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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강타한 2020년,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계급투쟁 전망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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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4,336회 2020-12-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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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 글은 2020년을 되돌아보면서, 다가오는 시대에 대한 예측 속에서 노동자투쟁의 전망을 개괄한다. 분량이 긴 관계로 2부로 나눠 게재한다. 1부는 세계적 차원에서 객관적 정세에 대한 개괄, 2부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에서의 계급투쟁 전망과 과제에 대해 다룬다.

 

 

2.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에서 계급투쟁 전망과 과제

 


코로나19 사태가 밀려온 2020년 상반기에는 국민통합적 분위기와 공세적으로 치고나갈 수 있는 노동운동의 역량이 제한된 상황이 맞물려, 노동자투쟁이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 상황을 틈타, 원포인트 노사정합의 추진 등 노동운동을 자본주의 체제 내로 포섭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했다. 이것은 개량주의 정치세력이나 노조관료층을 포섭해 자본주의 위기와 계급격돌이 예고되는 시대에 노동자투쟁을 마비시키려는 전 세계 자본가계급 정책을 반영한다.

 

원포인트 노사정합의 추진을 둘러싸고 민주노총 대대에서 일어난 공방전은 두 가지 측면 모두를 보여줬다. 하나는 그런 포섭 시도가 작동할 수 있는 아주 유리한 조건이었는데도 민주노총을 끌어당길 만큼의 충분한 유인책을 갖지 못한, 쇠퇴하는 자본주의의 한계였다. 다른 하나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대다수가 반대했는데도 40% 가까운 대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고 사회적 합의주의 세력이 노골적으로 세력화할 만큼 포섭 시도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2020년 정세의 흐름이 갖는 양면성, 즉 일시적으로는 자본가정부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계급타협의 조건이 형성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계급격돌이 준비되고 자본가계급의 공세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양면성을 반영했다.

 

계속 불안정해지는 자본주의 체제

 

2020년 상반기 총선 결과도 이런 양면성의 산물이었다. 자본가정부를 중심으로 단결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국민주의적, 평화주의적 환상의 확대, 대중적 계급투쟁의 실종은 민주당의 총선압승으로 귀결됐지만, 이것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은 대단히 불안정한 승리였다. 자본주의 위기 심화라는 물줄기가 이 정부를 위협할 요인을 키워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윤율은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고 한계기업의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임에도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으로 시중에 화폐유동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사실상 제로금리 상황에서 은행잔고액 비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유동성은 부동산, 주식 등 자산에 몰려 거품을 키웠다.

 

한국에서 이런 유동성은 부동산에 먼저 흘러들어 2018, 2019년 내내 부동산가격 폭등을 낳았는데, 2020년에 더욱 대규모로 시중에 돈이 풀리자 임계점을 넘어 대폭등 장세를 유발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가격을 잡아서 시중의 유동성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본 투자율을 개선함으로써 경제회생을 꾀했다. 소위 동학개미운동 등 일부 유동자금이 주식으로 흘러들어 주식가격을 신고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유동자본이 가장 많이 흘러드는 곳은 부동산이었다. 그렇다고 강력한 세금정책으로 부동산가격을 폭락시키는 것은 대규모 가계파산을 불러올 위험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카드였다.

 

이에 따라 2020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일년 내내 부동산가격이 폭등해 30~40대의 패닉바잉을 촉발했다. 이것은 30~40대 속에 퍼져가는 미래에 대한 거대한 불안감(대량 실업, 자산가격 폭등)도 반영한 것이다. 이것이 트리거가 돼 총선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지지율이 대폭락하고 있다. 이는 지금 한국 자본가정부가 발 딛고 있는 기반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 드러내는 단적인 증거다.

 

또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의 반사이익으로, 빈사상태에 내몰렸던 우익들이 빠르게 재결집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다. 반면 왼쪽에서 이런 공간을 치고 들어가는 흐름은 아직 약하다. 2020년 계급투쟁 수준이 급격히 낮아졌고, 여기에 민주노총 지도부의 타협주의 행보가 더해진 결과다. 그러나 조직된 노동자 대다수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환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무언가 정세를 뒤흔들 카드가 없다는 것도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다. 코로나19 방역 카드는 이미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재차 팬데믹이 확산되면 남은 약발마저 사라져버릴 것이다. 남북 문제는 세계적 경제위기 확산 속에서 이미 한국 정부가 힘을 쓸 수 없는 거대한 제국주의적 세력관계의 문제로 전환돼 버렸다.

