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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할 절호의 기회 -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에 연대의 손길이 갈 때 그 의미가 깊고 고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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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희울산이주민센터 대표 조회 3,999회 2021-04-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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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선 주말마다 미얀마항쟁 연대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울산이주민센터 조돈희 대표(앞에서 두 번째)

 

편집자 주 | 53() 노해투는 미얀마항쟁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합니다. 울산에서 미얀마항쟁 연대 캠페인에 헌신하고 있는 울산이주민센터 조돈희 대표가 최근의 생생한 경험을 담은 발제문을 보내왔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발제문을 온라인 토론회에 앞서 <가자! 노동해방>에 게재합니다.


울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대 캠페인을 시작한 배경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울산에서 이주민센터장으로 활동한지 10여 년! 그간 이주민 지원과 연대활동을 하면서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가 축적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올해 1월 이주 노동자가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소식, 비닐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위기에 처했다는 소식, 이주 여성 노동자들이 농장주들의 노동력 착취와 성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연속해서 올라왔습니다. 이 와중에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어린 소녀가 이에 항의하다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나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깊은 연대의 감정이 일고 있었습니다.

 

34~5농업이주노동자인권버스에 함께하던 중, 부산에서 활동하는 동지로부터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이 매주 일요일 부산역 광장에서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314일에 우리 단체와 울산지역의 몇몇 뜻있는 동지가 함께 부산역 광장집회에 참여했는데, 미얀마 노동자 1백여 명이 비장한 모습으로 광장에 도열해 집회에 집중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한 미얀마 노동자가 자신의 형이 군부의 총에 맞아 죽었다면서 시 낭송으로 발언을 대신했는데 이는 국어선생이었던 사망한 형이 시위에 나가기 전에 남긴 글이었다고 해 모두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우리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준비 과정은 어땠습니까?

 

319일 울산이주민센터에서 부산에 있는 미얀마 활동가를 모시고 미얀마 상황에 대한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지침도 있고 해서 이 자리에는 주변의 몇몇 동지와 함께했고, 울산에서도 이미 21일 쿠데타 발발 직후부터 미얀마 노동자들이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울산이주민센터에서는 미얀마 노동자들과의 접촉면이 별로 없어서 울산에서도 미얀마 노동자 주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저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지요.

 

울산이주민센터는 부산의 미얀마 활동가로부터 울산에서 일하는 미얀마 노동자와 연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 강연회 다음날인 320()에 울산지역 미얀마 노동자들과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만남의 장소에서 노해투 활동가와 함께 긴장과 설렘, 안타까움과 분노를 서로의 가슴에 안고 미얀마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뜨겁게 솟구치는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날, 아직은 밖에서 장시간 서 있기에는 추위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날이었고 참으로 초라해 보이는 적은 인원이었지만, 이들의 눈빛은 분노와 복수와 혁명을 꼭 승리해야 한다는 결기로 가득해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눈빛이었지요.

 

토요일과 일요일(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을 연이어 이들과 함께하는 동시에, 울산지역 인권운동연대와 협의 하에 울산지역 노동·시민·사회·정당에 일단 기자회견을 열자고 제안해 실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역에 제안하니 무려 66개 단체가 동참을 희망했습니다. 놀랄 만한 일이었습니다. 울산이 광역시이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단체가 있었다니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고, 울산에서 열린 다양한 기자회견 역사에서 가장 많은 단체와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울산시장과 그에 따른 부수인력까지 회견장에 나타나 간단한 지지 퍼포먼스를 하고 갈 정도였으니까 말이지요.

 

성공적인 기자회견 이후 즉각 제단체 연석회의를 통해 매주 토요일 미얀마 노동자들이 시위하는 현장에 결합해 연대한다. 각 단체별로 참여 가능한 날과 시간대에 참여한다. 사진전을 개최한다. 강연회를 한 번 더 한다. 단체별 1만 원 이상의 활동기금을 결의한다. 미얀마 민주주의혁명 후원금 계좌를 만들어 모금운동을 전개한다 등을 결정하고 역할분담을 하며 활동을 준비했습니다.

 

그런 제안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적극적이었나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민사회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으로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당들과 노동조합 쪽의 반응은 사실 좀 정치성향별로 다르기도 하고, 노동조합들은 민주노총 지지선언 등 결정사항에 의해 산하 단위에 공지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습니다. 정당과 노동조합은 소극적이었다는 말입니다.

