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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 거리에서 벌인 수십 년의 투쟁, 마침내 아르헨티나에서 임신중절이 합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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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지오 조회 118회 2021-01-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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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등 사회주의 페미니즘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대중투쟁의 힘으로 아르헨티나에선 낙태죄를 폐지하는 데 성공했다.

 

편집자 주   2020년이 끝나가던 지난 1230,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선 마침내 낙태죄를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에 약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강력한 낙태반대 캠페인을 벌인 우익과 카톨릭 세력의 압력을 뚫고 쟁취한 성과라는 점에서,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 거리에서 펼쳐진 대중투쟁의 성과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합법화 조치의 성격과 전후맥락을 요약하는 <레프트보이스> 기사를 소개한다.


수요일(20201230) 오전 4, 아르헨티나는 마침내 임신중절을 합법화했다. 20,000명가량으로 추정되는 인파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에 모여 이날을 기념하고, 구호를 외치고 찬성 표결을 촉구하며 저녁을 보냈다. 그리고 일출 한 시간 전, 상원의 표결이 마무리됐다. 찬성 38, 반대 29, 불참 1표라는 결과가 뒤따랐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임신 14주까지는 아무런 제약 없이 임신중절을 인정하는 여섯 번째 국가가 됐다. 쿠바, 우루과이, 기아나, 프랑스령 기아나만 이보다 앞서 임신중절을 전국적으로 합법화한 바 있다. 멕시코의 경우, 멕시코시티와 와하카주에서만 임신중절이 허용된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자치령이라는 특수한 지위상 임신중절이 합법이다.

 

이 승리는 아르헨티나 페미니즘 운동이 오랜 투쟁 끝에 얻은 산물이다. 2018년에 아르헨티나인들은 이 권리를 쟁취해내기 위해서 대규모의 운동을 조직한 바 있으며, ‘안전하고합법적인무상임신중절을위한전국행동에서 제안한 법안이 하원에서 승인됐다. 그러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한 전국에서 이 법안을 지지하는 수십만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나와 시위를 했는데도 상원은 이 법안을 반려했다. 그렇게 수십 년간의 투쟁이 이어졌고, 이제 더 이상 제2, 3의 벨렌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아이를 유산했던 벨렌은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투옥됐다). 더불어 매년 수백 명이 음지에서 위험하게 낙태하다 목숨을 잃는 일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임신 14주까지에 한해 아르헨티나의 공공 및 민간의료의 일환으로서 안전한 무상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르헨티나 노동자계급과 빈곤층에게 이 승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다. 아르헨티나 페미니즘 운동은 재생산권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싸워왔다. 지난 5년간 아르헨티나에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페미니즘 운동이 전개돼 왔다. 여성살해에 맞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던 2015년의 니우나메노스(Ni Una Menos,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페미니즘 운동은 수십만 명을 국제여성총파업을 위한 시위에 참여시키며 세계적인 대규모 행동을 조직한 전 지구적 페미니즘 운동의 대열에 합류했다. 2018년 우파 정부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결국 임신중절 합법화를 위한 첫 번째 법안이 상원에 제출되는 것을 수용했을 때에도 페미니즘 운동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 운동에서 젊은층이 차지하는 지분이 압도적으로 컸는데, 그 중 많은 수가 십대였다. 이들은 자기 앞에 결정된 미래를 거부하고, 신체자기결정권을 요구하기로 결심한 이들이었다. 니우나메노스, 여성총파업 그리고 2018년의 임신중절권 쟁취운동에 동참하면서 아르헨티나의 페미니스트들은 도시마다 모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그들은 이 운동의 요구를 만들어냈고, 그 싸움을 진전시키는 조치에 투표했다. 그리고 마침내 인구 대다수가 카톨릭인 국가에서 낙태권이라는 커다란 승리를 얻어냈다.

 

역사적으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임신중절 합법화를 거부해왔다. 2000년대 초반 라틴아메리카 핑크타이드에 속했던 전 대통령이자 현 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도 예외가 아니다. 키르치네르와 그의 지지자들은 페론주의라는 아르헨티나의 강력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페론주의는 전 대통령의 이름 후안 페론(Juan Perón)에서 따왔으며, 1970년대 그의 집권기는 진보적인 노동법 제정, 진보적 포퓰리즘, 강력하고 관료적인 방식의 노동조합 통제와 좌파 억압으로 요약할 수 있다.) 페론주의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재생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1974년 페론은 피임약의 자유로운 판매를 금지했다. 카를로스 메넴이 이끌던 신자유주의 정부는 1998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의 날을 선포했다. 이는 명백하게 낙태반대주의자들에게 보내는 지지의 신호였다. 메넴은 현재 아르헨티나 집권세력인 모두를 위한 전선’(Frente de Todos) 소속 상원의원으로 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강력한 집권여당과 절정에 다다른 핑크타이드에 힘입어 정부를 이끌었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는 진보적인 외양을 띠었지만, 실상 낙태와 관련한 법안을 논의하는 것조차 꺼렸다. 특히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의 경우 개인적으로 임신중절 합법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전적이 있어 관련 법안이 표결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 최근으로 올라와서는 마우리시오 마크리의 우파내각이 임신중절권과 관련한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되는 걸 수용했다. 이는 곧 대중운동을 촉발시켰고, 하원에서 임신중절 합법화를 통과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 운동은 낙태 합법화를 줄곧 반대해왔던 정치인들이 그 의견을 포기하도록 강제했으며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까지도 그 법안에 찬성해야 했다. ‘노동자좌파전선의원들만이 일치단결해 임신중절 합법화 찬성표를 던졌다. 의회 바깥에서 시위를 벌이는 수십만의 인파가 무색하게, 상원의원들이 던진 소수의 반대표가 임신중절을 위한 권리를 막아섰다. 그러나 거리의 운동은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에게서 새로운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도 마레아베르데(Marea Verde, 녹색물결: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지지하는 이들이 둘렀던 초록색 손수건에서 유래한 이 시위의 이름)였다.

