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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 아마존 노조 조직화에 대한 생각: 무엇도 현장 노동자들을 대신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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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김요한 조회 26,426회 2021-04-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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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빼앗지 않으면 아마존은 주지 않는다.” - 아마존 현장 활동가의 발언.



편집자 주 미국 내 고용규모 2위의 초거대기업, 동시에 지옥의 사업장으로 불리는 곳, 아마존. 코로나 시대에 필수 노동자로 불리지만 열악한 임금은 물론 불충분한 방역조치 탓에 미국 아마존 내에서만 몇만 명의 노동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런 현실이 노조 조직화 운동에 불을 댕겼다. 앨라배마주 베세머의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노조설립 찬반투표가 벌어지면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무노조정책을 고집하는 아마존의 한 물류센터에라도 노조가 들어서면 다른 물류센터로도 얼마든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었다. 쿠팡, 마켓컬리 등 국내 배송업체 노동자들의 미래상을 그리는 것과도 연관된다. 안타깝게도 이번 아마존 노조설립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한창 캠페인이 벌어지던 시기 베세머를 방문해 취재한 레프트보이스의 타티아나 코차렐리는 이번 시도의 의미를 짚어보는 것과 더불어 무엇이 실패를 낳았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2021417, 타티아나 코차렐리

 

베세머(미국 동남부 앨라배마주의 도시) 지역 아마존 물류센터의 노조 조직화 시도에는 잠재력이 충만했다. 그것은 흑인생명도 소중하다운동과, 미국에서 가장 거대하고 끔찍한 기업에서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결합하자는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남부에서는 웨스트버지니아주와 오클라호마주에서 교사들의 봄이 시작됐던 것처럼 다시 운동이 시작될 것이었다.

 

나는 노조가입 찬반투표가 끝나기 일주일 전 레프트보이스동지들과 함께 앨라배마주 베세머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동 준비를 하면서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계속해서 여러 인터뷰 기사를 뒤져봤는데, 반복적으로 딱 두 명의 아마존 노동자만 나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훌륭한 대변자였다. 하지만 그 밖에 5,968명의 노동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얼마나 역동적인지를 안다. 보통은 분노에 가득 차고 자신들의 투쟁에 대해 기꺼이 이야기하려는 수많은 노동자의 자기 주도적인 행동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지난 몇 년간 보고했던 노동자투쟁의 몇몇 사례가 분명히 그랬다. 뉴욕시의 헌츠포인트(Hunts Point) 파업, 오클라호마 교사파업, 그리고 힐튼(Hilton) 노조 조직화 사업이 그렇다. 내가 브라질에 있을 때는 노동자들이 더욱 급진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도 목격했다. 버스파업 때 버스 노동자들은 파업 불참자들이 운행하는 버스의 거울을 부수거나 주요 고속도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더 급진적이든 아니든 간에, 이 모든 투쟁에서의 분위기는 똑같았다. 투쟁과 서로의 연대 속에서 계급적 분노와 자신들의 힘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찬 노동자 말이다.

 

앨라배마에 도착하기 일주일 전, 노동자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미국 소매·도매·백화점노동조합(RWDSU)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거대 언론매체들은 인터뷰를 하고 있었지만 독립언론들은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자코뱅’(Jacobin, 뉴욕에 기반을 둔 미국 사회주의 잡지)조차도 인터뷰를 못했다. 노동자들은 어디에 있는 건가? 만약 노동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노동조합에 좋은 징조일 리 없었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민주적사회주의자’(DSA, 사회민주주의 경향의 조직), ‘사회주의대안’(Socialist Alternative) 회원들과 함께 노조가입 캠페인에 참여했다. 노동조합이 좌파들의 노조가입 캠페인을 매번 허용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이는 인상적이었다. 나는 지역사회, 특히 흑인공동체의 엄청난 지지를 목격했다. 하지만 나는 노조가입 캠페인에 참여한 노동자를 전혀 보지 못했다.

