주노총 조합원이란 이유로 유동으로 돌리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이런 근무배치문제로 조합원 다수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세브란스병원 분회장은 100kg이 넘어가는 의료쓰레기를 운반하는 일을 지금까지 몇 년간 전담해야 했다. 이 일은 너무 무거운 중량물을 다루기 때문에, 오래 일을 하면 100% 근골격계 질환이 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전에는 순환근무를 하던 보직이었으나, 민주노총 분회장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몇 년간 이 일을 시킨 것이다.

 

5년 만에 검찰 기소

 

세브란스병원이 민주노총은 안 된다고 했다”, “이제 병원에 내가 보고하러 갈 것이다라는 용역업체 관리자의 말이 담긴 녹취록, “노노대응 유도바람이라는 자필이 적힌 세브란스병원 파트장의 업무일지 등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 태가비엠이 노조파괴범죄를 행한 증거는 차고 넘쳤다. 그러나 20169월 부당노동행위 고소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소극수사로 일관하다 혐의 없음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인지수사 회피, 증거인멸 방조 등 부실수사 문제가 심각했다. 노동부의 이런 태도는 세브란스병원이 날개를 달고 부당노동행위를 마음껏 저지를 수 있도록 도왔다.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노동부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자 검찰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다 노조가 이에 재고소를 하자, 2년이 지난 20184월과 5월에서야 두 차례에 걸쳐 세브란스병원 내 태가비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미 2년이나 시간이 지나서 많은 증거가 인멸됐을 텐데도, 노조와해 공작문서 등 증거가 확보됐다. 이를 근거로 마침내 2021312일 검찰이 세브란스병원 당시 사무국장, 사무팀장, 파트장, 태가비엠 및 태가비엠 부사장, 이사, 현장소장, 반장 등 9명에 대해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리고 423일 첫 공판에서 세브란스병원 측은 법정에서 부당노동행위 공모혐의를 인정했다.

 

세브란스병원 노조파괴가 보여주는 두 가지 진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사례는 첫째, 여전히 한국이 노동조합을 할 권리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국가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원하청이 공모해 온갖 술수를 써서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조합원들을 괴롭히고 불이익을 주고, 그런 사실이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5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5년도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소극수사와 불기소 처분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해온 결과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이제 겨우 지방법원에 첫 기소가 됐을 뿐, 병원이 대법원까지 버틴다면 법정투쟁은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도 없다.

 

그러나 둘째로,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사례는 이 노동자들이 그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투쟁에 나선다는 점도 보여준다. 각종 부당노동행위로 민주노총 조합원을 19명까지 줄였을 때, 저들은 끝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이상 노동자의 투쟁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오늘 간담회에서 조합원들은 왜 그 모진 탄압과 괴롭힘에도 민주노조에 계속 남아계셨냐는 질문에, “내 동료들을 버리고 갈 순 없었다”, “반드시 태가비엠은 쫓아내고 싶다”, “퇴직하기 전까진 민주노총을 지키고 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최근 승리한 엘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엘지는 10년간 연속해 일해온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만료시키며 청소노동자를 전원 해고해버렸다. 자본의 힘은 강했고 노동자를 해고하는 절차는 간단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은 부당해고에 맞서 5개월 가까이 투쟁하며, 새로운 희망의 길을 닦았다. 투쟁하는 노동자는 언제나 길을 찾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항의모임의 향후 계획

 

여러 시민사회단체, 학생단체, 대학동문회 등이 모여 세브란스병원의 비정규직 노조파괴에 항의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세브란스병원분회와 항의모임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세브란스병원 직원들을 징계하는 것은 물론, 과연 노조파괴가 어느 선에서 어떻게 결정되고 집행됐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둘째, 노조파괴를 실행하고 그 후에도 꾸준히 민주노조 조합원을 표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임금체불 등을 저지른 용역업체 태가비엠을 퇴출시켜야 한다.

 

셋째, 세브란스병원은 그간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약받고 불이익을 당한 청소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교섭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항의모임에서는 앞으로 매주 평일에 돌아가며 교문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한다. 그리고 온라인 서명운동도 준비 중이며, 세브란스병원의 노조파괴 행각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온라인 아카이빙 페이지와 소책자제작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이 세브란스병원 노조파괴에 맞선 투쟁에 연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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