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해투 온라인토론회 후기 “미얀마항쟁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 참가자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미얀마항쟁에 연대의 뜻을 모았다.

편집자 주     노해투는 지난 5월 4일(월) 미얀마항쟁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30여 명의 동지는 미얀마항쟁의 의미와 연대의 경험을 나누고 앞으로의 과제를 함께 고민했다.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한 동지들을 위해 당일 토론회에서 있었던 주요 발언을 요약해 소개한다. 미얀마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에 한국 노동자운동이 적극 연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명의 발표자를 제외한 나머지 발언자들의 이름은 생략한다.

발표 1: 미얀마항쟁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는 노해투 오연홍 동지의 “미얀마항쟁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첫 번째 발표로 시작됐다. (발표문 전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연홍 동지는 미얀마 하면 경제적으로 낙후한 농업국가 또는 불교국가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이번 항쟁에서 미얀마의 MZ세대가 스마트폰과 SNS를 투쟁의 무기로 활용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최근 급격한 사회 변화의 모습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발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 미얀마는 ‘남자는 학식이 빛날 때 아름답고, 여자는 아이를 낳을 때 아름답다’는 속담이 통용될 만큼 가부장적 문화가 뿌리 깊은 나라였지만, 올해 여성의날 시위에는 수많은 남성도 함께 참여했다. 미얀마 민중은 대중투쟁의 과정에서 과거의 전통과 단절한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십 수 년 간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본주의적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동시에 노동자계급과 노동자운동이 성장해온 결과다. 미얀마 쿠데타 직후 이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는 데서 노동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데, 이는 노동자계급이 사회적·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광주항쟁의 역사를 돌이키며 과거를 투영하듯이 미얀마항쟁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2017년 촛불시위에서 박근혜 정부가 계엄령 선포를 검토했던 점, 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 정부가 무장군인을 동원해 대중의 이동을 통제했던 점, 미국 경찰의 군사화 등을 살펴보면, 한국이 오랜 민주화 투쟁을 거쳐 누리고 있는 민주적 권리는 결코 완성된 것도 영구적으로 보장된 것도 아니다. 특히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진 지금에서는 더더욱 민주주의의 성과가 흔들릴 수 있다.”

“한편 미얀마항쟁을 국제정세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제국주의 열강의 대립은 미얀마에서도 경제적·군사적·정치적 긴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국주의적 대립의 자장 안에서 한국의 민중운동도 다양한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데, 제국주의 대립 구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립성을 견결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본의 이윤 논리를 뛰어넘어야 한국에서 미얀마 군부와 결탁한 포스코를 향해서도 행동의 전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2019년 11월 칠레에서 대중교통 요금인상을 계기로 대중시위가 촉발됐는데, 이때 아르헨티나에서 연대시위를 벌인 것은 노동자들의 국제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실례다. 국제연대를 실천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토론해 보았으면 한다.”

발표 2: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할 절호의 기회 -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에 연대의 손길이 갈 때 그 의미가 깊고 고귀하다

이어 울산이주민센터 조돈희 동지의 두 번째 발표가 있었다. 조돈희 동지는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할 절호의 기회 -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에 연대의 손길이 갈 때 그 의미가 깊고 고귀하다”는 제목으로 울산 지역에서 있었던 미얀마항쟁 연대 경험을 소개하고 노동자운동의 적극적인 연대를 호소했다. (발표문 전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돈희 동지의 발표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울산이주민센터에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과 연대 활동을 해왔는데, 특히 올해 포천과 경남의 비닐하우스 사망사건, 노동착취뿐 아니라 성착취의 대상이 되는 여성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면서 커다란 분노가 있었다. 3월 4~5일 ‘농업이주노동자인권버스’에 함께하던 중, 집회에 참여한 젊은 여성 이주 노동자들의 모습에 미얀마에서 죽어간 어린 소녀의 모습이 겹쳤다. 부산역 집회에 미얀마 노동자 100여 명이 비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새롭게 보였고, 울산에서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의를 가지게 됐다.”