 

다음날엔 아마존 물류창고 출입문으로 갔다. 우리는 노동조합에 연대하며 문 밖에서 가입 홍보 팻말을 흔들었다. 나는 신호등이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 알아챘는데, 그것은 길을 건너면서 노동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확실히 힘들게 했다. 이걸 노리고 아마존은 교통신호등 점등시간을 바꿔달라고 시에 청원했던 것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선언>에서 밝힌 대로, 국가권력은 전체 자본가계급의 공동 업무를 관장한다는 걸 보여준 황당한 사례다. 법에 따라 우리는 길모퉁이에 세 명씩만 서 있도록 허용됐다. 경찰들이 아마존 물류창고를 순회 중인 것도 알아챘다. 그다음날엔 레프트보이스 동지 중 몇 명이 아마존 앞의 잔디를 밟았다는 이유로 경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아마존이 시설을 순찰하기 위해 비번일의 경찰을 고용했다는 것도 확인됐다.

 

탄압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물류창고 안에서도 그럴 게 분명하지 않은가? 그리고 노동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이 힘을 과시하며 여기에 서 있어야 하지 않나? 나는 노동조합 상근자에게 물어봤는데, 그는 전면에 많은 노동자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 노동조합(RWDSU)의 솔직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누군가를 해고하거나 보복할지도 모른다는 거다.

 

아마도 진실일 것이다. 어쩌면 조직가들은 얼굴을 맞대고 조직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탄압이 심할 때는 비밀리에 조직해야 할 때도 있다. 어쩌면 모든 노동자의 집을 방문해 노조가입 캠페인을 벌이는 노동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수백, 심지어 수천의 노동자가 교대로 비밀 화상회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장 노동자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자기 사업장을 조직했던 한 동지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노조가입 찬반투표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장에 대한 분노가 두려움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RWDSU)은 두려움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두려움을 중심으로 조직을 하고 있었다. 노동조합은 그냥 몰래 조직을 하는 것처럼 보였고, 사장에 대해 함께 맞서고 투쟁하는 데 노동자들을 불러 모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많은 경우 노동조합(RWDSU) 상근자가 말한 것과는 반대가 진실이다. 즉 대중시위가 많을수록 사장이 보복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국적인 지지가 이어지고 다른 노동자들이 앨라배마를 방문하는 상황에서 특히 진실이다. 그들이 아마존 노동자들 앞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몇 주 전에 간호사인 한 동지는 연대하기 위해 베세머를 방문했다. 그는 어떤 노동자에게도 소개되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왜 필수 노동자들을 서로 연결하는 데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왜 노동조합(RWDSU)의 다른 평조합원들과 베세머 아마존 노동자들이 서로 연대하게 하고 공동행동에 대해 토론하며 관심을 가지도록 하지 않았던 걸까? 그것은 전국의 노동자들이 그들과 연대한다는 것을 알게 해 투쟁을 강화시킬 것이었다.

 

대화를 나눌 아마존 노동자를 찾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웠다. 내가 주변에서 아마존 노동자를 찾아다니자 사람들은 노동조합으로 나를 안내했지만, 노동조합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거절했다. 우리는 대표들 얘기만 듣고 싶지 않았다. 노조가입 운동에 참여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쪽과도 연락할 수 없었다.

 

