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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드러날 선명한 대치선 -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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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5,693회 2018-05-0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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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이 발표됐다. 한 달 내로 북미 정상회담도 예고돼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 결과물이 무엇일지는 성급히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연적이고 단기적인 요소들을 가급적 배제한다면, 큰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분명한 만큼, 이미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의 거래의 윤곽 또한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자들 사이의 거래를 넘어서서, 한반도 노동자계급이 취해야 할 계급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 또한 절실해지고 있다. 지금 한반도에서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사태들이 이후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낼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것은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에서 벌어지는 피 말리는 계급전투의 결과로서만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그 계급전투에서 노동자운동이 취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그 구체적 수단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본방향이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라는 절체절명의 근본문제와 결부돼 있다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 갈수록 더 거대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드러날 것이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한반도 비핵화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은 추상적인 수준에서 평화와 비핵화를 선언했다. 이 선언은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종전 평화협정한반도 비핵화 로드맵형태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 CIA 국장이자 트럼프 정부의 핵심실세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정은 사이의 비밀협상이 4차례 진행된 결과 열리는 것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다. 또한 북한은 핵실험 중단 수준을 넘어서서 핵실험 시설 폐기에 착수함으로써 핵 폐기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걸림돌을 제거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선언과 비핵화선언은 거의 기정사실이라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평화협정들은 지속적일 뿐만 아니라 영구적인 평화를 결코 보장하지 못한다. 오히려 전반적인 제국주의적 충돌 격화, 특히 미중 제국주의 사이의 격화하는 대립을 고려할 때 대단히 위태로운 것이다. 세계 노동자혁명 없이는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를 결코 기대할 수 없다. (관련 기사: 남북 정상회담과 사드 배치 강행의 이중 플레이 - 문재인과 김정은이 아니라 세계 노동자계급의 단결!)

 

더욱 중요한 점은, 다양한 평화협정들이 남북한 지배계급과 미, , , 러 등 제국주의 지배자들 사이의 추악한 거래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이 거래는 모든 제국주의 열강 자본가계급의 가증스런 탐욕과 함께 남북한 자본가계급의 체제안정과 이윤확대라는 착취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한국 자본가계급의 계획

 

426일 방영된 <썰전>에서 남북 정상회담 원로 자문단인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의 우수한 노동력을 높이 평가했다. 문맹율도 0%고 근면성은 세계 최고여서, 비유하자면 노동조합 없는 한국 노동자라는 것이다. 이 발언은 한국 자본가계급, 그리고 이들의 정치적 대표자인 한국 정부 실세들이 지금 진행되는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보는 관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낸다. 또한 이것은 한국 자본가계급이 왜 남북관계 개선에 반대하지 않고, 명시적 혹은 암묵적 지지를 보내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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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썰전 방송화면 갈무리

 

이종석의 발언대로 북한 노동자계급은 한국 자본가들에게 좋은 먹잇감으로 여겨진다. 언어의 동질성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수십 년간 계급투쟁의 경험이 없다는 점, 노동조합이라 할 만한 정도의 자주적 노동자조직조차 없는 완전한 무권리 상태 등은 한국 자본가계급이 군침을 흘릴 만하다.

 

