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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한국산 최루탄에 대한 태도에서 ‘민주주의’ 구호의 진정성이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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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26,483회 2021-03-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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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위현장에서 발견된 ‘K-최루탄

 

 

2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뒤 노동자, 학생, 민중의 투쟁을 탄압하던 현장에서 한국산으로 여겨지는 최루탄이 발견되면서, 미얀마의 민주화항쟁은 더욱더 우리와 밀접한 사안이 됐다. 한국의 노동자운동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미얀마 노동자들 편에 서야 한다. 다행히 여러 노동조합들이 미얀마 노동자 민중의 항쟁을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하며 연대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미얀마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한국 정부에게도 상당한 압력이 됐다. 한국산 최루탄이 거리를 뒹굴고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 군부와 합작사업을 벌이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민주주의와 인권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미얀마 노동자 민중의 정당한 민주화 요구와 투쟁을 지지하는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비판하기 위해 군부 쿠데타에 맞선 미얀마 노동자 민중의 투쟁, 그곳에 한국산 최루탄이?”라는 짧은 유튜브 영상을 게재했다.(영상 보기) 여기에는 미얀마 민주화항쟁에 공감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영상 내용이 가짜뉴스라며 친정부 입장에서 반박하려는 댓글도 여럿 달렸다. 요컨대 미얀마로 최루탄을 수출한 건 오래 전 박근혜 정권 때 일이고, 문재인 정부는 일찌감치 최루탄 수출을 금지했는데, 이 영상이 부당하게 문재인 정부에 죄를 뒤집어 씌운다는 항의였다.

 

뒤늦은 항변

 

그런 반론들이 주장하듯이, 한국의 최루탄 수출은 과거부터 줄곧 이어졌다. 그에 따라 미얀마 쿠데타 이전에도 도처에서 문제를 일으켰는데, 2013년과 2014년에 터키와 바레인 등에서 한국산 최루탄에 목숨을 잃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국제적 논란이 일었다. 국내 반전, 인권단체들과 해당 국가 운동가들이 한국의 폭력적 시위진압장비 수출을 규탄하며 수출 금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논란이 된 특정 국가로의 수출만 잠시 중단하거나, 수출하는 최루탄 제품 표면에 한국산이라고 표기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의 꼼수 부리기에 그쳤다. 논란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한국산 최루탄이 인명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면서 그렇게 국제적으로 이슈가 됐는데도 그걸 몰랐다면 인권 변호사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는 걸 스스로 인증하는 셈이 된다. 애당초 한국에서 수많은 문제를 야기해 사용 금지된 것을 다른 나라에 팔아치운다는 것 자체가 국제적으로 파렴치한 행위 아닌가. 야만적인 시위진압장비 생산과 판매 일체를 중단시켜야 마땅했다.

 

20175월 집권한 이래 문재인 정부는 그 문제를 바로잡을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최루탄 수출 금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정권을 손에 넣고도 4년 가까이 지난 뒤인 2021312일에 이르러서였다. 그것도 미얀마에서 거대한 민주화투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뒤에야, 그 탄압의 현장에서 한국산으로 의심되는 최루탄이 발견되고 또 다시 국제적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야 취한 조치다.

 

그래도 한국 정부는 나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다른 나라들이 죄다 손 놓고 있는데 유일하게 한국 정부가 미얀마로의 최루탄 수출 금지 입장을 밝힌 건 대단한 거 아니냐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백 보 아니 천 보나 만 보쯤 양보해서 문재인 정부의 그런 조치에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진정성이 있다면 일관성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즉 미얀마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 대해서 최루탄을 포함한 폭력적 시위진압장비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2019년과 2020년 한국에서 경찰청 주최로 국제치안산업박람회가 열렸다. 이른바 치안한류를 자랑하면서 시위진압장비 수출도 장려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여기에 박근혜 정권 때 시위 참가자 사망사고를 일으킨 물대포생산업체가 참가해 여전히 물대포 홍보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업체의 홍보 동영상에는 자신들의 물대포가 폭동을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장비라고 자랑스럽게 떠드는 장면이 나온다(해당 영상은 국제치안산업박람회 유튜브 채널에서 지금도 볼 수 있다).

 

그렇게 자랑스럽게 수출된 물대포가 지금은 태국에서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 또한 국제적으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지난해 1112일에는 일부 국회의원과 한국에 망명한 태국 인권운동가 등이 함께 왕실모독죄 폐지와 K-물대포 수출 규제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그 물대포는 박근혜 때 수출한 거다,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지 말라는 식으로 둘러댈 것인가? 그런 항변은 일말의 가치도 없다. 이른바 치안한류라는 간판을 걸고 박람회를 열어 물대포 따위의 시위진압장비 수출 홍보를 한 건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 행사는 경찰청에서 한 일이지 문재인 정권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둘러댈 수도 없다. 그거야말로 박근혜 정권 때 질리도록 봐온 불쌍한 유체이탈 화법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국제치안산업박람회는 경찰청이 주최했을 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조달청,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들이 대거 후원한 행사였다.

 

미얀마 노동자 민중의 항쟁을 지지하며

 

요점은 미얀마로 최루탄을 수출한 게 박근혜 때냐 문재인 때냐, 이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폭력적 시위진압장비 수출이 부당한 거라면 그와 똑같은 잣대로 문재인 정부 하에서 폭력적 시위진압장비 수출도 부당한 것이다. 미얀마로의 최루탄 수출 금지 조치가 타당한 것이라면, 마찬가지 근거로 다른 나라로의 물대포 수출도 금지해야 마땅하다.

 

여기에서 정부의 태도에는 일관성이 없다.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폭력성을 규탄했던 것과 똑같은 무게로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자리에 이명박이 있든 박근혜가 있든 문재인이 있든, 정당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짓밟을 무기를 수출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할 권리와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것은 미얀마 노동자 민중의 목숨을 건 민주화항쟁에 연대하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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