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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LG트윈타워 투쟁 온라인 모니터링단 활동으로 살펴본 인터넷 여론전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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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성공회대 노동자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모임 ‘가시’ 조회 3,807회 2021-05-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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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 청소노동자가 닦은 희망의 길" 토론회에서 온라인 모니터링 활동의 경험을 발표 중인 이주영 동지​ 


편집자 주  이 글은 지난 521일 열린 엘지트윈타워 투쟁평가토론회(“엘지 청소노동자가 닦은 희망의 길”)에서 발표된 글이다. 이주영 동지는 엘지트윈타워 온라인 대응 경험을 되돌아보며, 노동자운동 진영도 다른 정치세력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오늘날 온라인 공간은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는 주요 공간이기 때문이다. 발표자 이주영 동지의 동의를 얻어 해당 발표문을 <가자! 노동해방> 온라인신문에도 싣는다.

 

1. 배경

 

작년 1216, 로비 점거농성 이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투쟁이 언론에 많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소노동자들과 노조를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1224, <MBC 뉴스데스크> 유튜브에 ㅇㅇ이라는 이름으로 댓글이 달렸다. 확인해보니 배 씨는 LG그룹의 자회사 ‘S&I코퍼레이션에 근무하는 관리자였다. 11초코파이 절도 영상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LG 측의 조직적 댓글이 아니더라도, 반노동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댓글을 달면서, 투쟁의 정당성이 왜곡되고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LG 규탄 서명운동과 불매운동 등 노동운동에 있어 여론 형성과 시민의 직접행동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조직적으로 악플에 대응해야 했다.

 

14, 공대위에서는 온라인 모니터링단을 개설해 댓글 여론전을 펼치자 제안했다. LG 투쟁 관련 기사를 점검하고 투쟁을 비난하는 논리를 분석하고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공대위에서 쟁점을 분석한 엘지트윈타워 언론보도 댓글 Q&A 작성요령을 작성해 공유했다.

 

16, 기사 검색과 쟁점 파악,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집행팀을 꾸렸다. 공대위 활동가 22명이 집행팀에 참여했다. 카카오톡 온라인 모니터링단에는 200여 명이 모였다. 집행팀 구성원이 공대위 활동가나 소속 단체, 주변 지인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모았다.

 

모니터링단과 집행팀은 지속해서 기사를 공유하고 악플을 알렸다. 모니터링단 내 여러 노동자와 학생이 자발적으로 댓글을 달았다.

 

2. 인터넷 여론 형성과 댓글

 

1) 인터넷에서의 여론 형성

 

현대 공중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특정 쟁점에 관한 정보를 최초로 접한다. 미디어는 정보 전달과 동시에 의제를 설정하고, 여기서 여론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매스미디어의 영역은 흔히 뉴미디어라 불리는 인터넷 뉴스, SNS, 유튜브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여론도 주로 이곳에서 형성된다. 면대면 의사소통은 여전히 존재하고 유효하지만, 인터넷 지형이 확산함에 따라 인터넷 여론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국민청원, 온라인서명운동, SNS 기사 퍼나르기, 댓글 등 시민들의 정치 참여도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공중은 매체를 거쳐야만 정보를 습득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미디어 환경은 언론의 편향성, 가짜뉴스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탈개인화 현상(social identity model of deindividuation effects, 온라인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지고 특정 집단에 쉽게 매몰되는 것)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 댓글은, 편향되고 선정적인 미디어 시장 속에서 올바른 공론장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기사나 동영상의 댓글은 왜곡과 혐오로 점철되어 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주로 혐오의 대상이었다.

 

이를 방관한다면 침묵의 나선 이론’(하나의 특정한 의견이 다수의 사람에게 인정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고립과 배척을 두려워해 침묵하여 결국 다수에게 인정되는 의견이 더욱 영향력을 확장하는 현상), ‘편승효과’(또는 밴드왜건 효과’, 특정 유행 상품이나 다수 여론에 따라서 움직이는 행태)를 통해 부정적 영향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76%가 포털로 뉴스를 보고그 가운데 80%는 댓글도 보는 걸로 나타났다. 네이버 기사 208천여 개, 다음 기사 57천여 개, 그리고 여기에 달린 댓글 19천만 개를 분석한 결과다. 또한 댓글을 많이 다는 상위 10%는 네이버와 다음에서 각각 13.6만 명과 10.3만 명이다. 이들이 다는 댓글은 전체 댓글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1) 즉 인터넷 기사와 댓글을 보는 사람은 많지만, 댓글은 매우 소수가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인터넷 매체는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매체의 특성상 편향된 여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기에는, 많은 이가 인터넷 기사를 접하고 동시에 기사에서 형성된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 2012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2017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이재명 손가락혁명군’, 문빠 댓글부대, 태극기 부대, 세월호 유족 비방 댓글 여론부대 등 정치 세력들이 적극적으로 댓글을 비롯해 인터넷 여론전을 펼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노동운동 진영 또한 진실과 논리에 기반한 인터넷 여론전 참여가 중요해 보인다.

 

2) LG트윈타워 투쟁 관련 기사 댓글 분석

 

1월의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해고 관련 기사를 네이버와 다음 뉴스에서 찾아봤다. 두 포털사이트 뉴스는, 로그인하면 댓글을 달 수 있고 특정 댓글에 공감혹은 비공감을 누를 수 있다. 아래 세 개의 기사는 당시 댓글 성격을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선정한 것이다.