게다가 이런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할 수 있는 기회가 전면적으로 열린다면, 이것은 순종적이지 않고 노동조합 같은 투쟁기구를 갖고 있는 한국 노동자계급을 압박하면서 착취도를 증가시키는 결정적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청 주문생산은 물론, 생산기지를 북한으로 옮기는 것, 나아가서 북한 저임금 노동자들을 이용한 대규모 생산시설을 남북 접경지대에 건설하는 것 등 다양한 수단으로 한국 노동자들을 압박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저출산 추세에 따라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 노동력 때문에 앞으로 10년 전후로 분명히 밀어닥칠 노동시장의 문제, 즉 노동자들의 임금상승 및 이에 따라 자신감을 갖게 되는 젊은 층이 저항능력을 발전시키는 문제에 대처하는 데서도 한국 자본가들에게 유용한 수단이 돼 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국 자본은 착취율을 대폭 증가시켜 낮아지는 이윤율을 벌충할 뿐만 아니라, 이후 닥쳐 올 수 있는 한국 노동자들의 저항을 제압할 좋은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북한의 풍부한 광물 또한 원료 비용절감의 거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서 관계개선을 통한 북한 진출은 한국 자본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향해 뻗어나갈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열어 준다. 선박을 이용한 중국과의 거래에 비해, 북한을 관통하는 철도를 통해 중국과 거래하는 것은 3배 이상의 물류비용 절감과 함께 신속한 교역을 가능케 한다. 값싼 북한 노동력을 이용해 북한 하청공장에서 생산한 상품을 중국에 수출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할 것이다. 이런 효과는 러시아와의 무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본원적 축적을 위한 기반시설, 가령 철도나 전기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엄청난 투자도 기대할 수 있다. 가령 북한에서 철도와 도로 기반시설을 현대화하는 데 투입하는 비용만 15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계산된다. 전력분야 투자액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라 예측된다. 벌써 전력 관련 한국 기업들의 주가는 40% 이상 폭등하고 있다. 철강, 건설자본은 다가올 북한특수를 기대하는 장밋빛 전망에 환호하고 있다. 근래 투자율의 가파른 하강을 겪으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한국 자본에게 북한은 일종의 오아시스가 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남북관계 개선 및 경제협력을 통해 한국 자본가계급이 과잉자본의 거대한 배출구와 함께 이윤율 상승, 새로운 시장 개척, 한국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도 증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착취 등 갖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현재 한국 자본가계급은 자신이 직면해 있고 앞으로 직면할 것이 분명한 여러 치명적인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남북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일종의 내부 식민지로 북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자본가계급의 계획

 

북한 자본가계급은 핵 폐기를 대가로 한반도 주변의 제국주의 열강들로부터, 특히 미 제국주의로부터 체제보장 약속을 끌어내고자 한다. 하지만 북한 자본가계급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체제보장 약속이 단지 정치, 외교에서만이 아니라 경제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다름 아니라 지금까지 북한 지배자들의 가혹한 지배 속에 삶의 바닥까지 굴러 떨어진 북한 노동자 민중의 삶을 경제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북한 지배체제는 결국 붕괴할 수밖에 없음을 그들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지배자들은 이제까지 사회적 자원과 역량의 대부분을 군사력, 특히 핵무장에 투입했다. 그들에게 핵은 북한 사회의 사회적 역량의 거의 유일한 결실이다. 이것을 폐기하고 북한 사회의 역량을 경제적 자본축적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것(소위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 개혁개방정책)이 북한 지배자들의 현 시기 전략이다. 핵은 제국주의 지배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그러한 본원적 자본축적, 즉 자본주의 축적을 본격화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경제적 밑천을 얻어내기 위한 결정적 담보물이다. 그 구체적 수단이 바로 전력이고, 철도고, 도로며, 항만이다. 이것을 구축하는 데만 수백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북한 지배집단이 핵을 폐기하는 대가로 절실히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 수백조 원의 본원적 자본이다.

 

남는 문제는 이 수백조 원의 자본을 누가 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수십 년간 몇 번에 걸쳐 이뤄졌던 핵 폐기 협상이 결국 파투났던 것은 미국이 그 비용을 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발전소를, 철도를 주지 않은 채 단지 핵 폐기만을 얻고자 했다. 이것은 미국 제국주의의 경제적 힘의 약화를 반영한 결과였다. 청년기였던 2차 세계대전 직후 미 제국주의는 미소 열강의 제국주의 대립의 쇼윈도였던 한국에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할 충분한 여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 미국의 경제적 포섭능력은 점차 약화돼 왔다.

