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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줄어든 게 청소 노동자 탓? - 전원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신라대 청소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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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우 조회 4,348회 2021-03-1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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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라대학교 본관동에 천둥소리가 휘몰아친다. 청소 노동자들이 양손에 페트병을 들고 두드리는 소리는 가히 천둥소리와 같다. 그동안의 억울함과 집단해고에 대한 분노를 노동자들은 페트병을 두드리며 표출하고 있었다. 이미 페트병 소리는 신라대 청소 노동자투쟁의 상징이 됐다.

 

청소 노동자 전원해고, 그럼 청소는 누가

 

작년 11월 취임한 신라대 김충석 총장은 대학혁신이란 명분 아래 228일부로 청소 노동자 51명 전원을 해고했다. 학교 측은 출산율이 떨어져서학생수가 감소돼 학교 재정이 어렵게 될 거라는 근거를 내세웠다.


총장은 교직원들에게 청소 업무를 떠넘겼다. 강의와 기존 업무를 해야 하는 교직원들이 청소업무까지 떠맡아야 하니 청소가 제대로 될 리도 없고,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정현실 신라대지회장은 교직원들도 죽을 맛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억지로 하는 게 보인다. 학교가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 머지않아 총장도 자기가 한 짓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청소 노동자투쟁에 연대하는 신라대학교 학생도 학교가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고 동일하게 얘기했다. 총장은 왜 청소 노동자, 교직원, 학생 등 학교 구성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짓을 벌였을까?

 

털끝만큼의 책임도 지지 않는 학교법인

 

신라대 청소 노동자들은 학교가 하도 어렵다고 엄살을 부려서 지난 7년간 임금인상 요구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해오다가 전원해고당했다. 그러나 그사이 교직원의 임금은 계속 인상돼왔고, 2021년에는 학부총장, 처장, 실장들에게 전에 없던 업무추진비를 신설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신라대의 학교운영 총예산은 연간 900억 원이다. 이중 등록금 수입이 600, 국고보조금이 260억이다. 지자체 지원금과 기타 수입원을 제외하면 학교 운영을 위한 학교 법인의 전입금 규모는 고작 2억 원 정도일 뿐이다.

 

신라대 청소 노동자들은 학교의 구성 주체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학교 운영에 참여하지도 못한 채 학교 재정위기의 책임을 옴팡 뒤집어쓴 것이다. 심지어 2014년에도 대학이 집단해고를 추진해서 79일간의 옥상 고공농성, 삭발 등 치열한 투쟁 끝에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한다는 합의를 쟁취했지만, 그 합의는 깡그리 무시됐다.

 

청소 노동자 해고하면 출생율이 오르나

 

저출생 문제가 청소 노동자 탓인가? 청소 노동자를 해고하면 학생 수가 늘어나는가? 청소 노동자들은 이게 가장 큰 의문이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출생율이 낮아진 이유는 청년들의 실질실업률이 25%에 달하고, 평생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해야 하는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물론 출생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대학이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방 사립대의 경우는 심각해서 상당수 대학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북 우석대의 경우 수능 미응시자도 지원할 수 있고, 신청하면 합격률 100% 보장한다고 공고를 내기도 했다. 신라대는 2020년에도 신입생 정원 미달이었고, 2021년에도 미달 인원 495명을 채우기 위해 수능 미응시자 지원은 물론, 1년 학비면제에 전과(轉科) 100% 보장을 내걸었다.


어쩌면 신라대 청소 노동자 전원해고는 대학 구조조정의 시작일 수 있다. 곳곳에서 대학이 위기를 노동자에게 떠넘기기 위한 공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출생율 저하에 어떠한 책임도 없는 노동자들이 위기의 책임을 뒤집어 쓸 이유가 없다. 신라대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한 이유다.

 

대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노태우는 대학설립 신고제(기존에는 허가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영삼 정부는 대학 정원 자율화를 열어줬다. 김대중 정부는 대학설립 요건을 완화했다. 대학은 우후죽순 생겨났고, 한때 고등학생의 대학진학율이 80%에 달하게 됐다. 반면 대학의 질은 그만큼 낮아졌다.

 

이후 정부에서도 위기를 느껴 이명박 정부는 부실대학에 정부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연속으로 E등급을 받을 경우 강제 폐교시키기도 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대학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했다.


지금 신라대에서 벌어지는 일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또 하나의 돈벌이 수단으로 몸집을 부풀리다 이제는 그 거품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며 노동자에게 희생을 전가하는 이런 상황은 신라대만의 사례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구조적인 질문과 깊게 연관된다. 신라대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은 당장의 고용승계투쟁 승리만이 아니라 대학 전반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도록 과제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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