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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지부에서 폭로된 노사 술자리: 철저히 단죄하며 민주노조 재건 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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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6,612회 2018-04-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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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술. 지난 30여년 민주노조운동은 이른바 노란 술을 금지해 왔다. 자본이 사주는 술, 다시 말해 자본이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투쟁을 훼손할 목적으로 노조간부에게 제공하는 향응, 특혜, 만남을 일컫는 말이다. 현대차지부에서도 다른 노조들처럼 규율, 행동강령 등으로 자본과의 접촉과 거래를 금지하고 세상과 현장을 바꾸는 투쟁을 한다고 결의한다. 

 

하지만 민주노조 간판을 달고 있는 곳에서조차 노조관료와 자본의 거래와 담합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최근 현대차지부에서 충격적 사건이 폭로됐다.

 

가감 없이 밝힙니다

 

411, 이번 7대 집행부에서 중도사퇴한 조직1부장과 여성실장이 2018년 단체교섭 요구안 확정으로 한 해 투쟁을 시작하는 임시대의원대회장에 양심선언 대자보를 부착했다.

 

지난 12대 대표 및 대의원선거 2차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8일 저녁 KBS방송국 앞 한우전문점 안압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수석부지부장과 조직실 전원, 그리고 ㅁㅎ팀장(당시 여성실 소속)이 사측 노사협력팀과 술자리를 가셨습니다. 회의에서 문제제기를 하였으나 따로 면담까지 하면서 상견례를 강행했던 것입니다.” “간부행동강령, 상집 다짐서를 전면으로 위반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업무시간에 노름을 하며 묵인 방조해서는 노동조합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부수석과 조직실이 노사협력팀과 술잔을 부딪칠 때 현대차 자본은 희망퇴직 명단을 작성하고, 품질을 빌미로 현장 노동자들에게 징계명령서를 내리꽂고 있었다. 2018년 투쟁을 시작하는 자리에 충격적인 노사술판사태가 폭로되며 현대차지부 활동가들과 5만 명이 넘는 조합원들 앞에 민주노조 어떡하나라는 깊은 물음이 던져졌다.

 

쏟아진 입장들

 

임시대대 시작과 함께 곧바로 하부영 지부장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수석지부장은 대대에서 이렇게 신상발언을 했다. “술판을 벌인 적 없다. 상견례였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현장은 더욱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1차 이상은 안 된다는 하부영 지부장의 말도 안 되는 감싸기 발언에 현장은 또 뒤집어졌다.

 

현장조직들은 충격적 노사유착 사태에 저마다 입장을 냈다. 공동대자보를 발행한 4개 현장조직(‘민주현장’, ‘소통과연대’, ‘전혁투’, ‘현장노동자’)진상조사위를 발동해 진실을 밝히라고 주장했다. ‘금속연대진상을 규명하고, “당사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 “해임조치를 내려 집행부의 기강을 바로 세워줄 것을 촉구했다. ‘새빛임원선거에서 간부혁신을 외쳤던 하부영 집행부는 조합원 앞에 석고대죄하라상집간부들을 관리 못하는 것이라면 총사퇴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집행조직인 금속민투위집행조직으로 사과”, “조합원 눈높이 맞춰 철저히 진상규명하라고 했다. ‘참소리지부장님,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밖으로만 나도셨나요?”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임투 돌입, 언제까지 자중지란에만 빠져 있을 것인가?”했다.

 

대다수 현장조직 입장과 달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파고들어 바로잡으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동행동노사합동 술자리, 반성은커녕 되레 술자리 조장하는가. 이럴 거면 총사퇴하라는 제목 하에 노사가 단합의 장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다”, “일벌백계를 시작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 민주성을 바로 세우고 노사담합과 협조적 노사관계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씨일가의 천박한 노무관리와 향응을 제공한 사측의 더러운 수작을 응징하고 “2018년 임투를 위해서라도 명확하게 진영을 재정비하자고 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공동행동대자보가 가장 정확하게, 확실하게 말했다고 반응했다.

 

17, 현장위원 수련회장에서 하부영 지부장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얘기하자, 곧바로 현장위원 상당수가 소리를 질렀다. “당장 내려 보내라!”

 

현장

 

현장은 분노로 가득 찼다. “말은 기똥차게 투쟁이지, 이건 절대 용납 못한다. 어디서 회사랑 술 처묵고 댕기노”, “죽이야지. 다 뽀록났는데 뭔 조사노. 빨리 짤라라”, “조합원이 5만이 넘는데 안 바빠? 회사랑 밥 먹고 화투칠 시간에 조합원이나 만나라.”

