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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무릇 있는 자는 받겠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 코로나19가 드러낸 자본주의 불평등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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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4,337회 2021-01-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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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빈익빈 부익부의 자본주의 원리는 철저하게 관철됐다.

 

 

2020년 내내 세계 인류를 옭아맨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이 사회가 누구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주었다.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과 혁신이란 키워드로 세상을 바꿀 듯이 떠들어대던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재난 국면에서 인류를 지킨 것은 혁신 타령의 희떠운 소리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헌신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최전선에서 맞서 싸운 보건의료 노동자들, 방역물품과 생필품을 생산한 제조업 노동자들, 필수재화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한 택배 노동자들,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업무까지 도맡아한 청소 노동자들, 그밖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 사회는 단 하루도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자본가들도 이 자명한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자본가정부로서 자기 정체를 날마다 선언하는 문재인 정부조차 국민 생명 보호와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대면노동을 지속해야 하는 의료, 물류, 돌봄, 교통, 환경미화 등 분야 종사자등 필수 노동자 보호를 위해 여당 내 TF를 꾸리고 10대 입법·정책 과제를 추진하겠다며 입 발린 소리를 늘어놓는다.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우리는 배달원이나 물류 창고 직원, 트럭 운전사에게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운이 좋은 사람은 안전하게 집에서 근무하겠지만,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을 안고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 대한 보상과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이 사회를 움직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사회적 가치에 걸맞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코로나19 이후 이들 필수 노동자에게는 최소한의 보상이 행해졌던가? 전혀 아니다. 정반대로 하층 노동자들의 소득은 줄어들고 자본가들의 소득은 늘어났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다. 예수가 들었던 비유의 한 대목이 지금 상황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릇 있는 자는 받겠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누가복음 19:26)

 

모든 통계가 가리키는 것 소득 불평등의 심화

 

미국 억만장자 651명의 순자산은 202012월 현재 4조 달러(4,352조 원)로 추산된다. 이들의 순자산은 미국에서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확산된 지난해 3월부터 12월 사이에 1조 달러(1,088조 원), 36%가 늘어난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의 2021년 국가 총예산이 555조 원가량이다. 한줌도 안 되는 미국 자본가들은 코로나 이후 한국 국가예산의 두 배 규모로 자산을 부풀릴 수 있었다. 바로 그 기간에 미국 전역에서는 천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실직했고, 연방정부 지원이 끊기면 당장 4천만 명이 거리로 나앉게 될 지경인데도 말이다.

 

이 터무니없는 빈부격차 확대를 두고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감염 위험 없이 원격 재택근무가 가능한 자본가나 관리자, 그리고 꼭 필요한 노동을 수행하면서도 실업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서로 다른 카스트(계급)로 구분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위(하위 20%) 가구와 5분위(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격차가 확대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된 20202분기에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8%나 감소했지만, 5분위 가구는 4% 감소에 그쳤다. 20203분기에도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에 비해 10.7% 감소한 반면, 5분위 가구는 전년 동기 수준을 회복했다. 1분위 가구의 2분기 평균 가구소득은 1777천 원, 3분기 평균 가구소득은 1637천 원으로 줄었다. 반면 5분위 가구의 2분기 평균 가구소득은 1,0038천 원, 3분기 평균 가구소득은 1,0397천 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민주노총이 방과후강사,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를 비롯한 26개 직종에 종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2,46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소득이 감소하고(57.5%) 실직했다고 볼만큼 오래 쉬었으며(15.4%) 해고(계약해지)당했다(3.6%)고 응답했다. 또 소득 감소시 생계 해결 방식(중복응답)에는 대출 등 개인적으로 해결”(55.71%)이 절반이 넘었다. “임시로 다른 일을 구함”(31.25%)다른 곳으로 이직함”(7.44%)이 뒤를 이었다.

 

대체 어떤 논리로 자본주의의 이런 불평등을 옹호할 수 있겠는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이 사회를 지탱한 것은 수많은 밑바닥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소득은 감소했고, 해고와 실직의 위험, 그리고 감염 위험 앞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반면 소수 부유층은 이 와중에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벌어갔다. 이 터무니없는 불평등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길이란 어디에도 없다.

 

존재의 정당성을 상실한 자본주의

 

앞으로도 부유층과 노동자, 민중 사이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자본주의 위기에서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자본가정부가 천문학적 규모로 풀어놓은 돈 때문이다. 이 돈은 실물경제와는 괴리된 채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을 부풀리고 있다. 자산 투자에 나설 수 없는 노동자, 민중의 박탈감은 갈수록 더해질 것이다. 나아가 자산시장의 거품이 터지고 유예됐던 전면적인 공황이 예견되는 시점에서, 뻔뻔하게도 자본가계급은 자신들이 누려온 사치와 향락의 대가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려 들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자본주의는 단 1그램의 정당성도 가지고 있지 못한 체제다. 다수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으로 부양되는 소수의 착취자들이 거꾸로 모든 부를 독점한 채 노동자를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미는 체제가 바로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금 여의도에서 엘지재벌 일가가 벌이는 행태를 보라! 엘지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남짓의 저임금을 주면서 지수아이엔씨라는 청소용역업체를 매개해 한 해에만 60억 원의 배당금을 챙겨가던 엘지재벌 일가의 행태 말이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80여 명을 집단 해고한 것도 모자라 농성 중인 고령의 노동자들에게 식사 반입조차 막았다. 엘지재벌 자본가가 숨김없이 보여준 인간성 상실의 민낯은 앞으로 경제위기 국면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코로나19 재난이 드러낸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몇 가지 개량적인 정책으로 극복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자본과 노동 사이의 거대한 격돌이 예견되는 자본주의 위기의 국면에서, 자본가들은 단호하게 노동자의 생존권보다는 자신들의 이윤을 우선시할 것이다. 그들만큼 우리도 단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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