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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차별과 무시를 거부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 임성은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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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이용덕 조회 4,684회 21-02-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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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일 서울, 경인지회 원주 건보공단 본부 총파업 결의대회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일에 관해 설명해 달라.

 

건강보험공단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다. 저희는 전화 상담을 한다. 보험료가 올랐는데 왜 올랐느냐, 난 피부양자가 될 수 있냐, 보험료 납부 못 했는데 가상계좌 알려 달라, 체납된 보험료 얼마냐. 이런 건 기본이다. 상담 내용이 아주 방대하다. 건강보험 자격과 보험료, 보험급여, 건강검진, 4대보험 징수통합 등 1,069개 상담 업무를 다룬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상담까지 했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는 11개 민간위탁업체가 전국 12개 센터를 맡고 있고 이 업체는 2년마다 계약한다. 일부에서는 업체(사기업) 정규직을 공공기관 직원으로 만드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저는 서울고객센터의 한 업체에서 일한다. 서울은 3개의 업체로 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민간위탁으로 계약돼 있는 아웃소싱업체라 보면 된다. 이런 업체가 건강보험 고객센터를 맡고 있는 거다. 업체가 하는 일은 대부분 인력관리다. 업체에 팀장이 있고 그 팀장에게 업무를 물어보는데 그 팀장도 공단 직원이 아니다. 소속 업체에 공단 직원은 전혀 없고, 공단 고객상담부에서 업체를 관리한다.

 

건보공단이 콜센터 인원을 다 산정해준다. 또 건보공단이 고객센터 사무공간을 비롯해 장비, 시설,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민간위탁 업체의 사번과 함께 건보공단이 부여한 사번이 있다. 우리는 공단전산망(텔레웹)에 로그인해 상담 안내뿐 아니라 업무처리를 해오고 있다. 공단이 직접 상담원의 직무능력 관련 시험을 관장하고 있고 시험 감독을 수행한다.

 

우리는 1년마다 근로계약서를 쓴다. 1년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정규직인가? 묻고 싶다. ‘민간위탁업체 정규직이라는 말은 비정규직을 은폐하기 위한 말이다. 수많은 파견, 용역, 도급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란 진실을 감추기 위한 말일 뿐이다.

 

임금 및 노동조건은? 어느 언론에서 세전 월 210만 원 받는다는 기사를 봤다.

 

사실 세전 210만 원도 안 된다. 우리는 최저임금 노동자다. 우리 업체 기본급이 183만 원이다. 그리고 식대 10만 원이 전부다. 모든 업체의 기본급은 182만 원인 최저임금으로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과 식대가 전부다. 직무수당과 직책수당이 있는 곳이 있지만 몇 만 원 되지도 않는다. 2년 차나 10년 차나 기본급이 똑같다. 최저시급을 벗어나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서는 직접고용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취업포털 사이트에 기재된 급여액을 보면 우리에게 2백 몇 십만 원을 준다고 하는데, 그건 인센티브를 포함한 금액이다. 인센티브를 못 받는 노동자들도 많다. 사실 공단에서는 1인당 도급비로 307만 원을 책정한다고 하지만 중간착취가 있다. 민간위탁 업체는 사기업이고 이윤을 취하는 처지니까. 직영화를 한다면 그 돈을, 민간위탁업체가 가져가는 돈을 상담사들에게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센티브 구조가 업체마다 약간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등급별로 차등 지급된다. 내가 일하는 업체는 SS, A, B, C, D 등급으로 나뉜다. D등급은 인센티브가 없으며 SS일 경우 27만 원의 인센티브가 포함된다. 일단 기본 콜수를 채워야 한다. 성수기 평균 하루 140, 비성수기 110콜을 채워야 한다. 이 기본 콜수를 채우고 더 많이 받아야 한다. 필수안내사항을 잘 안내해야 하고 호응어, 공감어를 잘 사용해야 한다. 고객 말을 자르면 안 된다. 업체 강사가 평가하고 공단에서도 평가한다.

 

일할 때 제일 힘들었던 점은?

 

콜 실적 압박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업체가 11개다. 우리 업체가 10등이나 11등을 하고 있으면 팀장들이 단체 채팅방이나 개인 쪽지를 통해 빠른 콜 대기 압박을 한다. 특히나 내 콜 수가 업체 평균 콜 수보다 낮다면 압박은 더 심하다. 항상 관리자는 빨리빨리 하라고 한다. 콜 수를 올리라고 압박을 한다. 상담시간이 길어지면 쪽지가 온다.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 어렵다.