 

애먼 불매운동까지LG트윈타워 청소노조 시위 속사정2)

사측의 주장을 중심으로 투쟁 쟁점을 분석한 기사로 180여 개 댓글이 달렸다. 댓글 내용의 대부분은 노조에 대한 비난이다. 이 기사는 댓글 수가 적을 때부터 모니터링단 카톡방에 공유되었지만, 활동 시작 단계이다 보니 우리 측 댓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비난 댓글이 초기 선점했고 많은 공감을 얻었다. 특히 기사 내용을 나름대로 논리정연하게 정리하면서 노조 비난에 동조하는 댓글이 주로 베스트 댓글이 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돈 주고 일을 시켰는데 제대로 하지 않아서 정상 계약 해지 됐다. 노조는 정년 70세 연장과 임금인상 등 강경하게 주장하며 파업도 불사했다. 새로 계약한 업체는 일을 제대로 안 해서 계약해지 됐는데 당연히 그 인력을 그대로 받을 수 없는 거다. 노조것들 지금 이시기에 정년 70세 연장과 임금인상이 웬 말이냐?” (공감 406, 비공감 8)

 

구광모 LG회장 고모들, '집단해고 논란' 청소용역업체 손뗀다3)

일감 몰아주기논란이 불거지며 LG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주요 댓글을 보면 ‘(LG)최저 임금도 안 줬다’, ‘구광모 고모들은 배당금 60억씩 챙겼는데, 노동자들은 최저임금과 고용마저 보장받지 못했다’, ‘고용 유연화는 복지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등 사실과 논리에 근거한 감정 호소적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진영 상관없이 일방적 혐오 표현이나 감정적 댓글은 공감을 많이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비공감수도 많았다. 초반 상위 20개 정도의 댓글이 200~600개의 공감을 얻었고, 초기 댓글 20개 이후에 달린 댓글들의 공감개수는 대부분 5개 이하였다.

 

“LG트윈타워 앞 고용승계 요구직원들 퇴근길 '불편'”4)

대놓고 악의적인 보도임에도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다. 모니터링 활동 이전이나 초반에는 이와 같은 보도들의 댓글은 대부분 사측 옹호, 노조 혐오의 기조를 깔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변화의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모니터링단의 초기 대응 때문으로 보인다. 모니터링단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LG 비판 댓글들이 모두 초반 30개 댓글 안에 속해있고, 그중 2~3개는 베스트 댓글에 진입했다.

 

3. 평가

 

1) 성과 및 의의

 

인터넷 여론에 대한 투쟁이었기에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추측 가능한 효과와 공대위의 여론 파악과 대응 측면에서는 충분히 성과와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니터링 활동 중후반부로 갈수록, 초기 대응한 기사인 경우 청소노동자 지지 댓글이나 LG 비판 댓글이 베스트 댓글에 많이 속했다.

 

반노동 정서를 드러내는 기사 댓글 전체의 분위기를 환기하지 못하더라도, 한두 개의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보는 이로 하여금 큰 의미가 있다. 동일한 성격의 의견만 적힌 댓글판과, 몇 개의 반대의견이 적힌 댓글판은 분명 다른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소수의 의견이라도 반대의견에 부딪히면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을 한 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포털 사이트 다음 뉴스판에서 메인에 뜨는 기사를 찾아 대응하는 방식은 좋았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댓글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기사 전체를 장악하려면 메인에 가기 전에 초반에 잡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시로 기사 확인이 필요하다.

 

댓글 분석을 통해 쟁점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비난받고 거짓 정보가 만연했던 정년 연장, 계약만료, 원청책임 관련 쟁점을 파악해, 영상5)이나 카드뉴스 같은 매체로 대응했다. 필자의 경우 댓글을 기반한 쟁점 분석 카드뉴스를 제작해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했다. 평소 우경화되어 있는 사이트임에도 이 게시물에 대해서는 큰 비난 여론이 보이지 않았다. 사전에 혐오와 왜곡의 먹잇감을 차단하고 LG트윈타워 투쟁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이다.

 

2) 한계

 

아직 여론을 움직일 만큼 조직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의식적으로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그 정도의 조직적·집단적 대응을 하려면 참여자가 매우 많아야 한다.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사안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여론전에 참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새로운 쟁점이 만들어질 때마다 이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더불어 집행팀에서 쟁점과 대응 방식을 정리해 대응팀에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튜브가 중심 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 영상 뉴스를 간과할 수 없다. 인터넷 기사 댓글의 주 사용층은 30~40대 남성이고, 유튜브는 사용 연령대와 성별이 다양하다. 따라서 실질적인 여론의 변화와 효과를 만들려면 유튜브 영상 댓글 대응이 필수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영상 조회수가 2,000~3,000명 수준이어도 충분히 댓글로 대응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1) “뉴스 댓글, 여론 잘 반영할까?19천만 댓글 분석”, <SBS 뉴스>, 2020. 12. 30.

2) 애먼 불매운동까지LG트윈타워 청소노조 시위 속사정”, <중앙일보>, 2021. 1. 7.

3) 구광모 LG회장 고모들, '집단해고 논란' 청소용역업체 손뗀다”, <연합뉴스>, 2021. 1. 8.

4) “LG트윈타워 앞 고용승계 요구직원들 퇴근길 '불편'”, <파이낸셜뉴스> 2021. 1. 15.

5) “LG트윈타워 기사 댓글읽기: 청소노동자의 투쟁이 떼쓰기라고?”, 스튜디오 알, 202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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