 

자본가계급의 포섭전략과 노동운동의 노선투쟁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우익의 세력 확대에 겁먹고, 왼쪽에서 노동운동의 힘을 빌려 우익을 견제하고자 하는 유혹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와 노동운동의 타협주의 세력 사이의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권 초기를 방불케 하는 개량조치들이 2022년 대선 시기까지 일시적으로 던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우익의 확대를 저지하고 중도층을 재흡수하기 위한 절실한 필요 때문에 민주노총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과 노동개악을 오히려 전면화할 가능성도 있다. 상당히 복잡한 계산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결정될 것인데, 그 결정이 무엇이든 문재인 정부는 남은 2년 동안 우익의 세력 확산과 노동자의 실망에 따른 지지기반 유실이라는 두 톱니 사이에 끼어 짓눌리면서 계속 약화될 것이다.

 

2020년 하반기 노동개악은 자본주의 위기가 가하는 압력 하에서 이 자본가정부가 취할 정책의 기본 방향은 결국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죽어가는 자본주의 경제를 부활하고 노동자운동을 해체하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가 채찍을 들든 약간의 유화책을 구사하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환상과 기대는 2022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약화될 것이다. 조직된 현장 노동자들은 심화되는 경제위기 앞에서 생존권을 지킬 길은 이 허약해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투쟁밖에 없다는 확신을 발전시킬 것이다. 반면 상층의 협조주의 지도자들은 궁지에 몰린 민주당 정부에게 우익 정당들에 맞선 협력을 제안하면서, 빵부스러기를 얻는 것을 자신의 노선으로 삼을 것이다.

 

물론 2021, 2022년의 정치 흐름은 상당히 많은 변수 속에서 요동칠 것이다. 그럼에도 일관되게 지속될 기본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타국의 지배계급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게는 노조관료층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익의 세력화를 견제하면서도, 왼쪽에서 노동자계급의 대대적인 이반과 투쟁에 마주치지 않은 채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조관료층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광범위한 노동자대중에게 위기를 전가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면서도, 협조주의 노조관료층을 포섭하는 데 필요한 떡고물 정도는 챙겨주는 정도로 노동정책을 구사할 것이다. 예컨대 약간의 정부재정을 고용유지지원금이나 구조조정 사업장 지원금으로 투입해서 노조관료층의 기반을 보호하면서 이것을 대가로 정부 정책에 협조할 것을 주문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의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보며 기대감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갈수록 줄어드는 명백한 현실 앞에 노동자대중 속에서는 실망감이 계속 자라나고 있다. 그에 따라 위로부터는 자본가정부에 대한 협조주의 흐름이 강화되는 반면, 아래로부터는 자본가정부에 맞선 투쟁 요구가 강화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상반기에 민주노총을 지배했던 협조주의 경향의 일방통행은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지만, 이 대립적 흐름 사이의 충돌은 이후 오히려 확대될 것이다. 어떤 흐름이 지배하느냐는 결국 투쟁을 통한 돌파구가 제시되면서 아래로부터 투쟁의지가 꺾이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세를 규정할 기본축 위기의 대가를 어떤 계급이 치를 것인가?

 

정세 흐름을 규정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중요한 기본 요소는 자본주의 경제의 흐름이다. 경제위기 심화가 초래할 위기의 대가를 어떤 계급이 치를 것이냐라는 절체절명의 문제가 앞으로의 10년간 정세를 규정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집권 기간에 표면적으로 어떤 정책을 채택하느냐와 무관하게 전면적인 구조조정 공세가 앞으로의 상황을 지배할 것이다.

 

정부의 기조는 재정을 계속 풀어서 실업률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고용보험 같은 복지제도로 실업의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자본주의 위기가 계속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결코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므로 결국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점차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급격하게 고조되는 국면이 덮치면 그 속도는 아주 빨라질 것이다. 전면적인 경제적 파국이 당장 덮치지 않더라도, 대략 2022년 대선 이후에는 국민의힘 정부를 통해서든, 기사회생한 민주당 정부를 통해서든 전면적인 구조조정 공세는 피할 수 없는 상수다.