 

2018년의 미 제국주의는 1940년대 후반의 미 제국주의가 결코 아니다. 청년기를 한참 지나 쇠퇴의 기미를 역력히 보이고 있는, 이 노쇠한 미 제국주의는 북한 지배계급의 요구에 응할 만한 경제적 여력이 더 크게 줄어든 상태다. 충분한 지원은커녕, 미 제국주의는 여러 약소국을 잔인하게 수탈해야만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제 코가 석자인 제국주의다. 아무리 북한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지라도, 미 제국주의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능력이 없는 미 제국주의를 상대로 거래를 요구하는 북한 지배층은 계산능력이 없는 작자들인가? 그렇지 않다. 미 제국주의가 지원할 수 없는 것들을 보완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 바로 한국 자본가계급이다. 한국 자본주의가 도달한 경제력 수준은 일정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배층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특히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 즉 거대한 과잉자본, 낮아지는 이윤율 등은 북한에 대한 거대한 지원이 불러 올 상당한 부담을 기꺼이 감수할 만큼의 도전을 강요하고 있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광물, 나아가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시장으로의 대대적인 진출 가능성은 기꺼이 그런 부담을 감수할 만큼 유혹적이다. 한국 자본가계급을 대표해 문재인 정부가 바로 그런 투자를 약속함으로써 지금의 거래가 성립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정치적 무대라면,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 핵 폐기를 위한 경제적 무대. 문재인이 김정은에게 건넨 남북경협계획안’(아직 비공개)은 그 하이라이트다.

 

핵과 자본 지원을 맞바꿈으로써 북한 지배계급은 자본의 본원적 축적의 기회를 붙잡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체제가 직면한 거대한 위협을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버팀목을 세우고자 한다. 여기서 북한 지배계급이 동원하려는 결정적 수단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북한 노동자들이다. 북한 지배계급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한국 자본가계급의 무자비한 수탈과 착취를 방조함으로써 빠른 속도의 자본축적을 모색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볼 수 있듯이, 대규모 노동력을 한국 자본가들에게 판매한 뒤, 아주 싼 임금만을 북한 노동자들에게 돌려주고 나머지 차액을 자본축적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 자본가와 북한 노동자 사이의 인력중개상역할을 북한 정부가 떠맡는 것이다. 이런 인력중개상 역할로 받는 수수료는 엄청나게 높은 비율인데, 그렇게 조성된 이윤으로 북한 자본주의를 전면적으로 발전시키는 본원적 자본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사례를 들어보자. 20162월 홍용표 당시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의 70%가 당 서기실로 들어가고 이 돈이 핵개발에 쓰인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정확히는 70%가 아니라 100%를 북한 정부가 가져간다고 봐야 한다. 북한 정부가 입주기업들로부터 달러로 임금을 받은 뒤,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전액 북한 화폐 또는 현물로, 그것도 임금 대비 아주 낮은 비율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구 주한미국대사는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직접 임금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는 개성공단이 사실상 북한 핵개발을 위한 달러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한국 정부에 항의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홍용표나 버시바우가 언급하지 않은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북한 정부의 인력중개상 역할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잔인한 탄압과 노조 결성, 파업 등 노동자의 투쟁권리를 전면 봉쇄함으로써 비로소 수행하는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정부 사이에서 추진되는 소위 경제협력은 개성공단 수준의 몇 십 배를 능가하는 거대한 규모다. 북한 정부의 인력중개상 역할도 몇 십 배 규모에서 확대재생산될 것이다. 다만 그것을 통해 북한 노동자들로부터 갈취한 막대한 이윤이 핵개발 자금이 아니라 북한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본원적 축적기금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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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개성공동취재단

 

