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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걱정하는 이낙연, 그러나 그가 진짜 걱정하는 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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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3,984회 20-10-1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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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투쟁 가능성 앞에서 정부와 민주당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106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유로운 해고와 임금유연성 확대를 추가하는 노동법 개악을 주문했다. “경제3(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을 수용하는 대신, 민주당 안보다 더욱 개악된 노동법 개악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노동자 생존 자체가 벼랑에 서 있고 노동 안정성이 매우 취약한 것이 드러나고 있는 시기이므로 이러한 시기에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임금을 유연하게 하자는 메시지가 노동자에게 매우 가혹하게 들릴 것이므로 당장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더 두텁게 포용해야 할 때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정부와 민주당이 작업장 내 쟁의행위금지나 단협유효기간 연장 등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이려 하는 가운데, 민주당 대표의 이런 발언은 상당히 의외로 보인다. 이 발언 뒤에는 어떤 의도가 도사리고 있을까?

 

이른바 공정경제 3

 

민주당은 공정경제 3이라 부르고, 국민의힘은 기업규제 3이라 부르는 3(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이 불화의 씨앗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 등 재벌들은 기업규제 3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민주당 방침에 대해 코로나19로 어려운 때이니 규제법안 속도를 좀 줄이고 강도도 좀 줄이자고 건의했다. 3법이 자본주의의 근간을 전혀 건드리지 않지만, 재벌들이 기업이익을 마음대로 좌우하는 것에는 약간의 제한을 두고자 하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자본가들 사이의 공정한(?) 거래조차 무시하면서 이익을 독점하고, 주총까지 무력화하면서 경영권을 독식하는 재벌들로서는 규제라고 느낄 만하다. 게다가 대기업들의 상당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도 국민연금을 들러리로 세워왔던 재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약간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공정경제법은 철저히 자본가들 사이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공정성에 불과하다. 노동자를 착취해 만들어낸 이윤을 극소수 재벌이 독점하는 게 아니라 주주들에게 주식 비율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하자는 것, 그리고 효율적인 기업 경영(다름 아니라 노동자에 대한 효과적 착취)권을 주주총회에서 민주적으로 결정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착취자들 사이의 공정성일 뿐인데, 도둑들 사이의 분배 문제에 노동자들이 간여할 이유는 없다. 그나마 국민연금법 개정 정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인데, 개편되는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조금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에겐 거의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없지만, 도둑들에겐 전혀 다르다. 노동자를 착취해 만들어낸 이윤을 누가더 많이 가져갈 것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벌들은 이 이윤을 작은 도둑들에게 더 많이 분배해주는 것이 손해이므로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상적인 자본주의적 공정성, 즉 착취자들 사이의 공정성이라는 논리에 입각하면 경제3법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그래서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도 오래 전부터 이런 경제3법 도입을 소위 경제민주화법이라면서 지지해왔다. 하지만 노동자계급 입장에선 이 법을 이렇게 불러야 마땅하다. “도둑들 사이의 전리품에 대한 공정한 분배법.”

 

물타기

 

도둑들 사이의 분배문제에는 개입할 이유가 없지만, 이 도둑들이 노동자계급을 더 강하게 쥐어짜려 하는 문제 앞에서, 그리고 도둑들에 맞서 노동자들이 투쟁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 앞에서는 결코 그렇게 접근할 수 없다. 노동법 개악 문제가 그렇다.

 

여기서 우리는 첫 번째 물타기와 만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3법 도입의 조건으로 자유로운 해고와 임금유연성 확대를 추가하는 노동법 개악을 주문한다. 자본주의 공정성으로 볼 때 어차피 경제3법을 막을 명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유연성 확대라는 노동법 개악과 연동해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둑들 사이의 분배문제에선 갈등이 있지만, 노동자 착취 강화에선 도둑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너무 뻔한 물타기 수법이다.

 

두 번째 물타기 수법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이낙연과 민주당의 수법이다. 이낙연은 갖가지 좋은 말로 노동자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듯 제스쳐를 취하지만 속셈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김종인과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자유로운 해고와 임금유연성 확대에는 난색을 표하지만, 민주당과 정부 자신이 이미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작업장 내 쟁의행위금지나 단협유효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민주당판 노동법 개악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게다가 탄력근로제 확대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결국 국민의힘의 주장에 물타기를 하면서, 민주당은 지금 자신이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법개악은 별 게 아닌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뿐인가? 세 번째 물타기도 기다리고 있다. 또 하나의 도둑의 당인 민주당의 본심도 여실히 드러났다. 자유로운 해고와 임금유연성 확대까지 포함하는 극악한 노동법 개악에 대해 이낙연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말로 하면 적절한 시기가 되면 응당 개악해야 할 조항이라는 것이다. 즉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주장에 물타기하면서 언젠가 자유로운 해고와 임금유연성 확대를 포함한 노동유연화 개악을 밀어붙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선포하고 있다.

 

또 하나의 진실

 

더욱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있다. 이낙연과 민주당이 이렇게 물타기 수법을 쓰는 배후에 작동하고 있는 객관적 정세다. 별볼일 없는 극우집단의 집회 시도에 대해 정부와 민주당은 엄청난 규모의 경찰병력을 투입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장했다. 사실 이것이 진정 노린 것은 코로나19 알리바이 뒤에 숨어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차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이 사회의 안정과 작동을 지탱해온 사람들은 노동자다. 의료, 택배, 공공부문을 비롯해 노동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 사회는 지금 어디에 있을 것인가? 또한 수많은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면서 이 사회의 생산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맞물린 경제위기 심화 속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잘리고 임금하락에 직면했다. 이게 이 자본주의 사회가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에 답하는 방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거대한 위험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비록 전체 노동자를 아우르는 계급적 전위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조직 노동자들의 저항을 진압하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도 이들이 이 사회에 기여한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기에 처한 자본가들을 위해 쏟아 부은 천문학적 재정을 고려한다면, 노동자 해고와 임금삭감은 아무런 정당성도 갖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운 해고와 임금유연화까지 포함한 노동법 개악은 폭탄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짓일 수밖에 없다. 절벽 밑으로 내몰리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같은 조직 노동자들과 하나로 결합할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영리하게도 민주당은 바로 이 점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것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말로, 그리고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을 포용해야 할 시기라는 말로 표현된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자신감을 갖고 있기는커녕 노동자의 저항과 분노가 터져나올 가능성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불안에 떨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거꾸로 이것은 민주노총 같은 조직 노동자운동이 결코 수세적으로 위축될 필요가 없음을 반증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일자리와 생활임금 보호를 위해 투쟁할 정당성이 차고 넘친다. 반면 하는 것도 없이 정부 재정을 축내고 노동자를 갈아넣으면서 생존을 도모하는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할 아무런 명분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조직 노동자들은 일자리와 임금을 위해서, 또한 그것을 지켜내는 노동자의 조직인 노동조합의 권리를 위해서 공세적으로 투쟁할 기회를 붙잡고 있다. 다만 하나의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조직된 노동자들 자신의 요구를 저 비열한 자본가들에 의해 잘리고 임금을 삭감당하고 있는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의 요구와 하나로 연결하면 된다. ‘노동자계급 총단결의 깃발을 들고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모든 노동자에 대한 해고금지와 임금삭감 금지’, ‘모든 작업장에서 위험한 작업 금지’, ‘파산위험 기업들에서 국유화를 통한 생산유지’, ‘탄력근로제 반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내건 투쟁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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