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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중인 탠디 노동자들이 노동절에 묻는다 - “우리는 인간입니까?” “우리는 노동자가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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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810회 2018-05-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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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도 봉쇄된 채 농성 중인 탠디 제화 노동자들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노동자의 생일이라는 51일 노동절, 관리자와 경비에 가로막혀 집에도 며칠째 못 가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나이 든 노동자들이 있다. 국내 수제화 1위 탠디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이들은 426일부터 낙성대 본사에서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탠디는 관리자와 용역경비를 동원해 노동자들의 출입을 봉쇄했고, 감금하고 있다. 어제는 물도 끊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보통 20~30년을 일한 노동자들이다. 30만 원짜리 구두를 만들어도 8년 동안 한 켤레 당 6,500원의 공임을 받았다. 이 공임은 8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 한 족을 만드는 데 평균 1시간이 걸린다고 계산하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이다. 그나마도 일감이 없으면 손가락을 빨아야 했다.

 

18년 전 전 탠디는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게 만들었다. 4대 보험, 퇴직금, 연차휴가, 산재보험 등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노동자들은 갑자기 사장님이라 불렸다. 그러나 권리는 하나도 없었다. 족당 임금의 노예가 됐다. 학습지 노동자, 택배 노동자, 퀵서비스 노동자처럼 회사의 지시와 통제 아래 일하면서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된 것이다.

 

노동자들은 소사장제 폐지하고 직접고용 쟁취하자”, “특수고용 철폐하자고 외쳤다. 피켓에는 “16시간 연속노동에 노동자는 죽어간다”, “우리는 구두 만드는 기계가 아니다”,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8년은 너무 길다 탠디는 노동자 공임문제 해결하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우리가 인간입니까? 우리가 노동자 맞습니까?” 이런 절규가 계속 이어졌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노동자의 현실이 눈에 선명히 보이지 않는가?

 

이것은 살생입니다

 

5111시에 열린 집회에서 농성자의 한 가족은 이렇게 절규했다. 핵심을 간추리면 이런 내용이었다.

 

저는 탠디를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남편도 구두 만드는 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너무 힘들고 분합니다. 여기 구두 만드는 분들 손들어 보세요? 구두 만들면 손 관절이 다 틀어져 병원에 가도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자다가 숨 쉴 때 나는 냄새를 아십니까? 그 숨결에서 나는 냄새가 바로 본드냄새, 약품냄새입니다. 장기 속에 배어 있다가 숨을 쉴 때 나옵니다. 가족이 아니면 모를 것입니다.”

 

남편은 4시에 일어나 12시에 퇴근합니다. 저도 1년 동안 구두를 같이 만들어봤습니다. 같이 만들어보니 구두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구두 만드는 것 얼마나 고귀합니까? 남편은 구두 만드는 걸 천직이라 생각한 사람입니다. 초근목피가 뭔지 아세요? 나무껍질 먹고 자란다는 뜻입니다. 다들 가정이 어려워 농촌에서 올라와 어렸을 때부터 일했습니다. 남편은 열 몇 살 때부터 일했고 지금은 62세입니다. 그렇게 일한 사람이 지금 저기 안에 있어야 할 사람입니까? 탠디 회장의 종교가 불교라고 합니다. 부처는 자비를 베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탠디 회장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이건 자비가 아니라 살생입니다.”

 

대한민국 제화판을 바꾸겠다!

 

탠디의 하청업체는 약 21개고, 240여 명이 일한다고 한다. 이 중 5개 업체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돼 있고 43일부터 일손을 놓았다. 426일부터 48명이 본사 농성에 들어갔다. 오늘 농성자를 대표해 3층에서 확성기에 대고 연설한 지부장은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잃을 게 없다! 끝까지 싸워 대한민국 제화판을 갈아엎겠다!” 이 승리를 발판으로 더 많은 제화 노동자를 조직하고 전체 제화 노동자의 현실을 바꾸겠다는 결의다.

 

탠디는 손해배상, 직장폐쇄 운운하며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결코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서울일반노조 위원장도 전국 백화점 타격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모든 곳에서 탠디가 살아남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소중한 투쟁이 대한민국 제화판을 갈아엎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지와 연대를 만들어내자.

 

노동절의 진정한 정신을 생각한다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목을 가져가라! 가난과 불행과 힘겨운 노동으로 짓밟히고 있는 수백만 노동자의 운동을 없애겠단 말인가! 그렇다.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버릴 수 있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 뒤에서, 사면팔방에서 끊일 줄 모르는 불꽃은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들불이다. 당신이라도 이 들불을 끌 수 없으리라!”

 

어거스트 스파이스의 법정 최후진술이다. 스파이스는 노동절의 유래가 된 188651일 미국 시카고에서의 시위를 이끌었던 지도자였다. 이 최후진술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절의 진정한 정신은 들불처럼 타오를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을 믿고 자본가들과 그들의 정부에 맞서 비타협적으로 싸우겠다는 결의다. 그리고 인종과 국경을 넘어 노동자계급이 하나로 뭉쳐 싸우겠다는 국제적 연대정신이다. 이 정신은 화려한 무대 위 노조관료들의 발언 속에서가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현장과 그들의 가슴 속에서 부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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