 

문재인 정부는 한계상태에 직면한 산업, 업종, 기업들에서 정리수순을 점차 밟을 것이다. 계속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정부재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신성장산업 부문에 지원을 집중하고, 쇠퇴하는 한계산업에는 지원을 최소화하는 선별적 대응을 본격화할 것이다. 주로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이 우선적인 정리대상이 될 것이다. 정부는 고용보험의 점진적 확대로 그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정도에서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여기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밑바닥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밑바닥 노동자

 

문재인 정부의 집권을 뒷받침했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이어지는 자본주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일차적 희생양으로 떠밀리고 있는 노동자들이 바로 밑바닥 노동자들이다. 정부가 고용보험 확대 카드를 먼저 꺼낸 것도 이런 상황이 초래할 지지기반 약화를 우려한 조치이지만, 치솟는 실업률은 그런 시도를 무용하게 만들고 있다. 20대 청년층이 문재인 정부로부터 대대적으로 이반하고 있는 것은 그것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정부재정 여력이 점차 감소하고, 장기적인 위기대처를 위해 재정이 신성장산업과 기간산업에 집중돼야 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밑바닥 노동자들을 포기해야 한다. 자본주의라는 토대 위에서 작동하는 자본가정부로서는 밑바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근본적으로 좌지우지하는 독점자본들의 생존이라는 대전제 하에서만 정책을 취사선택할 수 있다. 아무리 고용보험을 확대해봐야, 독점자본들이 무너지면 그것에 탯줄을 대고 있는 중소기업, 하청기업이 줄줄이 무너질 수밖에 없어 밑바닥 노동자의 대량 실업을 피할 길이 없다는 사실은 자본가정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이다.

 

이미 실업률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밑바닥 노동자들 속에서도 스스로의 투쟁 없이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본능적 자각이 확산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각이 확산되는 것은 투쟁이 발발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는 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밑바닥 노동자들 자신의 자신감이 올라와야 하는데, 이건 쉽사리 형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의 조직화와 투쟁을 가로막는 수많은 난관이 있다. 분산돼 있고, 조직화 정도가 현저히 낮은 이들은 촛불시위 같은 특별한 공간이 열리지 않는다면 대규모로 모습을 드러내기 어렵다. 촛불시위 같은 공간이 열려도 이들이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조직된 노동자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노동운동의 전면적인 확장과 사회적 헤게모니 형성이라는 특정 조건에서만 이들의 대대적인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밑바닥 노동자들의 전진을 위한 토대 건설

 

그럼에도 이 밑바닥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진출을 선도하고 그 길을 내는 능동적인 작업을 멈추지 않고 진행해야 한다. 거기에 자본가계급에 맞선 사회적 전투를 감행하고 공세적인 투쟁 흐름을 열어갈 수 있는 일차적인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규직 노동운동이 아직 조합주의와 방어주의에 감염돼 있는 상황에서는 이들 밑바닥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된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중소기업 노동조합들이 선도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들의 투쟁으로 위기의 대가를 어떤 계급이 치를 것인가를 둘러싼 사회적 이데올로기 전선을 광범위한 밑바닥 노동자들 속에서 열어낼 필요가 있다. 그 속에서 자본가계급에게 책임을 묻고, 노동자계급의 생존을 지켜내는 승리의 교본을 만들고 널리 확산시켜, 전체 노동운동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밑바닥 노동자대중의 광범위한 진출의 계기를 능동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고 밑바닥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똑같은 밑바닥 노동자 처지에 있는 민주노총 투쟁대오의 호소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처럼 조직된 밑바닥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고취하고 투쟁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대중적 진출을 준비해가는 작업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약화되는 상황에서 미조직 밑바닥 노동자들은 조직된 밑바닥 노동자들의 움직임에 점차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저임금제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주의 위기 심화에 따라 가장 먼저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소자본가들은 밑바닥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가장 강하게 부르짖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밑바닥 노동자들과의 대립을 격화할 것이고, 이것은 이들 속으로 전투성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은 역량이지만 공세적인 투쟁으로 전진의 길을 개척해온 대리운전기사노조나 라이더유니온 같은 흐름이 그런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투쟁을 계속 확산하고, 이런 투쟁이 이룩해낸 성과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조직된 비정규직운동이 계급적, 공세적 투쟁으로 자신감 있게 전진하도록 물꼬를 열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배후에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거대한 잠재력을 확인하게 된다면, 그들은 더욱 자신감 있게 현장투쟁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간산업에서 구조조정 공세에 맞선 투쟁

