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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요한 사람’ 온다고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하청 노동자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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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6,618회 2021-01-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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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3, 국회 안팎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정을 위한 단식이 수십 일째 이어지던 날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 프레스 작업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새해 벽두에 날아든 하청 노동자의 중대재해 사망소식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사고 장소는 11일과 2일 현대차 보전 하청업체인 마스터시스템 노동자들이 이미 청소했던 1공장 프레스 베일러 머신 피트다. 하청사는 점심시간 후 갑자기 작업지시를 내렸다. ‘현대차 중역들이 지난번 ○○보강공사 작업을 확인하러 온다. 14시에 오니 그 전에 지저분한 것들을 청소해라.’

 

급히 세 명의 노동자가 구간을 나눠 작업에 들어갔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 노동자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못 끝냈나 싶어 동료들이 2피트로 일을 도우러 갔다. 그런데 김○○ 노동자는 미동도 없이 장비 위에 쓰러져 있었다. 신고하고 바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뻑하면 현대차 협력지원팀이 이렇게 말했어를 반복하는 보전 하청사는 사고 후 재해자를 발견한 노동자를 불렀다. 종이를 주며 사인하랬다. 회사가 쓴 경위서였다. 원청 작업지시 사실도 없이 바닥 철제스크랩을 청소하다 발생한 단순사고라는 내용이었다. 사고를 당한 동료를 목격한 노동자는 충격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었지만, 산재은폐 내용에 사인을 거부했다.

 

프레스 압축기는 위험한 기계다. 사고가 발생한 장비엔 안전펜스(덮개)가 없었다. 21조 작업 따윈 없었다. 육중한 기계는 그대로 움직였다. 예정된 작업도 아니었다. 딱 말 한마디였다. “회사 중역이 오니까!” 언론기사에 중요한 사람이라 적혀 있다. 하청 노동자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은가! 하청 노동자는 중요한 사람이 아닌가!

 

현대차 자본은 2017년부터 중대재해 제로를 자랑했다. 죽음의 외주화는 늘어났지만, 통계는 없다. 결국 죽음의 외주화는 또다시 예정된 중대재해로 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 마스크 하나 제대로 못 받고 시커먼 탄가루를 뒤집어쓴 전주의 보전 하청 노동자들, 팽팽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나무판 하나에 의지해 몸을 뉘었던 울산의 보전 하청 노동자들. 그리고 이들에게 안전 없이 요구된 빨리빨리의 고강도 노동은 결국 중대재해로 되돌아왔다.

 

현대차 보전 하청 노동자들은 동료의 죽음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몹시도 슬프고 당혹해한다. 자신이 느꼈던 죽음의 공포가 정서적 겁이 아닌 자본이 쳐놓은 실질적 죽음의 덫이었기 때문이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슬픔과 분노에 휩싸이긴 마찬가지다. 중대재해 소식이 전해지고 1공장사업부가 바로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 정규직지부는 141공장 전 공정에 작업중지권을 발동했다. 금속노조가 함께 참여하는 노동안전보건위원회 비상대책회의가 4일 오후 울산에서 급히 잡혔다.

 

보전 하청 노동자들은 동료의 죽음을 안고 분노와 눈물로 요구안을 논의했다. 진상규명과 원청 책임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유족보상과 목격자 트라우마 치료, 21조 안전작업과 인원충원, 죽음의 외주화 규탄!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 그리고 원하청 노동자와 금속노조 등이 함께 주체가 돼 싸우자고 했다.

 

현대차 자본은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고 안전품질을 혁신한다면서 노동조합 대의원에게 작업불량을 잡아내는 품질 완장을 차라고 강요하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의 안전한 차와 생산단계의 현장안전이라는 기본 요소 따윈 자본에게 없다. 중역이 온다고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면서 품질안전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사측의 사고경위서에 원청 지시를 뺀다고 원청의 책임이 사라지는가!

 

안전펜스 비용은 얼마일까? 141조가 넘는 현대차그룹의 사내유보금은 빼고라도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용한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수백억 중의 몇 %나 될까? 저들에겐 라인을 돌리기 위한 나무판때기, 마스크, 안전펜스 비용절감 값어치가 하청 노동자의 목숨보다 훨씬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한 해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어도 자본의 대응엔 변함이 없다. 이렇게 여전히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나가도 자본가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면 더 이상 기업 활동 못한다며 소리를 지르고, 정부는 형편없는 누더기 법안을 내밀며 자본가들의 심기를 보살피는 중이다. 현대차 대자본이 앞서서 4차 산업혁명이니 미래차 기술혁신이니 떠들고 있지만, 하청 노동자의 죽음 앞에 보인 저들의 민낯은 야만적이기 짝이 없다. 네게 그 일을 하라면 할 수 있겠느냐!

 

목숨을 빼앗긴 노동자들, 그리고 또 목숨을 빼앗긴 노동자. 그걸 막으려 목숨을 걸고 단식하는 노동자,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노동자, 목숨을 잃지 않으려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노동자. 우리 노동자에겐 죽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 현대차 원하청 노동자들이 동료의 죽음을 안고 일어서자. 원청 현대차 자본에게 죽음의 외주화, 중대재해 책임을 묻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싸우자. 새해 벽두부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자본을 용서치 말고, 중도 포기하지 말고, 사업장 울타리에 갇히지 말고,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새해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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