 

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는 업무 성격과 공단과의 관계가 전혀 다르며 핵심 업무가 아니라면서 직접고용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고객센터 일과 건강보험공단 일은 분리될 수 있는가?

 

저희 일은 건강보험공단 지사의 일과 분리될 수 없다. 지사에서 상담하는 내용을 저희도 상담한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상담 안내를 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 지역가입자가 갑자기 보험료가 올랐다며 이유를 묻는다. 그러면 우리가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소득으로 변동된 내용과 조정이 가능하다면 필요한 서류와 조정 가능한 월까지 알려준다. 증빙서류를 제출할 관할지사 팩스번호와 조정 시까지 보통 2~3일 소용되는 시간까지 안내한다.

 

만약 지사에서 처리가 늦어진다면 민원인은 고객센터에 다시 전화를 한다. 요즘은 지사에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전화 상담이다. 이렇게 (분리될 수 없는 일인데도) 분리돼 있어서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피드백이 잘 안 된다. 시간이 소요된다. 가끔은 업무지침대로 안내했을 뿐인데 지사의 처리방식은 또 달라 우리가 계속 항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

 

노조가 생긴 후의 변화는?

 

실적 압박이 줄었다. 연차 사용이 좀 자유로워졌다. 예전엔 사유를 상세하게 물어봤다. 지금도 이유를 물어보지만, 예전처럼 자세하게 물어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프로모션이라고 특정 기간에 얼마 이상 몇 콜을 받으면 얼마 더 주겠다는 제도를 이용해 경쟁을 시키고 노동착취가 진행됐으나 이전보다는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납부 마감일이나 바쁠 때는 9시 전에 로그인을 해서 대기 콜을 선점하도록 진행하곤 했는데 이것도 없어졌다. 인센티브 자체는 없어지지 않았다. 노조를 만들어 서로를 알게 된 계기는 있는데 아직도 인센티브 제도가 있으므로 경쟁이 줄었다고 할 수는 없다.

 

첫 노조, 첫 파업인데 동지 스스로 느낀 점은?

 

저는 파업을 하면서 우리 업무가 정말 필수적인 업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건강보험공단이 직접 보도자료를 뿌리며 대응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무시할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투쟁에 연대갔는데, 알고는 있었지만 노동조건이나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잘 몰랐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의사당 및 여의도 민주당사 앞 1인 시위도 참여했다.

 

지금까지는 이게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일이 된다는 걸 알았다. 산재 사망사고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예전에는 저도 왜 저기서 계속 일을 해야만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그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거기서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이 너무 만연해 있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알았다.

 

사측에서 정규직 노조의 반발을 핑계 대며 정규직화를 반대하고 있다. 보수언론에서는 제2의 인국공 사태라고 얘기한다. 정규직화 요구가 젊은 층 일자리를 뺏는다는 지적이다.

 

저희는 현재 취준생이 생각하는 행정직/요양직군 등의 정규직을 원하는 게 아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별도의 업무지원직으로 하는 방식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언론이 고객센터의 정규직화라고 프레임을 씌우다 보니 와전된 보도가 계속 나왔다. 저희도 이 내용을 바로잡고자 언론에 추가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현재 공단 소속 직원은 15,558명이며 전원 정규직으로 분류된다. 임원과 연구·기능직 포함 일반업무직이 14,750, 업무지원직이 808(환경미화, 보안, 시설 담당자 등)이다. 공단 스스로 일반직과 업무지원직은 별도로 관리한다고 밝혔다. 고객센터 노동자 1,623명이 공단에 직접고용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기존 일반업무직과는 별도 트랙에서 정원 관리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국민연금공단(387), 근로복지공단(342)2019년 고객센터를 직영으로 전환했다.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경우 인원이 많아 안 된다고 하는데, 중간착취를 없애면 충분히 가능하다. 민간위탁 구조로는 실적 강요와 경쟁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해 건강보험을 제대로 안내할 수 없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21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는?

 

저희들의 1차 목표는 노조가 정규직화 논의를 위한 노사전 협의체에 참여하는 거다. 설 이후에도 파업을 계속한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라 어려움은 있지만 900명 넘는 조합원들이 힘차게 싸우고 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가 직접고용이 돼야 하는 이유는 지난 126일 진행한 국회 토론회 연구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부당함에 있어서 목소리를 내야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가장 무서운 것은 하나된 우리, 단결이라는 사실 또한 파업이 진행될수록 느끼고 있다.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이상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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