 

한계상태에 직면한 대사업장에서도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계급투쟁의 공간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물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쌍용차나 대우조선 등 기간산업 분야에서는 그것이 미치는 파급력이 거대하므로, 자본가정부는 전면파산 시나리오를 최대한 피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노조가 조직된 이런 사업장들은 노조관료층과의 밀월을 위한 바탕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정부재정 여력과 함께, 세계적으로 격화되는 자본주의 경쟁에서 자본가계급에게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런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은 가차없이 밀려나고 있는 밑바닥 노동자의 처지와 대비됨으로써 자본가정부에게 거대한 정치적 부담을 발생시킨다. 이런 정치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그리고 이후의 전면적인 계급대립 국면에서 노동자투쟁의 자신감이 올라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구조조정을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수용하게 유도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투쟁력이 상당히 약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정규직 노조에 대한 공격에서부터 시작해 그런 그림을 현실화시키기 시작할 것이다.

 

기간산업 노동자들의 투쟁 자신감 정도, 그리고 노동운동의 최근 흐름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 공세 앞에서 노동자들이 양보교섭 같은 수세적 기조를 단번에 극복하기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구조조정이 정리해고 같은 전면 공격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이런 양보흐름이 결사적인 투쟁흐름으로 급변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그 시점에 대중의 분노를 모아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선진적 대열을 조직하는 것이 당분간 해야 할 일이다. 핵심은 활동가들과 전투적 조합원들 속에서 방어에서 공격으로 이동하는 전면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는 확신과 함께, 하청사, 비정규직 등 밑바닥 노동자들을 아우르는 계급단결 투쟁으로 일어나야만 승부를 볼 수 있다는 확신을 불어넣는 것이다.

 

계급역관계를 반전시킬 열쇠 노동자계급 단결

 

기간산업에는 집단적 저항능력과 생산을 멈추는 투쟁효과란 측면에서 노동자의 힘이 강하게 응축돼 있다. 하지만 반대로 최근 20여년 동안 사회적으로 형성된 세력관계가 대단히 불리하고, 대자본과 정부의 대처능력도 상당 수준으로 구축돼 있다. 여기서 공세적인 투쟁이 발전하고, 자신감이 확대되면서 계급투쟁이 본격화하기 위해서 관건은 밑바닥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계급투쟁을 현실화할 수 있느냐이다. 이 필수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간산업 구조조정 흐름 앞에 자신감 있는 투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계급단결투쟁 전략이 사활적 중요성을 갖는 이유다.

 

정규직을 중심으로 현장 쟁점을 붙들고 전개하는 게릴라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계급역관계를 반전시키는 결정적 힘을 창조할 수 없다. 이런 게릴라전은 계급단결투쟁의 기운을 높이고 그것의 사활적 중요성을 납득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때만 참된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우리의 일차적 과제는 이러한 계급투쟁의 조건을 선진 활동가들에게 납득시키고, 이것을 선진대중 부위로 확산하는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계급투쟁을 실질적으로 감행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인 정규직, 비정규직, 하청사를 아우르는 계급적 투쟁 네트워크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점차 표면화할 구조조정의 흐름은 이러한 계급전투의 필연성을 기간산업의 선진 부위에게 납득시키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거꾸로 기간산업에서 이후 전개될 계급투쟁은 국유화를 비롯해 공세적인 요구 수준으로 투쟁이 확장돼야 제대로 뻗어나갈 수 있고, 비정규직, 하청사 노동자 전체를 아우르는 실질적 공동투쟁의 대안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점차 본격화하고 있는 기간산업의 위기가 개별 사업장 수준을 넘어 전 사회적 차원에서만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고 깊은 뿌리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이런 공세적 요구를 대중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그것을 실제 계급투쟁 수위의 상승과 연결해 전면화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런 준비작업은 선진 활동가들에 대한 설득 수준을 넘어서서, 이들이 대중을 설득하는 수준으로까지 상승해야 참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런 대중적 설득 작업을 그들과 함께 시작하면서, 생명력 있는 수단을 확보해나가는 것이 선진적 투사들이 2021년에 도전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조건들이 축적될 때, 기간산업은 노동운동의 약한 고리에서 강한 고리로 전환돼 계급투쟁의 핵심고리로 부상할 수 있다. 특히 오랜 투쟁 경험과 함께 여전히 강력한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있는 사업장들에서 그렇다.