아마존 물류창고 근처의 와플하우스(미국 레스토랑 체인점)에 가서 종일 죽치고 있으면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 계획은 거의 실현될 뻔 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아마존 노동자와 사귀는 자기 가족과 우리를 만나게 해줬다. 성공이다. 그리고 우리가 버밍엄에서 만났던 활동가에게는 아마존에서 일하면서 활동 중인 친구, 프랜시스 월리스가 있었다. 우리는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뒤이어 버니 샌더스가 온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베세머 물류창고에서 30분 거리인 버밍엄에서 행사를 연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앨라배마주에서는 누구나 차가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어쩌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다. 동지들과 나는 이번에는 노동자가 많이 모일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행사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기자들, ‘우리혁명’(Our Revolution,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정치조직), DSA, ‘사회주의대안’ 사람들만 가득했다. 노동자는 단지 10명 정도였다. 연설이 끝난 후 우리는 노동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달려갔지만, 노조 지도자들은 샌더스와의 간담회를 위해 재빨리 그들을 데려가 버렸다. 나는 다른 노동자와 대화 중이던 기자에게 호통을 듣기도 했다. 분명하게도 그 기자는 단독을 원했다. 노동자운동을 취재하는 데에서 이런 경쟁은 처음이었다. 정말 경쟁적이었는데 노동자보다 기자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언론에서는 노동자들이 이 운동을 대표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정상적인 것으로 보는 듯하다. 결국 노조 상근자들, 심지어 우리혁명회원들이 뉴욕타임즈 1면을 장식하게 됐다. 돌아가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베세머 아마존 노조 조직화 관련 사진의 대부분은 사실 아마존 노동자들이 아니다.

 

마침내 우리는 두 명의 아마존 노동자와 대화할 수 있었다. 두 명 모두 노조가입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하지만 둘 다 문자 메시지 외에는 노조와 접촉한 사실이 없었다. 자택방문이나 핵심 조직가들과의 대면토론 같은 것도 없었다. 그들은 물류창고 바깥에 노조 관계자들이 서 있다는 것 빼고는 노동조합의 조직활동을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는 현재 (아마존에서) 병가 중이고 흑인생명도 소중하다운동의 활동가이도 한 프랜시스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거의 십여 차례 체포됐고, 혁명가로 자신을 규정하는 활동가다. 그는 20살인데 타고난 지도자이자 조직가다. 노조가입에 찬성한 거의 1,000명의 노동자 사이에는 프랜시스처럼 좀 더 전투적인 운동에 참여해 온 열댓 명의 노동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됐다. 그와 파트너는 베세머에서 우리 숙소로 차를 타고 왔다. 그의 파트너는 노동조합을 지지했고 거리낌 없이 목소리를 내기를 원했다. 이것이 그들이 시간을 낸 이유다. 나와 몇몇 동지가 아마존 노동자와 앉아 대화하는 동안, 그는 차 속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노동자는 철저하게 익명을 선택했다. 그의 파트너는 망설이며 따졌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이들이 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이었다.

 

나는 프랜시스와 익명의 아마존 노동자에게 동료 노동자들과 만나게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들은 동료 노동자들을 알지 못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제한조치와 잦은 인력교체 때문이다. 바로 일주일 뒤에 파업에 들어갔던 앨라배마주 광산 노동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우리가 인터뷰했던 한 광산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새해 전날 저녁을 땅 밑에서, 크리스마스 저녁도 땅 밑에서 동료들, 형제들과 함께 했다.” 광산의 가혹한 노동조건은 그들을 물리적으로 근접시킨다. 과거에는 그것이 전투적인 광산 노동운동을 만들었다. 아마존의 가혹한 노동조건은 노동자들을 서로 떨어뜨려 놓는다. 그리고 노조가입 투표 마지막 날에조차, 노동자들은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사후 분석

 

개표 결과 노동조합이 압도적으로 패배한 이후에도, 노조 위원장 스튜어트 애플밤은 여전히 노조결성 시도를 장밋빛으로 전망한다. 틀렸다. 이것은 패배이고, 노동운동 전반의 명확한 후퇴다. 그렇다고 노동운동이 영원히 깨져버렸거나 아마존에서 절대 노조가 생기지 않을 거란 뜻은 아니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우리는 노동자들이 겪게 되는 합법과 불법의 메커니즘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으로 보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결국 아마존은 월마트와 마찬가지로 미조직 노동자들의 잦은 인력교체 속에 운영되는, 미국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기업이 됐다. 이것이 아마존과 월마트가 노동자로부터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노동모델의 핵심이다. 그것이 그들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으로 만들었다.

