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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노동자는 왜 ‘파견·용역’으로 일해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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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08회 2021-01-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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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S&I코퍼레이션, 지수INC... 누가 진짜 사장인가? 
 


LG는 책임 없다. LG트윈타워 투쟁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댓글이다. S&I코퍼레이션과 지수INC가 계약을 맺었고 S&I코퍼레이션이 계약을 해지한 건데, LG에게 책임을 묻느냐는 주장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S&I코퍼레이션은 LG100% 출자한 자회사다. LG 종속회사, LG그룹 부동산 관리업 계열사, LG그룹의 공간 전문 서비스기업이라 불린다. S&I코퍼레이션은 건설, FM(건물시설관리), 레저 사업을 펼치는데, LG의 힘이 없으면 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의 국내외 공장과 기숙사, 연구소 공사를 맡으며 사업을 확대했다. 2015년에는 LG유플러스가 발주한 LTE망 기지국 장비 설치공사 입찰에서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을 담합해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S&I코퍼레이션의 모체는 서브원인데, 서브원도 LG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 서브원의 2017년 총매출은 57,100억 원으로, 그 중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올린 매출이 42,400억 원이었다. 전체 매출의 74%에 해당하는 수치다. LG는 서브원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자, LG는 서브원 자재구매 사업을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나머지 사업은 S&I코퍼레이션으로 회사 이름을 바꿔 운영했다.

 

LG그룹 회장 구광모의 고모인 구훤미, 구미정이 지수INC의 지분을 각각 50% 소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5억을 투자해 200억이 넘는 배당금을 챙겨갔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불거지자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고 했는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하나도 새롭지 않다. 총수 일가가 소유권을 독점하며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을 갈취한 후 문제가 생기면 먹고 튄다. 그 과정에서 매각으로 또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겨간다.

 

노동자들에게는 끔찍한 일

 

이 다단계 착취구조는 노동자들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서브원이든, S&I코퍼레이션이나 지수INC든 사실상 LG가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 한두 개도 아닌데 어떻게 S&ILG의 지시 없이 수많은 LG 계열사 빌딩 청소·시설 업무를 지수INC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 LG가 구훤미, 구미정의 지분 매각을 발표한 것은 어떤가?

 

그렇게 모든 걸 좌지우지하면서도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바로 이런 구조다. 노동자들이 아무리 많이 진짜 사장 LG가 책임져라외쳐도 LG는 자신들과 상관없다 얘기하면 그만이다. 지수INC 가서 따져라, S&I코퍼레이션 가서 따져라 하면 그만이다. 하청, 재하청 구조의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일수록 진짜 사장을 상대로 싸우기는 어렵다.

 

이 다단계 하청구조는 모든 산업에 널리 퍼져 있다. 이 아래에서 노동자들은 야만적인 억압과 착취를 당해왔다. ‘LG에게 따지냐는 논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극악한 현실을 계속 견디라는 소리와 같다.

 

쉼 없는 저항

 

노동자들은 쉼 없이 저항했다. 일부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쟁취하기도 했다. 지금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건 정규직 전환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정규직의 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민주노조의 첫발을 뗀 이 노동자들의 목표는 정규직화가 아니라 고용승계다.

 

민주노조를 지키면서 더 멀리 전진한 노동자들이 있다. 2018년 동국대 청소 노동자들은 86일의 투쟁 끝에 직접고용을 쟁취했다.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의 정년은 65세이지만, 이후 촉탁직으로 최대 71세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전남대, 서울시립대, 삼육대 등 다른 많은 대학 청소 노동자들도 직접고용으로 전환됐다. 서울과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지하철 등에서도 청소 노동자 직접고용이 이뤄졌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근혜 정부 때도 용역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 있었다. 물론 고용승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근로조건 승계 의무화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물론 그 공약은 집권 5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3월에 그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LGS&I코퍼레이션이 계약해지 사유로 서비스 질 저하운운한 이유에는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근로조건 승계 의무화법안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을 것이다. 고용, 근로조건이 승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노동자들은 더 높은 토대 위에서 투쟁을 전개할 수 있고,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대형빌딩 청소 노동자 노조가 더 많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법 2조 개정을 쟁취하지 못한 민주노조운동의 한계도 계속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어렵게 만든다. 노조법 22항 사용자 규정을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당해 노동조합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거나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로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원청이 빠져나갈 구멍을 차단해야 하는데, 민주노조운동은 노동법 개악을 허용하면서 이런 사활적인 요구는 쟁취하지 못했다.

 

청소 노동자들은 왜 하청·용역으로 일해야만 하는가?

 

청소 산업은, 특히 민간 부문 청소 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무한대의 착취가 이루어지는 곳이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당연하다고 인식되는 산업이다. 하지만 왜 당연해야만 하는가?

 

청소 노동은 건물이나 빌딩 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노동이고 정규적인 노동이며 핵심 노동이다. 코로나 시대에 모두가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소독, 위생, 방역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노동에 노동자 민중의 안전이 달려 있다. 안전을 위해 청소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고용이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애초부터 청소 일자리가 비정규직 일자리였던 것도 아니다. 그 이전에도 청소 일자리에 비정규직이 있었지만, 특히 IMF 사태를 거치면서 급속히 늘어났다.

 

“1997년 이후 진행된 고용유연화의 과정에서 핵심 업무가 아닌 많은 비핵심 업무영역들이 외주화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청소 직종 또한 기존의 정규직에서 비정규 간접고용의 형태가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경우 IMF 관리체제 이전에는 대부분 학교의 교직원 신분으로 정년을 보장받으며 근무하였다.”(이승윤·서효진·박고은, “청소 노동자는 왜 불안정(precarious)한가?”, <산업노동연구> 24)


우리는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의 소중한 투쟁 속에서 비정규직 제도의 야만성을 본다. 그 야만성은 가난하고 고령인 여성 노동자들에게 가차 없이 적용된다. 더 집중적으로 퍼부어진다. 더 참을 수 없었던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결성했다.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LG는 기습을 당했고, 착한 기업이라는 그룹 이미지가 벗겨지는 걸 바라봐야 했다. 하지만 LG는 여전히 하청, 재하청 구조를 방패막이 삼아 자신들은 상관없다고 버틴다.


그러나 우리에겐 결코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노동은 서로 연결돼 있고,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구조와 부딪히며 겪는 문제 중 우리가 상관하지 않아도 좋을 문제는 하나도 없다. 더 많은 연대의 힘을 모으자. 바로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부터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파견·용역의 문제를 다시 전면화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디딤돌을 놓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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