 

물론 전면적인 구조조정 공세 앞에 즉각적인 반격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경제위기가 조금 진정되고 이들 산업에서 회복기가 시작되는 국면에서 반격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이들 사업장의 투쟁은 경제위기 심화 국면에서 급진적 투쟁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일시적 회복국면에서 경제투쟁을 통해 노동운동이 원기를 점차 회복하는 새로운 상승국면을 반영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약한 고리

 

이번 경제위기의 깊이와 흐름을 볼 때 노동운동의 대응은 10년 정도의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략 몇 년간의 예열과정을 통과하면서 계급투쟁의 계기가 점차 본격적으로 창출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긴 호흡으로 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면서 운동의 대응 방향을 세워내는 작업이 2021년에 일관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것을 통해 이후 상당 기간 정세 흐름 앞에서 일관되고 목적의식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야와 감각을 투사들 사이에서 통일시켜 놓아야 한다. 몇 가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보자.

 

우선 2021년 정세를 규정할 핵심 요인으로 2차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노동자투쟁을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 당면 조건 앞에서 우리는 한국 자본가계급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그것을 반영한 투쟁전술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자본가정부의 방역정책은 객관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공공의료 시스템을 비롯한 전반적인 감염병 대처 기반이 극도로 취약한데도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재난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국민들의 자발적 호응 덕분이었다. 이것은 최근 4~5년 사이에 공장점거투쟁 같은 전투적 투쟁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노동자 투쟁전술의 주요 형태로 떠오른 가두집회나 노동자대회 같은 투쟁들을 제약했다.

 

하지만 한국 자본가계급에게는 결정적인 약한 고리가 있다. 바로 생산현장이다. 경제 셧다운을 막기 위해 자본가계급은 생산현장만은 필사적으로 가동시켜야 했다. 유럽처럼 노동자계급의 투쟁역량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곳에서는 자본가계급이 생산현장을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랐다. 반면 한국 자본가계급은 잔인하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생산현장을 풀가동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사회 전반을 코로나19에 맞선 사회적 통제 하에 두었지만, 생산현장만은 예외였다. 여기서는 안전 여부와 무관하게, 어떤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필사적 태도로 풀가동시켰다. 코로나19에 맞선 사회적 통제선이 여기서는 완전히 무력화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은 생산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을 감행할 수 있는 결정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함께 잉태했다. 충분한 안전 조치도 없이, 노동자의 생명권을 담보로 생산현장을 풀가동하는 상황이라면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전개하는 투쟁을 금지하고 억압할 아무런 명분도 없다. 바로 여기서 집회통제 등의 약발은 완전히 무력화되며, 노동자들은 상당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투쟁에 나설 권리를 획득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2021

 

게다가 노동자들은 자신의 투쟁이 사회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목숨을 담보로 현장에서 일하는 자신들을 자본가들이 해고하는 건 아무런 정당성도 없다고 느낀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투입한 돈을 받아 처먹고 있는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해고하는 건 전혀 정당성이 없다고 느낀다. 이처럼 투쟁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굉장히 헐거워져 있다.

 

실제로 2020년에 계급투쟁 공간은 한국 자본가계급의 약한 고리를 따라 열렸다. 거리에서 전개하는 집회 등의 투쟁 형태는 제약당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전개하는 일자리, 생명권을 둘러싼 투쟁 형태는 여전히 열려 있었다. 코로나 영향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할 2021년에도 적들의 약한 고리를 파고드는 일차적 투쟁 전선은 바로 현장에서 전개하는 투쟁이 될 것이다. 집회 등 현장 바깥의 투쟁이 생산현장에서의 투쟁을 추동하는 측면보다는 생산현장에서의 투쟁이 전선을 선제적으로 열면서 집회 등 현장 바깥의 투쟁을 추동하는 양상이 앞으로 1~2년 사이에는 훨씬 더 두드러질 것이다.