 

정말로 역겨운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과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유리병에 소변을 보고 충분한 냉방장치도 없이 앨라배마의 더위 속에서 일하며 제프 베조스(아마존 최고 경영자)의 이윤을 위해 자신들의 몸을 파괴하고 있다. 뒤에선 흑인 노동자들의 몸이 베조스의 이윤을 위해 망가지는데도 앞에선 아마존이 흑인생명도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은 디스토피아처럼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아마존 노동자들은 그들의 노동조건을 좋아하고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가장 역겨운 가스라이팅(심리학적 조작을 통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행위)이다.

 

엄청나게 까다로운 노동법 때문에 노조를 조직하기란 정말 어렵다. 이것은 수십 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이 반노동조합 법률을 만들고 유지해온 직접적 결과다. 이 법들은 저항 없이 통과됐으며, 수십 년 동안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조직화 시도를 약화시켰다. 이것은 노조 지도부들이 민주당에 달라붙어 있다는 사실의 직접적 결과이기도 하다. 이 법들은 노동자의 조직인 노동조합에 대한 강력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동반했는데, 예컨대 노동자조직을 관료적 지도부들의 총합에 지나지 않는 것 정도로 취급한다든지 노동자의 힘을 집단적으로 조직하는 걸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그렇다. 이는 상당 부분 노동자들을 전국노동관계법(NLRA)으로 국가에 종속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제임스 호프가 레프트보이스에서 설명했듯이, 전국노동관계법의 영향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유지라는 틀로 밀어 넣은 합법주의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 노동조합의 지속적 유지가 매우 큰 법적 의제가 됐기 때문에, 전국적 노동조합과 관료주의 지도부는 노동조합의 합법적 권리를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제국주의적인 민주당 정치인을 로비하고 응원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 자금, 이데올로기적 노력을 쏟아 부었다.” 전국노동관계법의 합법주의 틀과 이를 개정한 태프트-하틀리 법은 노동자운동을 약화시켰고, 노조 조직화 과정의 관료화 수준을 엄청나게 증가시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찰리 포스트의 표현대로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민간부문 노조운동의 거의 완전한 붕괴를 감독하거나 심지어 촉진시켰으며, 전국의 주 의원들은 미국 노조운동의 마지막 보루인 공공부문에 대해서도 새로운 공격을 시작하고 있다.”

 

바이든은 역사상 가장 노조를 지지하는 대통령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그 자신과 소속 정당의 신자유주의적 과거를 감출 순 없다. 지난 한 해 정말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경찰서를 불태웠고 우익들은 국회의사당을 습격하려 했다. 노동조합의 규모와 영향력이 쪼그라들면서, 노동자계급의 여러 부문이 투표하지 않거나 도널드 트럼프에 투표하는 식으로 민주당과 결별했다. 신자유주의는 좌우 양극화를 낳았으며, 바이든은 새로운 중간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본다. 그러면 사람들을 민주당 깔때기 안으로 밀어 넣고 노동자운동의 가장 급진적인 요소를 길들이는 하향식 노동조합보다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노동조합들은 그 방법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그 방법은 지난 수십 년 간 분명히 존재했다.

 

무엇도 노동자계급을 대신할 수 없다

 

진실은 아마존 노동자들이 노조 조직화 투쟁에 현저히 불참했다는 것이다. 물류창고 안의 수천 명 노동자, 또는 수백 명의 선진적인 노동자조차 눈에 띄는 방식으로 집결하지 않았다. ‘네이션’(미국의 진보적 주간지)에 실린 제인 맥컬리비의 사후 평가가 널리 공유됐다. 그러나 그의 평가에서는 이 문제가 전술적 문제에 불과한 것처럼, 즉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집결시키는 걸 잠깐 잊었다는 식이다. 내가 보기에 문제는 더 근원적이다.

