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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성차별과 억압에 맞설 수 있는 해법은 지배계급의 시혜 아니면 극단적 분리주의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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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조회 27,147회 2021-03-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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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일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 토론회 직장 내 성희롱, 왜 노동의 문제인가?’의 한 장면

 

 

오늘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첫 화면 상단에는 113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 역시 여성의 날과 관련된 이미지를 올렸다. 113주년이라는 숫자가 무색하게,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 노동자의 처지는 여전히 처참하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남성 대비 3분의 2 수준에 걸쳐 있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불법촬영은 5년 전보다 더 늘어났다.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남성 대비 세 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과거보다는 여성의 처지가 많이 좋아졌다거나 더 나아가 남성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는 남성우월주의 체제 속에서 차별과 억압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정당한 목소리와 투쟁도 등장하지만, 한편에선 차별과 억압에 맞선 투쟁의 힘을 분열시키는 경향도 나타난다. ‘생물학적 여성을 잣대로 세워 여성 내의 계급 분단선을 지워버리는 이른바 래디컬 페미니즘’, 분리주의 경향이 그것이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요구하며 싸우다 세상을 떠난 변희수 전 하사의 죽음 앞에서도 이들 경향의 문제가 노골적으로 되풀이됐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억압을 포함한 일체의 성차별에 반대하지만, 분리주의 방식이 아니라 성별을 넘어선 노동자계급 단결이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그 점에서 노동자운동이 여성억압에 맞선 투쟁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여긴다. 이런 문제의식을 표현하고 담아내기 위해 지난해 1031일 구미 KEC지회 동지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어서 220직장 내 성희롱, 왜 노동의 문제인가?’ 유튜브 라이브 토론회를 진행했다.

 

아직은 한국의 노동자운동이 성차별,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광범한 투쟁을 벌이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러 사례를 통해 노동자운동이 그런 투쟁을 해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으며 실제 성공적으로 투쟁에 나선 사례도 있음을 확인했다. 3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간담회와 토론회 내용을 다시 소개하며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아래 내용은 220직장 내 성희롱, 왜 노동의 문제인가?’ 참가자들의 마무리 발언을 발췌한 것이다.

 

도명화(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노조 지부장으로서 내 얘길 하자면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성희롱뿐 아니라 모든 사안에 연대할 수 있는 노조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파악할 수 있는 노조가 되면 멋있을 것 같다. 직장 내 성희롱이 근절될 때까지 함께하겠다.”

 

임종린(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오늘 토론회 와서 다양한 얘기 들으면서 성소수자 문제, 성희롱 문제를 파업으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위력으로 누르면 더 큰 힘을 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좀 더 열심히 활동하고 현장에서 교육도 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노조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윤지영(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관련해 노조에서 더 많은 여성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옆에 계신 두 동지(도명화, 임종린 동지)가 자랑스럽다. 결국 약자를 상대로 한 괴롭힘이다. 여성, 성수소자, 이주민, 장애인, 노인, 어린 사람들.”

 

계속 강조하지만 결국 직장 내 성희롱은 여성과 노동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굉장히 상징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내는 문제다. 이를 모든 사람이 더 인식할 수 있도록 저변이 확대됐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법률 상담할 때 제일 힘든 사건이 성희롱이다. 피해는 아주 크고 답이 잘 안 나온다. 개인적으로 힘 빠지고 괴로워서 오히려 더 멀리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래서 근본적인 해결과 관련해서 늘 고민이 많다. 한 명의 변호사로서, 법률 차원에서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상황이었다.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오늘 토론회에서 굉장히 많이 힘을 얻고 답을 찾았다.”

 

나수빈(숙명여대 노동자와 연대하는 만 명의 눈송이 만년설’)

 

“(지난해 초 논란이 됐던) 트랜스젠더 입학생에 관한 내 소견을 말하자면 그분이 결국 입학을 포기해서 저나 친구들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럼에도 연대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걸 보여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사건 겪으면서 분리주의 운동이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

 

분리주의는 쟤네는 다 빼고 우리만이런 거잖나.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상대방을 하나씩 소거하다 보면 결국 남는 사람도 없고, 의제도, 싸울 동기와 동력과 인원도 없게 된다. 분리주의는 혐오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럼 운동이 될 수도, 지속될 수도 없다. 반짝하다가 죽어버릴 수밖에 없는 운동이라 본다.”

 

싸우는 여성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많은 여성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 나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는 모든 여성의 권익을 위해 힘쓰고 있다, 많은 여성이 우리를 보며 용기를 얻고 있다는 점을 (여성 노조 활동가들이) 항상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문봄(성공회대 노동자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가시’)

 

지난번 KEC 동지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오늘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어서 좋았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지는 오래됐지만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지난해부터인 것 같다. 페미니즘이 노동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주변에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도 많고 대한민국 전체적으로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페미니스트 자신이 스스로 노동자임을 인식한다거나 운동과 투쟁으로 나아가는 게 부족한 것 같아 항상 아쉬웠다.”

 

오늘 토론회하면서 많이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희롱은 직접 말 꺼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니까. 여성단체 등에서 하는 성폭력 말하기 대회 같은 걸 노동단체에서도 열면 좋을 것 같다.”

 

양동민(노동해방투쟁연대 준비모임)

 

생각해 보면 지금 투쟁하고 있는 엘지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도 다수가 여성이고, 최근 파업 시작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자도 여성이 대부분이다. 코레일네트웍스의 투쟁하는 노동자들도, 2019년에 대한민국을 달궜던 톨게이트 동지들도 그렇다. 여성 노동자들은 항상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요즘 특히 20대 여성들이 절망감과 우울감을 많이 갖는다고 하더라. 지난 몇 년간 미투운동과 페미니즘 물결이 있었는데, 목소리를 냈지만 현실은 별로 바뀐 게 없으니 절망하고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엘지트윈타워 청소 노동자투쟁을 보며 그런 여성들이 많은 지지와 연대를 보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젊은 사람들과 지금 투쟁하는 노동자의 힘을 함께 모아낼까가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두 시간 반가량 진행된 당일 토론회 전체 영상이 가자! 노동해방유튜브 채널에 게재돼 있다. 다양한 현장증언과 질문과 답변이 포함돼 있으므로 직접 시청해 보기를 권한다.

 

영상 보기직장 내 성희롱, 왜 노동의 문제인가?”

  

지난해 1031일 진행된 KEC 동지들과의 간담회 하이라이트 영상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영상 보기투쟁하는 노동자가 민주노조운동 정신과 여성억압에 맞선 투쟁을 말한다

  

아래 기사는 간담회에 참석했던 동지들의 후기를 담은 것이다. 역시 일독을 권한다.

 

기사 보기“KEC지회 동지들과의 간담회 후기: 투쟁하는 노동자가 민주조노운동 정신과 여성억압에 맞선 투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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