 

노동조합의 소극성을 노동자들의 소극성으로 해석하진 말아 주십시오. 노동자들은 아직 누군가의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한 측면이 있어서 그렇다는 판단입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활동가들과 집행부가 있다면 아마도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에 현대자동차 활동가에게 미얀마 민주주의 혁명, 노동자 국제연대를 위한 현장조직 공동활동을 제안한 바 있는데 아직 의미 있는 논의 결과를 전달받진 못했습니다. 현대중공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울산지역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등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은 적극적인 편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울산불교환경연대라는 불교단체입니다. 이곳은 매주 토요일 연대행동에 결합하면서도 독자적으로 자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30일 매주 진행하는 기후행동 캠페인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영상물 촬영과 자비의 쌀 나눔행사가 있는데 우리 울산이주민센터 두 명에게 쌀을 준다네요.

 

59일에는 울산불교환경연대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 삼보일배 대행진 등을 기획 중에 있고, 518일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미얀마민주주의연대를 위한 기자회견, 사진전, 울산대공원에서 지지 퍼포먼스 등 행사를 통해 영상 선전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울산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에서 강연회, 교육사업, 피켓 및 현수막 제작, 스티커 제작 등 자발적 연대와 지지운동이 활발하고,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세손가락 뱃지 11,000개를 제작해 개당 1천 원에 할당 판매하면서 후원기금으로 확보할 계획에 있습니다. 노해투와 변혁당은 당연히 저희 센터와 밀착해 적극 함께하고 있지요.

 

캠페인을 진행하며 거리에서 어떤 것을 경험했는지 들려주세요.

 

거리를 오가는 많은 시민의 참여도가 적지 않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전시한 사진을 보고 1980년 전두환과 광주학살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격려와 지지, “이건 아니지” 하면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젊은 여성들, 길바닥에 붙여놓은 민아웅훌라잉사진을 발로 비비고 밟아대는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의 행동, 백 원짜리 천 원짜리로 모금에 동참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1만 원짜리를 서슴없이 집어넣는 나이 드신 분들의 동참, 음료수로 연대하는 시민들 등등. 이런 모습을 보면서 미얀마 노동자들은 이 모든 것에 감사해 하고, 또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결의를 보면서 우리도 감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이 필요할까요?

 

상황은 여전히 아무런 변함없이 군부의 폭압적이고도 야만적인 살인행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중들은 다른 방법으로 이들의 만행에 대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얀마의 청년들은 이제 누구에게도 기대할 수 없다며 총을 잡고 있습니다. 유엔의 도움을 받지 못하자 스스로 무장하는 길을 택한 거라는 기사가 올라옵니다. 군부는 휴교 중인 학교들에 5월 안에 문을 열라고 지시했지만 학생들은 피 묻은 교복을 학교 앞에 내걸고 졸업장까지 불태우며 저항하고 있다고 합니다. 목숨 걸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길 때까지 싸우겠다”, “죽을 각오하고, 살아있는 한 군부와 싸우겠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의 연대와 지지에 힘을 얻어 싸우는 미얀마 민중과 연대하며 미얀마 민주주의 혁명이 승리할 수 있도록 우리도 함께해야 합니다.

 

노동자는 하나다!’ 라며 한국 노동자들이 외칩니다.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 또 다른 성의 노동자,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 장애 노동자도 비장애 노동자도 다 같은 노동자라는 것이지요. 이주 노동자도 정주 노동자도 같은 노동자라는 것이고요. 더 나가서는 전 세계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를 외칩니다.

 

하지만 실천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노동자의 현실입니다. 지도부라고 하는 관료화된 집단이 가로막는 것이지요. 자본가들이 분절시키고 단결을 가로막았으나, 노조관료, 노동운동 관료들도 똑같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지금 한국 노동자운동의 현실이라고 진단합니다.

 

정말이지 의미 있는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에 연대의 손길이 갈 때 그 의미가 깊고 고귀해집니다. 한국 노동자들도 여러 사안으로 자본의 공격에 맞서 싸우느라 어느 곳 하나 편안한 곳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미얀마 노동자들이 총파업으로, 전 민중이 불복종운동으로 사실상 그야말로 전 산업이 군부의 폭거에 맞선 파업 상황입니다. 목숨 건 투쟁으로 피를 흘리며 민주주의혁명을 꼭 승리하겠다는 다짐으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절박하게 호소합니다. “도와주세요. 우리나라를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이 절규를 모르쇠 하며 지나친다는 것은 생각하는 인간이 할 도리가 아닙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합니다. 돈을 모아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지액션을 영상물로 보내는 일, 한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를 비난하게 하는 선전활동, 국민통합정부 지지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활동, 한국에서 일하며 불안에 떨고 있거나 투쟁 중인 미얀마 이주민들에게 힘을 주는 활동 등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많습니다.

 

3월 초 제가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인 군부의 만행을 보고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 것처럼, 한국 노동자들은 이미 많은 투쟁과 연대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지 않습니다.

 

미얀마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 것! 미얀마 상황은 곧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항쟁 중인 그들에게 돈을 모아 보내주는 것! 미얀마 노동자들의 한국 내 시위에 동참, 연대하는 것! 이 모든 것을 당장 실행에 옮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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