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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코로나19가 드러낸 자본주의 불평등① | “아프면 집에서 쉬라” - 계급을 가르는 또 하나의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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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4,579회 2020-10-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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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걱정할 필요 없다!” - 11,600만 원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자의 헛소리

 

 

트럼프가 받은 코로나19 치료비용은 11,600만 원

 

공공의료체계가 취약한 한국이지만, 그래도 전국민 건강보험이 있어서 코로나19 재난에서 파국을 막아냈다는 게 사회적 중론이다. 반면 기본적인 공적 의료보험체계가 부실한 미국의 경우, 어느 계급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의료격차가 말 그대로 야만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60세 이상 코로나19 환자가 내야 할 치료비용의 중간값은 61,912달러(7,173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다 해도 자기 부담액이 31,575달러(3,658만 원)에 이르고,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는 이 금액을 전액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 인구 33,100만여 명 중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2018년 기준 2,750만 명이나 된다.

 

이마저도 오바마케어로 보험 미가입자 숫자가 기존의 5,000만 명에서 줄어든 것이었는데, 코로나19로 실직자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에 보험 미가입자 숫자가 다시 오바마케어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예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미국 의료보험 가입자의 55%는 직장을 통해 가입돼 있다.)

 

보험 미가입자들은 하다못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코로나19 검사비용은 통상 100달러(116천 원)이지만, 뉴욕타임즈는 텍사스 주의 한 드라이브스루 코로나19 검사장에서 보험 미가입자에게 코로나19 검사비용으로 6,408달러(742만 원)를 청구한 사례를 보도했다.

 

이처럼 수천만 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 감염에 아무런 사회적 안전망 없이 노출돼 있는 와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된 트럼프 대통령은 약 10만 달러(11,60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 각종 치료를 연방정부의 비용으로 공짜로 받았다. 보험 가입자들도 3,120달러(361만 원)를 지불해야 하는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투약을 비롯해 응급헬기 왕복 탑승, 군병원 입원비용을 합산한 금액이다.

 

코로나 감염률, 소득 하위 2분위가 상위 2분위보다 두 배나 높아

 

미국보다는 덜하다 하지만, 한국 역시 코로나19 피해가 계급에 따라 차별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체감했던 문제인데, 이 사실이 106일 국정감사 과정에서 건강보험 통계로 새삼스럽게 확인됐다. 7월 말까지 코로나19 감염으로 건강보험급여를 받은 1110명 중 9,613명의 건강보험료 소득 분위를 조사한 결과를 보자.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 1~2분위(모두 10분위로 구분되며, 분위가 낮을수록 저소득층이다)4,480명 당 1명 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소득 7~8분위는 9,158명 당 1명 꼴로, 소득 9~10분위는 7,419명 당 1명 꼴로 감염자가 발생했다. 즉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7~8분위와 비교했을 때는 2.0, 9~10분위와 비교했을 때는 1.7배가량 감염자가 더 많았다.

 

지역가입자 통계도 마찬가지여서, 1~2분위 가입자는 2,508명 당 1명이 감염됐는데 7~8분위는 5,150명 당 1, 9~10분위는 5,753명 당 1명이 감염됐다. 하위 2분위의 감염률이 상위 2분위의 감염률보다 2.3배 높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도 생계를 위해 일상생활을 꾸려가야 했던 저임금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들이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 또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 지급된 건강보험급여는 상위층이 더 컸다. 하위 1분위는 5025,641, 하위2분위는 4038,004원을 받았는데, 상위 1분위는 6093,979, 상위 2분위는 6113,989원이 보험급여로 지급됐다. 입원일수 등에서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즉 저소득층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감염 이후에도 생계를 잇기 위해 충분한 치료를 받기 힘들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재난 앞에 본성 드러낸 자본가체제

 

아프면 집에서 쉬라는 정부의 생활방역 제1지침은 소수의 자산계급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지침이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상병수당도 유급병가도 없는 나라에서, 매일 생계를 이어야 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어떻게 집에서 쉴 수 있겠는가? 정부가 권유하는 재택근무제 역시 노동조건이 그나마 나은 노동자들에게 제한적으로나 가능했다. 이것이 두 배의 감염률과 치료비용의 차이로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계급에 따른 의료격차다.

 

당면해서는 공공의료체계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6일 국회에서 코로나19 건강보험 통계를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도 공공의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 개선과 사각지대 없는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을 통해 팬데믹 상황에서 격차가 심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나마나한 소리다. 단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2021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공공병원 신설과 관련해서는 단 1원의 예산도 배정하지 않았다. 한국 의료기관의 94.2%가 민간기관이고 나머지 5.8%만이 국공립병원, 지방의료원, 군병원, 경찰병원, 보건소 같은 공공병원인데 말이다. 병상 당 간호사 숫자는 OECD3분의 1에 불과한데 보건의료인력 충원에 관한 구체적 계획도 없다.

 

문재인 정부조차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에 대해 입에 발린 소리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들은 자본의 이윤에 해가 되는 일은 결코 손대지 않는다. 오히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8월 원격의료 같은 의료헬스케어사업이 유망 6K-서비스 산업의 하나라며 핵심 수출형 서비스산업에 2023년까지 4.6조 원의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공의료를 떠벌리지만, 결국 의료 시스템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그런 자들에게 이 체제의 운영권을 맡겨놓는 한 코로나19가 드러낸 자본주의 불평등이란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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