 

지금껏 살펴본 바로도 알 수 있듯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의 진보적정부가 이 승리를 자신들이 이뤄낸 것으로 포장하려는 모든 시도는 역사적 사실에 반한다. 교황을 배출해낸 국가에서 임신중절을 합법화하고 무상으로 만든 것은 페미니즘 운동이었다. 이에 관해 노동자좌파전선의 하원의원 니콜라스 델 카뇨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투표를 하는 건 의원들이겠지만, 이 권리는 페미니스트들이 수십 년간 거리에서 이어온 투쟁의 힘으로 쟁취될 것입니다. 상원 의석에 앉은 우리는 이들이 다시금 목소리를 내고 또 임신중절을 합법화할 수 있도록 이 운동의 힘을 북돋울 것입니다.”

 

투표를 위해 내놓은 법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사실을 짚을 필요가 있다. 제출된 법안은 지난 10년간 페미니스트들이 작성하고 지지했던 것과는 다르다. 이 법안은 오히려 페르난데스 정부가 제출한 거라고 보아야 한다. 이 법은 여러 예외를 포함하는데, 예컨대 임신중절 수술을 행하기를 원치 않는 개인 의료사업자와 더불어 임신중절 진료에서 손을 떼고 싶은병원 또는 심지어 시나 주정부의 뜻을 용인한다. 공공의료 접근성이 부족한 빈곤지역에 사는 이들은 임신중절 수술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부가 자행한 이와 같은 수정은 (그가 속한 페론주의 연합인 모두를 위한 전선내의 우파를 비롯해) 우파 야당과의 타협점을 찾고 카톨릭 교회의 집단적 반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법안을 고쳤는데도 우파 인사들은 여성혐오적인 언사를 쏟아내며 시위를 벌이고 로비를 하면서 법안에 반대했다.

 

임신중절 합법화는 아르헨티나 페미니즘 운동이 힘겹게 일궈낸 승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한편으로 페르난데스 정부가 진보적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노동자계급, 특히 여성 노동자계급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주의 정당이 행하는 개량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들은 한 손으로 무언가를 내주면서, 다른 손으로는 무언가를 빼앗는다. 불과 몇 주 전 페르난데스의 정당은 (살 곳이 없어서) 게르니카의 빈 땅을 점유하고 지내던 수천 단위의 가족을 향해 최루가스를 쏘라고 경찰에 명령했으며, 그들을 그곳에서 폭력적으로 쫓아내 홈리스로 만들어버렸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상원에서 임신중절 합법화가 표결되고 있는 동안 하원에서는 악랄한 연금삭감과 IMF가 들이댄 긴축예산이 표결에 부쳐졌다. 하원에서 연설한 니콜라스 델 카뇨는 이렇게 각 사건이 겹쳐서 일어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상원에서 안전하고 돈이 들지 않는 임신중절권을 보장할 것인지 결정하는 날에 우리가 (연금개악에 관한) 중요한 토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페미니스트들은 수년간 싸워왔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와중에 긴축정책을 통과시키려 합니다. 이 정책은 여성들에게 타격을 입힐 겁니다. 특히 빈곤한 여성의 경우 더 취약하겠죠. 그리고 정부는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안드레아 다트리가 지적했듯, 노동자계급의 페미니즘 운동은 지금껏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에 더불어 다수의 파업, 인권운동, 환경운동 그리고 경찰의 가혹행위에 저항하는 투쟁에서 여성들은 항상 앞장서왔다. 이러한 입장은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단체인 빵과 장미’(Pan y Rosas)가 창립 이래 15년 이상 줄곧 지켜온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든 억압과 착취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위해 자본주의와 싸운다. 물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 국가로부터 부분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모든 투쟁에도 가담해 싸울 필요가 있다. 그것은 더 나은 조건에서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것이며, 그러면서도 우리는 진정한 평등이 이뤄진 사회를 위한 싸움 또한 멈추지 않는다.”

 

임신중절 합법화는 좌파나 페미니즘 운동의 종착역이 아니다. 전 세계적 유행병으로 심화된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는 막대한 노동자계급, 특히 여성을 빈곤에 빠뜨릴 것이며, 정부의 긴축정책도 불러올 것이다. 활동가들은 임신중절에 관한 아주 기초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해서 페르난데스 정부를 높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 손으로는 임신중절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지만 다른 손으로는 긴축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의 행태를 보건대 자본주의 정부가 우리에게 무언가 해줄 거라는 기대를 품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요컨대 좌파나 페미니즘 운동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음 투쟁을 위해 사람들을 조직하고 이끌어내야 한다.


20201230, 타티아나 코차렐리, 아나 리베라

 

원문

https://www.leftvoice.org/after-decades-of-struggle-in-the-streets-argentina-legalizes-abor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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