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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살리기’ 외에는 방법이 없는가?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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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4,592회 2020-11-2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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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 전체 노동자의 단결 없이 노동자가 이 위기를 헤쳐나갈 방법은 없다.

 

 

세계 모든 항공사는 정부 지원이 끊기면 생존할 수 없다. 재벌에 지원한다고 무조건 특혜인가. 유일한 대안은 합병뿐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재벌특혜 논란관치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과연 그런가?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으로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을 좌지우지했던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을 투입하고, 한진칼은 이 자금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시아나는 부채 12조 원에 부채비율은 무려 2,300%에 가깝다. 정부는 골칫덩어리 아시아나항공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33천억을 투입했다. 그러나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나의 파산은 대한항공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대한항공의 부채는 23조 원, 부채비율은 1,200%.

 

아시아나를 실질적으로 국유화할 생각이 없는 정부는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떠넘기기로 결심했다. 대한항공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야 했다. 바로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으로 구성된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의 경영권을 방어해주겠다는 조건 말이다.

 

사실 이 조건이 아니라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대한항공 사장 우기홍은 앞서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논란이 있었을 때와 달리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자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때도 관심이 있었지만 경쟁 입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진칼을 통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조원태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산업은행의 우호지분을 바탕으로 한진칼의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다. 대한항공 채무 1조 원을 상환할 수 있고 아시아나 경영권 63.9%를 확보할 수 있다. (한진칼이 산업은행의 8,000억 지원을 받은 후 25,000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할 때 한진칼은 7,300억 원 규모로 참여하게 된다. 여기서도 돈이 남는다. 또 대한항공이 증자하면 이 중 1조 원은 대한항공 채무를 상환하고, 나머지 15,000억 원이 아시아나항공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특혜가 아니면 무엇이 특혜란 말인가?

 

더군다나 3자 연합의 주장대로 산업은행은 한진칼 주주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경영권 분쟁 중인 상태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물론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기업의 경영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조원태, 조현아 모두 온갖 갑질, 폭행의 주인공이었고 노동자를 착취하고 지배하는 자들이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벌과 채권단을 살리기 위해서, 그것도 수만 명의 생존권이 달린 인수합병 문제를 노동자를 배제한 채 극소수가 밀실에서 결정했다는 점이다.

 

막대한 국민혈세를 투입하고도

 

산업은행은 한진칼이 지켜야 하는 의무조건으로 산업은행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 등 선임과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권 및 동의권 준수등을 제시했다며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다고 한다. 사외이사 3인으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한다는 것도 우스운 얘기다.

 

사실 이동걸은 한진칼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한진칼 지분의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별도 기구를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기구가 주요 현안의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고, 산은은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 “10% 지분으로 경영을 좌지우지할 생각이 없다. 조원태 회장에게 확실한 책임경영을 보장할 것이다.”

 

막대한 노동자 민중의 혈세를 투입해 놓고도 사실상 자본가들에게 모든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자본가들은 이렇게 살아남았다. 위기가 덮쳐도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대신 노동자들만 계속 자기 피와 살을 깎아내야 했다. 아시아나가 부실기업이 된 것에 노동자의 책임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엄청난 돈을 들여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지배하기 위한 핵심 회사였던 금호산업을 위해 많은 돈을 지급했다. 박삼구가 경영권을 되찾아오는 과정에도 계열사들이 동원됐다. 노동자들은 네 번이나 임금을 동결 당했다.

 

그런데 정부는 박삼구 일가의 경영권을 박탈하지도 않았고, 재산을 몰수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13일 이사회를 열어 31 비율로 무상균등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차등감자가 아닌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 동일한 비율로 감자하는 균등감자를 택했기 때문이다. 경영실패에 대한 대주주의 책임을 최소한이라도 물을 생각이 전혀 없다.

 

정부는 이미 대한항공에 총 12천억을 투입했고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아시아나에 33천억을 투입했다. 이후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최대 24천억까지 투입할 예정인데 이미 2,400억은 투입했다. 이 돈으로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는 동안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은 유급순환휴직과 무급순환휴직의 고통 아래 살아야 했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협력업체 노동자는 무급휴직을 강요받았고, 그걸 거부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까지 당했다.

