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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사 파업에 반대한다 - 그러나 정부의 소심한 의료정책에 희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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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855회 2020-08-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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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의료 문제가 사회 전면에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87일 전공의 파업에 이어, 814일 의사 파업이 진행된다. 이들의 요구의 핵심은 의사 인력 확대 시도 중단이다. “무분별한 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비의 폭증,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게 명분이다. 노동자, 민중의 기본권 중 하나인 의료복지의 관점에서 이번 의사 파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의사 인력 충원, 의료복지를 저해할까?

 

정부는 2022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1년 평균 400명씩 늘려, 10년 동안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06년 이후 의협 등의 반대로 의사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증원이다.

 

이런 의사 인력 증가는 불필요한 것일까? 2018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0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8명의 65% 수준이다. 파업을 주도하는 의사협회는 급격한 저출생으로 1,000명당 의사 수가 앞으로 크게 늘어난다는 전망을 제시하지만, 마찬가지로 급격한 노령화와 평균수명 증가에 따른 의료 수요의 증가를 감안하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지역별 의료격차에 따른 의료 소외지역들을 검토하면 의사 인력 증가는 더욱 절실하다. 의사 인력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의사 수가 너무나 부족하다. 지역별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경북 1.4, 울산 1.5, 충남 1.5명 등으로 서울 3.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 결과 의료서비스 이용률을 보면 2017년 기준 서울은 93%지만 경북은 23% 수준이다.

 

이런 격차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신천지 관련 집단감염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던 지난 2~3월에 지역 병상과 의료인력이 부족해 상황에 대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다른 지역에서 의료인력을 임시로 수혈해야만 했다.

 

여기에는 지방 시·도 소재 의대에서 졸업한 의사가 해당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 비율은 울산 7.0%, 경북 10.1%, 충남 16.6% 등에 불과하다. 지방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의 대부분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4,000명의 증원된 의사 인력 중 3,000명을 지역 의사로 선발해 10년간 지역에 복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학별 의대 정원의 약 10%를 이렇게 추가로 배정하고, 전액 장학금을 준 뒤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조치는 마땅히 환영할 만하다. 이에 대한 의사협회의 반발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그런 조치만으로는 의료복지 확대와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결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 과정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기간은 5년 전후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의 대부분은 이후 수도권으로 떠날 것이므로 지역의 소외된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형편없이 부족한 조치인 것이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비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사활적인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감염병 대비 측면에서도 이번 정부의 조치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것이다. 증원된 4,000명의 의사 인력 중 나머지 1,000명이 신설된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된다. 이 중 50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분야 인력으로, 나머지 500명은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으로 충원해 의과학자로 육성한다.

 

의료복지 차원에서 공공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채, 이윤 논리에 따른 민간 중심으로 의료가 작동하면서 진료 분야별 인력 불균등성이 대단히 심각하다. 가령 전문의 10만 명 중 감염내과는 277, 소아외과는 50명 정도라고 한다(202085일 연합뉴스 보도). 여기서 감염내과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다루는 분야인데, 정말이지 턱없이 부족하다.

 

사스에서 신종플루까지 7, 신종플루에서 메르스까지 6, 메르스에서 코로나19까지 5년이 걸렸는데, 그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미 사스,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감염내과 분야 및 의료과학 분야에 대한 사회적 투자와 인력 양성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등장했음에도, 가장 기본적인 전문의 인력은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병원자본의 입장에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훨씬 덜 중요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도, 감염내과 전문의는 바닥 수준이었다. 그 점에서 공공의대를 신설해 감염내과나 소아외과 등 이른바 비인기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절실하다. 병원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라는 기준에 근거하면 말이다.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자본주의적이다

 

의사들의 수를 계속 제한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밥그릇을 챙기려는 다수 의사의 항의는 결코 지지할 수 없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진정한 비판은 그것이 여전히 자본주의 의료산업의 테두리에 갇혀 있다는 데 맞춰져야 한다. 공공의료를 전면화하는 대신, 여전히 민간의료 중심으로 자본주의적 테두리 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소나 지역 공공병원 등 공공보건의료 비중은 OECD 평균 73%에 비해서도 아주 낮은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의 공공의료 비중은 병상수 기준으로 영국 100%, 캐나다 99.1%, 호주 69.2%, 프랑스 62.3%, 독일 40.4% 등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낮은 수준이며, 민간의료가 발달한 미국의 24.9%와 일본 26.3%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10% 전후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나, 지방의 의료 취약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나 공공병원과 같은 공공의료시스템은 필수적이다.

