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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 피할 수 없는 질문 - “해고자를 쫓아내겠다는 노조가 민주노조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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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607회 2018-04-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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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의 대의와 원칙 따라 해고자 배제결정은 폐기돼야 한다.

 

집행부 비리 비판이 해고자 배제의 이유라니!

 

316일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대의원대회에서 해고자들에 대한 신분보장기금 지급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고 천막농성을 중단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5년째 피눈물 나는 해고생활을 하고 있는 노동자 두 명의 생계비를 사실상 끊겠다는 결정이다. 정말 외로운 천막농성이지만, 7개월을 버텼고 이제야 조금씩 길이 보이기 때문에 계속 하게 해 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무참히 꺾은 결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실상 해고자들에게 짐 싸고 집에 가라는 의미다.

 

이 결정이 알려진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해고자 생계비 끊는 노조, 천막농성도 중단하라는 노조, 그래서 사실상 해고자를 쫓아내겠다는 노조가 민주노조입니까?”라는 질문이었다. 그 어떤 노조도 완벽한 노조는 없으며, 실수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 노조는 없다. 그래서 이 결정 하나만으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를 민주노조가 아니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결정의 맥락을 보면, 그리고 그 이후 집행부와 대의원들의 태도를 보면 과연 민주노조가 맞는지 심각하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대의원들은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는 근거로 조합원들의 정서를 얘기한다. 작년 집행부의 비리가 폭로된 후 해고자들이 집행부 총사퇴 주장을 했고, 이른바 소수파와 비슷한 행보를 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해고자들에 대한 비판적 정서를 갖게 됐다고 얘기한다. 해고자들이 천막을 철거하지 않으면 427일 대의원대회에서 지난 결정의 폐기는 없을 것이고, 신분보장기금은 물론 천막농성 재정지원까지 실제로 끊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말이지 무책임한 책임전가다. 민중연합당 당원이었던 전 지회장이 원청 관리자와 수차례 몰래 만난 일, 원청과의 핫라인 등 많은 비리가 작년에 폭로됐다. 그것만으로도 노동조합의 단결은 이미 깨졌다. 그래서 해고자들은 집행부 총사퇴와 전면적인 혁신을 요구해야 했다. 민주노조를 살리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해고자 생계비 끊는 안건을 발의한 대의원들은 “2017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 해고자들의 집행부 총사퇴 주장 등이 노동조합 분열을 일으켰다는 어처구니없는 비난을 쏟아낸다. 심지어 해고자들을 분열의 씨앗이라고 한다. 그럼 그런 일에 침묵하는 게 진정한 단결인가?

 

이 결정의 폐기 여부는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결정은 자본에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을 민주노조에서도 잘라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민주노조라면 이 치명적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만약 이 결정이 폐기되지 못한다면 비정규직운동과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정당성이 아주 심각하게 파괴될 것이다. 아무리 민주노조운동이 후퇴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대놓고 파괴하는 일을 용인해야 하는가?

 

문제의 본질은 관료적 통제와 억압

 

민주노조운동의 관료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많은 노조에서 이 질병이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해고자 배제결정은 이 관료화의 극단적 결과다.

 

2012년에 결성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013년 피나는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지켜야 했다. 민주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대제철에 맞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투쟁했고, 두 해고자도 민주노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해고됐다. 민주노조라는 단결의 구심은 만들어졌지만 현대제철은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번번이 뭉갰다. 폭넓은 조직화와 함께 단호한 투쟁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전의 집행부는 단호한 투쟁을 회피했다. 43교대 전환과정에서의 임금 손실은 대표적인 일이다. 작년엔 집행부의 비리사태가 터졌고, 여러 간부가 금속노조에서 제명당했다. 전 지회장은 정권2년의 징계를 받았다.