 

기업노조주의(실리적 조합주의)2차 세계대전 이후 생긴 모델로,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만들어졌다. 이런 노조에서 노동자들은 기껏해야 고객일 뿐이다. 노동조합은 한편으로는 (조합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힘은 파업할 능력이 아니라 민주당에 투표할 능력이라고 말한다. 노동조합은 민주당의 한쪽 날개가 됐고, 노동자계급의 운명을 민주당에 묶어두는 데 방대한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마이크 데이비스는 미국 노동자와 민주당의 불임의 결혼이라 부른다.

 

그는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 Prisoners of the American Dream>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민주당의 득표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산별노조에 채워진 목줄은 한쪽 방향으로만 효과를 보이는 장치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한쪽 방향이 어느 쪽인지 안다. 이것은 모든 형태의 전투적 행동으로부터의 급격한 전환을 가져오는데, 민주당에 호소하기 위해서는 전투성은 치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상근자 부대를 만들어 왔다. 그들 다수는 진정으로 노동자운동에서 역할을 맡고 싶어 하고 평조합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길 원한다. 그러나 대신 그들은 (자신들끼리) 과로하기 일쑤이고 민주당 유세에 조직 노동자들을 갖다 붙이려 한다. 한 동지는 내게 유나이트히어’(UNITE HERE) 노동조합에 가입한 많은 조합원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해고됐다고 말했다. 이 노조는 해고에 맞서기 위한 투쟁에 자원을 투여하지 않았다. 대신 노동자들을 다른 주에서 열리는 바이든 선거유세에 보냈을 뿐이다.

 

이번 아마존 노조 조직화 사업은 노동자와 민주당 사이의 불임의 결혼의 전형적인 사례다. 그 사업은 현장 노동자라는 주인공을 이름 있는 민주당원으로 대체했다. 또다시 노동조합(RWDSU)은 노동자들에게 같은 교훈을 가르치려 들었다. 즉 노동자의 힘은 민주당, 조 바이든, 스테이시 에이브럼과 함께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건 스테이시 에이브럼이 노동자들도 없는 피켓라인에서 노조가입 찬성에 투표하라고 얘기하는 데 힘을 쏟는 수많은 장면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그리고 이것은 노동자에게 패배의 전략이다. 그건 애초부터 패배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아주 대중적인 노동자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의 편에 서는 것처럼 행세할 수 있는 민주당원들에게는 패배가 아니다.

 

물론 노동조합 지부도는 이 사실을 안다. 맥컬리비의 기사는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101가지 매뉴얼이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조합(RWDSU)은 그 방법으로 조직하지 않았다. 아마도 조직되고 투쟁적인 흑인 노동자들을 좌지우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이것이 계속해서 반복된 패배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존의 정교한 반노조 행위에 맞서 그 전략을 사용하는 건 패배를 자초할 뿐이다.

 

자코뱅(Jacobin)’을 읽으면, (일부 기사를 제외하고) 현장 노동자를 더 많이 동원하는 게 아니라 PRO(Protecting the Right to Organize Act, 조직할 권리 보호법)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계급투쟁의 발전이나 전투적 노동자계급의 자기 조직화에 기반하지 않는, 또 하나의 문제 있는 결론이다. 그것은 노동자운동을 국가에 종속시키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의 협소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망이나 조직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쁜 것은 민주적사회주의자’(DSA)PRO법을 지지하는 진보적 민주당원들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한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노동자 사이의 불임의 결혼에 대한 더 큰 신념이다. 그러나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도 노동자계급을 대체할 수 없다.

 

이제 무엇을?

 

자코뱅의 기사는 노동자 없는 노동운동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이 표현은 아마존 노조 조직화 투쟁과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진보세력 수백 명이 나라 곳곳에서 연대시위를 벌였다. 심지어 자본가언론조차 이 노조 조직화 시도를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그것은 노동자들의 자기 조직화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것은 베세머의 아마존 노동자들이 전국의 노동자들과 연결되는 조직망을 남기지 못했다. 그것은 자신의 근무조에서 누가 일하는지를 아는, 그래서 필요할 때 서로를 북돋울 수 있는 아마존 노동자 수백 명의 단결을 남기지 못했다. 그것은 집단적 토론과 의사결정으로 이뤄지는 단결을 남기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마존 노동조합 조직화 시도에서 가장 큰 손실이었다.

