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국제

극우 세력의 의사당 난입 사태 - 지금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페이지 정보

최영익 조회 4,983회 2021-01-11 11:32

첨부파일

본문


2c02bb5bb49dd7cfb6b3fba305f2acbb_1610332302_3876.jpg
미 제국주의의 쇠퇴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사건

 

 

바이든의 당선을 공표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미국 국회의사당은 16일 아수라장이 됐다.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해 경찰과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워싱턴만이 아니었다. 인종차별주의자들, 파시스트 집단을 앞세운 우익 시위대는 애틀란타, 뉴멕시코, 조지아주 등 여러 곳에서 동시에 주의회를 향해 행진했다. 무장대원까지 나타났고, 좌익 시위대에 대한 폭력까지 저질렀다.

 

세계는 경악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몰락이 언론을 장식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위터에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은 한때 미국이 세계에 가르쳐준 민주주의의 주춧돌이라며 트럼프가 폭력과 파괴를 부추겨 이를 훼손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기록했다.

 

이렇게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거대한 체제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어떤 힘이 작동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힘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선거제도의 허점 때문인가?

 

많은 이들은 미국의 선거제도의 약점을 거론한다. 실제로 트럼프와 극우 시위대는 대선을 훔치지 말라는 깃발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부정선거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투표용지가 유권자 수보다 많다는 것이다. 공화당 지지자인 마이클 쿠드리는 경합주인 위스콘신에서 등록된 유권자 수(3129,000)보다 투표수(3239,920)가 더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는데,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위스콘신주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부로 유권자 3684726명이 등록됐다고 밝혔고, 지금까지 330만표 이상 개표됐다면서 부정선거라는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다른 하나는 우편투표함관련 의혹이다. 트럼프 캠프는 조지아에서 선거 마감 이후 접수된 53개의 우편투표가 당일 투표용지와 섞였다고 소송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지아주 법원은 증거 없음으로 기각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팩트체크 기관 팩트체크닷오알지에 따르면 민주당원이 조지아 주의 선거기구를 운영한다던 트럼프의 주장과는 달리 조지아 주 투표 실행관리자는 모두 공화당 소속이었다.

 

13개국 선거전문가 28명으로 구성된 미주기구(OAS) 소속 국제선거참관단은 보고서에서 부정선거나 투표부정 사례가 없었다우편투표 시스템은 안전하고, 대선은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음 질문이 추가돼야 한다. “그동안은 왜 문제가 없었는가?” 가령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의 득표수는 트럼프의 득표수보다 오히려 많았다. 하지만 한 표라도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의 정당이 그 주의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체제50개 주 중에서 48개 주에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더 높은 득표율에도 힐러리는 낙선했다. 그럼에도 선거불복종은 없었다.

 

이처럼 1789년 아메리카합중국 연방헌법에 따라 성립된 미국 선거제도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려 230년 이상 지탱해왔다. 숄츠 독일 부총리의 말처럼 평화로운 정권 이양은 한때 미국이 세계에 가르쳐준 민주주의의 주춧돌이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와 극우 시위대의 선거 불복종으로 이 주춧돌이 뽑혀나가고 있다. 230년 이상 작동했던 미국 정치의 안정성이 왜 이렇게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가?

 

불복종의 뿌리

 

의사당 난입 사태로 이어진 우익 시위대의 선거불복종 흐름은 확증편향의 심리를 보여준다. ‘확증편향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와 같은 것이 바로 확증편향이다. 이런 확증편향에 빠지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보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소망, 주관적 열망에 모든 걸 꿰어 맞추려 하게 된다.