가령 남북한을 관통해 중국까지 연결되는 수십조 원의 경의선, 동해선, 경원선 복원 및 현대화 비용과 관련해, 정부와 코레일은 만일 북한 정부가 북한의 노동력을 무상으로 공급한다면 그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계산은 대략 그런 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갖가지 영역에서 한국 자본이 북한에 자본을 투입해 이윤을 끌어낸다. 정말이지 최소 임금만을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데,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특별이윤을 북한 정부가 갈취해 자본축적자금으로 삼는다. 마찬가지로 중국으로의 육상진출을 통해 한국 자본가계급이 거둔 이윤의 일부를 북한 지배자들은 영토를 통과하는 대가로 정기적으로 거둬들일 것이고, 이러한 일종의 중국과 한국 간의 상품거래세 추징을 통해 북한 지배자들은 또 다른 자본축적 수단을 손에 쥐려 할 것이다. 이렇게 남북한 자본가계급 모두가 위기를 돌파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남북한 지배자들의 계산이다.

 

, 전제가 있다. 이들의 계산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공동의 무한한 착취를 전제한다. 북한 지배자들, 나아가 한국 자본가계급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북한 정부가 북한 노동자계급을 마음대로 착취하고 억압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계산이다.

 

중국 자본가계급 또한 북한 지배층의 계산과 당장 크게 충돌하지 않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북한까지 미국의 영향력 하에 빨려드는 것을 경계하지만, 중국 지배층은 북핵 위기가 심화됨으로써 발생할 불리함에서 벗어날 필요성 때문에 당장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겉으로는 차이나 패싱을 우려할 정도로 현재 남북미 사이에 이뤄지는 흐름에서 소외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장기적으로 가장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세력은 중국이라는 자신감도 있을 것이다.

 

북한을 경유해 중국으로 향하는 내륙 경제망이 활성화되고, 그 결과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보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지금보다 몇 배 이상 확대되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이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무기로 중국 자본주의 체제는 남북한 지배계급에게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중국 지배층은 계산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 국가자본주의 관료집단은 당장에는 미 제국주의 세력에게 한반도 주도권을 내주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고 남북한과 중국 사이의 경제적 연계가 순탄하게 확장된다면 자연스레 한반도에서 중국의 주도권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것은 중국 제국주의가 현재 남북한 사이에서, 그리고 북미 사이에서 이뤄지는 거래와 관계증진을 용납하는 배경이 된다.

 

물론 현실은 중국 국가관료 자본가들의 기대와는 달리, 대단히 복잡하고 모순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베트남식 모델처럼 철저히 실용적인 계산, 즉 북한 지배층의 이해에 맞게 진행될 것이다. 북한 지배층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실리를 추구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며, 그것은 다양한 형태와 수위로 한반도 위기상황을 불러 올 것이다. 이 경쟁이 전면적인 충돌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결국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전면화일 것이고, 그것은 잠시 유예된 한반도 위기를 더욱 거대한 규모로 현실화할 것이다.

 

북한 지배계급은 이처럼 한국, 미국, 중국의 상호모순적인 다양한 이해관계를 활용해 대담하게 거래에 나설 적기가 지금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것이 북한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안정화시킬 절호의 기회이자, 어쩌면 유일한 기회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평화 흐름에 찬성해야 하는가?

 

종전협정, 평화협정, 비핵화 선언 등에 대해 우리 한국 노동자계급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우리는 이것들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조건부 찬성해야 한다.

 

종전협정, 평화협정,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우리가 조건부 찬성을 보내는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적으로 우리는 이 다양한 평화협정들이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실제 평화는 전쟁위협을 낳는 세계 제국주의 질서라는 자본주의적 뿌리를 절단하지 않고서는 절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자본주의 지배자들 사이의 평화협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세계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이 단결에 기초해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혁명적 행위를 통해서만 이룩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남북한 노동자계급을 수탈함으로써 이윤을 높이고 착취체제를 안정화하기 위한 남북한 자본가계급의 의중과는 달리, 남북한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해방투쟁능력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만 조건부로 평화협정에 찬성한다.

