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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시설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이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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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자서울성모병원 노동자 조회 4,446회 21-02-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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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한 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이 발생한 다른 요양원이나 정신병원 등의 사정도 감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신병원, 구치소, 요양병원(요양원), 이주 노동자 집단거주시설, 주간보호센터 등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당연하게도(?) 이들 모두는 단지 감염에만 취약한 곳이 아니라 코로나19와 무관한 그 이전 일상시기부터 환경이 열악했다. 대부분 민간이 운영하는 곳이고 지자체의 관리도 매우 허술해서 안전과 인권의 사각지대다. 이런 곳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병원이 문제다! 메르스 사태 이후 모든 병원의 입원병상 간격을 1m 이상(신설병원은 1.5m, 기존 병원은 1m)으로 늘리라고 법을 바꿨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양병원들이 기존법에 따라 만들어진 병실에까지 소급적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며 정부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바뀐 법을 지키려면 6인실을 5인실로 바꿔야 하는데 그러면 순이익 몇 억이 날아간다는 둥 자신들의 이윤만 따지고 있다.

 

병원이 왜 이래

 

코로나 감염 확산을 줄이기 위해 극장, 공연장이 관람객 수를 반 이하로 줄이고 식당, 카페도 영업제한을 하는 마당에 집단감염에 가장 취약한 요양병원이 재산권 침해, 이익 감소 운운하는 것은 차마 눈 뜨고 봐주기 힘든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투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코호트 격리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하는 극약처방이다.

 

코호트 격리란 11실 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일 때 확진자는 확진자끼리, 바이러스에 노출된 접촉자는 접촉자끼리 동일한 집단을 묶어 격리하는 것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방식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엔 확진자 코호트는 허용하지만 의심자(접촉자)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한겨레21> 1345)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들에서 취한 조치는 엄밀히 말해 코호트 격리가 아니다. 비확진자를 확진자와 함께 격리한 것이고,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반대로 감염자가 늘어나고 확진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방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코호트 격리는 이들을 철저히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만 존재시키고, 외부와 단절된 삶을 또다시 당연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안전보다 시설 밖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관리되어야 하는 위험집단이 되었다<시설사회>에서는 꼬집는다.(관련 기사 보기)

 

게다가 요양병원은 일반병원보다 환자 대비 의료진 수도 턱없이 적게 책정돼 있다.(병원·종합병원 의사 배치 기준은 입원환자 20명당 1, 간호사는 입원환자 2.5명당 1. 요양병원 의사는 40명당 1, 간호사는 6명당 1명이다. 요양원엔 입소자 25명당 1명의 간호사, 2.5명당 요양보호사 1)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이용자가 대부분 중증·고령환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의료진 배치 기준은 아주 문제가 많다. 좁은 공간에 많은 환자를 수용하고 적은 수의 의료진을 고용하면서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내는 곳, 여기에서 환자의 인권이나 질 좋은 치료와 돌봄, 감염관리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윤이 1순위일 때

 

최근 이주 노동자가 대부분인 공장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도, 이들이 열악한 조건의 기숙사에서 집단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경기 남양주시 플라스틱공장, 충남 아산시 난방기공장 등). 이주 노동자들의 기숙사는 말이 기숙사지 집단 수용소라고 불러야 할 만큼 열악한 공간이다. 이런 경우 흔히 인권사각지대라는 표현이 나온다. 비용절감과 이윤을 최우선으로 삼는 자본주의의 원리가 이런 인권사각지대를 필연적으로 만들어낸다.

 

구치소나 요양병원과 마찬가지로 이런 집단시설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거리두기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노동기본권,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던 이주 노동자들은 이제 집단감염이라는 낙인까지 더해져 더욱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에서 출발해 팬데믹 상황에서 건강권까지 요구하는 데에로 나아가야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공중보건과 사회안전은 언제나 정신장애인과 감염인의 권리에 선행해 왔다. 국가는 제대로 된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은 책임을 되돌아보는 게 아니라 의무를 다하지 않은 개인의 문제로, 치안과 단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협소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과 장애는 개인의 도덕적 책임이 되고, 격리와 처벌만이 유일한 방법이 된다. 누군가의 안전을 내세우며 그들끼리만 모이기를 원하는 그곳에서 정신장애인의 안전은 타인의 안전보다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사회는 병원이 치료보다는 격리의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병원은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시설사회>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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