 

사회적 필요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민간의료기관은 질병 예방보다는 사후 치료를 통한 수익 창출에 집중한다. 이윤이 목표이면, 오히려 질병이 늘어나는 게 시장이 창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방은 그런 시장을 좁힐 뿐이다. 이것은 의료복지 악화는 물론, 사회가 지불해야 할 의료 총비용을 늘리는 이유가 된다. 민간병원산업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예방하고 차단하는 데 투자할 이유도 없다. 실제로 민간병원은 수익성이 없는 격리병실이나 음압병실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공공의대를 설립해 역학조사관이나 감염내과 전문의를 양성하더라도, 이들이 취업할 병원이 없어 문제가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그 점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되지 않는다. 공공병원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의료시스템을 공공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실효적 정책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병원 대자본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점차 변방으로 밀려나는 개인병원들을 적절한 방식으로 공공의료체계에 통합해 사회화하려는 프로그램은 없다. 폐원된 진주의료원과 같은 지방 공공의료원을 대규모로 부활,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없다. 재벌 법인세나 대형 사립병원 특별세 등을 통해 사회적 재원을 만들어, 이런 공공병원들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아예 생각조차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은 민간병원산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원격진료 확대 정책은 삼성처럼 IT 기반과 의료를 연결해 새로운 독점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대자본들에게 새로운 먹잇감을 던져주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것이다. ‘데이터산업활성화전략에 정부가 포함시키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규제 완화도 그동안 민간보험사가 겨냥해왔던 헬스케어서비스 진출을 열어주는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케어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늘려왔는데, 그 대부분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노동자, 민중의 부담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내년도 건강보험료만 해도 3.49% 정도의 높은 인상이 예고돼 있다. 지방의 부족한 의료서비스도 지방 의료보험 수가를 인상해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이윤 중심의 민간병원들의 구미를 충족시켜 지방 의료복지의 틈을 메우겠다는 아주 얕은 술책일 뿐이다.

 

자본주의 테두리를 과감히 넘어서야!

 

의료를 병원자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병원을 의료에 맞춰야 한다. 병원자본의 논리를 거부하고, 공공의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민간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런 공공적인 조치를 거부하고, 이윤의 논리에 영합해 의료자본 중심의 구조 안에서 의료복지에 접근하는 순간 기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선한 의도로 접근하는 의사 인력 증원이나 공공의대 설립 등의 조치들도 이런 급진적 조치와 결합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은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병원산업이 대자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촉진하고, 민간 중소병원들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그렇다고 공공의료 대신 중소병원의 이익 중심으로 접근하는 의사협회의 파업이 정의로운 건 아니다. 파업의 요구 중 하나인 원격의료 반대는 물론 정당하다. 하지만 원격진료 확대에 따라 병원 대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됨으로써 중소병원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것에 대한 반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의사들의 보람 있는 사회적 공공노동의 가치를 되살리는 방법은 공공의료를 지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당한 사회적 보수를 받으면서, 사회적 존경을 끌어내고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온전하게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의 공공화를 바탕으로 교육제도 전반의 전면적인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모든 의대를 국유화해서 운영하고 전액 국가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대신 그렇게 사회가 투자한 대가로 모든 의사들이 공공의료기관에서 노동에 따른 정당한 보수를 받으면서 공무원의 자격으로 사회를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실현하는 진짜 의사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탐욕스러운 출세욕이나 높은 보수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진정 생명을 지키는 의사가 돼 인간과 사회에 기여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예방 중심의 의료체계로의 전환, 예방의학과 의과학의 발전에 따른 사회적 의료비용의 절감, 평등한 의료복지 제공, 무상 의료 등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본의 논리를 과감히 뛰어넘는 급진적 전망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코로나19 재난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산업 노동자들, 공공의료를 내걸고 투쟁하는 의료산업 노동자들이야말로 이런 정책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주인공들이다. 왜냐하면 공공의료의 전진을 통해서 이 노동자들은 의료자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안정된 일자리와 함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사회를 위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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