 

현재 남북한 노동자계급, 나아가서 세계 노동자계급은 당장 자본주의를 끝장낼 수 있는 단결과 혁명적 준비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자계급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강요하는 전쟁에 비해, 평화가 노동자계급 총단결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다양한 교류 기회는 남북한 노동자계급에게 지배자들의 통제를 뚫고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단결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나아가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교류 확대, 종전협정은 남북한 노동자계급 모두에게 혁명적 전진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북한 국가자본주의 관료층의 희망과는 달리, 경제협력을 매개로 도처에서 구멍이 뚫린 북한 체제는 북한 노동자들의 각성을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 노동자들은 대외봉쇄와 언론통제를 통해 북한 지배자들이 심어준 거짓 환상을 헤치며 북한 체제의 후진성과 지배자들의 악랄한 억압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이제까지의 고통스런 삶은 단순히 미 제국주의의 공세 때문만이 아니라 북한 지배자들의 억압과 착취, 무능력의 결과임을 빠르게 자각할 것이다.

 

물론 북한 지배자들은 남북 경협과 개방에 따른 빠른 속도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통해 북한 노동자계급의 반발과 저항을 무마하면서, 과거 박정희처럼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 체제를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결코 그들의 기대처럼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빠른 속도의 자본축적을 위해서 북한 지배계급은 경제발전의 성과를 높은 자본축적률로 흡수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주 높은 착취도를 강요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경제발전의 성과물은 당분간 북한 노동자계급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개방과 경제발전에 따라 빠르게 확대되는 북한 노동자들의 각성과 권리의식, 열망, 저항의식에 비해 그것을 상쇄하고 일시적으로 무마할 수 있을 만큼 생활조건의 빠른 개선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갭만큼 북한 체제는 흔들릴 것이고, 북한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저항, 자주적 조직화는 확산될 것이다.

 

게다가 급격한 경제적 변화에 조응하기에는 너무나 낡고 경직된 북한의 세습체제와 국가기구는 사적 자본주의화에 따라 급격히 자라나는 신흥자본가들의 요구와 도처에서 충돌할 것이다. 이것은 북한 노동당과 국가기구 내의 구 관료층과 신 관료층 사이의 주도권 다툼을 낳는다. 그 결과 북한 지배계급의 통일성은 수시로 위험과 마주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북한 지배계급 내의 균열은 아래로부터 성장하는 노동자 민중의 저항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격변을 북한에서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남북 대치상태의 해소는 한국 노동자계급의 전진에도 큰 효과를 낳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 이후 성립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적통을 자임하면서, 여러 민주주의적 조치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점차 질문하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의 삶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 않은가? 가난, 불평등, 비정규직, 해고, 불안한 생활 등 우리를 휘감고 있는 현실은 그대로가 아닌가? 사회의 권력은 여전히 자본가들과 권력자들이 독점하고 있지 않은가? 과연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렇다. 마르크스와 레닌의 말이 옳다. 그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과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진전을 노동자운동이 지지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완성되면 될수록, 자본주의를 철폐하지 않는 한 껍데기 민주주의를 넘어설 수 없으며, 진정한 노동자 민주주의는 사회주의 실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뒤를 이어 문재인 정부는 바로 그것을 증명해 가는 역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것과 함께 종전과 남북 교류 확대는 민족주의에 파산을 선고할 것이다. 이른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경협과 교류 증대 속에서 한국 노동자계급은 하나씩 배워갈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협력이란 남북한 노동자계급 착취를 위한 남북한 지배계급 사이의 협력에 지나지 않다는 점, 오히려 그 속에서 남북한 자본가계급은 남북한 노동자계급에 대한 한층 강력해진 억압과 통제, 분열, 착취 강화에 몰두한다는 점이 남북한 노동자들 앞에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민족의 번영이란 남북한 지배계급의 번영에 지나지 않고, 노동자계급의 번영은 남북한 노동자계급 총단결, 나아가 세계 노동자계급 총단결을 통해서만 이룩될 수 있음을 생생히 배울 것이다. 이것은 이제껏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계급이라는 선명한 계급대립이 전진하는 것을 가로막아 온 결정적 걸림돌이었던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환상과 함께 민족주의의 환상을 벗겨낼 것이다.

