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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인터뷰 |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 결의 -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가 파업의 정당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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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이용덕 조회 5,030회 2020-09-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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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일 서울에서 제주까지 곳곳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_민주노총 제주본부)

 

 

편집자 주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에 대한 인력투입을 요구하며 분류작업 거부를 결의했습니다. 부분파업입니다. 지난 14~16일 전국 택배 노동자 4,399(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노조 소속)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고 이 중 95.5%, 4,200명이 찬성했습니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참여합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 13~16시간. 그중 배송업무는 하루 7~8시간으로, 나머지는 새벽부터 하는 분류작업인데 이것은 공짜 노동입니다. 올해도 7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졌습니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택배 노동자의 목숨이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25년째 일하고 있는 CJ대한통운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추가 편집자 주     오늘 아침 이 기사가 나간 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에선 21일부터 돌입하기로 한 분류작업 전면거부 방침을 보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에서 밝힌 분류작업 인력투입 계획, 노조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며, 분류작업 인력투입이 진행되지 않으면 다시 한번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당장의 투쟁계획은 철회됐지만, 인터뷰에서 다뤄지고 있듯이 이 사안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부의 일시적인 미봉책을 넘어, 더 이상의 과로사를 막고 공짜 노동을 폐지하기 위한 택배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투쟁을 지지합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조합원들은 이미 분류작업 거부에 참여하고 있는데 비조합원들은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광주 쪽 택배노조는 한 열흘 전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택배연대노조 소속 다른 노조들은 21일부터 거부할 계획입니다.

 

4,000명이 한다고 해도 각 현장에선 극히 일부입니다. 택배 노동자가 전국적으로 5만 명이 넘는데 10%도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큰 파급효과는 없다고 봐야죠. 그래도 어느 정도 압박은 되고 똘똘 뭉친다면 파급효과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택배노동자들이 열악하잖아요. 회사는 교섭조차 안 하고, 노조 인정도 안 하고. 분류작업 거부로 회사를 다 뜯어고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분류작업 거부는 투쟁의 첫걸음입니다.

 

코로나19로 지난 3~8월 택배 물량도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고 합니다. 추석엔 특히 물량이 몰리는데 올해는 정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어떻게든 감당하려 합니다. 그만큼 밤늦게까지 일한다는 거고 힘들다는 것이죠. 피로가 누적되고 몸이 골병듭니다. 밤을 새워서라도 어떤 식으로라도 하긴 해요. 다 물량은 처리해요. 새벽까지 해야죠. 초인종도 못 누르고 문 앞에 놔두고 올 수밖에 없는 거죠.

 

허브 터미널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의 대전 허브 터미널에서 중계가 안 되잖아요. 오늘도 큰 화물트럭(간선차) 600여 대가 짐을 못 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전부터 한계가 왔어요. 코로나 때문에 더 심각해졌고.

 

이 문제를 풀려면 우체국처럼 24시간 돌려야 하는데 그러면 화물 노동자에게 이틀분 임금을 줘야 하니까 그렇게 안 합니다. 허브 터미널에서 짐을 못 풀면 배송이 늦어지잖아요. 생물 같은 경우도 2~3일씩 걸려 썩어 오는 것도 있습니다. 큰 물건이나 화장지 등은 일주일 걸려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택배 회사들은 이미 건당 수수료에 분류작업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CJ대한통운은 기계가 바코드를 읽어 택배기사에게 보내주는 시스템을 도입해 분류작업 노동강도가 약해졌다고 주장합니다.

 

처음에는 한진택배도 그렇고 다들 정규직이었잖아요. 예전엔 물량이 적어 한두 시간 안에 분류작업이 끝났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안 되죠. 그리고 건당으로 받는 수수료가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택배 일을 25년 했는데 한 번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 광주지역 건당 수수료가 880원입니다. 대리점에서 떼먹는 게 있으니까 보통 750~800원 받는데 25년 동안 수수료 한 번 올리지 않고 공짜로 분류작업을 시키고 있는 겁니다.