 

수석이 대자보를 낸 간부와 발행기명을 해준 대의원을 명예훼손 걸려다 말았다는 소식엔 미친 놈, 죽일 놈욕설이 빗발쳤고 “(명예훼손고소) 안 하기로 했어도 다 까발려라하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터질 게 터졌다고 말한다. “평소에 얼마나 뒷거래를 했으면, 대의원 뽑는데 대놓고 처묵냐”, “대자보만 입바른 소리하면 뭐하냐. 지들도(현장조직, 노조간부) 캥기고 똑같으니 까발려질까 가만있다”, “사업부위원회도 노사협의하고 상견례랍시고 술 마신다더라”, “또 귀족노조가 저렇다고 욕 태바가지로 먹을 테고, 집행부 저 모양이고, 올해 싸움 망했다”, “안 그래도 회사가 현장 들쑤시고 이제 더 막 나갈 낀데 누가 나서노.” 현장의 진단은 현대차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노사유착에 대해 대놓고 다른 말을 하는 현장간부도 있다. “아니, 우리 공장도 상견례하고 밥 먹는 게 관례인데. 밥 먹는다고 밥만 먹나.” “상견례 정도는 이해해줘야 한다. 우린 10년 넘게 그래 왔다.”

 

하지만 분노한 현장의 목소리와 궤를 같이 하는 현장간부들이 있다. “상견례는 회의실에서 하고 끝이다.” “우리 공장은 회사랑 커피도 한 잔 안 마신다.” “경영승계니 지엠발 구조조정이니 안 그래도 할 게 많다. 빨리 단호하게 징계하고 올해 싸움하자.”

 

다른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

 

울산에서 이제 막 민주노조를 시작한 노동자들은 우린 처음에 회사가 교섭장에서 주는 생수를 마셔, 말아, 고민했는데”, “선배 되면 저렇게 되나. 우린 절대 저러지 말자. 우린 회사가 몰래 추진하는 회식을 노조가 어떻게 통제할지 토론하는데.”

 

다른 지역의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도 말했다. “현대차 위치가 있는데, 이렇게 썩었나. 노조가 하지 말아야 할 걸 한 거다. 사퇴하고 징계 받아야 한다.” “이참에 현대차지부가 내부적으로 곪은 걸 도려내고 제대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부품사도 회사랑 끝까지 안 싸우고 조합주의적으로 활동하는 건 별반 차이가 없긴 하다. 우리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지역엔 간부행동강령 같은 게 없는데 이런 것도 빨리 만들어서 절대 이런 일이 안 생기게 해야겠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저임금의 주범이라고 세뇌당하면서도 정작 자기 회사에 노조가 있길 희망하는 한 미조직 노동자는 이런 말을 했다. “노조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거잖아. 거기 간부가 대표단이잖아. 회사가 나빠서 하는 건데 노조 대표단이 회사가 주는 거 먹으면 힘없는 노동자 편은 누가 들어줘?” “근데, 민주노총은 회사 노조랑 다른 거 아냐?”

 

아래로부터 민주노조 재건

 

현장은 금세 말문을 닫았다. 이미 노조관료주의, 조합주의, 개량주의가 계급적 전진을 가로막고 똬리를 튼 만큼 현장의 수동성과 침묵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의 말문을 트고 아래로부터 비판과 노력으로 썩은 부위를 도려내 민주노조를 재건할 세력과 활동가가 소수이기 때문이다. 자본이 노사합의운운하며 각종 현안에 대한 징계, 감시사찰, 찌라시 유포, 신차 강제투입 등 현장탄압을 곳곳에서 자행하기 때문이다.

 

현장 활동가들은 흔히 우리 조합원들은 현장현안 문제만 관심 있다고 말하지만, 다가가서 말을 꺼내면 현장은 내내 그랬는데 되겠냐며 이미 만연한 노사협조주의 풍토가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우려를 꺼낸다. 하지만 현장은 제대로 현장의 비판과 분노를 모아주길 바라고 있다. “이참에 확실히 좀 해봐라. 회사랑 절대 안 만나게, 교섭안 갖고 뭐든 주고받지 못하게 쫌 해라.” 사업부별 현안조차 노사협조적 작풍을 뒤집으며 자본에 대한 분노를 모으지 않고선 현장요구를 관철할 수 없지 않나.

 

누가 응답할 것인가? 소수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며 노사협조주의 전반을 돌아보고 끊어내려 분투하는 노동자 투사들의 몫이다. 아무리 자본의 노조탄압이 강력하다 해도 30여년 민주노조에서 단련된 평조합원들이 있다. 사라진 현장토론을 아래로부터 되살리며, 각 현장별 투쟁사안과 연결해 작더라도 의미 있는 현장행동을 만들어가자. 현장이 민주노조 살아있네라는 자신감을 갖고, 정권과 자본의 집중포화에 떠밀리지 않게 싸울 수 있도록 활동가들이 책임 있게 자주성, 전투성, 민주성을 복원하자.

 

그런 힘이 커질수록 노사협조주의는 물론 말로만의 사회적 책임, 노사정위원회처럼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양보를 거부한 계급적 단결투쟁이 가능할 것이다. 자본과 노조관료가 현장 무서운 줄 알도록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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