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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7 재보궐 선거 결과,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반페미니즘 정서의 결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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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조회 5,614회 2021-04-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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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을 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뒀다. 국민의힘 압승과 더불어 의미심장했던 사실 하나는,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이 오세훈 후보에게 72.5%, 박영선 후보에겐 22.2% 지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공정성에 대한 실망의 결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청년이 오세훈에게 투표했던 이유 중 하나는 공정성문제이다. ‘1만 시간의 법칙’, ‘노오력등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는다는 공정성은 더 이상 청년들에게 의심할 수 없는 만고의 진리가 아니다. 높은 기회비용을 치르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준 생활까지 이어가며 각종 자격증을 얻어낸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값싼 일자리와 치솟는 물가, 이제는 쳐다보기 힘든 내 집 마련, 1%대 저금리이다. 이 사회는 그 어떤 사회보다도 공정하다고 배우지만, 현실은 불공정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몸소 느끼고 절망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한 매체는 청년들의 주된 관심사는 입시와 취업이다. 입시와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청렴하고 공정해야 할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서 부정하게 이득을 보고 있다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청년층이 등을 돌린 가장 큰 원인으로 내로남불로 조롱받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타락한 모습이 꼽힌다. 앞장서 촛불을 들었던 2030세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정의로운 결과가 무너진 모습에 큰 실망을 느꼈다는 것이다.

 

오른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시인 류근은 20대 남성들과 여성들의 병역 불공정 문제를 꼽으며 그 젊은 나이에 자유를 속박당한 채, 대부분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삽질로 세월 보내다 돌아오면, 멀쩡히 그 자리에서 준비 열심히 한 여성과 경쟁해야 한다. 기회의 공정성을 말하는 것이라며 남자들 군대 갈 때, 여자들 사회봉사 하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사이다라는 반응과 여성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라는 목소리와 함께 편 가르기 그만해라’, ‘20대 남성 이용하냐등 상반된 반응이 공존한다.

 

20대 남성 투표자 절반 이상이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 투표했다고 해서 20대의 보수화가 이뤄졌다고 단언할 문제는 아니지만, 20대 남성 사이에서 보수적 정서와 반페미니즘 태도가 늘어나는 현상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대 남성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정서를 가장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취약한계층이다. 20대 남성은 군대 징집과 끝없는 취업난 등 절망스러운 경제상황에 시달려왔다. 더군다나 조국’, ‘인국공 사태’, ‘LH투기등 공정성 담론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겪는 불안과 고통이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 쉬운 상황에 놓여있다.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20대 남성

 

한겨레21’의 설문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의 75%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스킨십이나 섹스를 하는 중에 언제든 파트너의 의사에 따라 행위를 중단하는 게 당연하다는 항목에는 20대 남성의 85.4%가 동의(매우 그렇다, 그렇다)했다. ‘성적 대상화나 여성혐오적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등의 항목에도 70% 이상의 남성이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페미니즘이 싫다고 말하지만, 페미니즘적 가치가 옳다고 이야기 하는 게 현재 20대 남성이다. 20대 남성은 여성혐오 문화의 핵심인 성매매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성 구매 비율은 6.9%이다(3023.7%, 4041.7%, 5044.4%). 우리는 20대 남성이 반페미니즘으로의 결집이라는 표면적 현상 외에 변화발전 가능성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은 한편으로 페미니즘 운동의 결과이다. 2015년 이후 사회의 주요 화두가 된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성평등을 위한 요구 일부가 법이나 정책에 반영됐다. 20대 남성은 페미니즘 운동이 바꿔놓은 사회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20대 남성이 만나야 할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지지할 것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페미니즘 운동 일부에서는 남성을 배격하고 남성문화를 조롱하는 방식이 있었고, ’잠재적 가해자와 같은 표현에 남성들이 반발하는 반페미니즘 경향 역시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의 고령화, 조직되지 못한 청년 노동자

 

그런데 20대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는 이들 대부분이 노동 현장에서 조직화되지 못한 채 개별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서도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기준 금속노조 조합원의 39.2%50대다. 반면 20대 조합원은 6%에 불과하다. ‘87세대를 대표하는 조합원의 40% 가까운 수가 10년 이내에 사업장을 떠난다는 의미다. 제조업 부문의 50대 조직률은 8.1%로 높다고 할 수 없지만, 20대 조직율은 1.6%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의 고령화 속도는 전체 인구변화 속도보다 더 가파르고, 금속노조의 경우는 제조업 노동자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듯 민주노총은 청년층 조직화와 청년간부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긴 하다.)


여기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20대 남성의 대부분은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질지라도 실제 페미니즘의 의제나 요구들에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더 공감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있다. 하지만 젊은 남성 노동자들이 노동자운동을 통한 집단적 처우 개선의 전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절망스러운 현실에 대한 분노가 약자인 여성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포함한 여성 노동자 대부분은 여전히 성별 억압과 저임금으로 고통 받고 있다. 결국 여성운동과 민주노조운동이 결합되어 함께 싸워야만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반페미니즘 경향에 대항할 수 있고, 성별 분할을 넘어선 단결을 이룰 수 있다.

 

경제적 권리와 여성의 권리는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여성억압 문제는 노동자 문제와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경제투쟁과 같은 전통적인 노동자투쟁과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분리시킬 것이 아니라 양자를 결합해야 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두 가지를 결합해 성공적인 운동으로 나아간 빵과장미운동이 있다. (관련기사 : ‘빵과장미는 여성이 혁명적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통로) 그리고 조금 먼 이야기일 수 있지만, 1980년대 영국에서의 성소수자와 탄광노동자의 연대(런던 프라이드)는 당시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당연한 권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빵과장미와 런던 프라이드의 경험은 단순히 과거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야할 과제이자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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