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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노동자의 길을 비춰주는 잊힐 수 없는 기억,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도로공사 본사 점거투쟁 -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도명화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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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이용덕 조회 1,132회 2020-09-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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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편집자 주     1년 전인 201999일 한국 노동운동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투쟁이 있었습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김천 본사 점거입니다. 노동자들은 과감하게 공기업의 심장을 점거했습니다. 구사대와 경찰의 폭력을 뚫었고, 생필품마저 반입이 금지되는 악조건에서도 농성장을 지켰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911일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해산시키려다 노동자의 기세에 밀려 포기했습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역동적이고 헌신적인 투쟁으로 민주노조운동이 가야 할 길을 제시했습니다. 점거농성의 정신을 다시 떠올려보고, 톨게이트 투쟁의 정치적 의미를 되짚어보며, 이후 과제를 점검해봅니다.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도명화 지부장과의 인터뷰입니다.

 

 

1년 전이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과감한 투쟁이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본사 점거를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가장 치열하고 가장 간절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무조건 잘될 거라는 자신감으로 서울요금소 캐노피 고공농성과 청와대 노숙농성을 했습니다. 그 자신감으로 대법원 판결까지 끌어냈습니다.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잘 왔다는 대견함을 흠뻑 느끼기도 전에 우리는 또다시 김천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 받은 사람만 직접고용하겠다는 갈라치기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오죽했으면, 정말 오죽했으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계속 생각했습니다. 저는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종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 후 본사로 간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조합원들의 분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본사 안에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 과정을 찍은 동영상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만으로도 그 분노는 생생하게 저에게 전달됐습니다.

 

저는 캐노피에서 전화기로만 함께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화가 나고 흥분했지만 계속 입에서는 대단하다, 대단하다만을 되뇌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하고 멋지지 않습니까? 지도부인 제가 실망에 찬 조합원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 조합원들은 행동으로 바로 실천했습니다. 그 모습에 감동했고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승리만 보고 가고 있구나,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구나 생각하며 제발 다치지만 말고 잘 버티고 잘 싸우기를 빌었습니다.

 

톨게이트 투쟁은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펼쳐진 가장 치열했던 투쟁으로 손꼽힙니다. 이 투쟁의 정치적 의미를 다시 돌아본다면.

 

저희는 노동조합도 처음이고 투쟁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랬던 사람들이 정부와 도로공사에 맞서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했습니다. 그런 투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게 이 정부의 본질을 말해준다고 봅니다.

 

우리는 최저임금에 시달렸고 1년마다 잘려나가야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소위 밑바닥 노동자였습니다. 정부는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정부는 가짜 정규직화 정책과 말과 행동이 다른 노동존중으로 우리를 기만했습니다. 우리에게 힘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여줬습니다. 밑바닥 노동자의 힘을, 단결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힘을.

 

처음에는 촛불투쟁으로 등장했다는 정부가 무척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기대했는데 정말 가만히 있는 정부를 보면서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투쟁을 거친 후 이제는 정부에게 어떠한 기대감도 없습니다. 노동자의 현실은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으로만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바꿔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해고되면서 눈이 뜨였습니다.

 

양보와 희생만이 살길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더 참고 더 인내하면서 살았던 지난날이 이제는 후회됩니다. 바뀌지 않는 자본과 정부를 탓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싸워야 합니다. 그 심정으로 싸웠고 앞으로도 싸울 것입니다.

 

지난 투쟁의 성과를 요약해 주십시오. 조합원들에게 무엇이 남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생각도 얘기해 주십시오.