 

우익 시위대에게는 선거가 공정했냐 불공정했냐가 중요했던 게 아니다. 그들의 심리는 이번 대선 결과에 절대 승복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자신들의 욕구를 대변하는 정부를 어떻게든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에 기반해, 저항하고 불복종할 수 있는 온갖 명분을 그게 맞든 안 맞든 여기저기서 긁어모아 외피로 두르고 있을 뿐이다. 우익 시위대의 상당수가 음모론에 심취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령 온 몸에 문신을 하고 뿔이 달린 털모자를 쓴 채 6일 의사당에 난입해 주목을 끈 인물인 제이크 앤절리는 음모론 신봉 집단 큐어넌의 열혈 추종자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음모론이 아니다. 음모론을 작동시키는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음모론의 정치적 성격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번 우익 시위대의 정치적 구성이 해답을 제시한다. 큐어넌은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 세력이다. 큐어넌은 민주당과 연결된 비밀집단 딥스테이트가 정부를 통제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는 음모론을 신봉한다. 극우단체 프라우드보이스하와이지부 설립자 닉 옥스는 의사당에 난입해 담배를 피운 장면을 트위터에 올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찍힌 이는 아칸소 주의 총기 소지 옹호 집단을 이끄는 리처드 바넷이었다. 그는 우리가 애국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의사당에서 경찰과 대치했던 남성은 신나치주의자 매슈 하임바크로 밝혀졌다.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극우단체 집회를 주도했던 하임바크는 많은 이들이 백인 극우 국가주의자의 신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또 의회 복도에서 창문을 넘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여성은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공군 출신 애슐리 배빗(35)인데 그의 남편은 그녀가 충실한 트럼프 지지자이자 위대한 애국자라고 지역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다양한 면면에도 불구하고, 우익 시위대를 관통하는 정치적 성격이 있다. 우리에게는 바로 이 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우익 시위대의 실체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티파티운동, 인종차별주의자, 기독교근본주의자, 여성과 성소수자 차별주의자, 낙태반대론자, 무장 파시스트 집단 등을 아우르는 이 우익 시위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공동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슬로건은 극우 민족주의를 반영하는데, 보호무역주의, 대중국 강경노선을 통한 강력한 미국의 재건을 내걸었다.

 

이들을 결속한 주요한 정치강령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앞에서 이들은 경제 재가동을 내걸고 지속적인 시위를 전개했다. ‘경제 재가동이란 코로나 확산에도 사회적 긴급조치를 발동하지 말고 경제를 풀가동시키란 것인데, 이는 안전한 노동환경을 내건 노동자의 요구와 정면으로 대립했다. 건강보험 문제에서는 오바마케어 같은 공적 의료보험제도에 극력 반대했다. 티파티 운동의 이념처럼, 이들은 부자들에 대한 세금감면과 함께 모든 사회복지제도 축소를 주장했다. 작년 4월 이후 엄청난 실업률 증가에 대해, 이들 우익 집단은 실업기금 확대에 반대하며 부자세금 감면정책 확대 및 코로나 봉쇄 해제를 경제적 대안으로 제기했다. 이런 우익의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영돼, 미국의 코로나 재앙을 격화시킨 원흉이 됐다.


나아가서 이 우익 세력은 인종차별정책을 강력히 지지했다.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 데릭 쇼빈에 의해 흑인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운동이 활성화한 상황에서, 이들은 백인우월주의를 내걸면서 흑인, 아시아인 등 유색인종에 대한 폭력과 혐오를 조장했다. 낙태반대도 중요한 요소였다. 트럼프가 성폭력 건을 비롯한 온갖 추문에 휩싸인 것도 트럼프에 대한 이들의 지지를 가로막지 않았다. 트럼프는 낙태반대 모임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낙태반대론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을 연방대법원 대법관에 임명함으로써 이들에게 화답했다.

 

좌우로의 정치 분화와 대립격화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우익 세력 내에서 무장 파시스트 집단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익 집단의 행동력은 눈에 띄게 증대했다. ‘경제 재가동시위, 대선 불복종 시위, 급기야 16일 의사당 난동 시위까지 우익의 시위는 격렬해졌고, 시위대 일부는 파시스트 복장을 입고 무장까지 했다. 그들은 노동자 투쟁대오, 낙태반대 시위대, 경찰폭력반대 시위대, 인종혐오반대 시위대 등과 충돌을 불사하기에 이르렀다.

