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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누군가 대신해 줄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서진ENG 노동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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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주현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서진ENG 조합원 조회 5,094회 2020-08-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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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현대중공업 자본은 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 서진ENG824일부로 폐업했다. 하루아침에 60여 노동자들과 가족의 생존권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서진ENG 노동자 30명은 자신이 일하던 작업장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건설기계 자본은 823일 폐업시한 이전에 사내에서 자진퇴거하지 않으면 사내시설 무단점유에 대해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협박하고 있다24일 오전에는 현대중공업 경비대가 서진 노동자들을 조선소 밖으로 끌어내려고 폭력을 휘둘러 한 조합원이 병원에 입원했다. 오후 5시부터는 현대중공업 본관 앞에서 원하청 노동자들이 퇴근투쟁을 전개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서진ENG 변주현 조합원이 선동한 발언 전문을 보내왔다. 서진ENG 동지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발언 전문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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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투쟁 현장에서 발언하는 서진ENG 변주현 동지

 

 

퇴근하시는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 여러분! 무더운 날씨에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저희는 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입니다.

 

회사의 일방적인 폐업통보 후 중공업 정문 앞에 천막농성을 시작한지도 한 달이 다돼갑니다. 휴가까지 반납해가면서 천막을 지키며 투쟁하고 우리의 입장을 사측에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현대중공업 자본은 저희 서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824일부로 저희 서진 노동자들은 더 이상 이 현대중공업 사내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21일 금요일부터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 남아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돌아갈 가정이 있는 저희 동료들은 잠시 가정을 뒤로한 채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 남아 주어진 남은 시간 열심히 투쟁하고 있습니다.

 

821일 위장폐업과 불법파견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건설장비 본관에 찾아갔습니다. 소식을 들었는지 전무라는 사람이 나와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저희 직원이 아니라 저희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 전무분 얼굴 똑똑히 기억합니다! 매달 현장 점검을 위해 회사 관리자들과 중역들이 현장을 돌 때 항상 제 일하는 자리에 와서 고생 많다며 어깨 두드려주고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하라던 분이십니다. 본인 회사 직원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매번 저희 작업현장을 점검하고 그런 말을 하셨는지 의문입니다.

 

바쁠 땐 격려해 가며 다독여서 노동을 착취해 내고, 일감이 줄었다는 이유로 60명이나 되는 직원을 일방적으로 해고, 폐업통보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그것보다 더 분통이 터지는 사실은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원청 노동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며 저희 서진 노동자들이 근무하던 현장으로 이직할 것을 제안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입니다. 불법파견으로 노동부 고발을 당하고 소송까지 앞둔 지금 보란 듯이 저희 서진 노동자들을 엿 먹이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가 폐업을 통보한 뒤 우리를 쫓아 내고 불법파견 증거를 인멸할 것을 우려해 저희 서진 노동자들은 오늘 현장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역시나 현장 곳곳에 저희가 확보해두었던 불법파견 증거들을 없애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동료는 산업보안팀의 무력 진압에 무참히 쓰러져 짓밟혔습니다. 그 동료는 지금 구급차에 실려가 시티병원에 입원한 상태입니다.

 

현대중공업 산업보안팀이 도대체 왜 현대건설기계 현장에서 난장을 부리는 것입니까? 이것이 명백한 현대중공업의 개입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본인들 스스로 서진 투쟁의 화살을 현대중공업 자본으로 향하게 하고 있는 아주 고마운 행동들입니다!

 

그리고 현대건설기계 정규직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어 저희 서진 노동자들이 일하던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등 회사는 여전히 저희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장은 누군가의 땜빵으로 돌아가겠지만, 저희 서진 노동자들의 투쟁을 향한 심장은 더욱더 뜨겁게 불타오를 것입니다. 힘없는 하청 노동자라고 무시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많은 걸 빼앗김에도 참아왔지만, 생존이 걸린 일터를 빼앗긴 지금 더 이상 그 분노를 참지 않을 것입니다.

 

퇴근하시는 사내하청 여러분, 체불된 임금은 다들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월급도 안 들어오는 상황에서 무엇을 믿고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출근해 열심히 일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물량팀 하청 노동자들은 4대 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아 임금체불로 생계비가 없어서 대출을 받으려 해도 대출 자체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게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 대부분의 현실입니다.

 

목숨을 걸고 일하는 현장에서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겠습니까? 까딱 실수라도 하는 순간 중대재해 또는 사망사고에 노출돼 있는 하청 노동자들은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해 땀흘려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묵묵히 일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됩니까? 바뀌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더욱더 저희 하청 노동자들을 궁지로 몰고 임금삭감과 체불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몇 달 전 임금삭감 소식 때 모여서 함께 경적 시위하던 분들 다들 어디 가셨습니까? 그때 잠시나마 임금삭감 막지 않았습니까? 임금이 100% 체불이 돼 언제 월급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왜 행동하지 않는 것입니까? 누군가 대신해 줄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 자신의 일입니다!

 

저희 서진 노동자 조합원 30명의 목소리에 거대한 현대중공업 자본이 우리를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며 수십 수백억의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저희를 쳐내려고 하는 이 상황, 정말 보이지 않습니까? 외면하지 마십시오. 노동자는 하나입니다! 현대중공업 내 모든 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한목소리 낼 때 비로소 저희가 원하는 상식이 통하는 일터,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저희 서진 노동자들 투쟁 이제 시작입니다! 함께해 주십시오! 힘내라 응원해주십시오! 주변에 알려주십시오! 전국의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 낼 수 있을 때까지 저희 서진 노동자들 그 앞길에 어떠한 장애물이 있어도 함께 헤쳐 나갈 것입니다!


큰 목소리로 함께 외쳐보겠습니다! 하청 노동자 하나 되어 비정규직 철폐하자! 노동자는 하나다! 하나 되어 승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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