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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코로나19가 드러낸 자본주의 불평등② |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 교육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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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4,822회 2020-11-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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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이 늘어나면서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한층 더 뚜렷해졌다.

 

 

코로나19는 교육이 학교 안에서만 이뤄진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다. 그러나 교육 불평등은 조금도 깨지지 않았다.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고, 극단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소득수준이 미치는 영향

 

온라인 수업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웹 카메라,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가 필요하다. 낡은 제품이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려도 문제가 된다. 교육부와 지자체 예산이 지원됐지만 그것만으로 역부족이다. 기기만이 아니라 과제에 필요한 많은 준비물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학모부들은 완전 유상교육이란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기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조용하고 쾌적한 공부방을 가진 학생이 있는가 하면 여름에도 에어컨 없는 비좁은 방에서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 있다. 온라인 학습을 도와 줄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도 중요하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은 집안의 자녀일수록 주변인들로부터 과제 해결에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다가 어렵거나 궁금한 점이 생겨도 보호자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 해결’(26.5%)하거나 심지어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22.4%)도 있었다. 살인적 수준의 경쟁교육은 경쟁에서 뒤처지는 수많은 학생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 앞에서 방치되는 학생은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벌인 격차는 학습 부문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사회관계, 수면, 식사 등 모든 부문에서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다. 같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평일 점심을 먹는지를 물었을 때 항상 먹는다는 비율이 상층은 65.4%인 반면 하층은 41.1%에 불과했다. 소득 불평등이 돌봄의 불평등,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비참한 현실은 바뀌기는커녕 더욱더 악화되고 있다.

 

학습 격차, 나아가 교육 불평등의 원인이 온라인 자체에 있다고 할 순 없다.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 각각 장단점이 있다. 오프라인 수업과 함께 온라인 수업을 병행해서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빨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수업보다 다양한 수업을 개설할 수 있다. 개별 피드백을 통한 맞춤형 수업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교육을 하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온라인 교육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라도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야 한다.

 

중요한 기회

 

정부는 이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기는커녕 공교육 붕괴와 경제위기 책임을 교육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그들을 쥐어짜기 바쁘다. 515일 교육부는 일방적으로 호봉 관련 예규를 개정해 기간제 교사의 임금을 삭감했다. 문재인은 지난 5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교가 집단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학교가 방역의 최전선이라며 철저한 관리와 운영만을 강조했다.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대면수업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방안은 무엇일까? 8월 전교조가 실시한 1학기 교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방역이 가능한 학급당 학생 수 적정 수준은 ‘20명 이하라고 응답한 교사의 비율이 97.2%였다. 방역을 위해서는 수업일수·시수를 감축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며 교사를 대폭 충원해야 한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기간제 교사, 임용고시 준비생을 포함한 예비교사를 정규직으로 충원해야 한다. 최소한 단계적으로라도 충원계획을 제시하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장과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바로 전교조가 앞장서야 할 일이다.

 

이런 원리는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비대면 돌봄이 불가능한 영유아 돌봄을 위해 어린이집은 긴급보육, 유치원은 긴급돌봄을 실시하게 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긴급보육 이용률은 증가했는데 대책은 없었다. 어린이들이 몰려드는데 교사 한 두 명이 많은 아이를 돌보는 건 정말로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노동자들은 피가 마르는 긴장 속에서 영유아를 돌봐야 한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긴급돌봄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돌봄비용은 최대 열흘, 50만 원 지원이 전부다. 가족돌봄휴가는 10일에서 추가로 10일이 연장돼 20(한부모 노동자는 최대 25)이지만, 이 짧은 휴가조차 쓸 수 있는 노동자가 많지 않다. 보육 부담을 개별 가정이 떠맡는 것이 올바른 방법도 아니다. 선별적 돌봄이 아니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양육자는 누구든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보육을 책임지고 제대로 돌봄이 진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느냐다. 정부가 알아서 할 리가 없기에 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뭉치고 노동조건 개선과 인력충원을 위한 투쟁을 준비해 나갈 때 노동자, 민중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돌봄의 민영화

 

그런데 지금 전교조의 흐름은 대단히 위험하다. 전교조는 돌봄전담사의 파업에 대해 대체인력 투입을 반대했지만, 돌봄전담사들의 초등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중단요구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기준 대략 전국 1만 명가량의 전담사 중 주당 40시간(하루 8시간) 일하는 전일제는 18% 정도에 그친다. 주당 15~40시간과 15시간 미만 시간제는 각각 63%, 19%. 돌봄 노동자들은 늘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혼자 2~3개 교실을 맡아 수십 명의 아이를 돌보고 하루 6시간 이하인 근무시간 내에 행정업무까지 해야 했던 노동자가 정말 많았다.

 

평소에도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엄청 늘었다. 노동자들은 3~5시간보다 훨씬 긴 노동시간을 요구받았다. 당연히 노동자들은 묵묵히 다 감내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보다는 돌봄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초등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국공유 시설을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수익할 수 있다고 명시해 민간위탁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돌봄 노동자들은 이 안을 반대하며 학교돌봄 법제화, 상시 전일제 전환, 복리후생 차별해소, 재난업무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116일 경고파업에 들어간다. 6,000명의 노동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물론 교사들도 과중한 업무로 고통 받는다. 하지만 그것은 돌봄교실 운영이나 돌봄 전담사들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고 인력을 충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주장대로 돌봄 노동자의 상시 전일제 전환만 이뤄지더라도 교사들의 업무량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교육과 돌봄을 구분하고 학교에서 돌봄을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의 돌봄 기능을 확대한다면 돌봄의 사각지대를 더 줄일 수 있다. 학교에는 충분한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물론 이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노동자를 더 늘려야 한다.

 

위기는 기회

 

코로나19는 자본주의 교육제도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모든 분야에 충격을 던지고 있지만 교육 분야에 던지는 충격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학교와 대학의 의미, 교육 노동자의 역할, 사회적 돌봄 체계의 필요성 등 수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이 과연 학교에 갈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될 거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소위 명문대의 온라인 콘텐츠보다 온라인 수업을 계속 진행해 왔던 사이버대학교의 온라인 콘텐츠가 훨씬 훌륭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명문대와 그 학교 교수들의 권위가 무너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공립대 통합 등 대학평준화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누가 변화의 방향타를 잡아야 하는가? 바로 교육 노동자들이다. 특히 조리사, 돌봄전담사, 교무실무사, 방과후강사, 교육복지사, 청소 노동자 등 지금까지 잘 드러나지 않았으나 교육을 책임지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다.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돌봄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이 목소리가 커질 때에만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진정한 무상교육이 실현될 수 있으며, 모든 학생이 사회의 지원으로 차별 없이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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