 

관료적 통제는 해고자들의 정치활동에 시비 거는 것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한 전직 간부는 지회 밴드에 해고자들이 지회 신분보장기금을 받아가면서 노건투(정치단체) 중심으로 활동했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해고자들은 정치활동을 이유로 지회활동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게다가 민중당원들은 정치활동을 안했는가? 지난 대선 때 김선동 후보 지지활동을 비롯해 많은 정치활동을 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민중당원들의 회식비를 지회사업비로 납부해 감사지적을 받고 환입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해고자들의 정치활동만 문제 삼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렇듯 해고자의 생계비를 끊는 결정의 배경은 비판세력에 대한 관료적 통제와 억압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위기에 빠진 자본가들의 공세는 노동조합에게 납작 엎드릴 것인가 아니면 대담하게 전진할 것인가를 묻는다. 민주노조가 전진하려면, 허울뿐인 개량을 넘어 노동자들의 삶을 실제로 바꾸려면, 자본과 정부와의 대결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정면대결을 회피하고 노사협조주의를 선택하는 세력은 투쟁을 호소하고 조직하는 세력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

 

민중당에게 묻는다

 

지난 대대 결정이 알려진 후 현장에서도 대체 자본이나 원할 결정을 왜 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세 명의 해고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민주노총 충남본부, 금속노조 충남지부 등 상급단체와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선전물을 내고 해고자 배제결정 폐기를 위한 현장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아직 이 문제를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조합원들이 일련의 실망스런 일 때문에 지회에 거리를 두고 있고 자신들이 개입해야 하는 문제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지회는 침체돼 있고, 이 침체의 책임이 모두 집행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이는 현장을 일으켜 세우지 못한 노조 간부들, 현장 활동가들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집행부가 취하는 태도와 입장이 옳은 것은 결코 아니다. 다수 간부와 조합원들이 민주노조 원칙보다 노조 회의체계 결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민주노조 원칙을 주장해봐야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지도부의 임무를 망각하고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일일 뿐이다. 해고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계속 호소하고 있지만 집행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잘못된 결정을 폐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결정이 밖으로 알려지자 수많은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심지어 민중당 내에도 잘못된 결정을 폐기하라고 주장하는 동지가 있다. 하지만 민중당, 그리고 민중당 충남도당은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부는 대의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노조를 운영하는 게 민주노조라면서 다수파의 관료적 통제와 억압에 면죄부를 준다.

 

민중당의 입장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안건을 발의한 민중당원이 해고자들의 정치활동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작년 비리와 유착사태와 관련해 민중당원인 전 지회장의 책임이 분명한데도, 거꾸로 이를 비판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중당의 올바른 태도가 이 문제를 올바르게 푸는 중요한 열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묻는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민중당은 비정규직 해고자를 사실상 지워버리는 결정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런 안건을 제출한 당원에 대한 태도는 무엇인가?

 

민주노조의 정체성이 달린 문제 - 해고자 배제결정 폐기를 위해 힘을 모으자

 

지금 지회의 신분보장 적립기금만 정기대대 자료기준으로 7,400만여 원이 되고, 올해 예산만 34,000만 원이 넘는다. 돈이 부족해서 이런 결정을 밀어붙인 게 아니다. 만약 기금이 부족하다면 더 모을 방안을 마련하고, 그렇게 했는데도 기금이 부족하면 당연히 해고자들도 신분보장기금 조정에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해고자들과의 논의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을 밀어붙인 이유는 지회 신분보장기금 세칙을 개정한다는 미명하에 해고자들을 찍어 누르기 위해서다.

 

아무리 민주노조운동이 후퇴했다고 하지만 해고자들의 생계비를 끊는 일까지 막을 수 없단 말인가? 자본의 비인간적인 탄압에 맞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방어하기는커녕 해고자들의 활동을 가로막고 해고자들을 사실상 내팽개치는 민주노조가 과연 민주노조인가? 이런 일이 용인되는 민주노조운동이 어떻게 수백만 가난한 노동자들, 미조직 노동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가?

 

민주노조운동의 대의와 원칙을 부정하는 이 결정이 폐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어용노조로 굴러 떨어지지 않고 진정한 민주노조로 바로 설 수 있도록. 그래서 비정규직운동의 강철 심장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 민주노조운동이 자신의 실수와 오류를 극복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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