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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녹색전환’ 앞세운 프랑스 토탈(TOTAL)의 해고위협에 맞서 노동자들이 몇 주째 파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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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5,036회 2021-01-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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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현장에서 총회를 진행하며 결의를 모으는 노동자들(사진_O Phil Des Contrastes)

 

 

프랑스에 본사를 둔 거대 에너지기업 토탈의 그랑퓌정유소 노동자들이 몇 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123)에는 이들을 포함해 여러 부문의 노동자와 정치단체 회원 수천 명이 파리에서 해고 금지를 요구로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파업이 일어난 이유

 

이번 파업의 발단은 프랑스 토탈의 그랑퓌정유소 폐쇄 계획이다. 이곳에서 일하던 700여 명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 토탈은 그랑퓌정유소를 폐쇄하면서 녹색전환같은 명분을 앞세웠다. 하지만 실제 그들의 의도는 다른 데 있다.

 

프랑스에서 가동하던 정유소를 우간다, 모잠비크 같은 가난한 남반구 나라들로 옮겨 값싼 노동력으로 가동하려는 것이고, 이런 곳의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점을 악용해 프랑스 대신 다른 나라에서 환경파괴를 지속하려는 것이다. 토탈의 계획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존권을 밟으며 생태위기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토탈의 녹색포장지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환경단체들은 파업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들은 총회를 거쳐 투쟁 요구를 결정했다. 그랑퓌정유소 노동자들이 핵심적으로 내세우는 건 고용안정이다. 이들은 하청 노동자를 포함해 토탈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해고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채택했고, 신규 일자리 창출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매체인 <연속혁명>에 따르면 파업 노동자들 사이에선 토탈 같은 거대 에너지기업들을 몰수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윤을 위해 세상을 좌지우지하려는 자본가들의 손에 맡겨둬서는 환경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며, 에너지기업들을 국유화하고 노동자들이 산업을 통제해야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업은 어떻게 시작됐는가?

 

토탈을 비롯해 곳곳에서 해고를 무기로 자본의 공격이 가해지는데도 노동조합 지도부들은 제대로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 노조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반격을 조직하기보다는 관행처럼 교섭으로 보상수준을 높이는 데 스스로를 제한한다.

 

그랑퓌정유소 노동자들은 투쟁을 회피하려는 집행부에 손발을 묶지 않고 전적으로 자발적인 파업을 선택했다. 지난해 1211일 경고파업을 벌인 뒤, 올해 14일 총회를 열고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그랑퓌 노동자들의 90%가 파업에 찬성했다. 노조 집행부가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근무조별로 직접 대표자들을 선출했고, 스스로 파업기금을 모았다.

 

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를 장기말처럼 부려먹으면서 정유소를 이전할 계획을 세웠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폐쇄 명령에 우리가 따르지 않을 가능성을 계산하지 못했다. 우리가 얼마나 멀리 전진하려 하는지 보면서 그들은 놀랄 것이다. 그들은 돈을 갖고 있지만, 우리에겐 머릿수가 있다. 이 머릿수의 힘으로 우리는 그들을 거꾸러뜨릴 것이다.” 한 파업 노동자의 발언이다.

 

파업을 시작한 지 3주째인 120일 노동자들은 다시 총회를 열어 파업 지속을 재차 결의했다. 회사가 조금도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랑퓌정유소 노동자들은 주눅 드는 대신 투쟁 수위를 더 높이기로 했다. 이 노동자들 사이에선 그랑퓌의 방식이란 말이 회자된다. “부문을 뛰어넘어 자발적으로 조직화에 나서자”, “기존 노조들이 관행처럼 그랬듯이 해고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굴복하지 말고 투쟁으로 받아치자”, “교섭에만 매달리지 말고 파업의 힘으로 저들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자”, 이것이 그랑퓌 파업 노동자들이 말하는 그랑퓌의 방식이다.