“3월 20일 울산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미얀마 노동자들을 만났다. 미얀마 노동자 일고여덟 명이 피켓을 들고 나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꼬박 다섯 시간을 간절하게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울산지역 66개 단체가 참여한 기자회견도 개최했다. 그런데 노동조합과 정당의 반응과 참여가 적극적이지 않다. 미얀마항쟁에 연대하라는 민주노총의 지침은 형식적, 행정적 지침에 불과하고 적극적으로 조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왜 그런지 토론하고 싶다.”

“노동자들에게 다가서서 노동자 국제주의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조직을 해야 한다. 이런 국제 연대활동에 왜 노동자운동의 가장 선진적인 부위들도 오지 않는지 토론해야 한다. 미얀마 상황에 대해 우리와 가까이 있는 활동가들과 왜 국제주의 연대가 필요한지 토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어떤 논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감대를 불러일으켜 시위에 오게 하고 미얀마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눈빛을 보게 해야 하는 문제다. 한국에서도 어려운 노동자투쟁이 많은데, 일단 함께하면 ‘노동자가 하나다’라는 걸 체험하게 된다. 그 자리까지 나오도록 필요한 내용을 토론해 봤으면 한다.”

미얀마항쟁에 연대한 경험

두 동지의 발표 이후, 다른 참석자들이 미얀마 항쟁에 연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울산의 동지들은 울산지역 미얀마항쟁 연대행동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밝혔는데, 무엇보다도 미얀마 노동자들이 말 그대로 목숨을 내걸고 싸우고 있다는 걸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군부의 보복 때문에 우리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SNS에 게시할 때 미얀마 노동자들을 모자이크 처리해 왔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스스로 페이스북에 생중계하고 있었다.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 대한 페이스북 게시물이 1시간 만에 조회가 수천 건, 공유가 수백 건일 정도로 이곳의 투쟁 소식은 미얀마 현지에 신속하게 공유되고 있다.) 그래서 그때부터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

군부의 보복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미얀마 노동자들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한다. 실제로는 군부가 연락해서 총살하겠다는 협박도 하고, 미얀마 현지의 친구를 폭행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얀마 노동자들은 투쟁을 하면서, 소수민족 문제와 여성차별 문제에 반성하고 있으며 미래 세대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고 말한다. 이들은 하루에 5시간을 쉬지도 않고 진지하게 시위한다.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평범한 노동자 민중의 결의에 찬 모습을 보면, 이 혁명이 성공한다는 확신이 든다.

이어 지난 4월 13일 미얀마 군부와 결탁한 포스코 규탄 기자회견에 참여한 청년 동지의 발언이 있었다. 포스코는 가스전, 호텔임대 사업 등을 통해 미얀마 군부에 수입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청년학생 단체들이 포스코에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를 청산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시위를 열었던 것이다. 또 4월 30일 노동절 전야제에서는 ‘행동하는 미얀마 청년연대’의 미얀마 유학생을 초청해 발언을 듣기도 했다. 지금 기후, 노동, 인권악당 포스코에 맞서는 청년학생 공동행동팀이 꾸려졌다. 이들이 미얀마 유학생들, 미얀마 노동자들과 연결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동조합 내부로 어떻게 연대활동을 확산시킬 것인가

미얀마항쟁에 대한 연대 경험을 공유한 후, 노동조합 내부로 어떻게 연대활동을 확산시킬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발표자 조돈희 동지는 울산에서 현대중공업 하청 서진이엔지 노동자들, 금속노조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노동자들이 미얀마항쟁 연대활동에 참여하고 함께 행진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집중 행동을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미얀마 유학생들 전반과 미얀마 이주 노동자들을 비교해보면, 노동자들이 갖는 절박성과 투지는 학생들과 다소 온도차가 있다며 미얀마 이주 노동자들과 연결돼야 연대활동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조돈희 동지는 구체적으로 대구성서공단노조 이주 노동자들과의 연대활동 기획을 고민해보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출퇴근 선전전, SNS 공유하기 등 폭넓은 참여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동지는 지금 미얀마에서 병원 노동자들, 철도 노동자들이 투쟁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한국의 동일직종 노조(보건의료노조, 철도노조 등)가 미얀마 노동자들의 항쟁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만 내더라도 연대의 기운을 확산시킬 것이라 얘기했다.

