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현장

기고 I 한국지엠에서 벌어지는 위험의 외주화

페이지 정보

김태훈한국지엠 부평공장 노동자 조회 4,284회 2021-05-25 18:21

첨부파일

본문


d9b479c75567d986692f6fa24c688ba9_1621933634_5735.jpg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에 세워진 무재해기록판. 하청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산재 사고를 당하는데, 게시판의 재해 발생 수는 제로이다. 하청 노동자는 재해 게시판에 올라갈 자격도 없는 걸까?



편집자 주  평택항에서 일을 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청년 노동자 이선호 씨의 일로 항만 노동자들의 위험한 작업 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산재 사고 사망자 수가 1년에 882명에 이르는 나라에서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돼 있는 건 항만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공장에서도 정규직이 아닌 하청 노동자들은 산재사고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지엠 하청 노동자의 기고글을 게재한다.



자동차 대공장은 다른 사업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재 사망사고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그보다는 근골격계 문제나 교대제로 인한 심혈관 질환이 더 크게 두드러지는 사업장이다. 그럼에도 위험한 사고는 여전히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사고는 주로 하청업체에서 벌어진다.

 

몇 년 전 2차 하청 아진테크에서는 범퍼를 나르기 위해 렉을 옮기는 지게차가 후진하다 사람을 쳤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게차 운전수가 곧바로 멈췄고, 큰 부상은 피할 수 있었다. 다친 작업자는 함께 일하는 조합원이었고 산재 승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

 

3차 하청 피디에스(PDS)는 거대한 차체 부품이 쌓인 렉을 전동차로 끌고 가 라인에 보급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문제는 차체공장 내 바닥이 오래되어 불퉁불퉁하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전동차와 렉이 심하게 덜컹거리고 중간의 연결핀이 빠져 전동차와 렉이 분리돼 아찔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다.

 

1차 하청 엠지에스(MGS)의 경우 차량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도장부 공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시설이라면 분사된 액체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바닥으로 바로 흡수되어야 한다. 일종의 공기청정 시스템이랄까. 근데 그게 시설 노후화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작업자들의 마스크 빈틈 사이로 유해물질이 들어가고 코로 입으로 흡입하게 된다. 몇 년 전 휴게실에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신 작업자 분도 유해물질을 수년간 흡입해야만 했고, 다행히 당시 산재로 인정된 바 있다.

 

2차 하청 쓰리맥스는 주로 자재보급 서열을 담당하는 업무를 한다. 화물트럭 기사 분들이 몇 개의 파레트에 무거운 자재를 쌓아 각 게이트마다 운송을 해오는데, 그걸 지게차가 뜨는 과정이 있다. 공간이 워낙 협소하다 보니 작업자와 지게차가 붙어서 일을 하게 되고 지게차 몸통에, 포크에 다칠 위험이 높아진다. 또 자재 발주를 업무 담당자가 아니라 정규직들이 넣다보니 공간이 터질 듯하게 자재가 쌓이게 되는데, 3·4단 높이(거의 4~5미터)로 수십 kg이 넘는 물건이 쌓인다. 사람 머리로 떨어진다면 최소 중상이고 사망사고까지 벌어질 위험성이 있다.

 

또 공장마다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거대한 셔터문이 있다. 보통은 전동차나 사람이 가까이 가면 센서가 작동해 자동으로 열린다. 그런데 가끔 오랜 시간 열려있다 보면 아래 사람이 있음에도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닫힐 때가 있다. 그래서 과거 그 셔터문에 머리를 찍혀 기절한 작업자도 있었다. 또 한번은 전동차가 지나가는 순간에 갑자기 닫혀서 셔터와 전동차가 충돌하는 사고도 났다. 물론 하청업체들에서 벌어진 사고다.

 

출근하다 보면 정문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 게시판이 하나 설치돼 있다. 안전사고 알림판이다. 근데 어이없는 건 수년 째 무사고라 써있다는 거다. 그럼 도대체 내가 보고 들은 저 사고들은 사고가 아니란 말인가? 애당초 하청업체 사고는 저 게시판에 올라갈 자격조차 없다는 걸까? 산재 사망사고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요즘, 머리가 지끈하다. 안 죽고 안전하게 일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