 

내 동지들은 활동적인 평조합원들이 매일 피켓라인 앞에 서는 광산파업을 취재하기 위해 앨라배마로 돌아갔다. 동지들이 거기 있는 동안, 그 동지들은 RWDSU와 다른 몇 개의 노동조합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했다. 또 다시 십여 명의 노동자가 참석했다. 평상시보다 조금 많았다. 상근자들은 연설했고, 아마존의 두 노동자를 포함해 다른 부문의 노조에서 온 간부들도 발언했다. 하지만 베세머의 아마존이나 다른 부문에서 온 현장 노동자들은 없었다.

 

노동조합(RWDSU)은 노조 조직화 시도 결과에 대해 전국노동관계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옳다. 아마존은 노조 조직화 시도를 깨기 위해 합법과 불법의 메커니즘을 사용했다. 그러나 과감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은 다음 투쟁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이고, 좋은 협약을 체결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1,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아마존의 반노조 괴롭힘에 강하게 맞서면서 노조가입 찬성에 투표한 것 같다. 이 노동자들은 아마존에 맞선 투쟁에서 선봉이 될 수 있으며 노동조합의 기초가 될 수 있다. 그들은 자택방문 조직, 현안을 공유하고 행동을 조직하기 위한 교대조별 집회 준비 등을 시작할 수 있고 시작할 것이다. 외부의 지지 목소리, 어떠한 보복조치나 보복을 시도하는 것 자체에도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프랜시스는 이제 1라운드를 뛰었을 뿐이다. 우리는 부드러운 방식으로 시도했지만, 아마존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거친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당신이 빼앗지 않으면 아마존은 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진지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파업이든 작업장 이탈이든 말이다.” 그가 옳다. 그러나 그렇게 조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앞서 현장 노동자 조직화가 필요하다.

 

비록 패배했지만 노조 조직화 시도는 영향을 남겼다. 전국적인 논쟁이 있었고, 실제로 아마존과 그 끔찍한 노동조건에 대한 전국적인 혐오감이 생겨났다. 2018년의 조사는 아마존을 미국에서 두 번째로 신뢰받는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제 노조 조직화 시도를 둘러싼 전국적 현상 덕분에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단지 베세머뿐만이 아니라, 노동조합 조직화 시도가 이런 끔찍한 상황을 부각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미 전국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물류창고를 조직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노동조합에 다가서고 있다. 아마존에 맞선 투쟁은 시카고에서도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노동자들이 물류창고에서 작업중단을 일으켰다.

 

여기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잠재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이번 패배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 낡아빠진 실리적 조합주의,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에 구걸하며 노조 지도자들이 민주당에 손발을 묶는 오래된 습관은 실패한 전략이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언론보도를 내보내더라도 이 엉터리 전략을 포장할 순 없다.

 

그러나 조직되고 투쟁적이며 전투적인 현장 노동자들이 광범위한 노동자계급 연대망과 연결된다면, 아마존을 이길 수 있다. 그게 쉽지는 않다. 우리가 인터뷰했던 광산 노동자는 이 점을 잘 말했다. “광산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피를 흘려야 했다. 광산 노동자의 단결을 조직하는 건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노동조합을 시작하기 정말 어려워서 만약 (노동자계급이) 함께 연대한다면 우리는 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동자 역사책에는 단결된 노동자계급이 할 수 있고 실현해낼 눈부신 일들로 기록될 장()이 있다. 다만 그것은 현장 노동자들이 민주적으로 조직되고 자본가들과 자본가정당으로부터 독립적일 때, 그럼으로써 노동자들이 자신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싸울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기사 원문

https://www.leftvoice.org/there-is-no-substitute-for-the-rank-and-file-thoughts-on-amazon-unio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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