현장 노동자들에게 국제주의 실천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의 어려움

몇몇 참석자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미얀마항쟁에 연대해야 하는 필요성을 말하기 어려운 실제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에서 미얀마항쟁 연대를 위해 1천 원씩 조합비를 더 내라고 하는데, 간부들조차 왜 이걸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더라는 것이다. 다른 동지 역시 이것이 전반적인 노동자운동의 상태라며, 실제로 우리나라 일도 아닌데 왜 돈을 보내느냐는 항의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비정규직 연대에 대한 이야기는 쉽지만,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상황에 연대하는 것은 현장 노동자들이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미얀마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출퇴근 선전전 등에서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 작은 실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특히 발표자 조돈희 동지는 미얀마 군부가 과거 사회주의를 참칭했던 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위기감, 군사독재를 경험했던 위기감을 이야기하며, 미얀마 군부의 속성은 노동자 민중을 쉽게 다뤄서 이윤을 착취하려는 자본가들의 속성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 결탁해 있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얀마항쟁을 이끌어 온 미얀마 노동자들에 주목하고 국경을 넘은 노동자의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적어도 민주노조운동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한국의 울타리 안에서 비정규직 투쟁 등에 투쟁기금 걷자고 하면 왜 그러냐고 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해투 온라인신문에 게재된 미얀마 이주 노동자 얀쩌모 동지의 인터뷰를 보면(인터뷰 전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노동권은 국경을 넘어서 존재한다는 말이 나온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는 것처럼, 국경을 넘어서도 노동자들과 연대한다는 원칙을 생생히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쿠데타 직후 아웅산수치를 지지하는 흐름은 유혈충돌이 벌어지면 불리하다며 저항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였다. 3일 정도 지나서 그걸 뚫고 아래로부터 투쟁을 만들었던 것이 미얀마 의류수출 공업단지의 노동자들이었다. 이곳은 70만 명이 일하는 곳인데, 지난 10년 동안 처절할 정도의 임금투쟁을 통해 10만 명 이상이 조직된 곳이다. 그 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 흐름을 만들어 미얀마항쟁이 벌어진 것이다. 노동자들은 아웅산수치 정권(NLD, 민족민주동맹 정권)이 좋아서 싸운 게 아니다. NLD도 노동자들을 탄압하지만 군부는 더 탄압할 거니까 노동자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싸운 것이다. 이들이 미얀마항쟁에 불어넣은 정신은 ‘이번에는 타협하지 않는다, 끝까지 싸운다’는 정신이다. 이들은 지금 소수민족 문제에 반성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주목해야 한다.

다른 참석자도 노동자에게 민주화된 체제란, 스스로 조직하고 싸우기에 용이한 조건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즉 민주주의는 해방을 향한 수단이며, 이들의 투쟁과 연대할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포스코나 가스공사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지, 사회주의자들이 꿈꾸는 진짜 사회주의는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선전선동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R2P(보호책임, Responsibility To Protect), 군사개입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지?

토론회 막바지에 한 참석자는 미얀마 민중이 R2P를 호소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미얀마항쟁에서의 원칙은 미얀마 민중의 자결권을 인정하고 제국주의 군사개입을 반대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미얀마 민중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한다는 것이 그들이 가진 생각에 모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R2P는 제국주의 군대를 불러들이는 것뿐이다. 그들의 요구가 보여주는 처절함에는 공감하되,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쿠데타 이전까지 미얀마에서 소수민족 탄압이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은 소수였다. 미얀마 노동자들이 항쟁을 주도하면서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소수민족과 연대하고, 군부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변화 말이다. 미얀마 민중의 독립적인 운동을 건설하도록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발표자 오연홍 동지는 이번 토론회가 남긴 과제를 정리했다. 즉 사회주의자로 자임하는 사람들에게는 국제주의 연대가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현실에선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국제주의 연대를 어떻게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왕성한 토론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냉정하게 보자면 홍콩시위가 벌어졌을 때, 미국의 흑인차별에 맞선 투쟁이 벌어졌을 때, 지난해 태국의 민주화 투쟁에 대해서도 노동자운동 내에서 별다른 흐름이 없었다. 그나마 미얀마항쟁을 통해 국제주의 실천의 첫걸음을 떼고 있다. 가능성과 문제의식 모두를 보여주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실천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온라인 토론회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2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노해투 역시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더욱 의미 있는 국제주의 연대활동을 펼쳐나갈 것을 동지들에게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