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하루파업으로 투쟁 기지개 켠 엘지트윈타워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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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임단협 투쟁 중인 엘지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이 10월 14일 하루파업을 하고 여의도 트윈타워 빌딩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빗자루가 뿔났다’며 빗자루를 치켜들고 비정규직 철폐, 노조탄압 중단을 외치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 조합원들은, 봄, 여름을 거치며 빌딩과 회장 집 앞 등에서 선전전을 해왔다. 투쟁 수위를 높이려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악화되면서 그 동안 집회와 천막농성 계획을 여러 차례 미뤄왔다.
그간 근무를 하며 점심시간을 쪼개 로비에서, 야간근무를 마친 아침에는 구광모 회장 집 앞에서 선전전을 하면서 버텨오다 드디어 하루파업으로 일손을 놓고 새벽부터 여의도 강바람 속에서 파업투쟁을 하게 된 노동자들.
지루한 교섭과 긴 투쟁, 코로나19로 마음대로 집회도 농성도 못한 채 갖은 탄압을 받아 지칠 만도 한데 오히려 조합원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랜만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투쟁다운 투쟁을 하니까, 때 아닌 겨울잠을 자다 상쾌한 가을바람에 기지개를 켜는 듯하다.
“그 동안 그림자처럼 취급받았지만 단 하루만 파업해도 빌딩은 쓰레기더미에 휩싸일 거다. 우리 청소 노동자 휴게소는 왜 지하 2, 3층이어야 하나? 우리가 볕 좋은 데서 쉬면 무슨 일이 생긴단 말인가? 상여금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악질 관리자들은 우리가 커피 한 잔 마시며 쉬는 5분도 월급에서 까겠다고 협박했다. 그렇게 무시당하며 살았지만 민주노조 조합원 되고 우리는 신분이 상승했다. 인간답게 살고자 노조 가입했다. 아직도 민주노총 가입 안 한 많은 노동자들, 우리 목소리 듣고 다들 얼른 노조 가입해서 사람대접 받았으면 좋겠다. 엘지 회장 잘 들어라, 우리가 원하는 건 인간답게 대접받는 거다!”
박소영 분회장의 분노에 찬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쩌렁쩌렁 여의도에 울려 퍼진다. 비록 오늘은 하루파업이지만 사측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면 투쟁 승리를 위해 전면파업 등 강도 높은 투쟁으로 나아갈 거라는 장성기 지부장의 말에 조합원들은 “한강대교에 올라가자”, “삭발을 하자”, 너도 나도 즉석에서 투쟁전술을 제안하며 목청껏 자신감을 드러낸다.
“여성 조합원이 많은데 추운 날씨에 천막농성 힘들겠다, 천막에서 주무시는 건 아니죠?” 묻는 연대 동지의 발언에 “아니오, 자요” 명랑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름 짜한 간부들이 나와 뻔한 말을 늘어놓고 참가자들은 지루한 표정으로 그냥저냥 참여하는 맥 빠진 파업이 아니라 발언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고,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는 쌍방향 소통의 풍경. 투쟁 당사자도, 참가하는 연대단위도, 지켜보는 사측마저도 조합원들의 투쟁의지와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집회다. 여성이라고, 나이가 많다고 몸 사리지 않고 노동자로서 남들 하듯 투쟁하겠다는 투지가 느껴진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힘든 처지로 내몰리면서도, 투쟁할 이유가 넘쳐나는데도,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투쟁기운이 움츠러들어 있는 요즘, 엘지트윈타워 노동자들이 기지개를 켰다. 이제 민주노조운동도 기지개를 켜고 다시 투쟁에 시동을 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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