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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급진적 ‘MZ노조’를 바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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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주금속노조 교육부장 조회 3,893회 2021-05-1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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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설립 신고를 낸 현대차그룹 인재존중사무연구직노조 관계자들

 

 

미디어를 통해서 보는 ‘MZ세대 노조는 급진적이지 않다.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요구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기존 노동조합과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비춰진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고령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 그래서 청년을 중심으로 조직화 사업을 펼치고 민주노조운동의 지속을 꾀하지만, 지금 현상은 의도와 달리 독자노조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이 같은 현상에 방관만 할 것인가?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잇지 못하고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MZ세대에 계급적 분노를 일으키고,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갈 것인가? 운동진영의 중요한 과제는 자본에 맞선 하나의 계급전선을 치는 일이다.

 

‘MZ세대 노조가 급진적으로 발화할 여지

 

지난 4월 출범한 현대자동차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의 소통은 블라인드, 네이버밴드, 오픈채팅방에서 이뤄지고 있다. 수천 명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서 분노는 정의선 회장으로 모인다. 현대차 노동자의 임금은 삭감됐는데, 정 회장의 연봉은 60억 원으로 15% 늘어났다는 것이다. 노조 준비 블라인드 게시글의 시작도 재벌 경영승계에 대한 절차적 문제. 그러면서 정 회장이 경영악화를 빌미로 인건비 축소를 통해 원가절감의 짐을 사무연구직에 떠넘기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신입사원 호봉을 의도적으로 낮추려다 들켜 이를 시정한 적도 있고, 지금도 대졸 신입사원 영끌초봉은 4천만 원대에 그친다면서 말이다.

 

물론 영혼까지 끌어모은신입 연봉 4천만 원도 대기업, 안정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대다수 청년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릴 것이다. 지금 문제를 제기하는 MZ세대는 평생 경쟁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성장한 이들로서 특유의 정서가 자리한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쳐, 명문대를 졸업하고, 일류 대기업 입사까지 성공한 인재에 대한 대우가 불공정하다는 인식 말이다.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의 이름이 인재존중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일단 공정한 절차에 대한 신념은 성과급 책정기준을 마련하라는 요구로 전화했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은 LG, 현대차로 뻗어가 노조 결성까지 이어졌다. 이 요구는 기본급 비중이 낮고, 성과급 비중이 높은 기형적 임금체계가 부른 것일 수도 있다. 성과급은 자본이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간 대기업 노조 또한 협상에서 당장 얻을 수 있는 성과급에 교섭력을 집중한 측면이 있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억대 연봉이란 해묵은 뉴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성과급에 대한 불만은 동시에 낮은 기본급 비중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본급 자체가 낮은 데 있다. 이것부터 개선하라. 임금의 파이를 키우는 것을 원하지, 임금의 파이를 유지 혹은 줄이면서, 차등 기본급제 그리고 차등 성과급제 할 생각이라면 진작에 때려치워라.” 지난 29일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 밴드에 게시된 글이다. 이 같은 기본급 중심의 임금인상 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이 제기했어야 할 지점이다.

 

청년의 박탈감, 기존 노동조합운동의 문제

 

이는 현대차 등 대기업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청년 조합원의 경험과 노동조합의 대응 과제를 보면 알 수 있다. 금속노조의 많은 청년 조합원은 세대별 조합원 숫자에 따라 이익과 불이익이 극명하게 나누어진 까닭에 상대적 박탈감, 차별을 느끼고 있었다.

 

저희는 호봉제다 보니까 나이 드신 분에게 혜택이 많이 가는 게 사실이었어요. 젊은 사람이랑 나이 드신 분이랑 임금 차이가 너무 많이 나요”, “젊은 조합원이 처음에 들어왔을 때부터 부당대우를 받았어요. 이중임금제 때문에 10년 정도 차이 나게 기본급이 깎여버렸죠. 그것 때문에 많이 싸웠어요”, “20년 동안 신입사원을 뽑지 않다 보니까 젊은 사람 혜택은 줄이고, 선배님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으로 단협이 고쳐졌어요”, “10년 전에 들어왔을 때 같은 공채로 들어왔어요. 앞에 들어온 애들과 3개월 차이인데 호봉은 11개나 차이가 나요. 일을 안 해도 500~600만 원, 특근 포함하면 1천만 원씩 차이가 벌어져요.”

 

금속노조 청년 조합원과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의 불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무연구직 노조가 설립을 준비하며 실시했던 설문에도 이중 취업규칙에 대한 분노가 상당했다. 물론 설문 답변에 삼성전자 등 타사만큼의 싱크를 맞춰야 한다’, ‘성과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등 능력주의에 기반한 의견도 상당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제기한 격차의 문제는 그간 민주노조운동이 함께 투쟁에 나섰어야 할 문제 아닌가. 그러나 바람과 반대로 그간 노조는 세대별 조합원 권력에 따라 조합주의 벽을 높였고, ‘이중 취업규칙등에 합의하며 격차를 심화시켰다. 노노갈등, 정년퇴직에 따른 조합원 감소는 민주노조 힘이 약화하는 것으로 자본이 원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MZ노조라는, 금속노조라는 스피커조차 갖지 못한 청년들은 어떨까.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고용·소득 매우 불안정청년층은 200219%에서 201831%로 증가했다. 고용과 소득이 안정적인 집단도 27.6%에서 41.7%로 증가했다. 임금분배 증가폭도 29세 이하가 0.017로 가장 높다. 청년의 양극화가 가장 심각하다는 뜻이다.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경쟁에 따르지 못한 청년 대다수는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노조는커녕 형평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공간도, 동료도 많지 않다. 재벌 자본이 채용의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의 하향평준화를 노리면서 미래에 대한 청년의 불안감은 치솟고 있다. 지난해 20대 여성의 자살 시도가 전년 대비 34% 증가한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한국의 자본주의가 만든 시대상이지만, 공장 담벼락을 넘어서지 못한 기성 노조 활동의 책임도 있다.

 

잊혀진 계급운동의 원칙을 호명해야

 

금속노조만 따지면 조합원 예상 누적 퇴직인원이 2022년에 10,280, 202421,389, 202739,951명에 달한다. 만약 한국의 대기업 노조가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감소 인원은 신규채용하라(완성차 3사는 모두 정년퇴직에 따른 신규채용을 단협으로 강제 또는 유도하고 있는데도 암묵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세대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청년 임금을 더 올려라, 비정규직 대체 채용을 금지하라, 천문학적인 재벌 곳간을 풀고 사회로 환원하라고 요구했다면 지금 청년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조합주의의 벽을 허물고 기업의 이윤을 노동자계급의 몫으로, 사회로 돌렸다면 지금의 MZ세대도 민주노조운동과 함께했을 것이다. 답은 원래부터 있었다. 기본급 중심의 임금인상 투쟁, 임금격차 해소, 신규채용 확대, 외주화 금지 등 계급운동의 원칙을 앞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MZ세대가 지각한 형평성이 능력주의가 아닌 계급운동으로 발휘할 지점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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