 

현장 차원의 투쟁과 파업, 집회 등이 점차 활성화하면서 충분히 일반화되고 서로 연결되는 미래 국면에서 이러한 에너지와 결합력을 바탕으로 시위 등 다른 투쟁형태가 새롭게 맞물리면서 계급투쟁의 상승 국면이 열리는 양상을 예측할 수 있다. 그 방향에서 계급투쟁의 물꼬를 열기 위해서는 2021년에도 다음과 같은 실천이 사활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첫째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쟁취해서 자본가들의 공격에 맞서 생명권과 생존권을 사수하자!” “코로나19 위험에 맞선 최고의 백신은 노조할 권리 쟁취다!”라는 선전 선동을 강화하는 것. 둘째 코로나 정세 속에서 당분간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떠오를 현장투쟁을 지지 엄호하고, 이 투쟁의 성과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공세로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조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확대하는 것. 셋째 이러한 현장투쟁을 공동의 요구를 중심으로 최대한 하나로 연결시키며, 이 현장투쟁을 지역적 연대망을 따라 모든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연대운동으로 활성화하는 것. 넷째 이러한 현장투쟁 사이의 네트워크를 전진시키고, 이 투쟁을 방어하는 연대운동을 발전시키는 데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새로운 대중적 방식을 적극 시도하고 계발하는 것.

 

사회주의자들의 실천

 

국제적 수준에서 보자면,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돌파구를 열 힘은 한국보다 계급투쟁 수준이 높은 국가들, 가령 프랑스 같은 나라들에서 먼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또는 아르헨티나처럼 혁명적 투사들의 주체적 역량이 상대적으로 높고, 체제의 안정성이 더욱 취약한 국가들에서 계급투쟁의 도도한 흐름이 먼저 등장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것을 적극적으로 포착해, 그 의미와 거기에 담긴 교훈을 한국에 널리 보급함으로써 한국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전 세계적 위기 국면에서 등장할 결정적 계급투쟁 국면에서 대격돌을 감행할 핵심 주체들은 20, 30, 40대 초반의 젊은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그 세대와 함께 투쟁의 전면에 나설 젊은 투사 세대들을 최대한 조직해 단련시켜 놓는 것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좌파 공동전선 또한 주요한 노동자투쟁이 등장할 때 그것을 지지 엄호하고 여기에 급진적, 정치적 성격을 부여하는 의미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좌파가 보유하고 있는 운동에 대한 개입력과 투쟁 주도력은 독자적인 실천이나 투쟁을 조직하기에는 현저히 약해져 있다. 게다가 정치적, 실천적 이질성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요한 투쟁을 매개하지 않은 좌파 공동전선은 잡담가게 수준에 머물거나 선거주의 캠페인에 머물기 십상이다. 주요한 투쟁을 함께 촉진하고 좌파 공통의 요구를 확장하며 전투적 활동가들을 결집해나가면서 좌파 공동전선의 토대를 계속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천을 선도하면서 코로나19가 격화한 자본주의 위기가 불러올 계급투쟁의 무대를 성공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사회주의 세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2019년까지 수년 동안 세계적 차원에서 급진화 물결이 발전했다. 그리스의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 미국의 버니 샌더스 등이 이 급진화 물결에 올라탔지만, 계급투쟁의 거대한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했고 개량주의 좌익으로서 자본주의에 종속돼 버렸다. 그 결과 정권을 우익들에게 헌납하거나 민주당, 사회당 같은 자본가 당들의 꼬리로 전락해버렸다.

 

오직 노동자투쟁에 헌신하고, 그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조직과 의식을 발전시키면서 자본주의에 맞설 수 있는 계급투쟁 능력을 쉼 없이 키워나가는 사회주의 조직만이 코로나19가 촉발한 거대한 계급투쟁의 무대를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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