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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지원금 ‘논쟁’을 돌아보며 – 찻잔 속에서 폭풍을 일으키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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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4,140회 20-09-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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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지원금 국회 통과

 

922일 국회에서 78천억 원 규모의 4차 추경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4차 추경안은 소상공인 피해 지원 3.3조 원, 긴급 고용안정 1.4조 원, 긴급돌봄 지원 2.2조 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4차 추경 예산은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으로 방역 조치가 2.5단계로 강화된 데 따라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자 계획된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2차 재난지원금도 1차 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보편 지급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정부·여당은 피해계층을 두텁게 지원한다는 선별 지급 방식을 택했다. 자영업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지원 대상이다. 2.5단계 기간에 영업이 중단된 집합금지업종에는 200만 원, 영업이 부분적으로 제한됐던 업종에는 150만 원, 그밖에 매출이 감소한 일반업종 소상공인에게는 100만 원씩 지원된다. 또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취약계층 노동자, 즉 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에게 50만 원(1차 지원금 대상자) 또는 150만 원(신규 대상자)을 지급한다.

 

이 정도의 지원금이 코로나19 이후 생존의 벼랑으로 떠밀린 취약계층에게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따질 필요조차 없다.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특수고용 노동자(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등)에게 고작 150만 원을 지원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선별 지급의 명분은 피해계층을 두텁게 보호한다는 것이지만, 정부가 지난 세 차례의 추경으로 자본가들에게 수백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것과 비교하면 이 지원금은 그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선별 지급 방식에서는 지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피해계층 선별 지급이 불가피하다면 우선 보편 지급을 한 이후 2020년 사업소득·근로소득 연말정산 시 부유세 부과 방식 등으로 상위 계층에게서 지원금을 환수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간단히 무시됐다. (우리도 지난 4월 이런 방식에 동의한 바 있다. 관련기사: ‘코로나19 재난극복과 노동자계급 권리 방어를 위한 긴급한 요구들’)

 

논쟁 같지도 않은논쟁

 

재난 피해는 각자 속한 계급에 따라 차별적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전자출입명부(QR코드) 관리현황에 따라 확인한 바에 따르면, 6월부터 9월까지 룸살롱 같은 유흥주점·단란주점을 이용한 사람이 무려 연인원 60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방역 당국이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누군가는 재난 시기에도 성산업에서 유흥비를 써대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 등 밑바닥 노동자 민중은 말 그대로 하루하루 생존에 허덕인다. 직장갑질11997~10일까지 노동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31.3%는 지난 8개월 동안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실업에 내몰린 노동자의 80.8%는 실업급여조차 못 받았다. 그리고 아직 실업에 내몰린 상태는 아니더라도, 비자발적 휴직을 강요당한 노동자의 72.3%는 법정 휴업수당도 못 받고 있었다.

 

이처럼 밑바닥 노동자 민중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국회 안의 자본가정당들은 4차 추경 예산안을 놓고 한가한 논쟁이나 벌이고 있었다. 1인당 2만 원의 통신비 지원을 보편적으로 해야 하느냐 선별적으로 해야 하느냐 하는 논쟁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통신비 지원은 국민의힘 주장대로 만16~34, 65세 이상으로 제한됐지만, 고작 1인당 2만 원의 지원액이 보편적으로 이뤄지든 선별적으로 이뤄지든 그게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는가?

 

224차 추경안 여야 합의 내용을 소개하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도착한 어느 청취자의 문자 메시지는, 자본가정당들이 늘어놓고 있는 한가한 소리에 대한 반감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논쟁 같지도 않은 논쟁 벌일 시간에 진짜 필요한 일을 해라!” 그렇다. ‘논쟁 같지도 않은논쟁이다. 하지만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이들 자본가정당들이 노동자 민중을 위해 진짜 필요한 일을 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자본가들에게는 수백조 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고작 1인당 2만 원의 통신비 지급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던 이들에게 말이다.

 

지속될 경제위기, 자본가들이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은 빨라야 2021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양산이 이뤄진다고 한다. 한국에서 8월 중순 이후 2차 재확산이 이뤄졌던 것처럼 앞으로도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몇 차례 재확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마다 경기하강은 불가피하다. 자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이후 V자 경기회복을 기대하지만, 이미 이윤율 저하로 생명력을 잃어버린 자본주의가 얼마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자본주의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계속 생존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각 부처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형태에 놓여 있는 필수노동자들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고 챙겨 달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말이 진실이 되려면, 재난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노동자 민중에게 실질적인 생계비 지원이 행해져야 한다. 하지만 3차 재난지원금, 4차 재난지원금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는 아마도 지원대상과 지원액수를 지금보다도 더 줄여나갈 공산이 크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급속한 상승을 걱정하는 자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이제 할 만큼 한 거 아니냐며, 더 이상 재정 여력이 되지 않으니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바로 그때 노동자들은 생계비 지원을 위한 재원을 자본가들에게서 징발하라고 단호히 요구해야 한다. 30대 재벌이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둔 돈이 무려 1,000조 원에 육박한다. 물론 이 천문학적 부는 노동자들의 사회적 노동의 결과물이다. 한편에서는 생계수단을 잃은 노동자들이 생존의 벼랑으로 떠밀리는데,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이 만든 막대한 사회적 부가 사장(死藏)되는 것을 지켜볼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재벌 곳간에 쌓아둔 사내유보금의 1%(10조 원)만 부유세로 징수해도 4차 추경 예산안 전액(78천억 원)보다 더 큰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 자본가들이 훔쳐간 막대한 사회적 부를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 놓으라고 요구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더 나아가 이윤생산체제를 끝장내야 한다

 

노동자들은 재난 지원의 재원을 자본가들에게서 징발하자는 요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자신의 역사적 사명을 다 했는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줬다. 정부는 자본가들에게 수백조 원의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해고는 전혀 금지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밑바닥 노동자들이 공식적으로, 또는 은폐된 방식으로 잘려나가고 있다. 세금으로 버티는 자본가들이 대체 무슨 자격이 있어 노동자의 취업과 해고를 결정할 권한을 독점한단 말인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과이윤을 노리고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했던 마스크 공장이 줄줄이 폐업 중이라고 한다. 사회적 자원 전체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엄중한 재난 시기에 터무니없는 사회적 낭비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이곳에 고용됐던 노동자들은 길바닥에 내몰릴 테고 말이다. 한편에선 택배 노동자들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데, 다른 한편에선 일거리가 없다며 무더기 해고가 자행된다. 대체 이 어이없는 모순을 계속 지켜볼 이유가 있을까?

 

코로나19로 촉발된 사회적 위기는 결국 이윤생산 체제를 끝장낼 때만 온전히 극복될 수 있다. 이윤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한 생산을 하는 체제가 돼야만, 경제 운영의 모든 권한을 소수 자본가들이 독점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 대중이 민주적·계획적으로 통제하는 체제가 돼야만 이 모든 위기가 근본적으로 극복될 수 있다.

 

자본주의 위기 앞에서 자본가들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그들의 원칙은 간단하다. 이윤은 자본이 독점하지만, 손실은 노동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도 타협할 필요가 없다. 이윤생산체제를 근본적으로 뒤엎어야 한다는 원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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