 

공화당에 침투해 트럼프를 당선시킨 티파티 운동의 전략에서 알 수 있듯, 이제껏 미국 극우파시스트 집단은 직접적인 대중행동으로 미국 정치구조를 뒤흔드는 것을 자제해왔다. 아직 그만큼 충분히 세력화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그 대신 공화당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부르주아 의회민주주의 테두리 내에서 세력화를 꾀했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이들은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의회 바깥의 직접적인 행동을 강화하면서, 부르주아 의회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것도 꺼리지 않기 시작했다. 그 극적인 표현이 이번 16일 의사당 점거시위였다.

 

여기에는 미국 정치의 좌우 분화도 영향을 미쳤다. 불평등 확대에 저항하는 점거하라운동에서 시작해, 최근 경찰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해에 맞선 인종차별 반대시위 등 왼쪽에서 급진적 대중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민주당과 공화당 양대 정당 중심의 미국 정치구도에 파열구를 냈다. 이에 맞서 극우 세력도 행동력을 강화하면서 맞불을 놓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강경 극우주의자들 사이에서 파시스트들이 영향력을 넓혀갔다.

 

이것은 2010년대 내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정치적 불안정성의 한 부분이다. 자본주의 위기 심화로 기존 주류정당들 중심으로 작동했던 부르주아 정치구조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좌우로의 정치 분화가 확산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정치무대의 전면에 빠르게 부상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시리자나 스페인 포데모스, 그리고 극우 파시스트 정당이나 포퓰리스트 정당의 부상도 그 연장선에 있다. 나아가서 2019년에는 프랑스, 칠레 등에서 대중의 직접행동을 반영하는 급진적 운동이 분출하면서, 부르주아 정치구조는 더욱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 16일 사태는 미국에서도 부르주아 정치구조의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음과 함께, 전통적인 주류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계를 넘어서서 좌우로의 정치 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번 의사당 점거 극우 시위에 대해, 두 정당은 연합해 대응함으로써 기존 부르주아 정치구조를 안정화하려 애쓰고 있고, 단기적인 진압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균열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좌우로의 정치 분화에는 두 정당의 연합으로도 결코 없앨 수 없는 거대한 물질적 토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혼돈의 뿌리

 

그 뿌리에는 쇠퇴하는 자본주의, 그리고 이것을 상징하는 쇠퇴하는 미 제국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이미 세계 자본주의는 하락하는 이윤율과 과잉생산에 신음하고 있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면 도산을 피할 수 없는 좀비기업들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코로나는 이런 상황을 가속화했다. 높아지는 실업률, 안정적으로 고용을 보장하고 충분한 임금을 주는 일자리의 지속적인 축소, 중간계급의 몰락 등이 초래하는 미래에 대한 거대한 불안감은 이미 만성화된 상태였고, 이런 불안감은 코로나 사태에 의해 급격히 확산했다.

 

세계 자본주의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고, 달러 기축통화국이자 세계의 패권국이었던 미국은 이제껏 상당한 안정성을 누릴 수 있었다. 미국의 백인들은 이 안정성의 수혜를 받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자본주의 쇠퇴와 함께 불균등 결합발전의 법칙에 의해 중국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와 마주치게 된 미 제국주의는 더 이상 이런 안정성을 제공할 수 없었다. 이것은 모든 미국인을 불안한 상태로 내몰았는데, 이 불안은 일정한 기득권을 누려왔던 백인층에게서 가장 두드러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1%의 최상위층은 더욱 큰 부를 늘려갔고, 이들과 나머지 99% 사이의 격차는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이런 배경 속에서 불평등 확대에 저항하는 점거하라운동이 왼쪽에서 탄생했다. 왼쪽에서 일어나는 투쟁들 앞에서 경찰과 같은 부르주아 억압기구들은 더욱 악랄해졌다. 게다가 극우 파시스트 집단은 자신의 요원들을 경찰과 군대에 침투시켰다. 이것들이 맞물리면서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인종차별에 맞선 대중투쟁을 2020년에 확산시켰고, 그 가운데 불안정성에 맞선 왼쪽에서의 운동이 발전하고 있다.

 

극우 세력은 이런 불안정성을 다른 각도에서 활용하고자 했다. 그들이 불러온 희생양은 못된 중국이었고, 복지정책이며, 유색인종과 성소수자들이었다. 그들은 불안에 벌벌 떠는 백인층을 향해 이와 같은 악마들을 불러와 마녀사냥에 돌입했다. “이 마녀들을 타도하면 다시 과거의 안전한 삶이 도래할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내건 메시지였다.

