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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과 정부의 십자포화에 꺾인 한국GM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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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우 조회 5,439회 2018-04-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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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213일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지 70여일만인 423일 임단협이 잠정합의됐다. 군산공장 폐쇄철회 대신 추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하기로 합의했다. 부평2공장 신차투입 등 물량확보는 전혀 구체적인 것 없이 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창원공장 역시 C-CUV2022년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질 거라고는 전혀 장담할 수 없다. 투입된다 하더라도 그 때까지 줄어드는 물량에 따른 공장 운영 방안은 없다. 투입 후 성공여부도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정비사업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기본급 동결, 성과급 반납과 함께 상여금 지급기준 축소, 월할 지급, 귀성여비 및 휴가비 축소, 자기운전보조금 폐지, 사무직 승진 미실시, 본인 대학 학자금 폐지, 차량구입 할인 및 수리비 할인 축소 등 GM이 요구한 전반적인 복지축소를 받아들였다. 비정규직 문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잠정합의에 대한 찬반투표는 425~26일에 진행된다.

 

4번의 데드라인, 끝없는 협박

 

애초에 GM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2월 말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2월 말, 3월 초에 글로벌 GM에서 신차배정을 하기 때문에 그 전에 반드시 노사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협박 때문에 2,6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는 GM의 목표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였다.

 

그러나 임단협 타결은 불가능했고, 데드라인은 다시 3월 말로 제시됐다. 글로벌 신차배정을 더 이상 늦출 수는 없으며 3월 말을 넘기면 공장 운영자금이 없다는 이유였다. 한국지엠지부는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며 군산공장 폐쇄철회, 미래발전전망 제시, 산업은행 실사협조와 결과에 대한 책임 있는 이행을 전제로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금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서 GM1,800억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데드라인은 다시 한 번 420일로 제시됐다. 댄 암만 글로벌 GM 총괄사장까지 나서서 20일까지 노사합의가 안 되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떠들었다. 420일이 다가올수록 압박 수위는 높아졌다. 정부도 노사합의를 종용하는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 420일 한국GM 이사회, 23일 주주총회까지 잡아놓고 압박을 높이던 GM423일까지 시한을 한 번 더 연장하며 노동자들의 목을 죄었고, 최종적으로 합의를 강제해 냈다.

 

본색을 드러내고 노동자 양보를 강요한 정부

 

정부와 산업은행은 420일을 전후로 태도를 명확히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컨트롤타워로 한 정부는 GM423일까지 시한을 유보할 것을 요구하고, 노조에게는 양보를 강요했다. 합의가 안 되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협박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을 주저앉힌 것과 같은 태도였다.

 

그동안 정부는 실사 결과에 따른 정부지원 여부는 임단협 타결을 전제로 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수차례 얘기해 왔다. 심지어 산업은행은 채권단이 아니라 주주일 뿐이기 때문에 노사합의에 개입할 수도 없고, 노조를 만날 이유도 없다고 했다. GM이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고 소송전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일 발표한다던 실사 중간보고는 갑자기 연기됐다. 21일 일부 밝힌 내용은 정상화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것뿐이었고, 노사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산업은행의 실사는 GM을 지원하기 위한 명분을 만드는 것일 뿐 GM의 빨대경영을 밝혀내고 책임을 묻기 위한 게 아님이 명백해지는 순간이었다.

 

노사정위원회도 가동됐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23일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대표자회의에 GM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노정교섭을 뚫어야 한다는 의도였지만 결국 노사정위원회가 움직일 명분을 제공했고, 문성현 위원장은 홍영표 국회 GM특위장과 함께 노동조합과 사측 사이를 분주히 움직였다. 심지어 산업은행장 이동걸과 홍영표는 노동조합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21일 교섭에 직접 들어오겠다고 했고, 사측에서는 친절하게 명패까지 준비해놓는 성의를 보였다.

 

임단협 잠정합의에 따라 이제는 정부와 GM의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다. 그러나 GM에서는 3조 원에 달하는 차입금 출자전환과 차등감자, 비토권 회복 등도 거부하고 있다. 이미 GM과 한통속이 돼 GM 노동자들을 주저앉힌 문재인 정부가 GM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거라고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일자리정부가 아니라 금호타이어, STX, 성동조선 등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노동자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싸워야 할 대상이라는 점이 명백히 밝혀졌을 뿐이다.

