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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트윈타워 | 엘지가 내놓은 수상한 위로금 - 노동자 목소리 깡그리 무시하더니 이제 집단해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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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민 조회 4,501회 2020-12-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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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 1130일 한 사람씩 차례로 엘지트윈타워의 청소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의 관리자에게 불려가 비밀스러운 제안을 받았다. 엘지와의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올해를 끝으로 업체가 나가게 됐다면서, 사직서에 서명하면 위로금 몇백만 원을 줄 테니 서명을 하라고 했다. 서명한 사실, 위로금을 받은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라며 한 명 한 명 불러 이야기했다.

 

너무 수상하잖아

 

엘지트윈타워분회 조합원은 말했다. “아니 너무 수상하잖아요. 회사가 계약 만료된 건 된 거고, 그동안 수고했단 의미로 위로금을 줄 거면 락커룸에서 다 있을 때 불러서 그동안 고생하셨단 뜻에서 회사가 위로금을 준비했습니다하고 공개적으로 주면 되잖아. 왜 한 명 한 명 비밀스럽게 불러서 사인을 하라고 하느냐구요.”

 

지수아이앤씨의 이름에 엘지가 들어가진 않지만, 이 용역회사는 사실 엘지 자본과 한 몸이다. 이 용역업체의 주식 지분은 현 엘지그룹 회장인 구광모의 고모 두 사람(구훤미, 구미정)이 각각 50%씩 소유하고 있다. 엘지그룹 재벌가가 100% 소유한 회사인 것이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듯이 지수아이앤씨는 아무 경쟁자 없이 지난 10년간 변함없이 엘지트윈타워와 여러 엘지 소유 빌딩의 청소용역을 맡아왔다. 이런 일감 몰아주기 덕분에 지수아이앤씨는 매년 수십억의 이익을 남겼고, 구씨 일가인 두 주주에게 매년 수십억을 배당했다. 청소 노동자에겐 최저임금만 주며 착취한 돈으로 엘지 재벌 일가의 배를 불렸다.

 

10년간 멀쩡하다 왜 갑자기?

 

여느 청소 사업장처럼 이곳의 청소 노동자들도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꺾기, 중관 관리자의 횡포, 만성적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더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런데 청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지 1년이 지나자마자, 지난 10년간 당연하게 용역계약을 지속해오던 지수아이앤씨가 계약을 만료하게 됐다. 엘지 자본이 노조를 떨쳐내기 위해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게 아니면 무엇인가? 그렇게 엘지 자본은 간접고용 하청구조를 이용해 손쉽게 노조를 정리하려고 한다.

 

노동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지수아이앤씨든 아무개아이앤씨든, 어떤 용역업체가 들어오든 노동자에겐 하등 중요치 않다. 엘지트윈타워분회 청소 노동자들은 적게는 수년 길게는 십 년 이상 엘지트윈타워를 청소해왔고, 엘지트윈타워의 노동자다. 우리는 엘지트윈타워의 주인이자 진짜 사장인 엘지 자본을 상대로 투쟁할 것이다.

 

뻔히 보이는 의도

 

위로금 주고 사직서에 서명하라고 비밀스럽게 종용하는 회사의 의도는 뻔하다. 이후 부당해고를 주장하거나 고용승계를 요구할 경우 법적 대응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함정을 판 것이다. 이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조합원들은 대부분 위로금을 거절하고 서명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설령 그런 계략을 알아차렸다고 하더라도, 위로금을 거부하고 투쟁하기를 결단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위로금 거부하는 거, 쉬운 일 아니다. 500만 원 위로금 받는다고 치면, 이후에 실업급여 타면서 몇 개월 쉴 수도 있고, 다시 취업해서 여기만큼 못 받아도, 설령 20만 원 적게 받는다고 쳐도 위로금 500만 원이면 20만 원 적게 주는 다른 직장 잡아 2년 동안 일하는 거랑 비슷비슷하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조합원도 위로금을 거부했다. 무엇이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에게 몇백만 원을 거절하고 투쟁을 선택하게 한 것일까? 누군가에겐 이곳이 정년퇴직 이전의 마지막 일터일 수 있다는 절박함이었을 수 있고, 누군가에겐 설령 이직할 수 있더라도 내어줄 수 없는 노동자의 자존심이었을 수 있다. 어쨌거나 그렇게 위로금으로 노조를 와해시키려던 엘지의 몇억짜리 작전은 조합원들의 거부로 물거품이 됐다.

 

어렵지만 선택했다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인 위로금을 거부함으로써,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지켜내기로 선택했다. 투쟁하기로 선택했다. 투쟁해나가겠다는 서로의 결의를 다시 한번 재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투쟁의 나침반이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싸우는 건 문제가 아니지. 이길 수 있느냐가 문제지.” 싸울지 말지는 더이상 문젯거리가 아니다. 싸울지 말지는 이미 결정됐다. 싸울 각오는 다 돼 있다. 이판사판 정면으로 엘지 자본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엘지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은 이미 보여줬다.

 

그러나 어떻게 싸울 것인가? 어떻게 싸워야 노동조합이 저 거대한 엘지 자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가? 노동자들은 그 답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투쟁에서 그 답을 찾아나가야만 한다.

 

끝까지 위로금을 받지 않은 엘지트윈타워분회 조합원에게 다른 비조합원이 말했다. “어차피 다 끝난 판인데 왜 미련하게 그러냐.” 그래서 뭐라고 말씀하셨냐고 여쭤보았다. “봐라. 분명 뒤집어진다. 인생은 모르는 거다.” 진짜로 뒤집어 버리자. 질 때 지더라도 후회 없이 싸우자는 마음으로, 모든 걸 해보자. 그런 마음으로 싸운다면 정말로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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