 

격화되는 불안정성

 

이러한 양극화는 결국 쇠퇴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잉태한 거대한 불안정성의 결과물이다. 이것은 번갈아가면서 미 제국주의를 운영해왔던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정치구조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불안정성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양적 팽창정책이 도입됨으로써 화폐통화량이 시중에 흘러넘치고 있다. 여기에는 30%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적자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일조한다. 미 연준에 따르면 지난해 32일 기준 미국의 통화량(M2)155,128억 달러에서 지난해 1221일 기준 191,970억 달러로, 9개월 사이에 20% 가까이 폭증했다.

 

이렇게 풀린 돈이 지금 같은 낮은 이윤율 상태에서는 통상적인 투자로 흘러가지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가격만 폭등시키고 있다. 이것은 1%의 부유층과 일반 대중 사이의 불평등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경제위기를 더 폭발적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면 즉각 파산할 좀비기업들만이 아니라 금융자본과 실물자본 사이의 괴리를 비약적으로 확대함으로써 금융 전반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 제국주의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경제적 힘인 기축통화국의 지위도 위협하고 있다. 미 제국주의는 가장 중요한 세계화폐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힘을 바탕으로 경제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그 부담을 타국에 전가시키고, 자국 경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달러의 양적 팽창이 너무 급격하게 일어나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달러를 보유하는 것이 손해가 되므로 달러의 신용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 틈을 타서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와 기업들이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화폐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서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화폐 구상에 뛰어듦으로써 미국과의 패권전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또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꾸준히 상승해 대체 안전자산으로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폭등은 개인 투자자들이 아니라 주로 은행, 보험회사, 연금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가상화폐인 리브라도 20196월에 달러와 유로화 등으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에 연동되는 단일 가상화폐 출시 구상을 발표했다. 리브라 구상은 국제적인 돈세탁이나 불법거래에 쉽게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미국 정부의 반대로 좌절되었으나, 가상화폐의 이름을 디엠으로 변경한 뒤 페이스북이 개발한 전자지갑 노비(NOVI)를 통해서 페이스북 이용자 등에게 서비스될 예정이다.

 

이처럼 불안정성은 진화되기는커녕 가속화하고 있다. 달러본위의 세계화폐제도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것은 세계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거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이 분명해지면 질수록 쇠퇴하는 미 제국주의는 더욱 발악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 점입가경의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세계경제를 끊임없이 교란시킬 것이다. 나아가서 이런 분쟁은 미중 사이의 군사적 대립과 함께 세계 전반을 두 진영으로 재편하면서 제국주의 패권전쟁을 더욱 본격화할 것이다. 코로나 1년을 거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빠르게 좁아진 경제격차가 이 패권전쟁의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의 양적 팽창 정책은 빠르게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달러의 지위가 더욱 하락하는 것을 반드시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고 자산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확장정책의 문이 닫히고 긴축재정으로 돌아서면 불안정성이 완화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다음은 정부재정지원 덕분에 정상기업으로 포장하고 있던 좀비기업들의 파산이 시작된다. 금리인상은 저금리에 기생했던 자산가격을 폭락시켜 소비율은 급락할 것이고, 부동산 가격 폭락에 따른 가계파산도 확산할 것이다. 거대한 구조조정의 파고가 덮칠 것이고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미래

 

경제적 불안정성의 확대, 그리고 미 제국주의가 행사했던 안정적인 패권의 몰락은 미국의 정치적 상부구조를 계속 거세게 뒤흔들 것이다. 격화하는 불안정성 앞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영향력과 이 두 정당을 통해 지탱하는 미국 부르주아 정치의 안정성은 모두 요동칠 것이다. 대신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서 새로운 정치세력과 운동이 부상할 것이고, 그것은 격렬한 상호대립으로 향할 것이다.