 

연대의 확산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토탈 노동자투쟁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직감하는 듯하다. 이곳에서 연대집회가 열리면 같은 업종 노동자뿐만 아니라 철도 노동자, 교육 노동자, 제빵 노동자 등 여러 산업 노동자들이 힘을 실어주기 위해 모여든다.

 

<연속혁명> 활동가이기도 한 철도 노동자 아나스 카집은 그랑퓌정유소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이렇게 발언했다.

 

동지들은 자기 스스로에게, 지금까지 해온 것과 지금 진행 중인 투쟁에 자랑스러워해야 마땅합니다. 이 투쟁이 우리 계급 전체를 위한 투쟁이기 때문입니다. 승리를 의심할 수 없습니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일어나기 전까지 혁명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혁명이 일어나면, 그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 토탈 같은 대자본에 맞서 승리하는 게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지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이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들도 파업 현장을 찾았다. 학생들은 이 파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대기금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호소하며, 다른 집회장에서 모금해온 100만여 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공동의 요구를 걸고 함께 투쟁한다

 

그랑퓌정유소 노동자들은 투쟁 수위를 조금씩 높이기 위해 안전과 환경에 직결된 최소한의 작업만 유지하면서 석유의 이동과 선적 작업을 중단했다. 정유소 입구에 바리케이드도 쌓았다.

 

123일 파리에선 몇 천 명의 노동자와 정치단체 회원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토탈 그랑퓌정유소, 대형 여행사, 공작기계 제조사, 메이저 농업기업 카길, 제너럴일렉트릭 등 여러 사업장 노동자들이 대열을 이뤘고 비정규직(계약직) 노동자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그들은 해고 금지라는 공통의 요구를 외쳤다.

 

시위에 참가한 한 CGT(프랑스 노동총동맹) 조합원의 얘기다. “맹공격이 가해지고 있는데도 노조 집행부는 손을 놓고 있어요.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관된 투쟁 계획도 안 나왔고요.” CGT 지도부는 이날 시위와 관련해 아무런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시위에 나오지도 않았다. 상층 노조관료들은 여전히 투쟁보다는 사회적 대화에 더 미련을 갖고 있는 듯했다.

 

시위에 함께 하기 위해 파리에 온 그랑퓌정유소 노동자는 이렇게 외쳤다. “사회적 대화라는 덫에 빠지면 안 된다”, “거리로 나가자! 파업을 이어가자! 공장을 점거하자!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저들은 귀를 기울일 것이다!”

 

침체된 분위기를 뒤집을 지렛대

 

프랑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동조합들의 상당수가 타협적인 분위기에 젖어 있다. 먹고살 만해서가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가중된 위기와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단결투쟁에 대한 확신이 잘 서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랑퓌정유소 파업은 그런 분위기를 박차고 전진하는 중요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전면화하기 직전인 201912월부터 몇 달간 프랑스에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거대한 파업운동이 펼쳐졌다. 당시 등장한 조정위원회에는 버스 노동자, 철도 노동자, 지하철 노동자, 교사, 공무원 그리고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의 노동자들과 연대세력이 함께했고, 노조관료들이 투쟁을 멈추려 할 때마다 힘으로 밀어붙이며 파업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노동자들이 산업 분할, 노조 경계선을 넘어서 하나의 계급으로 단결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이 투쟁의 물결이 더 멀리까지 나아가지 못한 채 휴지기로 접어들었지만, 그런 투쟁의 정신과 방법을 기억하고 되살리려는 노동자들이 곳곳에 있다. 지금 파업 중인 토탈 그랑퓌정유소 노동자들도 바로 그런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투쟁을 집중적으로 알리며 연대를 조직하고 있는 프랑스 <연속혁명>은 이런 파업과 시위가 이후 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공동전선을 건설하는 데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거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당장 자기 사업장에서 벌어진 해고뿐만 아니라 모든 해고를 금지할 것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그랑퓌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런 전망에 생명을 불어넣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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