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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생색내기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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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4,697회 2020-10-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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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KBS뉴스 화면 갈무리

 

 

어제보다 늦을 거라고

 

108일 강북구에서 일하던 40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김원종 씨가 배송 중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죽었다. 숨진 택배 노동자의 아버지는 이렇게 얘기했다. “사고 나는 날 아빠 오늘은 어제보다 좀 늦을 거야’, 어제 920분에 들어왔는데 어제보다 늦을 거라고 하면 심정이.”

 

동료들은 이렇게 증언했다. “추석 전부터 물량이 많았고, 추석 끝나고 더 많았죠. 지금 거의 매일 400개가 넘어요. 힘들다는 얘기는 하고 그랬어요. 몸이 좀 힘에 부치니까.”

 

생색내기, 립서비스, 눈 가리고 아웅

 

올해만 8명의 택배 노동자가 숨졌다. 추석 직전 택배 노동자들이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을 거부하는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자 정부는 급하게 대책을 내놨다. 택배업계는 추석 성수기 동안 허브 터미널(중간물류창고)과 서브 터미널(지역별 배달 거점)에 분류인력ㆍ차량배송 지원인력 등 일 평균 1만여 명을 투입하고, 심야 배송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택배업계는 2,067명을 투입하겠다고 말하더니 실제로는 300여 명만 투입했다. 그마저도 조합원이 있는 터미널에만 선별 투입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번에 숨진 노동자가 일하는 터미널에는 단 한 명도 투입되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명절 기간에도 오후 3시까지 분류작업을 해야 했던 곳이 많았다.

 

인력이 추가 투입된 곳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광주 평동 터미널의 경우 4명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투입돼 4시간 정도 분류작업을 거들었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건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을 완전히 없애는 것, 즉 분류작업이 끝난 상태에서 물건을 싣고 곧바로 배달을 나가는 것인데 택배 노동자들은 계속 분류작업을 해야 했고, 늦게야 일을 시작해 밤까지 하는 건 똑같았다. 평동 터미널에서 일하는 한 택배 노동자는 이렇게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정부의 대책은 완전한 생색내기, 립서비스,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일용직 노동자들까지 악랄하게 쥐어짜

 

최근 CJ대한통운 물류센터의 주요 하청업체인 한석맨파워20195월부터 20205월까지 1년간 13,000명 노동자에게 총 58,200만 원의 임금을 떼먹은 사실이 드러났다. 13,000명 노동자에게 총 42,000만 원의 임금을 4대 보험료 지급용이라는 명목으로 떼놨다가 지급하지 않았다. 일용직 노동자 946명의 연차수당 12,000만 원, 일용직 노동자 1,893명에 대한 주휴수당 4,200만 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한진택배의 물류 하청업체인 제니엘9,300만 원, 롯데택배의 하청업체인 만재물류2,50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 물류센터가 어떤 곳인가? 지옥의 극한 알바로 악명이 높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킨다. 쿠팡 집단감염에서 볼 수 있듯 방역 무방비지대다. 십분만 일하면 마스크가 다 젖고, 다닥다닥 붙어 일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두기는 엄두도 내기 힘들다. 이렇게 일을 시켜 놓고 임금까지 떼먹다니. 택배 자본가들은 정말이지 노동자의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도 착취한다. 그 대가로 택배 자본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2분기 영업이익은 8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다.

 

지금 당장 바꿔야

 

정부는 6일 필수 노동자 보호를 위한 관계부처 TF 출범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사회의 필수 노동자 안전 및 보호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택배 노동자의 경우 내년 2월까지 과로방지 및 건강보호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내년 2? 그때까지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 하는가? 왜 지금은 과로방지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가? 노동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분류작업 중단을 요구해 왔는데.

 

택배배달 종사자 보호, 등록제 도입, 표준계약서 작성·사용 권장 등을 포함한 생활물류발전법제정은 어떤 내용인가? 공공운수노조 108일 기자회견문을 보자.

 

생활물류법은 노동자의 권리는 후퇴, 재벌 특혜는 강화하는 법안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주요한 내용으로는 먼저 분류종사자 구분 조항을 삭제하였다. 택배 과로 문제에서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분류작업에 대한 문제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택배사업자의 의무와 책임을 축소해 영업점 및 종사자 관리/지도감독 의무 삭제, 영업점 계약해지 시 권리의무 승계 조항 삭제, 산재 관리책임 의무 삭제, 택배차량의 용도 외 사용 감독 조항 삭제 등 택배사업자의 최소한의 책임마저 면탈해주고 있다.”

 

매일 쓰러지는 노동자의 고통을 끌어안고

 

추석 전 택배노조와 과로사대책위 등은 정부 대책을 보면서 분류작업을 거부하는 파업을 유보했다. 하지만 현실은 사실상 그대로다. 대책위는 16일까지 정부와 시민사회, 택배업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고, 진전이 없을 경우 자구책 마련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냈다. 8일 과로사로 사망한 김원종 씨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해 2주간 추모기간을 정하고,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 더 이상 정부를 바라보고 있어선 안 된다. 분류작업 거부, 단가인상, 인력충원 등 노동자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추석 전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거부하겠다고 했을 때 수많은 노동자 민중의 지지가 있었다.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이번 택배 노동자의 사망사건 기사에도 추모하는 댓글이 정말 많이 올라오고 있다.

 

보건의료, 공무원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가 재난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바치고 있는데 특히 택배 노동자의 헌신과 노력 또한 선명하게 부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택배 노동자의 고통이 너무나 많이 쌓여 오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에 물량이 엄청 늘어나 택배 노동자의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 모든 사람의 눈에 들어오고 있다.

 

충분히 싸울 수 있다. 아니 싸워야만 한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리고 재난 앞에서 희생당하는 노동자들이 일어서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택배 노동자가 나선다면 민주노조운동 전체가 달라붙어야 한다. 매일 쓰러지는 노동자의 고통을 끌어안고 정부와 대결하지 않은 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비롯한 전태일 3법 쟁취가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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