 

격화하는 불안전성에 의해 활성화되는 파시즘 세력은 단순히 공화당 우파의 외피에 만족하지 않고 격렬한 전투적 대중운동으로 더욱 진화할 수 있다. 16일 의사당 진입 시위는 그 예고편이다. 이 극우 파시즘 운동은 노동자운동을 비롯해 여성운동, 인종차별 반대운동, 복지확대운동, 불평등극복운동 등 모든 급진적 대중운동을 해체하고자 하는 야만적 성격을 노골화할 것이다. 이것이 공화당을 극우정당으로 더욱 전환시키는 방식을 취할지,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극우정당을 결성하는 방식을 취할지는 두고 볼 문제다. 히틀러 나치당의 사례처럼 부르주아 민주주의 형식까지 활용해 지배를 꾀할 것인지도 두고 볼 문제다.

 

중요한 것은 경향과 추세다. 이미 미국 공화당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되면서 이들 극우집단과 손을 맞잡고 파시스트들이 준동할 합법적 공간을 열어줘 왔다.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이 충분히 강화되면 극우집단은 굳이 다른 형식을 채택할 필요가 없다. 공화당을 노골적인 극우정당으로 완전히 재편하고 여기에 의회 바깥에서의 직접적인 대중행동을 결합할 것인데, 사회적 불안정성과 계급투쟁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후자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불안정성의 격화가 극우집단에게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다. 불안정성에 신음하는 노동자, 민중의 거대한 사회적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환멸을 느끼는 노동자, 민중은 스스로의 행동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 ‘점거하라시위에서 출발해 인종차별과 경찰폭력에 맞선 시위로 뻗어나가고 있는 직접적 대중투쟁의 흐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불평등과 실업, 인종차별, 경찰 폭력에 맞선 투쟁, 의료복지를 비롯한 공공복지 쟁취를 위한 투쟁, 제국주의 패권전쟁에 맞서 평화를 향한 투쟁,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노동자, 민중이 삶의 안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갈수록 절실해지는데, 이 모든 것은 자본가들의 당인 민주당에 의지해서는 결코 온전히 획득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사회의 불안정성이 불러올 극우세력의 준동은 노동자, 민중이 직접적인 대중행동에 나설 것을 더욱 촉구할 것이다. 파시스트들의 힘은 더 이상 공화당의 의회적 활동이나 선거에만 갇히지 않고 직접적인 대중행동으로 뻗어갈 것이고, 이것은 노동자 민중의 투쟁조직들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자 조직들의 권리를 파괴하기 위한 파시스트들의 준동,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대한 파시스트들의 공격은 한가롭게 민주당에 의지하면서 표를 던지는 방식으로는 결코 격퇴할 수 없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질 것이다.

 

결국 극우세력에 맞선 노동자 민중의 대중투쟁은 민주당과는 완전히 다른 대중투쟁에 기반한 진실한 노동자당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구조에 수백년 동안 짓눌리면서 탄생하지 못했던 미국 노동자 투쟁정당이 점차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것은 쇠퇴하는 자본주의의 양상을 반영하는 미국 사회가 구원될 수 있는 유일한 길, 격화되는 불안정성에서부터 미국의 노동자 민중이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미국에서의 이러한 미래는 한국에서도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결정적인 자극제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두 자본가정당이 지배하는 부르주아 정치구조는 발밑에서 약화되고 있다. 쇠퇴하는 자본주의는 한국에서도 실업, 불평등, 생활의 불안정성,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극우세력의 준동 등을 잉태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개되는 사태는 한국에서 재현될 수밖에 없다.

 

물론 똑같은 형식과 똑같은 속도로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 한국에서 축적되고 있는 불안정성의 요소들은 2021년에 다양한 변수를 잉태할 것이고, 2022년 대선을 전후로 좌우 정치양극화의 새로운 흐름이 분출할 수 있는 풍부한 정치적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 그 시기가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진출과 노동자투쟁이 확대되는 빛나는 나날이 되도록 힘차게 준비하자. 그리고 미국의 노동자계급이 보여주는 전진의 길을 응시하고 연대하자. 이미 미국에서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이것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지각변동의 결정적 서막이다. 미국 노동자계급의 진군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계급의 진군의 결정적 서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Total 963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