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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항쟁이 5.18 민중항쟁의 의미를 되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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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3,945회 2021-05-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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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손을 맞잡은 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

 


미얀마 군부의 야만적인 학살 만행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미얀마 시인 켓띠가 군경에 끌려가 심문당한 지 하루 만에 장기가 적출된 시신으로 돌아왔다. 10일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집계로는 지금까지 군부에 살해당한 사망자 수가 780여 명, 체포된 수가 1,540여 명에 이른다. 손에 무기를 쥐고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선 미얀마 민중은 부단히 1980년 광주의 기억을 불러내고 있다.

 

역사에서 가장 잔인한 전쟁, 계급전쟁

 

한국의 지배자들이 오월 광주를 들먹이며 평화, 상생, 대타협 따위를 읊조리는 동안,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학살은 계급전쟁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전쟁이라는 역사의 진실을 다시금 입증하고 있다. 피착취계급이 지배질서를 뒤엎기 위해, 다시 말해 소수 지배자의 전제(專制)를 뒤엎기 위해 고개를 쳐드는 순간 그들은 잔인한 폭력에 맞닥뜨린다. 이것은 필연적이기까지 한데, 피착취계급은 언제나 지배자들보다 다수이기 때문이다. 지배자들은 노동자 민중의 수적 우위를 무력화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질서를 수호한다.

 

<러시아혁명의 진실>을 쓴 빅토르 세르주는 국가 간 전쟁은 일정한 법칙에 의해 제한되지만, “계급 간의 전쟁에는 규칙도 없고, 제네바협정도 없고, 기사도적 관례도 없으며, 싸우지 말아야 할 상대 또한 없다고 말했다. 지배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실질적 위험에 처했을 때, 사회적 윤리와 통상적인 관습 따위는 모두 내팽개치고 노골적인 야만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미얀마 노동자 민중의 목숨을 건 항쟁은 한국 사회에 5.18 민중항쟁의 역사적 경험을 다시 되살리고 있다. 40여 년 전 쿠데타를 일으켰던 한국의 신군부도 자신들이 찬탈한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국민 학살을 서슴지 않았다.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발포명령을 내린 40여 년 전 한국의 신군부와 오늘날 미얀마 군부 사이에는 한 치의 차이도 없다. 미얀마 군부가 집에 있던 일곱 살 여아에 총격을 가하고 최소 43명의 어린이를 학살한 것과 마찬가지로, 5.18 광주에서도 계엄군은 네 살 남아를 조준 사격해 살해하는 등 14세 이하 어린이 8명을 학살했다.

 

오늘날 미얀마에서 군부에 맞서 항쟁하는 미얀마 민중이 말 그대로 목숨을 내던지고 싸우는 것처럼, 5.18 광주 시민들도 계엄군의 학살에 맞서 시민군을 조직해 싸웠다. 지배자들의 야만적인 폭력에 마주했을 때 비록 당장의 승리는 어렵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는 것, 불가피하다면 정당방위를 위해 무기를 쥐는 것도 피하지 않았던 것, 바로 이 불굴의 투쟁 정신이 오늘날 미얀마항쟁과 40여 년 전 5.18 민중항쟁에서 똑같이 나타난 모습이다.

 

5.18 항쟁을 도덕적 행동이라 부르는 자들

 

미얀마항쟁은 지배자들의 폭력에 맞선 노동자 민중의 자기 무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그것이 바로 5.18 광주가 남긴 피의 교훈이기도 하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다. 그러나 이 사회의 지배자들은 바로 이 사실을 은폐하면서 5.18 민중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껍데기만 남겨두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5월에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기고했던 평범함의 위대함이란 글을 보자. 그는 국가의 폭력 앞에서도 시민들은 엄청난 자제력으로 질서를 유지했고, “도덕적 행동이야말로 부정한 권력에 대항해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노동자들이 중심이었던 5.18 광주 시민들이 위대했던 것은, 그들이 막연한 도덕적 행동에 그친 게 아니라 총칼을 치켜든 계엄군 앞에 무장한 시민군으로서 맞섰다는 데 있다. 광주 시민의 이 위대한 투쟁 정신은 외면한 채, 문재인은 위 글에서 광주형 일자리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광주정신이 이뤄낸 결과라는 흰소리마저 늘어놓는다. 자본을 위한 양보와 나눔”, 자본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광주정신이라니, 이쯤 되면 견강부회(牽强附會)도 수준급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문재인을 비롯한 이 사회의 지배자들이 공히 갖는 태도가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오월 광주로 완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성된 민주주의, 또는 퇴행 불가능한 민주주의란 존재할 수 있을까?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계엄령 발동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던 일이 불과 수년 전이다. 지배계급의 이익이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순간 민주적 기본권이 언제든지 제한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지배자들에게 민주주의란, 그들의 지배질서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서만 허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레닌이 지적했듯이 “‘공공질서 교란의 경우에, 그리고 실제로는 피착취계급이 자신의 노예 신분을 어기고노예답지 않게 행동하려고 하는 경우에, 아무리 민주적인 국가라 할지라도 그 헌법에 노동자를 향해 군대를 출동시킬 가능성,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 등을 자본가계급에게 보장하는 단서와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지 않은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

 

노동자계급의 진짜 민주주의를 향해

 

오늘날의 미얀마항쟁과 40여 년 전 5.18 광주항쟁은 노동자 민중을 위한 진짜 민주주의는 결코 지배자의 시혜나 평화적 타협으로 실현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지배자들의 이해에 철저히 종속되는 형식상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향한 수단이 되는 진짜 민주주의는 반드시 물질적 힘에 의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계급이 모든 종류의 자본가정치로부터 철저히 결별하는 것, 노동자투쟁 속에서 미래 사회를 건설해나갈 역량과 지도력을 획득하는 것, 역사의 교훈 속에서 올바른 혁명이론과 정치로 무장하는 것, 바로 이러한 것이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물질적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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