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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령노동을 넘치게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정년연장 요구는 거부하는 자본가들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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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508회 2021-02-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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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노동자들의 정년연장 요구는 정당하다. 더 나아가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공적연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엘지트윈타워 집단해고가 정년 때문이라고?

 

내로라하는 대재벌 엘지 자본이 고령의 저임금 노동자 수십 명을 새해 첫날 집단해고했다. 엘지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 이야기다. 엘지 자본이 청소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한 이유가 오직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혐오뿐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엘지 자본은 청소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운운하면서도 한사코 엘지트윈타워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고집한다. 다른 곳은 가능한데 대체 왜 엘지트윈타워만 안 되겠나? 엘지 자본의 심장부에 민주노조 깃발을 꽂는 것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 따라하기가 엘지의 기업문화라더니, 과연 삼성 뺨치는 반노조 경영이 아닐 수 없다.

 

저들이 생각해도 집단해고의 명분이 없었는지, 엘지 자본은 자본가언론을 통해 사실관계와 다른 악선전을 유포 중이다. 노동조합이 정년 70세 연장을 요구해서 파업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거짓말이다. 평소 청소 노동자들에게 건강에 문제가 없으면 65세로 정년을 한정하지 않겠다고 확인했던 당사자가 바로 엘지 자본이기 때문이다.

 

사실 엘지 자본뿐만이 아니다. 한국사회 대부분의 자본가들은 이윤 축적을 위해 고령노동을 이미 넘치게 활용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65세 이상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의 비율)2017년 기준 43.8%OECD 평균 14.8%의 세 배 수준이다. 공적연금으로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는 노인층이 생계를 잇기 위해 노동을 지속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국의 65~69세 고용률(45.5%)OECD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5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70~74세 고용률은 33%로 가장 높다.

 

자본주의 산업예비군, 고령 노동자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가난한 노인들에게 일거리를 주는 것을 무슨 대단한 사회복지사업이나 하는 것처럼 떠벌리지만, 노인을 고용하면서 초과이윤을 얻는 것은 바로 자본가들이다. 고령노동의 핵심 특징이 고용불안정성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령 노동자들은 정년 이후 소위 촉탁직으로 파리목숨과도 같은 노동을 잇고 있다. 자본주의 노동법도 노골적으로 고령노동을 배제하는데, 단적으로 만 55세를 넘긴 고령 노동자에게는 2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기간제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바로 이 고용불안정성 때문에 고령 노동자들은 자본의 가혹한 착취에도 군소리를 낼 수 없다. ‘임계장으로 대표되는 경비 노동자들, 용역업체가 바뀌면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청소 노동자들의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다른 측면에서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은 전체 노동자계급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는 사회적 압력으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자본가들은 고령자를 철저하게 불안정한 노동자로, 즉 취업과 실업 상태를 오가는 산업예비군의 주력부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숨기지 않는다.

 

문재인은 지난해 2고용연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적이 있다. ‘정년연장이 아니라 고용연장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정년연장60세인 법적 정년을 높이는 개념이지만 고용연장은 정년 이후 1년 단위 재계약 등의 방식으로 고용 여부가 유연한개념이다.

 

자본은 한술 더 떠 나이 들어 일하고 싶으면 임금을 깎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이 경직적인 상태에서 정년연장은 조기퇴직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임금-고용이 맞교환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인 일자리 정책은 공적 은퇴연금의 결여를 메워주고, 급격한 취업자 수 감소를 완충해 주는 한시적인 정책 대응으로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선진국 같은 연금제도를 갖춰 은퇴자들이 연금을 받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취업자 수는 앞으로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경제성장률도 그만큼 낮아질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연금이 없어 공공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일을 더 해야 하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 인구 구조상 불가피한 우리나라 취업자 수의 급속한 감소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썼다.

 

저들이 이야기하는 경제성장률이란 물론 자본의 이윤율을 뜻한다. 가난에 시달리는 노인층이 임금노동에 종사하는 것이 자본의 이윤 획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숨김없이 고백한 것이다. 이처럼 저들의 필요에 의해서 고령노동이 이미 넘치게 사용되고 있다면, 당사자인 고령 노동자들이 해고의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엘지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이 설령 만 70세 정년연장을 요구했다 하더라도(노동조합은 정년연장 문제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충분히 협의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게 왜 엘지 자본이 자행한 부당노동행위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노인 빈곤의 진정한 해결책

 

그러나 사업장 단위의 정년연장 방식을 통해서 노인 빈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현재 노동조합 중에서는 만 60세 정년을 넘어 실질적으로 노동이 가능한 나이까지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사회의 전반적인 고령화와 맞물려 대체 어디까지가 적정한 노동 가능 연령인지를 정하는 것 자체가 풀기 어려운 문제다.

 

게다가 정년연장은 대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 단위로 결정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노동조합이 없는 수많은 밑바닥 노동자들과의 계급적 단결이라는 핵심을 놓치게 된다. 어차피 사업장 단위의 정년연장을 보장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들, 자본에 맞설 물질적 힘을 가진 노동자들은 자신의 힘을 사업장 단위가 아니라 전체 사회 속에서 사용해야 한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적연금제도를 내실화해야 한다. 은퇴 전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과 노후 연금급여 수준을 비교하는 것을 임금대체율이라고 한다. 한국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이 비율이 39.3%에 그쳐 OECD 평균(52.9%)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국민연금제도 도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어졌다는 점,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말 그대로 용돈 수준(2021년 기준 최대 월 30만 원)이라는 것 등이 지적된다.

 

공적연금을 현실화하는 문제는 언제나 그 재원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평생을 일했지만 기초 복지제도의 공백 속에서 결국 가난에 시달리는 노인들, 그리고 이들의 노동의 대가로 선진국 경제에 진입한 걸 자랑해마지 않는 거대 자본가들, 이 둘 중에 누가 재원을 부담해야 공평하겠는가? 당연히 후자다. 공적연금의 재원은 자본가들이 쌓아둔 막대한 이윤에서 충당돼야 한다. 일평생 일해 온 노동자 모두가 노후에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안온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노인 중에서는 은퇴 후에도 노동에 참여함으로써 공동체 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이들 고령자들에게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온전히 살릴 수 있으면서도 신체적 부담이 적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예컨대 자신이 종사했던 분야에서 후세대들에게 조언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든지, 또는 마을 공동체에서 아동 돌봄에 참여한다든지 하는 일자리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사장시키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보람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어떤 경우라도 지금처럼 젊은 노동자들이 꺼려하는 저임금의 가장 열악한 일자리를 떠넘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정확히 인정해야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에서는 불가능하다. 자본주의는 고령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보다는 자본의 이윤 획득을 수천만 배 더 중요시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자본가정부 역시 늘어나는 고령층 인구에 대한 복지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지만, 그들의 대책은 언제나 자본주의 이윤 질서 앞에서 멈춰버린다. 이윤율 하락으로 활력을 잃은 지금의 자본주의는 노인 빈곤을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우리 모두 한때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였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모두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된다. 사회의 모든 성원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을 실현하며 살 수 있는 길, 그 길은 자본주의를 넘어선 곳에 존재한다. 노동자계급의 단결 투쟁만이 그 길을 현실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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