 

분류하는 기계, 휠소타라고 부르는데, 그게 물론 도움은 됩니다. 노동강도는 아무래도 약간은 낮아졌습니다. 그전에는 굴러가는 물건을 눈으로 직접 잡아냈거든요. 눈이 엄청 안 좋아졌어요. 그래도 지금은 기계가 80~85% 정도를 보냅니다. 내 앞으로 툭 떨어지는 건 아니고 6~10명씩 정해져 있는 곳에 물건이 오면 자기 물건 내리는 겁니다. 그런데 노동시간은 똑같아요. 오히려 무식하게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고 빼는 것보다 더 늦어버리기도 합니다. 기계가 바코드 읽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회사는 노동강도가 많이 저하됐고 우리가 빨리 배송을 나간다고 하는데 거짓말입니다. 광주지역은 노조가 있어 4시간 정도 분류작업을 합니다. 10시 반이면 분류작업을 끊어버리고 짐을 싣습니다. 다른 곳은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7~8시간 분류작업을 합니다.

 

오후 2~3시에 배송을 나가면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납니다. 오죽하면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겠습니까. 당연히 회사가 해야 하는 일인데 왜 노동자들이 떠맡아야 합니까? 회사가 분류작업을 해 놓으면 배송 일이 훨씬 덜 힘들고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사람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런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늘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16일 열린 택배업계와의 간담회 내용을 확정 발표했는데요. 택배업계는 추석 성수기 동안 허브 터미널(중간물류창고)과 서브 터미널(지역별 배달 거점)에 분류인력ㆍ차량배송 지원인력 등 일 평균 1만여 명을 투입하고, 심야 배송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대책을 밝혔습니다.

 

정부는 공기업인 우체국 택배의 인력도 늘리지 않고 있습니다. 추가인력이 투입돼도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평소에 과로로 죽었습니다. 명절 때 고생해서 돌아가셨나요? 물론 명절에 위험이 더 커지긴 합니다만 구조적 문제입니다. 택배 산업이 계속되는 한 분류작업을 계속하라는 게 택배 회사들의 입장입니다. 명절 때만 인력을 충원하라는 게 애초 취지가 아닙니다. 더 이상 공짜 노동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택배연대노조가 분류작업 거부를 유보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류작업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싸워야 할 문제입니다. 결코 폐기할 수 없는 요구입니다. 여론의 역풍을 의식할 수는 있는데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투쟁입니다. 명절 기간에만 해주면 문제가 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분류작업으로 노동시간이 길어지니까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결국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택배 자본은 떼돈을 벌고 있습니다. 택배 시장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2분기 영업이익은 8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은 여전히 갈아 넣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코로나19라는 재난 앞에서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물량이 늘어 돈을 좀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에 작은 만족을 느끼는 노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택배 노동자의 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대리점 체제가 크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대리점 소장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어갑니다. 노동자들 분노가 큽니다. 다단계 하청 구조에 대한 분노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노조가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택배 노동자는 미래 계획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희망이 없다는 것입니다. 몸이 아프면 일자리를 잃어 무일푼 신세가 됩니다. 산재보험은 거의 안 되고 고용보험도 안 됩니다. 이제야 고용보험 얘기가 나오고. 다른 직장은 아프면 조금 쉬었다 올 수 있잖아요. 여기는 돈 한 푼 못 받고 일자리 자체가 없어집니다.

 

제가 아는 분도 2주째 격리 중입니다. 코로나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건 10원도 없습니다. 1~2주 아프면 쉽게 안 자르겠지만 그 이상 아프면 회사와 대리점에서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켜 버립니다. 결국 노조할 권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도 노조할 권리를 얻어야 하고,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물량이 더 늘었고 비대면 배송을 많이 합니다. 고객들이 물건만 놓고 가라 합니다. 택배 노동자 스스로 많이 조심합니다. 그런데 이 상태로는 택배 노동자가 스스로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택배 노동자가 위험해지면 노동자 민중의 안전도 위험해집니다. 노동자 민중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214,000여 명 전체가 분류작업 거부에 들어가 물량이 너무 많이 밀리면 회사는 대체 차량까지 투입하면서 파업을 깨뜨리려 할 것입니다. 지지와 연대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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