 

구조조정은 없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할 거다. 양사의 중복 인력은 관리직 등 간접 부문 8001,000명으로 추산한다. 연간 자연감소 인원과 통합작업, 신규사업 등으로 인한 인력을 감안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한진의 확약을 받았다. 이는 인수 후 통합전략(PMI)으로 수용해서 고용불안이 없도록 최우선으로 노력하겠다.”

 

벌써 1,000여 명을 중복 인력으로 계산하고 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거라고 한다. 전환배치, 희망퇴직, 휴업 등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란 말인가? 대한항공 사장 우기홍은 인력구조조정은 없을 거라면서도 양사 직원의 휴직은 이어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대한항공은 노동자들의 고용유지 확약서 작성도 거부하고 있다.

 

물론 정부 말대로 당분간 대규모 정리해고 같은 구조조정이 없을 수 있다. 일단 실제 합병까지 시간이 남아있고, 합병 직후에 구조조정을 곧바로 밀어붙이기엔 정부의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에는 6개월간 최소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아시아나는 지원 약정일인 107일부터 반년간 90% 이상 고용유지 의무를 져야 한다.

 

물론 하청 노동자들은 90% 고용유지 의무 대상도 아니다. 게다가 그 6개월이 지난 내년 4월 이후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두 개 항공사의 중복노선만 대략 23개로 파악된다. 중복노선 조정, 비수익노선 폐지, 인력재배치를 이유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정규직 노동자의 상황만이 아니라 수많은 협력업체와 저가항공사 노동자의 상황까지 살펴보면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운영하는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운영계획은 나오지도 않았다. 벌써 일부 매각설이 흘러나온다. 이스타항공을 비롯한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의 상황도 심각한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수방관한다.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위해서도 비정규직, 협력업체를 포함한 항공산업 전체 노동자의 해고금지, 고용보장을 위해 싸워야 한다.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함께 뭉쳐 모두의 일자리를 지키자

 

다시 이동걸의 말로 돌아가 보자. 세계 모든 항공사는 정부 지원이 끊기면 생존할 수 없다.” 이 말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왜 합병만이 유일한 대안인가? 대한항공, 아시아나 두 회사 지분 전량을 인수할 정도의 막대한 돈(대한항공 시가총액 약 33천억,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 약 9천억인데 아시아나에 투입되는 돈만 해도 57천억 원)을 쏟아부으면서 왜 국유화는 무조건 거부하는가?

 

이 인수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지금의 아시아나 재무 상황을 볼 때 정부가 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대한항공 자체도 너무 부실해 아시아나에 돈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1년 내에 갚아야 할 부채만 10조 원 정도다. 항공산업의 미래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통합 시너지 효과는 그야말로 신기루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이미 진행한 국유화는 왜 안 된다는 말인가?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의 생존권을 진정으로 책임질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이익은 철저히 보전해주고 손실은 노동자 민중에게 떠맡기는 정책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자가 뭉쳐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혈세를 투입한 후 이익이 발생하면 극소수 자본가들이 왕창 가져가고 계속 부실이 쌓이고 손해가 나면 또 노동자 민중의 혈세를 투입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노동자는 항공산업의 위기에 책임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의 피와 살을 깎아가며 항공산업을 지탱해온 게 바로 노동자다.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모든 기업에서 해고를 금지하라. 나아가 파산한 기업,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을 국유화해서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이 투쟁을 위한 출발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다. 당장 인수합병에 따른 온도 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항공산업 전체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전망을 붙잡지 않는다면 노동자가 이 위기를 헤쳐나갈 방법이 없다. 지금의 위기는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며, 한두 개 기업의 위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 포함 모든 노동자 해고금지와 강제휴직과 희망퇴직을 비롯한 모든 공격에 대한 단호한 반대 요구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민주노조로 조직해야 한다.

 

위기를 자초한 자본과 정부가 뻔뻔스럽게 자신의 책임을 외면한 채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걸 용납하지 말자. 함께 뭉쳐 모두의 일자리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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