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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물러설 수 없다, 하청 노동자 생존권 지키기 위해 - 대우조선 사내하청업체 명천 정리해고에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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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 조회 238회 2020-11-1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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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선후배를 넘어 투쟁 속에서 동지가 돼 가는 노동자들

 

 

대우조선 내 사내하청업체 명천은 201931일 설립된 대우조선 사내하도급 업체다. 금강(대표 최창식)이 폐업하고 그 뒤를 이어 다른 사내하청업체 용강에서 총무로 일하던 차상문이 금강을 인수해 회사 이름만 바꾸고 시작했다.

 

금강 폐업 설명회에서 최창식은 적자누적과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어 사업을 그만둔다고 했고, 인원 감축이나 다른 변동사항 없이 대표만 바뀌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그 말을 믿고 업무에 복귀해서 일을 했다. 하지만 이후 새로 온 대표 차상문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했다. 명천은 금강과는 상관없는 별개의 회사이니 새로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되고, 새로운 취업규칙에 따라 노동조건도 바뀔 것이라고 했다. 근속에 따른 연차도 물론 소멸된다고 했다.

 

노동자를 우롱하는 이런 태도와 상황에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있었지만, 유야무야 넘어가 버렸고, 노동자들은 또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고 폐업에 따른 손해를 스스로 감내해야 했다.

 

폐업 당시 금강은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이 가장 많은 업체였다. 그리고 2016~2018년 사이 삭감돼 기본급으로 전환된 상여금 550%에 대한 상여금반환 청구소송이 진행 중이었고,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 두 명에게 상여금을 돌려주라는 1심 판결이 나 있던 상황이었다.

 

합리적 의심

 

금강 폐업과 명천 설립 과정에 의심 가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적자가 16억이라고 하는 업체를 인수하는데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거나 기존 인력을 구조조정하지도 않고, 관리라인도 그대로 두겠다고 하면서 사장만 바뀐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첫째, 새 대표가 된 차상문은 대우조선 원청이나 산업은행에 엄청난 빽이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차상문은 일개 하청업체에서 총무로 일하던 사무직 노동자였다. 그런데,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이 가장 많고 상여금 삭감에 가장 많은 저항과 불만을 드러냈던 업체를 일개 하청업체 총무에게 대우조선이 하도급을 준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새 대표 차상문은 최창식의 바지사장이 아닌가? 최창식 대표는 전 대우조선 부서장 출신이다. 차상문은 최창식 대표의 조카인 금강 소장 최광호를 그대로 썼다. 만약 금강의 엄청난 적자가 사실이라면 적자에 대한 책임을 가장 강하게 물어야 할 사람인데 말이다.

 

셋째! 상여금 반환 청구소송 패소가 금강 폐업의 주요 원인, 그다음 노조파괴를 위한 명천의 정리해고! 원청이 모든 걸 기획한 게 아닌가! 이게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의심이다. 대우조선 부서장 출신의 사장이 있던 업체, 조선하청노조 조합원이 가장 많은 업체, 대우조선 하청업체 상여금 삭감에 대한 소송에서 패소한 업체. 이런 상황을 누가 가장 우려하겠는가? 바로 대우조선 원청일 것이다.

 

실제 2019510일 대우조선 현장 안에서 조선하청노조가 개최한 총궐기에 2천 명 넘는 하청 노동자가 모였다. 아마 대우조선 원청은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조선하청노조의 성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을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오늘(1114)은 명천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천막농성 12일째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명천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명단에 오른 노동자와 명단에 오르지 않은 노동자, 소위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천막농성 투쟁을 하고 있다.

 

정리해고 요건을 맞추기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 정리해고 명단이 발표되기 한 달 전부터 기자회견과 거제시장 면담을 시작으로 정리해고 규탄 선전전을 현장 안팎에서 진행했다. 명단이 발표되자 바로 농성 준비를 하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조선하청지회와 명천 노동자들은 이 투쟁이 우리를 위한,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라 지금까지 악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길거리로 쫓겨난 4,300여 명의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와 앞으로 더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하청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벼랑 끝 투쟁이라 규정한다. 반드시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겠다는 결의로 투쟁하고 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현장 하청 노동자들의 지지와 응원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고, 정리해고된 여성 노동자의 글이 전국의 많은 노동자의 맘을 울리면서 언론에서도 우리의 투쟁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정리해고 투쟁으로 우리는 동지가 됐다

 

새벽해가 뜨기도 전에 농성장을 찾아 이것밖에 드릴 게 없다며 음료수 한 박스를 쥐어 주고 가시는 노동자, 매점에서 군것질거리를 사다가 농성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생각나 몇 개 더 샀으니 드시라고 하는 노동자, 빵을 사서 대우조선 앞까지 와서 전해 주고 가시는 거제 시민들이 있다.

 

매일 저녁 퇴근 후에 야식을 준비해 다시 농성장에 전해 주고 가는 가족들, 농성장을 꾸미기 위해 자재와 지게차를 좀 지원해 달라고 하자 흔쾌히 허락하시며 언제든 필요하면 말하라 하시는 지게차 운전 노동자, 대우조선 인사과가 와서 천막 때문에 노동자들이 일하기 불편해 한다고 하자 옆에서 듣고 계시다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해 주시는 노동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한 분의 노동자가 박카스 한 박스를 들고 들어오신다.

 

우리를 동료에서, 선후배에서 이제 동지로 만들어 줘서 정리해고한 차상문 대표에게 도리어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선배 노동자. 우리는 투쟁으로 하나가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이 결의, 이 단결이면 반드시 정리해고 철회시키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혹여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승리를 쟁취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 투쟁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됐고 서로 가까워졌다. 진실을 알게 됐고, 새로운 시각으로 살아 온 세월을 뒤돌아보는 소중한 경험도 하고 있다. 투쟁은 잠자는 노동자의 의식을 깨우는 자명종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하청 노동자들이 이 세상의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이야기한다. “먼 훗날 우리가 이 순간을 기억할까요?”라는 어느 정규직 노동자의 얘기에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냐며 반문하는 동지들. 이렇게 우리는 동지가 됐다.


1130일이 해고 예고기간 마지막 날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긴 투쟁을 준비한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함께 싸울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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