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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7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박주민 안으로 물타기 하지 말고 제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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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229회 2020-11-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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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운운하며 기업살인법 제정의 첫걸음조차 떼지 않으려는 민주당

 

 

이낙연은 그동안 교섭단체 연설을 비롯해 여러 차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낙연 당 대표의 말을 뒤집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시기상조 운운하며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 국회의원 장철승은 산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뒷문을 열어주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없는 산안법 개정은 자본가들에게 도망갈 수 있는 뒷문을 열어준다.

 

민주당은 장철승의 대표발의안에 과징금 100억 부과 내용이 담겨 있다며 호들갑을 떤다. 100억 과징금은 동시에 3명 이상, 1년 내 3명 이상 사업장에 해당될 뿐이다. 이미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기업이 과징금을 낮추고 또 낮출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데, 별도로 과징금 심의위원회까지 둬 재고에 재고를 거듭하겠다고 한다.

 

산안법 개정으로 처벌을 강화한다지만 벌금 이외 자유형에 대한 하한이 없다. 벌금 역시, 현재 산재 사망사고 평균 벌금이 450만 원인데 이번 개정안의 벌금 하한형은 500만 원으로, 겨우 50만 원 올렸다.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 발생 대책과 근로감독 지적 사항에 대한 확인의무를 부여하겠다고 하는데 현재 전체 사업장 중 근로감독을 받는 사업장은 1% 미만이다. 그나마 위반 시 과태료도 1천만 원에 불과하다(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노동자들이 산안법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온 부분, 즉 도급금지 업무 확대, 건설업과 조선업 등까지 발주자의 책임 확대 등은 아예 담기지도 않았다. 게다가 산안법 개정만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기업 같은 시민재해는 처벌할 수도 없다. 특수고용 노동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없다. 산안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관계에 있는 사람만 보호하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경우 90.72%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았다. 현행 산안법을 아무리 따져도 누가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 입증하기 어렵고, 법인이나 경영책임자가 무엇을 관리감독하지 못했는지를 찾아 그들을 처벌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러다 보니 검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죄 정도를 적용해 하급 관리자를 처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산안법으로는 안전관리의 주체인 법인과 결정권자인 경영책임자에게, 특히 원청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민주당은 산안법 개정을 앞세워 노동자 민중을 우롱하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산안법도 개정하면 되는데 말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기업의 최고책임자가 산재예방 관련 책임을 환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여전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거리를 두고 있다.

 

박주민 안은 더 나은가?

 

민주당은 이낙연이 한 말을 부정할 수도 없고, 여론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국민의힘까지 민주당의 본심을 눈치채고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동참하겠다며 위선의 나팔을 분다. 노동자 민중의 항의가 거세지고 여론의 압박도 심해지면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얘기할 수 있다. 박주민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물타기를 시도할 것이다.

 

그런데 박주민 안은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사업주에게 2년 이상 징역, 5억 원 이상의 벌금형 등 형사처벌과 손해액의 5배 이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우겠다고 했지만, 이 법의 적용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4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사고 사망자’ 855명 중 359(42%)5~49인 사업장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01(35.2%)이 일하다 사망했다. ‘사고 사망자’ 10명 중 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죽은 셈이다. 질병 사망자 10명 중 5명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마찬가지로 일하다 병에 걸려 사망했고, 사고 재해자 10명 중 8명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다쳤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전체 산재 사망의 61.6%와 전체 산재 재해의 76.6%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난다.”(부실투성이 민주당 버전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보며, 프레시안, 최용락)

 

박주민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굉장히 영세한 사업장이 많아 제반 여건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며, 원청이 공동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커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4년 동안 수없이 죽어 나갈 수밖에 없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일이며, 가뜩이나 굼벵이 같은 자본가들에게 이 법이 현장에 적용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고 계속 살인 기회를 열어주는 일이다.

 

기업살인은 형사범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07년 영국에서 제정된 기업살인법에 착안해 발의됐다. 정식 명칭은 법인과실치사 및 법인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이다. 그런데 영국에서 기업살인법 제정운동 취지는 법 제정 자체가 아니었다. 기업살인법 운동은 기업이 고의적으로 살인을 한다는 걸 천명한 사건이다. 산재가 형사범죄임을 각인시키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바로 그 인식 말이다.

 

영국 내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2008~9179명에서 2018~19147명으로 줄었다. 물론 영국의 산재사망률이 낮은 이유는 비단 기업살인법의 힘 때문만은 아니다. 영국에서도 큰 기업들은 잘 빠져나간다.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기업살인법의 적용 비중이 전체의 5% 정도다. 지금까지 26개 기업에 이 법이 적용됐는데, 중견기업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규모 기업이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가 첫 번째다.

 

법이 아무리 강화돼도 현장에서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안전장치를 요구할 수 없다면, 위험 작업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면 노동자들은 언제든 죽음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다. 노동자 스스로 자본가들의 범죄를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싸워야 한다. 그렇게 투쟁할 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첫걸음일 뿐이다. 산안법도 다시 전면 개정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작업중지권도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실효성 운운하며 그 첫걸음조차 떼지 않으려 한다. 이게 과연 노동존중이고 생명보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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