 

무엇을 넘어서지 못했는가

 

한국GM 노동자들은 결국 법정관리 협박을 넘어서지 못했다. 412일 댄 암만까지 나서서 법정관리를 언급하자 현장의 불안감과 동요가 확대됐다. 특히 대의원 등 현장간부들과 중간 간부들의 동요가 심했다. 이들은 조합원들이 부도, 법정관리는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라며 노동조합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것이 조합원들의 생각인지, 자신들의 동요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사측도 현장 개입에 들어갔다. 17일과 18일에는 사무직 일부와 생산직 직공장을 통해 사측 제시안을 수용하고 부도를 막아야 한다는 연판장을 돌렸다. 3차 데드라인으로 선포된 20일에도 ‘8시 중대발표등 문자를 뿌렸고, 23일에는 생산라인까지 중단시키면서 “17시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생산가동을 중지하고 퇴근 조치한다. 24일부터는 출입 통제한다고 대놓고 협박했다.

 

그러나 오히려 현장 노동자들에게 차분히 상황을 설명했다면 동요가 확대되는 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법정관리를 막는다 하더라도 GM의 구조조정이 중단되는 건 아니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독자생존을 위한 전망을 찾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설명하면서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설득했다면 현장 분위기가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활동이 너무나 부족했다.

 

한국지엠지부 집행부는 처음부터 투쟁기조가 분명하지 않았고 교섭에만 의지했다. 2017년 임금합의에서 “2018년 임단협을 2월 말까지 마무리하는 데 공감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고, 군산공장 폐쇄가 발표되고 희망퇴직이 발표됐는데도 적극적인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3월 말 군산공장 대오가 부평공장 상경투쟁에 돌입하면서 투쟁 분위기가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된서리를 미리 맞은 비정규직들이 꾸준히 투쟁해 왔다. 이에 사무직, 현장 활동가들이 함께 움직였고, GM이 부평2공장 1교대 전환 의도를 드러내면서 분노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속된 부도협박, GM과 정부의 합동공세에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이를 반전시킬 힘은 어디에서도 조직되지 않았다. 노동자의 힘을 동원하고 투쟁을 조직하지 않은 채 교섭에만 의지한다면 자본과 정부의 압력을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어찌 보면 허약한 집행부가 지금까지 버틴 것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문제는 반대의 압력, 즉 현장에서 조합원들에게 직접 선전선동하고, 투쟁대오를 조직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것이었다. 이런 과제를 떠맡을 수 있는 세력, 떠맡겠다고 나서는 세력이 전혀 없었다는 게 핵심적인 문제였다.

 

결정적 패배를 막기 위한 과제

 

임단협 합의는 끝났지만 GM의 구조조정은 끝이 아니다. GM5월 말이면 다시 부평2공장 1교대 전환, 내년 하반기에는 창원공장 1교대 전환을 들고 나올 것이다. 정비사업소 문제도 마찬가지다. 군산공장 잔류인원 전환배치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먹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GM 사태에서 정규직 노조의 사회적 고립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희망퇴직 노동자가 3명이나 목숨을 끊었지만 정규직 노조에 대한 비난여론은 그치지 않았다. 만약 또다시 인소싱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규모 해고에 합의한다면 사회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힘이 부족해서 자신의 고용과 임금, 복지를 지키지 못하는 패배는 다시 힘을 키워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1교대 전환, 군산 전환배치 등의 과정에서 인소싱으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을 합의하거나 눈감는 것은 계급적 단결의 대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이는 한국GM 노동자들에게 뼈아픈 결정적 패배가 될 것이다. 군산공장 폐쇄를 막지는 못했지만, 기본급, 성과급, 복지 등 많은 것을 내줬지만, 더 이상 단 한 명의 비정규직 해고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갖추는 건 반격의 소중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GM의 약속도, 노동존중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도 노동자들의 삶을 지켜주지 않는다. 자본과 정부에 맞서 노동자 전체의 단결과 투쟁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노동자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거듭 돌이켜 봐야 한다. 나아가서 자본가 소유권에 갇히지 않고, 대정부 투쟁을 통한 몰수 국유화 등 더 근본적인 전망을 향해 전진하는 노동자운동을 세워내는 것도 절실히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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