 

진정한 성과는 정규직화 자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아주 좁은 테두리 안에서만 존재했다면 지금은 주위를 둘러볼 줄 알고 사회에 관심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많은 조합원이 실천하는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함께 싸울 수 있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지치지 않고 그렇게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코 연대의 힘이라고 한결같이 말을 합니다. 전국에 있는 많은 동지들의 연대를 보면서 우리 조합원들은 무한한 감동과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단순하게 물질적으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연대집회를 해주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진지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노동자의 힘을 직접 보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톨게이트 투쟁은 갈수록 약해져 가는 연대투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자부심도 큽니다. 같이 싸우다가 을지로위원회 쓰레기 중재안을 받고 배신의 길을 걸어간 한국노총을 보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주노총의 역할, 지도부의 역할. 투쟁하는 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그 전에 싸우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싸울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톨게이트처럼 더 가난하고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달려가고 그들의 투쟁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조합원으로 남고 싶습니다.

 

지난 투쟁을 돌아봤을 때 가장 아쉬운 점은.

 

아쉬운 건 많습니다. 가장 아쉽고 후회되는 시점은 12월입니다. 내용도 없는 교섭에 끌려가면서 투쟁은 약화되고 조합원들 사이에 불신과 불만이 쌓였던 시점입니다. 교섭에 결과가 없었는데 조합원들은 더 많이 기대하고 그러다 더 실망하면서 하나둘 집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기존보다 적어졌다는 의미이지 다들 돌아갔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서 남은 사람들과 투쟁계획을 세우다 보면 혹시나 그들도 떠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제대로 된 계획도 세우지 못했습니다. 저 또한 흔들렸고 저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소속 4개 조직이 함께 싸우다 보니 여기저기 말들도 많이 떠돌고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서로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토론을 하고 싶어도 김천 본사와 광화문 농성장, 점거농성을 했던 민주당 지역구 각 국회의원실 등으로 거점이 나뉘어 있다 보니 토론도 쉽지 않았고 한마음을 끌어내기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결국 교섭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점, 교섭 결과는 오직 투쟁의 힘에 달려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힘들수록 조합원들과 민주적으로 충분히 토론해서 투쟁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투쟁 전체를 놓고 보면 승부처였던 9월에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이 성사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물론 연대파업은 쉽지 않았을 수는 있는데, 그것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정부를 압박할 만한 더 강력한 힘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도로공사가 코로나19를 핑계로 현장 복귀를 미루는 바람에 5월에야 정규직으로 현장에 들어갔습니다. 현장 복귀 후 과제는 무엇입니까?

 

투쟁할 때보다 화가 더 많아진 느낌입니다. 감정적으로 추스르기가 힘들 때가 많습니다. 힘든 투쟁을 하고 들어왔지만 아직까지 우리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그런 시선이야 이미 각오하고 들어갔지만, 우리를 정규직과 똑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화를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도로공사는 현장지원직이라는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우리를 차별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주고 여러 복지 지급에서도 교묘하게 우리를 빼버렸습니다. 제대로 된 직무가 없다 보니 임시방편으로 이 일 저 일 막 시킵니다.

 

막 시켜서 하면 우리 일이 되고 안 한다고 버티면 또 없애버립니다. 기준도 없고 일관성도 없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업무는 졸음쉼터 청소, 잡초 뽑기가 아니라 수납업무이지만 사실상 지금은 그와 관련 투쟁을 배치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은 적응하면서 현장에서 하나하나 바꿔나가야 하고 장기적으로 직무와 임금에 대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나마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잘 싸우고 잘 버티고 있지만 투쟁할 때와는 달리 전국 각 지사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과의 소통은 더 어렵고 해결 방향을 잡기도 힘이 듭니다. 저를 비롯한 지도부의 역량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더 많이 만나고 얘기하는 게 가장 좋지만 전임자도 없고 다 흩어져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논의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건 흩어지면 안 된다는 것, 단결해서 같이 잘 뭉쳐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현장에서 차별과 탄압을 없애고, 궁극적으로 자회사를 철폐해야 합니다. 나아가 전체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톨게이트 노동자들 혼자만의 힘으론 불가능합니다. 전체 민주노조운동과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작년 점거 농성을 비롯한 수많은 투쟁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계급적 연대정신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투쟁을 준비하겠습니다.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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