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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대구성서공단 민주노조 등대에 불을 켜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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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성서공단노동조합 조회 612회 2020-10-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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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가 기본이고, 투쟁이 기본이고, 투쟁하면 승리한다는 정신이 기본이 된 동지들과 함께.

 

편집자 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등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대구 성서공단의 노동자 숫자는 10년 전보다 만 명이 줄었고 작년보다 3천여 명이 줄어, 지금은 5만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 임금은 전국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노조탄압은 기본이고 툭하면 폐업으로 노동자를 내쫓는 곳. 그래도 태경산업 노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민주노조를 지키며 공단 내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호소합니다. 정년연장투쟁과 함께 불법파견투쟁을 진행하면서 정주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의 단결을 만들어내는 소중한 투쟁을 소개합니다.


태경산업은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에 고무를 납품하는 1차 밴드다. 50명도 채 안 되는 규모의 사업장이 1차 밴드라고 하면 업체 관계자들도 놀란다. 이게 다 제품 단가가 낮기 때문인데,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정해진 답처럼 이주 노동자, 고령 노동자, 여성 노동자가 최저임금으로 일을 하니 가능한 일이다.

 

하나님 회사 구해달라고 기도하던 사업주에 맞서

 

상여금을 깎겠다는 회사에 맞서 태경산업 노동자들은 2014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함께 가입한 조합원이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노조를 탈퇴했을 때 남은 조합원 3명은 투쟁을 피하지 않았다. 폐업과 해고가 뒤따랐지만, 천막농성 등 안 해 본 투쟁이 없었다. 오히려 성서공단 노동자들에게 등대가 되겠다고, 일당백의 투쟁 정신으로 투쟁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조합원들이 사탄이라고, 하나님 회사를 구해달라고 기도했던 사업주는 조합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CCTV 18대를 설치했고(이후 투쟁으로 철거됐다), 탈퇴한 비조합원들을 모두 4개의 도급회사에 나눠 노동조합 가입을 막으려 했다.

 

노조 담벼락으로 스스로를 둘러치지 않고

 

이에 맞서 조합원들은 비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계모임을 만들었다. 임단협이 다가오면 비조합원을 포함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요구안을 만들었고, 투쟁 과정과 마무리에는 선전물을 내 노조의 입장과 결정을 소통했다. 단체협약을 체결해 법정공휴일을 모두 유급으로 만들고, 노안교육을 안정화했으며, 안전화도 작업복도 제때 지급하도록 했다(비조합원들도 당연 적용). 노동조합 홍보를 위해 전봇대에 소형 현수막을 다는 일부터 스티커와 포스터 부착, 출퇴근 선전전에도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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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투쟁사업장 연대는 기본이고, 갑을오토텍과 유성기업, 소성리 사드배치 반대투쟁 등 전국투쟁에도 함께 했다.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11월에는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염원을 담은 채 돌아가신 전태일 열사 묘소에 가 다가오는 한 해를 결의했다. 작은 사업장에서 투쟁하다 보니 연대가 기본이고, 투쟁이 기본이고, 투쟁하면 승리한다는 정신이 기본이 된 동지들이었다.

 

자부심

 

노조는 2020년 연말로 정년을 맞이하는 조합원의 정년연장을 주요 요구 중 하나로 임단협을 진행해 왔다. 회사는 처음에는 촉탁직 전환을 주장해오다 지금은 촉탁직 고용도 불가하다며 노조를 농락했다. 현장투쟁은 조합원 동지들에게 일상이 됐다. 파업투쟁을 거쳐 오늘로 천막농성 66일차가 지나고 있다.

 

조합원 동지는 내심 나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니 반드시 정년연장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조합원이 하는 일은 솥에서 고무를 쪄내는 일이다. 여름이면 공장 내부 온도가 50도에 육박해 땀이 비 오듯 하고 자칫 잘못하면 화상 입기 일쑤다. 고무 만드는 금형을 약 1,000개 이상 알고 있어야 제품에 맞는 고무제품 생산이 가능하기에 노동자로서 자부심이 강했던 것이다.

 

더구나 정년을 지난 노동자들이 제법 많고 70살이 된 노동자도 일을 하고 있다. 그 동지는 스스로 202012월에 사형선고를 받아 놓았다고 한다. 회사가 나를 죽이려 하는데 내가 못 할 것이 무엇인가! 그 결의로 죽을힘을 다해 투쟁하겠다고 다짐한다.

 

노동부가 노동자 입장을 대변한 적이 있었던가

 

지금은 정년연장투쟁과 함께 불법파견투쟁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노동청에서는 파견업체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며 불법파견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즉 회사의 편의 혹은 노조 탄압을 위해 노동자를 나눠 놓았다면 불법파견이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파견이든 부당노동행위든 노동부가 노동자 입장을 대변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면 어느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투쟁에서 처음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왜 싸우려 했고 어떻게 싸워왔으며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지 조합원 동지들과 끊임없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정년연장이 어렵고 불법파견으로 정리되지 않더라도 다시 투쟁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을 가지도록, 노동조합의 투쟁조끼가 당당하도록 말이다.

 

마냥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

 

마지막으로, 투쟁하고 있으니 더욱 느끼는 거지만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민주노조운동이 단위사업장 혹은 산별의 관계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 같다. 지침 없이 자발적인 투쟁과 연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발적인 투쟁과 활동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소규모 영세사업장 투쟁이 민주노조운동에 끼칠 영향이 크지도 않다.

 

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이 다단계 하청 맨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될 날을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다. 성서공단 노동자들이 의료, 교육, 철도 등 공공성을 지켜내고 노조파괴에 고통당하는 민주노조운동을 사수하기 위해 투쟁해 왔듯이 중소영세 사업장의 비정규직, 이주, 여성, 고령 노동자들에게 민주노조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 노동조합 또한 제2, 3의 구로동맹파업처럼, 언젠가 들불처럼 일어날 노동자의 그날을 향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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