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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만 앞세워서 민주노총이 고립됐다고? - 서평 <애도하지 마라 조직하라>(김창우 저, 회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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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로 조회 530회 2020-08-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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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 다시 걷어찬 민주노총 고용위기 대응 난망”(2020723일자 한겨레), “‘대화파김명환 위원장 결국 사퇴 민주노총 강경파더 득세하나”(2020724일자 한국경제), “코로나 고용위기에 민주노총은 무얼 했나”(202081일자 한겨레21)

 

민주노총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들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언론의 공격이 끊이질 않는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코로나19와 함께 경제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정치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오직 투쟁만 외친다며 비난이 쏟아진다. 이때다 싶어 자본과 정권도 입버릇처럼 민주노총이 과격하게 투쟁만 외치고 대화를 거부했기에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거라고 공격한다.

 

거의 세뇌하는 것처럼 이런 비난이 쏟아지다 보니, 계속 듣고 있으면 정말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이게 사실인가? 민주노총은 정말 역사적으로 과격한 투쟁의 길만을 걸어왔기에 고립된 걸까? <애도하지 마라 조직하라>의 저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민주노총은 애초에 변혁적이고 투쟁적인 기치를 내걸고 투쟁해오지 않았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대정부 협상을 중시하며 온건적이고 타협적인 사회개혁노선을 내세워 왔다는 거다.

 

역사에 남겨진 민주노총의 행적은 저자의 진단이 옳음을 입증한다. 과거 민주노총은 김영삼 정권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김대중 정권의 노사정위원회에 이르기까지 투쟁보다 협상으로 문제를 풀고자 했다. 그러나 자본과 정권은 민주노총을 협상 파트너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단지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기 위한 들러리로 삼았을 뿐이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협상에 연연하다 노동법은 날치기 통과됐고, 끝내는 정리해고제에 합의하는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다.

 

이러한 역사를 겪었으면서도 우리 내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퇴한 김명환 집행부는 과거 어느 집행부보다 대정부 협상에 골몰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민주노총의 역할이란 전국적인 노동자 단결 투쟁을 조직하고 이끌어가기보다는 계급 타협구조를 만들어내는 데에서 노동 측 대표를 맡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최근에도 노사정 합의를 둘러싸고 내부갈등에 휩싸였다. 그래서일까, 이 책 <애도하지 마라 조직하라>는 지금의 혼란스러움에 의문을 갖고 질문하는 노동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소중한 책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적 과정을 추적하며 민주노총이 어떻게 대응했고, 어떻게 패배했는지 실증적 자료를 통해 지금의 민주노총의 상황을 진단한다. 그 과정을 따라가면 한국 노동운동이 왜 추락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된다.

 

또한 이 책은 민주노조운동이 지켜가야 할 기본 정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민주노조를 운영하는 데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조합원이 노조 운영에 결정권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다. 논란이 많았던 노사정 합의 참여 여부나 의제, 협상안, 합의안 도출 등에 대해서도 일부의 의견만 묻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평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으며 토론을 활성화하고 함께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과정은 조합원들의 요구와 열망, 투쟁 의지를 확인해가며 주체성을 끌어 올리는 계기를 만들고 결국 투쟁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최근의 노사정 야합 시도에서 보았듯 중집위원의 압도적 다수가 쓰레기 같은 야합안이라 외쳤지만 김명환 지도부는 이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모든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 조합원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런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통제력을 어떻게 세워낼 것인가? <애도하지 마라 조직하라>는 그 고민의 출발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의 의의도 밝히고 있다. “출발부터 개별 기업 차원을 뛰어넘어 전국, 지역, 업종, 직종 등으로 조직하고 투쟁하며 교섭 활동을 하고 있는 하청,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 중심의 비정규직 노동운동은, 이전 세대의 기업별 노조 중심의 노동운동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경로를 걷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세력으로 떠오르고 중소, 영세, 하청, 여성, 이주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깨닫고, 자신들의 책임과 역할, 임무 등을 자각하게 하는 데 가장 큰 의의를뒀다.

 

동시에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비정규직 활동가들과 노동자들에게 이 책은 역사적 교훈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 세대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봄으로써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에 참여하거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실망감과 허탈감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는 노동자라면 이 책을 통해 현 시기를 정확히 진단하며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실천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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