 

이 환상이 벗겨진 자리에서 무엇이 노동자운동의 대안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노동자 국제주의, 즉 남북한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전 세계 노동자계급의 총단결, 나아가서 근본문제는 비민주나 민족분단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있다는 혁명적 자각, 최종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서 사회주의에 대한 자각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것을 촉진하는 것, 바로 그것이 한국 사회주의자들과 선진적 노동자투사들이 당면한 역사적 임무다.

 

두 가지 전망

 

우리는 역겨운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제국주의 폭력배 트럼프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은 한반도 평화의 공을 트럼프에게 돌리면서 평화는 우리가 가져가고 노벨상은 트럼프가 가져가면 된다고 말한다. 미 제국주의 정부에 영합하고 복종하면서만 일시적인 평화라도 얻을 수 있는 약소국 자본가정부의 가련한 처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와 함께 미, , , 러 제국주의 열강들과 남북한 자본가계급 모두는 한반도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 강화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한다. 남북한 지배자들은 남북 교류와 평화라는 거창한 커튼 뒤에 숨어서 남북한 노동자계급의 희생을 담보로 남북한 자본주의 체제의 번영과 체제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한반도는 그들의 희망대로 굴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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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계급 사이의 거래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놓아선 안 된다.

 

그렇지 않다. 다른 하나의 전망이 있다. 남북한 간의 대립과 한반도 전쟁위협의 장막이 일시적으로 걷히면서, 남북한 노동자계급 모두의 앞에 진짜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민주주의, 민족이라는 안개 뒤에 있던 자본주의 착취체제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것은 남북한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단결과 남북한 지배자들에 맞선 공동투쟁의 기회를 열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의 길을 한반도에서 열 것이다.

 

두 전망 가운데 무엇이 현실화할 것인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투쟁만이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당장에는 남북한 노동자계급 단결투쟁의 전망을 열 선봉대는 한국 노동자들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 수십 년간 계급투쟁의 경험이 없었고, 아직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자계급의 자주적 투쟁기구를 조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북한 노동자들이 그 역할을 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선 한국 노동자계급은 다음의 요구를 내걸고 현재의 국면에 능동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완전한 남북교류를 위해서 모든 국경을 개방하라! 노동자들을 비롯해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자유롭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북한 노동자들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는 모든 한국 기업들이 한국의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게 하라! 또한 그렇게 지급되는 임금은 모두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게 하라! 사상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남북한 모두에서 보장하라!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과 정당 결성의 자유를 전적으로 보장하라!”

 

북한 노동자계급을 지원하고, 남북한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촉진하는 이러한 요구를 내건 투쟁은 한국 노동자계급의 권리를 지키는 데서도 효과적이다. 북한 노동자가 노동조합 없는 한국 노동자일 거라는 한국 자본가계급의 기대와 달리 북한 노동자계급이 노동조합 있고 투쟁하는 북한의 노동자로 우뚝 서야만, 남북한 노동자계급을 서로 경쟁시키고 북한 노동자계급 수준으로 한국 노동자계급을 추락시키는 바닥으로 떨어지기 경쟁의 압력을 한국 노동자들 또한 정면으로 거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장벽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그 자리를 자본가계급은 자본주의 천년왕국으로 채우려 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을 통해 한반도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세계 노동자계급 총단결의 깃발을 들고 사회주의로 전진할 소중한 기회를 쟁취할 수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우리 노동자계급은 한반도 비핵화, 종전협정, 평화협정에 어떠한 환상도 없이 조건부 찬성한다. 거기서 멈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 노동자 국제주의, 사회주의로 한반도를 전진시키기 위해서!

 

 

관련 기사: 남북 정상회담과 사드 배치 강행의 이중 플레이 - 문재인과 김정은이 아니라 세계 노동자계급의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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